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최약체 소드마스터

최약 기사는 던전 한정 소드마스터가 되었다 — novelpia.com · All chapters

최약체 소드마스터

─ ‘론 헤이즐리, 마법 기사를 꿈꾼다고 하니 얘기해주마. 빈말로도 네겐 기사가 될 만한 재능이 없다. 운 좋게 기사학교에 합격한다고 쳐도, 거기서 성취를 거두는 건 어려울 거다.’ 싸구려 검술 교습소에서 전직 용병인 사범이 진중하게 꺼낸 이야기였다. ─ ‘마력 각성은 축하할 일이긴 한데…, 솔직히 이렇게까지 마력이 낮은 건 처음 보네.’ 우연히 만났던 마법사 용병이 신기해하며 꺼낸 이야기였다. 재능이 뒤떨어진다는 건 이미 알고 있었다.그래도 기사가 되고 싶었다. 왜, 굉장히 멋있잖은가. 하여 부단히 검을 휘둘렀고, 마력을 단련했다. 다행히 노력은 배반하지 않았다. 제국 기사단 산하의 마법 기사 양성소, 그리핀 기사학교에 합격했으니까. 비록 턱걸이 꼴찌였다지만, 뭐 어떠한가. 꿈에 다가갔다는 게 중요하지. …아까까지만 해도 그런 낙관적인 생각을 품고 있었다. “이건 아니지….” 기사학교로 향하는 열차 안. 근심 그득한 한숨과 혼잣말이 푹푹 새어 나왔다. 주변엔 기사학교로 가는 생도들, 즉 견습 기사들이 넘쳐났다. 복장을 보면 알 수 있었다. 신입 생도들에겐 처음으로 입학하는 날이었고, 기존 생도들에겐 개강하는 날이었으니. 그 가운데서 난 연신 마른세수를 했다. ‘여기, <엘위>였어….’ 불과 30분 전에 전생의 기억을 깨우쳤으니까. 이제는 조금 진정되었으나, 여전히 머릿속이 혼란스러운 건 어찌할 수 없었다. 전생에 제법 재밌게 즐겼던 게임, 미스터리 판타지 RPG 게임 <엘리제를 위하여>. 일명, <엘위>. 어느 날, 가장 어려운 하드 난이도로 그 게임을 재시작했던 순간. 내 의식은 까무룩 멎었고, 이 세상에 론 헤이즐리라는 남자로 다시 태어났다. 그 기억이 되살아난 것이었다. ‘진정하고, 생각하자….’ 몰아치는 감정의 격류와 사고의 혼란은 억지로 정리해 나갔다. 당장 해소할 수 없는 사안은 보류하고, 판단이 가능한 사안은 최우선으로 생각하려 애썼다. 일단 상태창. 띠링. [상태]- 위계 : 1- 육체 : E- 마력 : E- 경지 : 소드 유저 반투명한 알림창이 허공에 나타났다. 전생의 기억을 깨우친 뒤로 가장 먼저 찾았던 것이었다. 의지만 품으면 언제든 볼 수 있었다. 육체, 마력은 모두 E급. 워낙 이 몸이 형편없던 만큼 이미 짐작했던 바였다. 게임 지식에 따르면 등급 책정 기준은 마력 각성자이므로, 마력 각성자들 중 가장 약함을 뜻했다. ‘어떻게든 이 몸으로 살아남아야 한다는 건데….’ 그때, 어떤 기억 하나가 수면 위로 급부상했다. ‘잠깐, 그러고 보니 여기서 사건 터지지 않나?’ 클리셰라면 클리셰인 그것. 입학 첫날, 교통수단 테러. <엘위> 시나리오에 따르면 테러에 버금가는 사건이 이 열차에 발생한다. ‘그렇다면 언제?’ 덜그럭덜그럭. 철로를 달리는 소리가 연신 귀청을 두드렸다. 이내. 끼이이익!! “꺄아아아악!!”“젠장!! 무슨 일이야!?”“예리엘, 내 손 잡아!!” 열차가 급정거하려 하며 내부는 난장판이 됐다. ‘으아아악!!’ 