LNCrawler

리네아 홀 최악의 마법사 (1)

침대 위의 대마법사 — novelpia.com · All chapters

리네아 홀 최악의 마법사 (1)

“소식 들었어? 이번에 우리랑 같이 입학하는 신입생 중에 대마법사 후보가 있다는데?”“누구? 설마 이번 마법학부 수석 말하는 거야? 저기 앞에 앉은 검은머리 남자애?”“아니, 그 사람 말고.”“그럼 누구?”“마공학부 수석이 상급 마법사라는데? 이름이... 루나리스라던가?”

d3kza0VLSVdxajZ6L09aWC8xUnR2RXhFS21NUDZ2cjc0ZytzbFJqclVLMkNwMU5Na2xsd1JYelNXOEpxaGpYRQ

입학식이 한창인 강당 안.몇몇 신입생들이 지루함을 못 이기고 수군거리기 시작했다.“엥? 그 정도로 대단한 마법사가 마공학부를 왜 가?”“몰라, 나도. 헛소문 아닐까?”“근데 마공학부 수석이 필기시험 전체 수석이라는 건 사실이라며. 아카데미 역사상 최고점이라는데?”“뭐? 진짜?”웅성거림은 빠르게 강당 전체로 퍼져나갔고.“...”이내 단상 가까이에 앉은 한 남학생의 귀를 쿡쿡 찔러댔다.에드윈 벨카.엘테리온 아카데미의 꽃인 마법학부의 수석 신입생인 그는, 분명 입학식에서 가장 빛나는 주인공이어야만 했다.아니, 황녀가 있으니 첫 번째 자리는 양보한다고 쳐도.두 번째만큼은 자신이어야만 했다.하지만 2등조차 되지 못했다.그도 그럴 게 에드윈의 수석은 ‘올려침’당한 결과였을 뿐이니까.에드윈 역시 그 사실을 잘 알고 있기에 불쾌한 감정을 한껏 드러내며 뿌득빠득 이를 갈았다.‘대체 왜...!’대마법사 후보라면서 마법학부에 안 온 건데?!차라리 정치학부를 갔으면 고개를 끄덕였을 터였다.장래 황실의 관료를 넘어 재상이 될 야망을 품은 것이라고 이해라도 했을 것이다.백 보 양보해, 경제학부를 갔더라도 이렇게 기분이 나쁘지는 않았을 것이다.명예보다 돈을 중요시 여기는 게 평민답다며 한껏 비웃어줬을 테지.그런데 뭐?‘마공학부?!’마법학부에 못 들어오는 보결 떨거지들이나 가는 곳에 대체 왜?같잖은 ‘배려’를 받았다는 생각이 들자 머리가 확 뜨거워졌다.천재의 프라이드에 제대로 금이 갔다.한편, 에드윈만큼이나 마음이 심란한 사람이 한 명 더 있었으니.“오랜 역사를 자랑하는 엘테리온 아카데미에 입학하게 되어...”다름 아닌 단상 앞에 서서 신입생 대표로 답사문을 읽고 있는 셀레스티나 황녀였다.“오늘의 새로운 시작이...”맑고 우아한 목소리에 기품 있는 미소.연설은 흠잡을 데 없이 완벽했다....겉으로 보기에는.‘어째서 마공학부에...?’정작 머릿속은 복잡했다.고귀한 황녀의 머릿속을 차지한 건, 부스스한 잿빛 머리카락의 소녀였다.분명 몇 주 전, 면접 대기실에서 잠깐 얘기를 나눴을 때 마법학부로 오겠다고 하지 않았던가?그런데 왜 마공학부로 간 거지?설마, 자신이 마법학부로 오겠다고 해서?그래서 일부러 피한 건가?‘날 못 알아봤을 거라고 생각했는데...’그러고 보니 최근 황궁 분위기가 심상치가 않다.다른 황자, 황녀들이 황실 기사단과 마법사단에 소속된 이들을 개별적으로 만나고 다니기 시작한다는 소문이 돌고 있다....혹시 그녀의 후견인이라는 황실 마법사단의 부단장도 어딘가 파벌에 들어간 걸까.그래서 그 아이도 자신을 피하기 시작한 건 아닐까.‘아니야. 아직 속단하긴 일러.’그나마 다행인 건 그녀가 들어간 곳이 마공학부라는 것이다.겹치는 수업이 꽤 있으니까.그리고 학사일정은 이제 막 시작했을 뿐이니까.