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입학시험의 마법사 (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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입학시험의 마법사 (2)

“루나리스 양, 설마 아직도 자고 계십니까?”익숙한 목소리에 무겁게 잠긴 눈꺼풀이 겨우 뜨였다.희미하게 비치는 햇살 너머로 부단장님의 모습이 눈에 들어왔다.“...부단장님. 여자애 방에 함부로 들어오시는 건 좀...”이불로 몸을 돌돌 만 채, 얼굴만 빼꼼 내밀고 무미건조한 목소리로 중얼거렸다.꺄악- 비명 대신 흐암- 나른한 하품만 새어나왔다.정신을 차릴 새도 없이, 부단장님은 벌써 내 침대 앞까지 성큼 다가와 있었다.표정은... 조금 화나 보인다.“함부로 들어오다니요? 밖에서 노크를 몇 번이나 했는지 아십니까?”그는 언성을 조금 높이며 서운하다는 듯 말을 이었다.“문 밖에서 10분을 넘게 기다렸습니다. 혹시 무슨 일이라도 생겼나 싶어 들어온 겁니다.”“...그래서 무슨 일로 오셨는데요?”부단장님은 황당하다는 듯 나를 바라보더니 이내 헛기침을 했다.그리곤 대뜸 무언가를 꺼내들었다.“지난번 입학시험 말입니다만, 아주 잘해주셨습니다.”하나, 둘, 셋, 그리고 넷.총 네 장의 편지지가 그의 손에 집혀 흔들렸다.편지지 중앙에는 하나 같이 은빛 인장이 찍혀 있었다.“정말 예상 이상이라고나 할까요? 아니지. 루나리스 양답다고 하는 게 맞겠군요.”“뭐... 그렇게 됐어요. 죄송해요. 신경 좀 썼어야 했는데.”“허허, 죄송하다니요. 전 분야 만점이 아니라서 아쉬워하시는 겁니까?”“...?”이건 또 무슨 소리래?“아카데미 역사상 유례없는 최고 성적을 받아놓고서 그런 말을 하시는 건 루나리스 양이 유일할 겁니다.”“...???”아?전 분야 만점?역사상 유례없는 최고 성적?뭔가 말의 핀트가 안 맞는 느낌에, 나도 모르게 고개가 옆으로 기울었다.긴 머리카락을 침대 아래로 늘어뜨린 채, 도대체 무슨 소리를 하는지 모르겠다는 표정을 지었더니.부단장님이 약간 들뜬 표정으로 설명을 시작했다.“루나리스 양, 이 봉투에 찍힌 은빛 인장이 무엇을 의미하는지 아십니까?”도리도리.전혀 감도 안 왔기에, 나는 가만히 고개를 저었다.“아카데미의 학부장이 직접 면접을 보고 싶은 지원자를 초청할 때 찍는 인장입니다.”“...학부장님이 직접요?”“네. 그것이 무려 네 장이 온 겁니다. 검술학부를 제외한 다른 네 학부의 학부장들이 전부 루나리스 양을 두 눈으로 직접 보고 싶어 한다, 이 말입니다.”“잠깐... 잠깐만요.”확실히 시험지에 글씨를 이것저것 끼적이긴 했다.하지만 그건 문제를 풀었다기보다는 떠오르는 걸 아무렇게나 적은 게 다인데....아무래도 그게 죄다 정답이었던 모양이다.“하긴, 루나리스 양에겐 문제가 너무 쉬웠을 수도 있겠군요.”“아니, 그...”“다른 지원자들 기죽지 않게 적당히 조절해주시지 그러셨습니까. 하하!”“뭔가 잘못된 게 분명...”“하긴, 재능이라는 건 숨기려고 해도 숨길 수가 없는 법이지요.”나도 모르게 한숨이 새어나왔다.그래도 뭐, 입학시험을 망친 것보다는 나으니까.좋은 게 좋은 거라고 생각하기로 했다. *면접 날짜는 금세 정해졌다.아카데미의 학부장님들이 하루라도 빨리 나를 보고 싶다고 요청했기 때문이다.면접장까지는 혼자 왔다.