LNCrawler

숲 속의 마법사 (4)

침대 위의 대마법사 — novelpia.com · All chapters

숲 속의 마법사 (4)

“아깝군. 정말 아까워.”마차를 타고 돌아가는 길.에이브릴 남작은 창밖을 바라보며 길게 한숨을 쉬었다.“저런 재능이 이런 시골에 묻혀 있다니.”방금 전 만났던 마법사 소녀, 루나리스 에버문의 모습이 아직도 눈앞에 아른거렸다.작고 여린 체구에 어울리지 않는 압도적인 마법!여기저기 대민지원을 다니며 나름 많은 마법사들을 봐왔다고 생각했지만, 그만한 마법사를 보는 건 처음이었다.“저도 놀랐습니다, 영주님.”옆에서 나란히 말을 몰고 가던 기사가 고개를 끄덕였다.“분명 자만할 법도 한데 겸손하기까지 하시니, 훗날 크게 되시겠죠.”남작이 고개를 끄덕이며 쓰게 웃었다.“저 정도 재능이라면 황실에서도 환영받을 텐데 말이지.”“사실 요즘처럼 마법사가 귀한 시대엔 더욱 그렇죠.”마법사라는 존재는 언제나 전쟁 억지력으로서 중요한 역할을 해왔다.애초에 마법이 실생활에서 워낙 유용하게 쓰이고 있는 상황이다.써먹을 곳은 많은데, 제대로 된 마법사는 그리 많지 않은 터라 한 사람 한 사람이 귀했다.“심지어 루나리스 님은 평범한 마법사도 아니지 않습니까.”“상급 마법사, 그것도 물과 바람 두 속성의 마법에 통달한 마법사지. 심지어 나이는 이제 겨우 아카데미에 입학할 나이라고 하고.”“분명 황실 마법사단에서도 에이스로 활약하겠죠. 단장 수준을 넘어, 건국 이래 최초의 초월급 마법사가 될 지도 모르겠습니다.”기사는 말을 마친 뒤 어색한 표정으로 입을 다물었다.답지 않게 너무 흥분했나 싶다.하지만 흥분하긴 남작이 더했다.“그러게 말일세. 그런 인재를 황궁 요직에 앉힐 수만 있다면...!”추천한 자신도 황실로부터 적지 않은 보상을 받았을 거라며.한탄하는 목소리에 진한 아쉬움이 배어나왔다.“하지만 루나리스 님이 워낙 완고하시지 않습니까. 숲을 떠날 생각이 전혀 없어보였습니다만.”“흠. 그거야말로 바깥세상을 잘 모르기에 하는 어리광이지. 이런 걸 보면 확실히 16살이 맞긴 맞아.”루나리스가 오두막집을 떠나지 않는 게 단순히 게을러빠진 탓일 거라고는, 에이브릴 남작은 상상조차 못 하겠지.“아주 약간의 동기부여만 있으면 될 것 같은데 말이지...”그때, 기사가 문득 무언가를 떠올린 듯 남작에게 제안했다.“참, 영주님. 그러고 보니 이번 일에 대한 조사차 황실에서 마법사를 파견한다고 하지 않았습니까? 그분과 상의해 보는 게 어떻겠습니까?”에이브릴 남작의 눈이 빛났다.그는 만족스러운 미소를 지으며 고개를 끄덕였다.“그거, 아주 좋은 생각이로군.”*최근 다시 숙면의 삶을 되찾았다.오늘도 침대는 푹신푹신하고, 이불은 몽글몽글하다.마을은 평화를 되찾았고, 숲도 다시 정상으로 돌아온 것 같다. 그리고 날 이상한 곳으로 데려가려던 영주님은 깔끔하게 물리쳤다.정말이지 완벽하고 행복한 나태 라이프다.요즘은 약초 연구를 하며 시간을 죽이고 있다.딱히 리아가 다리를 다친 게 신경 쓰인 건 아니었다. 절대로.이건 그저 심심풀이일 뿐이다. 맨날 책만 읽어서 따분하던 차에 새로운 취미를 찾았을 뿐이다.침대에 누워 늘어지게 하품을 하며 부글부글 끓는 가마솥을 휘휘 젓던 차.“루나~ 문 좀 열어주겠니?”아주머니의 목소리가 들려왔다.손가락을 튕기자 문이 저절로 열렸다.“어서 오세요, 아주머니.”“잘 지냈니? 루나 너는 날이 갈수록 예뻐진다, 얘~”“아하하...”“비결이 뭐니? 역시 푹 자서 그렇지? 어휴~ 나도 편히 좀 자야 하는데 우리 집 웬수 코 고는 소리 때문에 맨날 자다가도 깬다니까?”방 안에 들어오는 아주머니의 손엔 묵직한 보따리가 들려 있었다.평소 가져다주는 식료품에 생필품, 그리고 따로 부탁한 것까지 담겨있었다.“자, 여기 네가 말했던 약초도 챙겨왔다. 마을 사람들 중에 안 다친 사람이 없어서 구하는데 좀 애먹었지 뭐니~ 호호!”