‘시간은 충분해.’만나면 넌지시 떠봐야겠다고 생각하며, 셀레스티나 황녀는 영혼 없는 답사를 마무리했다.황녀가 박수를 받으며 단상에서 내려간 뒤, 교무처 직원이 제 목에 확성 마법을 걸고 외쳤다.“다음은 각 학부 수석 입학생들에 대한 시상이 있겠습니다. 호명되는 학생들은 앞으로 나와 주십시오.”그렇게 다섯 명의 이름이 불렸다.하지만 단상 위로 올라선 건 넷뿐이었다.“...마공학부 수석, 루나리스 에버문 학생? 루나리스 학생, 없습니까?”직원이 한 번 더 이름을 불러봤지만, 단상 위로 올라오는 이는 없었다.뭐야? 무슨 일이야? 왜 안 나오는데?그렇게 술렁이는 목소리가 점점 커져갈 때쯤.강당의 문이 대뜸 쾅- 소리를 내며 열렸다.“죄, 죄송합니다아아...!”느닷없이 입학식장에 들이닥친 건 마공학부의 학부장, 릴리아나였다.그녀의 등 뒤로 단정한 옷차림의 메이드들이 빠른 발걸음으로 따라붙었다.“릴리아나 학부장님? 무슨 일입니까?”교무처 직원이 당황한 표정으로 물었다.단상 위에 올라선 릴리아나 학부장은 이마 위로 흐르는 식은땀을 훔치며 어색하게 웃었다.“그, 그게 말이죠... 마공학부 수석 신입생인 루나리스 양의 대리인으로 왔어요오오...”“예? 아니, 왜 학부장님이 대리인으로... 그보다 본인은 대체 어디에...?”“그건 제가 설명 드리겠습니다.”한 메이드가 조용히 앞으로 나섰다.오데트.그녀는 엘테리온 아카데미의 최고 등급 기숙사인 리네아 홀을 총괄하는 메이드장이었다.오데트는 두 손을 가지런히 모은 채 깊이 고개를 숙였다.“현재 루나리스 아가씨는 배정받은 기숙사 방에서 단잠을 주무시고 계십니다.”“???”교무처 직원은 아주 잠깐 자신의 귀를 의심했다.자느라 입학식을 못 왔다는 게 말이나 되는 건가?심지어 지금은 오전도 아니고 오후 시간대인데?“죄송합니다. 루나리스 아가씨를 깨우기 위해 온갖 방법을 동원해봤으나...”강당에 있는 모든 이들의 눈이 그녀에게 쏠렸다.메이드장은 무미건조한 표정으로 말을 이었다.“...‘입학식과 첫 주 수업은 째는 게 국룰’이라는, 알 수 없는 잠꼬대만 남긴 채 그대로 침대에 파묻히셨습니다.”그 순간, 강당 전체가 침묵에 잠겼다.셀레스티나 황녀마저 당혹스러움을 감추지 못한 채 연신 눈만 깜빡였다.모두가 혼란스러워하는 와중에도 오데트는 차분한 미소를 띤 채 두 손을 공손히 모으고 서 있었다.“오늘 이 ‘사고’는 모두 저희 리네아 홀 메이드들의 과오입니다.”...하지만 그 손끝은 분명 미세하게나마 떨리고 있었다.“리네아 홀 기숙사 생활 수칙 제 12조, 사생 면학 지원 규정에 따라 오늘부터 루나리스 아가씨 전담팀을 꾸려 특별 관리에 들어가겠습니다.”어떤 상황에서도 흔들림 없이 침착한 프로 메이드가 동요하고 있는 것이다.“앞으로 이와 같은 불미스러운 일은 두 번 다시는 없을 것이라고, 저희 메이드들의 긍지를 걸고 약속드립니다.”*엘테리온 아카데미의 기숙사는 크게 세 동으로 나뉘어 있다.몰락 귀족과 돈 많은 평민이 지내는 에델바이스 홀.일반 귀족과 장학생이 지내는 세피아 홀.그리고 고위 귀족들과 학부 수석, 차석 등의 성적 최우수자들이 지내는 리네아 홀.나름 학부 수석인 나 역시 리네아 홀에서 지내고 있다.배정받은 1인실에 들어와 침대에 누운 순간 실감했다.시험 대충 보지 않길 정말 잘했다- 라고.“후아아...”나는 우물 안 개구리였다. 멍청이였다.오두막집의 침대야말로 최고라고 제멋대로 단정 지었지만, 아니었다.하늘 위에는 하늘이 있고, 푹신함 위에는 푹신푹신함이라는 게 존재했다.