부단장님이 황실 마법사 중에 쉬는 사람을 호위로 붙여주겠다고 했지만 바로 거절했다.괜히 잘못 엮였다가 더 피곤해질 게 눈에 선했다.그런데 막상 와보니 다른 지원자들은 죄다 호위를 데리고 온 모양이었다.“다음 지원자, 에르마 브래크번 님. 안으로 들어오십시오.”안내 담당의 사무적인 목소리와 동시에 나를 제외한 대기실에 있던 모든 사람들이 우르르 자리에서 일어났다.남학생이 덜덜 떨리는 목소리로 주변 사람들에게 무언가 지시를 내렸다.곧, 수행원들이 일사불란하게 움직였다.기사만 둘, 하인도 셋이나 된다.그 밖에 시중드는 이들까지 합치니 수행원이 족히 열 명은 넘었다.그 많은 사람들이 우르르 대기실을 빠져나갔다.“세상에.”나는 텅 빈 대기실에 홀로 남아, 한 무리의 사람들이 멀어져 가는 모습을 멍하니 바라봤다....고작 면접 보러 오는데 저렇게 많이 따라왔다고?여기 있던 그 많은 사람들 중에서 지원자가 나와 저 사람, 딱 둘 뿐이라고는 상상도 못했다.“이제 좀 조용하네.”내 이름이 불릴 때까지 한숨 자야겠다고 생각하고 눈을 감았는데, 얼마 지나지 않아 다시 문이 열렸다.눈을 반쯤 뜨고 슬쩍 보니 방금 나간 무리보다 몇 배는 더 많은 사람들을 거느린 여학생이 들어오고 있었다.순식간에 대기실이 꽉 차자, 나도 모르게 눈살이 찌푸려졌다.이건 좀... 너무하네. 황족이 면접 보러 온 줄 알았어.딱히 관심이 가지 않았거니와, 그다지 엮이고 싶지도 않았던 터라 다시금 눈을 감고 꾸벅꾸벅 졸았다.그때, 바로 옆에서 나긋나긋한 목소리가 귓가를 건드렸다.“많이 피곤한가 봐요.”나는 졸린 눈으로 슬쩍 고개를 돌렸다.어느새 내 옆에 내 또래로 보이는 화사한 여학생이 앉아있었다.“...잠을 별로 못 잤거든요.”시큰둥한 목소리로 대충 대답하기가 무섭게, 여학생의 뒤에 서있던 기사가 대뜸 언성을 높였다.“무엄하다! 이분이 어떤 분이신데 감히 그 따위 태도를—!”“괜찮아요, 그만하세요.”여학생이 손짓으로 기사를 제지하며 단호한 목소리로 말했다.기사는 마지못해 입을 다물고 뒤로 물러났다.어떤 분이시기는. 아주 대단하고 높으신 분이겠지.당연하게도, 나에겐 아무래도 상관없는 일이다.“하긴, 면접 전날엔 잠이 안 올만도 하죠. 저도 어제는 뜬눈으로 밤을 지새웠답니다.”“아, 그런 건 아니고... 원래 지금 낮잠을 자야 할 시간인데...”“...네?”“졸려 죽겠는데 억지로 나오라고 하니 솔직히 기분이 별로네요. 하아아암.”“긴장 하나도 안 하는 걸 보면, 면접 준비 많이 했나 봐요?”“딱히 그런 건 아니에요. 그보다 면접이라는 게 긴장할 정도로 대단한 일인가요?”귀찮다는 티를 팍팍 냈지만, 그녀는 불쾌해하지 않았다.오히려 뭐가 그리 즐거운지 까르르 웃음을 터뜨렸다.“혹시 어느 학부에 들어갈 생각인가요?”“뭐, 마법학부죠.”의문이 아닌 확신이다.그도 그럴 게 원작의 잿빛 마녀도 마법학부였으니까.“아! 그럴 것 같았어요. 저도 마법학부에 들어가려고 하는데, 같이 수업 들으면 정말 재밌을 것 같네요.”나는 그제야 그녀의 얼굴을 제대로 바라보았다.햇살처럼 밝게 빛나는 금발과 맑고 투명한 연보랏빛 눈동자가 인상적인 사람이다....뭐지?분명 처음 보는 얼굴일 텐데.어디선가 많이 본 듯한 익숙함이 느껴지는 게...“혹시 누구...”아주 조금, 호기심이 생겨 말을 붙여보려던 참이었다.“다음 지원자, 루나리스 에버문 님. 안으로 들어오십시오.”대뜸 대기실의 문이 열리더니 안내 담당의 목소리가 울려 퍼졌다.나는 한숨을 쉬며 자리에서 일어났다.