좌석을 세게 움켜잡고 속으로 비명을 내질렀다. 빌어먹을 관성! 곧 창밖 풍경이 푸른빛으로 일변했다. 잇달아 이질적인 보라색 하늘과 척박한 땅, 그리고 바위들이 시야에 담겼다. 끼이이이익!!!콰당탕!! “제길!!”“꽉 잡아!!”“끄아악!” 선로를 이탈한 듯 열차가 비명을 지르며 뒹굴었다. 사방에서 생도들의 비명이 들려왔다. ‘살려줘!!’ 그러다 곧. “음…?”“머, 멈췄어…?” 방금까지만 해도 전복되려 했던 열차가 돌연 잠잠해졌다. 분명 열차 바닥에 발이 닿아 있는데도 영문 모를 부유감이 일고 있었다. 그리고 살포시, 열차가 지면에 내려앉았다. ‘염동력….’ 이만한 염동력을 구사할 수 있는 사람이라면, 그 마법 기사 교관 레이첼인가. 방금 열차가 안전하게 안착한 건 그녀의 염동력 덕분임이 분명했다. 원작에서도 이랬으니까. 가슴을 쓸어내렸다. 아직도 다리는 후들거렸다. 제길, 너무 무서웠다…. [승객 여러분께 전파합니다!] 마력으로 증폭된 확성이 열차 내부에 쩌렁쩌렁 울려 퍼졌다. [긴급상황입니다! 갑자기 선로에 거대한 게이트가 발생했고, 열차가 그 안에 진입해 버렸습니다! 여긴 던전입니다! 안전을 위해 기사들의 통제에 잘 따라주세요!] “더, 던전…?”“나, 저런 하늘은 처음 봐.”승객들, 생도들이 당황한 얼굴로 창밖을 내다보며 떠들었다. 척 봐도 불길한 하늘과 불길한 대지가 보였다. 캬, 황량하네. ‘지랄이다, 진짜….’ 눈가를 쓸어내렸다. 1장 서막을 지나 1장 1막.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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주인공을 포함한 기사학교 생도들이 갑작스레 던전에 빠져버리는 스토리가 시작됐다. “저, 저쪽에, 저건….”“마물…!” 열차의 시끄러운 등장으로 이목이 끌린 것일까. 칠흑의 늑대 마물들이 여러 바위들 너머에서 차례차례 모습을 드러내며 붉은 안광을 뽐냈다. “크르르르르…!”“크아아아!!” 늑대 마물들은 무리를 짓고 열차에 우르르 달려들었다. 고스란히 드러난 날카로운 이빨엔 침이 덕지덕지 묻어 있었고, 단검 수준의 길이를 가진 발톱들이 예리함을 뽐냈다. …강해 보인다! “어, 어떡해!?”“싸워야지 뭘 어떡해!”“무기 꺼내!!” 기사학교의 생도들답다고 해야 할까. 패닉에 빠지기보단 전투에 임하려는 생도들이 월등히 많았다. 과연, 엘리트다운 자신감과 용기다. 제국의 미래가 밝구나! ‘부탁한다, 미래의 기사들아…!’ 난 숨을게! 눈에 안 띄도록 좌석 깊숙한 곳에 쪼그려 몸을 숨겼다. 그게 가능한 구조였다. 뭐, 폼 안 나는 슈퍼 겁쟁이 모먼트라지만, 어쩌겠는가. 입학시험 꼴찌에다 기사학교 생도 기준으로 능력치 최악인 몸인데. 저런 위협적인 늑대 마물을 상대했다간 저세상 직행 코스일 것이 뻔했다. 하물며 열차엔 기사학교 생도들을 지키는 호위 기사들의 수 또한 적었다. 딱 필요한 만큼만 있기 때문에. ‘…주역들이 활약하기 딱 좋은 조건이긴 하네.’ 그런 생각을 하기가 무섭게, 창밖에서 온갖 도륙음과 폭음이 들려왔다. 파가악!!차라락!!푸슈욱!! 푸른색 마력의 빛깔을 머금은 창이 공기를 가로질러 늑대 마물들의 목을 날렸다. 