으헤에... 여기라면 4년 내내 누워만 있을 수 있어어...하지만 이 천국 같은 곳에도 한 가지, 치명적인 문제가 있었으니.-똑, 똑.매일 아침, 동 틀 무렵이 되면 어김없이 찾아오는 불청객의 존재다.“루나리스 아가씨, 일어나실 시간입니다.”문 밖에서 나긋나긋, 사무적인 목소리가 울려 퍼졌다.리네아 홀을 관리하는 메이드장, 오데트 씨가 오늘도 어김없이 날 깨우러 왔다.어째서 저렇게까지 날 열심히 깨우려는 건지 모르겠다. 시간 되면 어련히 알아서 일어날 텐데.아니, 그보다 이쯤 되면 슬슬 날 포기할 때도 되지 않았나.나는 이불을 머리끝까지 뒤집어쓴 채 손가락을 까딱였다.-쿵, 쿠궁, 쿠웅!방 안에 있던 옷장과 책장이 스르륵 떠올라 문 앞을 틀어막았다.저 단단한 방어선을 보고 있으니까 괜히 내 마음이 다 든든하네.이 뒤는 평소와 같다. 메이드들이 억지로 방문을 열어보려다, 결국 포기하고서 돌아가는 것.며칠째 반복되고 있는 나와 메이드들의 WWE다....그런데 오늘은 뭔가 다르다.“덜컹거리는 소리가 평소보다 오래가는데...”UFC의 조짐이 느껴진다는 생각이 들기가 무섭게.콰앙─!!요란한 폭발소리가 울려 퍼지며 문짝이 산산조각 나 버렸다.“...아?”깜짝 놀란 나머지 나도 모르게 벌떡 몸을 일으켰다.당연하게도 문을 막는데 사용했던 가구들도 힘없이 부서져 바닥을 나뒹굴었다.처참한 광경 너머로 뒷짐을 진 채 줄지어 선 메이드들이 보였다.맨 앞에 팔짱을 끼고 서있는 건 다름 아닌 메이드장, 오데트 씨였다.“좋은 아침입니다, 루나리스 아가씨.”생긋 웃으며 내게 아침 인사를 건네는 메이드장에게서 일종의 광기가 느껴졌다.“아니... 문이랑 가구를 다 부숴 놓으면 어떡해...”“염려 마십시오. 아가씨께서 오전 일과를 보내시는 동안 전부 복구해놓겠습니다. 비용은 전부 제 사비로 처리하겠습니다.”“...이거 다 비싼 거 아니야?”“괜찮습니다. 급료는 충분히 받고 있습니다.”설령 이번 달, 아니 올해 급료를 한 푼도 못 받게 되더라도 상관없다고 덧붙이는 말을 듣고 있자니 온몸에 소름이 돋았다.“대체 왜 그렇게까지...”“루나리스 아가씨는 저희 리네아 홀 메이드들의 자존심을 건드리셨습니다.”내가 이해할 수 없다는 표정을 짓자, 오데트 씨가 단호한 목소리로 말했다.“아가씨께서는 기숙사에 들어오신 날부터 지금까지, 식사 시간을 제외하곤 단 한 번도 방 밖으로 나오지 않으셨습니다.”“아? ...진짜?”“게으름의 극치를 달리는 모습을 메이드장으로서 도저히 지켜볼 수 없습니다.”나, 그 정도로 심했나?“더군다나 아가씨는 엘테리온 아카데미의 상징과도 같은 학년 전체 수석이지 않습니까. 저희 메이드들이 전담 마크하는 것은 당연한 일이지요.”“그치만 첫 주는 오리엔테이션 기간이니까... 보통 빠지지 않나?”나는 이마 위로 흐르는 식은땀을 훔치며 변명을 늘어놓았다.그러자 메이드장은 다시 한 번 부드럽게 미소 지었다.“첫 주는 이미 끝났습니다. 오늘은 둘째 주 월요일이지요.”“...벌써 그렇게 됐다고?”일주일, 순삭됐다.“네, 그렇습니다. 그리고 사생 면학 지원 규정에 따라, 저희 메이드들이 루나리스 아가씨의 아침 준비를 전력으로 서포트해드리려 합니다.”오데트 씨가 가볍게 손가락을 튕겼다.“으갸아악─!”내가 마지막으로 본 광경은 사방에서 포위한 메이드들이 날 덮쳐오는 것이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