뻣뻣하게 굳은 무릎이 우그극, 끄아악- 비명을 질러댔다.면접이고 뭐고, 빨리 끝내고 침대로 돌아가야지.그렇게 피곤한 표정을 한 채 면접장을 향해 걸음을 옮기는데, 뒤에서 여학생이 조용히 내게 말을 건넸다.“다음에는 강의실에서 보겠네요.”“...글쎄요.”솔직히 강의실에서 마주칠 일은 별로 없을 것 같았다.유급만 면할 정도로 출석하고, 어쩌다 한 번 나가면 수업 시간 내내 풀잠을 때릴 생각이었으니까.하지만 내 생각이 맞다면.원작의 등장인물 중 한 사람이라고 한다면.의외로 자주 엮일 수도 있겠다는 생각이 들었다.*“참 재밌는 사람이네요.”3황녀, 셀레스티나 벨하르트는 방금 전 문 밖으로 사라진 여학생을 떠올렸다.겉모습만 보면 영 어리숙해 보이는 사람이었다.귀찮음이 뚝뚝 묻어나는 말투에 눈도 반쯤 감겨 있어서 인상 자체가 피곤해보였다.그야말로 빈틈투성이였으나, 셀레스티나 황녀는 그 나른한 모습에서 위화감을 느꼈다.“루나리스 에버문, 이라...”최근 황궁에 알음알음 돌고 있는 이야기가 있다.황실 마법사단 부단장이 어디서 제국 역사상 최연소 대마법사로 이름을 올릴 소녀를 데려왔다고.그녀와 똑같은 이름을 가진 이가, 방금 전까지 자신의 옆자리에 앉아 있다가 밖으로 나간 참이다.비록 몇 마디 대화를 나눠보지 못 했지만, 그것만으로 확신을 가지기엔 충분했다.확실히 타고났다는 걸.특별함을 온몸으로 풍기는 사람이라는 걸.“황녀님, 왜 말리셨습니까.”셀레스티나 황녀의 뒤에 서 있던 근위기사가 조심스레 입을 열었다.“그 무례한 자에게 예의가 무엇인지...”“여긴 아카데미잖아요? 대우를 받고자 여기 온 게 아니에요.”셀레스티나 황녀가 가볍게 고개를 저었다.“허나 아직 입학한 것도 아니지 않습니까. 응당 황족을 대하는 예를 갖춰야만 했습니다.”“어차피 그 사람, 제가 누군지도 몰랐을 걸요?”설령 황녀라는 걸 알았다고 하더라도 태도가 달라지지는 않았을 거라며.셀레스티나 황녀는 부드럽게 미소 지었다.“아아, 내 사람으로 만들 수 있으면 참 좋을 텐데 말이죠.”미소 짓는 얼굴이 다분히 계산적이다.셀레스티나 황녀가 굳이 엘테리온 아카데미에 온 이유라고 한다면.역시 첫 번째는 황궁에서 벌어지는 암투에서 몸을 피하려는 것도 있지만.그보다는 아직 누구의 손도 타지 않은 ‘제국의 미래’를 자신의 아래에 두기 위함도 있었다.그런 점에서 루나리스는 가장 탐나는 인재였다.대체 왜 이미 완성된 것이나 다름없는 재능을 가지고서 아카데미에 온 건지는 모르겠지만.분명한 건 그녀가 압도적 가치를 지니고 있다는 것이다.다만, 쉽진 않겠다.루나리스를 보고 있으면 고양이가 생각난다.사람의 손이 닿는 걸 싫어하는, 게으름 많은 길고양이.그러니까, 일단은 친해지는 것부터.다행히 시간은 많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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무려 4년이나 있으니까. 천천히 알아 가면 되겠지.그때, 대기실 문이 열리며 한 무리의 사람들이 안으로 들어왔다.“화, 황녀님?!”그들은 루나리스와 달리, 한눈에 고귀한 핏줄을 알아보고 곧장 허리를 숙였다.하지만 셀레스티나 황녀는 고개만 살짝 끄덕이고 말 뿐이다.그들에겐 딱히 관심이 없는 듯했다.루나리스에게 먼저 말을 붙였던 것과는 사뭇 다른 모습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