나는 탁자 위에 놓인 주머니에서 금화 한 닢을 꺼내 아주머니 손에 쥐어주었다.“아이고, 금화를? 은화는 없니? 거슬러줄 돈이 부족한데.”“됐어요, 아주머니. 매번 고생해서 여기까지 오시는데.”“그래? 오호호! 통이 크네~ 그래도 이건 과하니까, 다음에 가져올 식료품 값까지 미리 받은 걸로 치자꾸나.”솔직히 말하자면 다른 동전을 어디에 놔뒀는지 까먹었다.방 안을 뒤져보면 나오겠지만, 솔직히 찾기 귀찮다.“참! 저번 일은 정말 고마웠어. 덕분에 마을 사람들이 목숨을 건졌지 뭐니.”“별거 아니에요. 그냥 운이 좋았죠.”갑자기 감사 인사를 받을 줄은 몰랐던 터라, 괜히 머쓱한 나머지 머리카락만 매만졌다.“잘은 모르겠지만 하늘에서 얼음덩어리가 쏟아졌던 거, 아직도 눈에 선하단다. 그게 마법이라는 거지?”“네, 뭐... 그렇죠?”“세상에, 네가 마법사였다는 건 전혀 몰랐어. 평소에는 하루 종일 침대에 누워만 있으니까. 솔직히 널 보면서 얘가 제대로 일은 하고 사는 걸까 걱정했단다.”“아하하...”“그럼 우리 마을을 찾아온 그 사람도 마법사겠구나?”...에?“아니~ 루나 네 직장 동료라는 사람이 널 만나고 싶다지 뭐니? 그래서 같이 왔지~”“직장... 뭐라고요?”아니 이건 또 무슨 말이야.직장 동료? 나한테 그런 게 있을 리가 없잖아.그보다 난 직장 자체가 없는데?“호오, 이런 경치 좋고 공기 좋은 곳에 살고 계셨군요.”그때, 아주머니피셜 내 ‘직장 동료’가 나타났다.중후한 분위기를 물씬 풍기는, 머리에 새치가 난 사람이었다.“확실히 마나도 풍부하고, 정말 멋진 곳입니다.”당연하게도, 오늘이 초면이다.“...누, 누구세요?”“누구긴요? 루나리스 님의 직장 동료입니다만.”“???”“뭐, 정확히는 직장 동료 예정인 사람이라고나 할까요?”“??!?!”아니, 진짜 뭔데?“아리따운 레이디. 길을 안내해주셔서 정말 감사드립니다. 덕분에 숲에서 헤매지 않을 수 있었습니다.”“어유, 이 사람도 참! 별소릴 다 하네, 호호!”저 사람, 노안이 온 게 틀림없다.그렇지 않고서야 날 직장 동료라고 착각할 리가 없지.“그럼 루나, 다음에 보자꾸나.”“잠깐만요. 저 이상한 사람만 여기 두고...”“응? 직장 동료라고 하지 않았니?”...그걸 믿어요?“아니... 말이 안 된다고 생각하지 않아요?”“얘는 또 무슨 소리래? 저런 멋진 신사 분께서 거짓말을 할 리가 없잖니.”아주 조금, 머리가 뜨거워지려 하고 있었다.“가끔은 마을도 좀 내려오고 그러렴. 닭 한 마리 잡아다 맛있게 고아줄 테니까.”그... 제가 지금 잡아먹히게 생겼는데 말이죠?하지만 아주머니는 내 외침을 외면한 채 그대로 떠나버렸다.-끼이익, 쿵.그렇게 오두막 안에는 나와 낯선 남자만 남았다.-보글보글.적막 속에 물 끓는 소리만 울려 퍼졌다.“그럼, 제 소개를 다시 드려야겠군요.”그는 여전히 사람 좋은 미소를 띤 채 천천히 입을 열었다.“저는 황실 마법사단 부단장, 알베르트 마르세린이라고 합니다.”“...!”나도 모르게 흠칫 몸을 떨었다.그도 그럴 게 굉장히 낯익은 이름이었으니까.<아카데미 근성 법사>의 내용이 마치 스크롤을 올리듯 순식간에 머릿속을 스쳐지나갔다.이 세계에서 살아간 지도 어느덧 7년차.소설 속에 이름이 등장했던, ‘네임드’를 실제로 마주한 건 이번이 처음이었다.그런데... 내가 알고 있는 알베르트라는 캐릭터는 분명...“부단장... 이라고요? 단장님이 아니라?”“음? 네, 그렇습니다만?”마음이 이래저래 심란했다.아무래도 지금은 알베르트가 단장이 되기 전의 ‘과거’인 듯했다.소설의 본편은.아직 시작조차 안 했다.*겨우 영주님을 물리쳤나 싶었는데, 더한 거물이 등장했다.그것도 한두 단계가 아니라, 아예 꼭대기 근처에 있는 사람이 훌쩍 뛰어내려왔다.본능이 경고했다.이 사람과 잘못 엮이면 피곤한 일에 휘말릴지 모른다고.