마력을 휘감은 화살이 늑대 마물의 심장을 정확히 관통했다. ‘주역들이다.’ 전부 게임에서 보았던 광경이었다. 화살을 쏜 쪽은 필시 주인공일 터였다. 요정의 마력이 보였기에 알 수 있었다. 지금쯤 다른 칸에 있겠지. 이제 주인공과 여러 주역들을 필두로 생도들은 열차 디펜스를 벌일 것이었다. ‘잘한…! 아.’ 그때 퍼뜩 든 불안감. ‘잠깐만잠깐만. 여기, 하드 난이도 아냐…?’ 전생의 마지막 기억이 하드 난이도를 재시작했을 때였으니까. 만약 그렇다면? ‘분명 일이 개떡 같이 굴러갈 텐데…?’ <엘위>는 회차별로 메인 스트림만 같을 뿐, 스토리가 달랐다. 특히 내가 재시작했던 하드 난이도인 3회차는 많은 사람이 죽어 나가는 암울하고도 피폐한 스토리를 자랑했다. ‘여기선 많은 생도가 죽어….’ 그렇다. 실력 없는 놈들은 죽는다. 나처럼. ‘…그렇다면.’ 손을 내려다보며, <엘위>에서 캐릭터를 생성했을 때를 떠올렸다. 캐릭터를 생성할 땐 고유능력을 선택할 수 있었다. 극적이고도 특색 있는 빌드로 플레이를 해보고 싶었기에, 난 태생 능력치를 가장 낮게 설정한 대가로 특수한 히든 고유능력을 선택했다. 모든 업적을 수집하고, 다 회차를 플레이하며 조건을 충족함으로써 해금할 수 있었던 최종 고유능력들 중 하나이기도 했다. ‘그거 있나? 고유능력.’ 고유능력을 보고 싶다고 생각하자, 허공에 알림창 하나가 떠올랐다. 띠링. ‘있다…!’ 입가에 안도감이 번졌다. [고유능력]「소드마스터의 영혼」설명 : 던전에 위치해 있을 시 발동할 수 있다. 모든 능력치가 「A」급으로 상승하며 패시브 스킬 「소드마스터의 경지」가 적용된다. 던전을 벗어나면 효과가 사라진다. 조건부로 검사의 가장 높은 경지, 소드마스터가 되는 미친 능력이었다. 처음은 A급에 그치나, 더 성장한다면 S급, 더 나아가 EX급까지도 될 수 있었다. 어느새 이마에 송골송골 맺혀 있던 식은땀을 닦았다. 깊게 심호흡하고. ‘자, 이제 어쩌지?’ 무분별하게 스토리에 개입할 것인가? 스토리를 예기치 못한 방향으로 뒤틀어 버릴 것인가? 고민은 길지 않았다. ‘선택의 여지가 없잖아.’ 난 살고 싶었고, 그러기 위한 가능성을 높일 뿐이었다. 애당초 내 존재부터가 이레귤러이지 않던가. 이미 원작은 개 박살 난 것이었다. 하물며, 어차피 여기가 개 같이 암울한 스토리로 떡칠될 운명이라면 더더욱 개입하는 수밖에. [던전을 감지했습니다.][고유능력 「소드마스터의 영혼」을 발동하시겠습니까?] ‘예.’ 의지를 품은 순간. [고유능력 「소드마스터의 영혼」을 발동합니다!] [상태]- 위계 : (7)- 육체 : A- 마력 : A- 경지 : (소드마스터) “……!!” 마력이 화산 폭발하듯 용솟음치며 급격한 열감이 일어섰다. 흡사 하해와도 같은 대량의 마력이 들끓었다. 척박한 땅 같았던 몸속에 물이 한가득 채워져 망망대해를 일구어낸 것 같은 충만감이 느껴진다. 생전 처음 겪는 감각이었다. 마땅한 표현이 떠오르지 않으나, 굳이 비슷한 표현을 골라보자면…. ‘전능감….’ 스으으! 드높은 마력으로 가뿐히 신체를 보강했다. ‘와, 지린다….’ 온몸이 깃털처럼 가벼웠고, 전신의 근육 하나하나가 내 뜻대로 통제될 것이라는 확신이 들었다. 아니, 더 나아가 상상을 현실로 구현할 수 있을 것만 같았다. 