d3kza0VLSVdxajZ6L09aWC8xUnR2R0VFTTBXOTVmNjQzN2Q3eGxJNnVYYXppemV0ZDlTUTNlOTk1cGZ1cTdlYQ

경계심을 가득 품은 내 앞에서.부단장님은 느긋한 태도로 방 안을 둘러보았다.그는 오두막 한쪽에서 약초가 부글부글 끓고 있는 가마솥을 발견하고는 흥미로운 듯 입을 열었다.“약초를 달이고 계셨군요. 제가 방해한 건 아닌지 모르겠습니다만.”“아주 제대로 방해하셨는데요.”내 시큰둥한 목소리에 부단장님은 하하- 웃음을 터뜨렸다.“이거, 죄송하게 됐습니다. 하지만 루나리스 양에게 꼭 드려야 할, 정말 중요한 제안이 있어서 말이죠.”“제안이라면...?”“저희 황실 마법사단은 루나리스 양 같은 인재를 간절히 원하고 있습니다.”이 뒤는 안 들어도 뻔하다.“혹시 황도에 올라올 생각은 없으신지요?”“황실 마법사단이라니, 제겐 과분하죠.”일말의 고민도 없이, 노타임으로 대답이 튀어나왔다.“전 아직 많이 부족한 걸요.”귀찮음이 뚝뚝 묻어난 표정은 덤이었다.하지만 부단장님은 나의 불량한 태도에도 아랑곳하지 않고, 도리어 웃음을 터뜨렸다.“하하! 역시나 겸손하십니다. 하지만 정말 루나리스 양이 부족했다면 우리 전(前) 단장님께서 당신을 손녀로 들이지도 않았겠지요.”...응? 이건 또 무슨 소리래?“전 단장이라뇨?”“아니! 설마 할아버님께서 저나 황실 마법사단에 대한 이야기를 한 마디도 안 하셨습니까?”“...저희 할아버지를 아세요?”눈살을 찌푸리며 되묻자, 부단장님은 웃으며 고개를 끄덕였다.“그럼요. 제가 말단이던 시절에 에버문 전 단장님께 많은 걸 배웠습니다.”그의 말에 나는 제대로 스턴을 먹었다.“종종 꾸지람을 듣곤 했습니다만, 덕분에 지금은 부단장으로서 다른 이들을 이끌게 되었지요.”조금 충격이다.단장이라는 거, 말도 안 되는 거짓말이라고 생각했는데. 아무래도 진짜였던 모양이다.그도 그럴 게, 내가 기억하는 할아범이란 그저 매일같이 내게 가스라이팅을 해댔던 황실 마법사무새였으니까.난 또, 괜한 자격지심이라도 있는 줄 알았지.아니... 그래도 황실 마법사단장이면 제국 최고위 권력층일 거잖아.그런 사람이 왜 이런 허름한 오두막에 살았던 건데?설마 안 좋은 일에 휘말려 몸을 숨긴 거라든가...?“그... 부단장님, 저희 할아버지는 어떤 분이셨나요?”“평생을 마법 연구와 제국의 안녕에 헌신하신 분입니다.”우리 할아범은 다행히도 삼족을 멸할 죄인은 아니었다.“은퇴하시던 날에도 모든 재산을 황실에 환원하시면서, 제국 마법의 발전을 위해 써달라고 부탁하셨죠.”대신 삼족에게 원망을 들을 호구였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