마침 숨어 있던 참이라 사람들 눈에 띄지 않은 상황. 생도들이 늑대 마물들 쪽에 한 눈이 팔린 사이, 난 반대편 창문을 슬그머니 열고 밖으로 나섰다. 마치 갑작스레 불어오는 바람처럼, 눈 깜짝할 새에 그리할 수 있었다. ‘자유로운 느낌이야.’ 꿈속을 거닐어도 이만큼은 아닐 듯싶었다. 단, 내 신체 능력에 감탄할 때는 아니었다. ‘일단, 그놈 있나?’ 1, 2회차 땐 없었으나, 3회차 땐 이 열차 위쪽에 위험한 존재가 있었다. ‘크큭, 피바람이 불겠군…’ 같은 오글거리는 대사를 내뱉으며 폼을 잡다가, 늑대 마물 디펜스가 끝나갈 때쯤 참전하는 마족. 없으면 안도하고 돌아가겠지만…. ‘그놈이 있다면….’ 이 세계가 <엘위> 3회차 하드 난이도라는 건 기정사실이 된다. 휙! 가뿐히 뛰어 열차 위쪽에 살포시 당도했다. 일부러 소리를 내지 않고자 했는데, 정말 뜻대로 됐다. 마치 암살자가 된 듯한 기분이었다. 곧 낯익은 녀석이 보였다. 성인 남성의 몸체와 비슷하나, 등에 가시로 이루어진 날개가 뻗어 나와 있었다. 놈의 붉은 눈이 내 쪽을 돌아보았다. 진녹색 피부 위로는 핏줄이 도드라져 있었다. [네놈은…, 뭐냐…?] 끼이익, 파열음이 이는 듯 쩍쩍 갈라진 목소리가 공기를 타고 전해져 왔다. 안타깝게도, 녀석의 존재로 인해 내 우려는 현실이라고 방증되었다. ‘마족, 혁안의 오란켈.’ 여기가 하드 난이도라는 증거이자, 이 열차에서 대량 학살을 벌이게 될 마족. 원작에선 이 열차에서 주인공과 대치한 후 무사히 떠날 테고. 초중반부 스토리에서 마물 군단을 대동하여 플레이어에게 엿 같은 경험을 선사할 터. ‘분명 평소였다면, 저런 거 보면 더럽게 무서웠을 텐데….’ 신기하다. 전혀 안 무섭다. 가슴속은 고요하고 이성은 곤두서 있다. 고유능력이 감정에도 영향을 끼친 것일까. 그나저나 게임 그래픽이 아니라 실제로 보니 징그럽네, 저 새끼. 이 상태가 아니었다면, 자신 있었다. 보자마자 질질 짜면서 도망칠 자신이. 스릉. 난 투박한 철검 한 자루를 빼 들었고, 사선으로 내렸다. 시야가 선명하다. 심장이 차분하게 박동한다. ‘아무렇지도 않게 벨 수 있을 것 같아.’ 비록 아는 건 싸구려 검술 교습소에서 배워본 기본 검술, 마구잡이식 용병 검술 정도뿐이었지만…. 그것만으로 충분하겠다는 확신이 들었다. [가소롭게도…, 죽으러 왔구나….]내 전의를 확인한 마족 오란켈은 마찬가지로 검을 빼 들었다. 파스슷. 옅은 보랏빛 마기(魔氣)가 마족 오란켈의 검에 휘감겼다. 피부와 내장을 잠식하는 기운. [바라는 대로…, 해주마….] 차악!! 마족 오란켈이 검을 휘둘렀다. 마기를 품은 참격이 화살보다 빠른 속력으로 뻗어 나갔다. ‘느려.’ 그 풍경이, 느리게 보였다. 아무런 상념도 들지 않았다. 전의를 품은 순간부터 그저 베겠다는 일념만이 머릿속을 가득 채우고 있었다. 한 발짝. 앞으로 내딛고. 스멀스멀, 아지랑이처럼 몸이 움직여졌다. 그리고 증발하듯, 한순간 소리 없이 도약하며 보랏빛 참격을 피했다. [……!] 곧, 사선으로 그어 올려지는 일검(一劍). 스겅. […허?] 단조로운 절삭음 뒤로, 마족 오란켈의 목이 날아갔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