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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사학교에서 살아남기 (2)

최약 기사는 던전 한정 소드마스터가 되었다 — novelpia.com · All chapters

기사학교에서 살아남기 (2)

제국의 마법 기사 양성소, 그리핀 기사학교는 전생에 빗대자면 사관학교와 비슷했다. 전술과 무예, 마법 등 여러 교육을 이수하고 군대식 훈련도 함께 받는 곳. 문제는… 그 강도가 너무 빡세다는 점이었다. ─ ‘무릇 제국의 마법 기사란 끊임없이 강해져야 하는 법! 입학시험 이후 얼마나 단련했는가, 기사가 될 자질을 갖추고 있는가…. 오리엔테이션 때 공지했던 대로 테스트하겠다!’ 교관은 그리 말하고서 나를 포함한 1학년 생도들에게 산악구보를 시키고 있었다. ‘이 미친놈들…!’ 죄다 무진장 빠르다. 전생의 어느 동영상 플랫폼의 방송인이 그랬듯 마라톤 뛰면서 폭식 먹방을 찍는 건 이들에겐 여유일 듯했다. 대뜸 교관은 산꼭대기 쪽을 가리켰다. “저 꼭대기에 도착 지점이 있다! 거기까지 선착순이다! 먼저 도착한 순서대로 1등부터 3등까지는 상점 50점씩, 4등부터 10등까지는 30점씩 부여하도록 하겠다! 상점이 얼마나 중요한지는 다들 알고 있겠지!?” 별안간 생도들의 눈에 이채가 감돌았다. 이들의 목적은 가장 권위 있는 마법 기사단에 입단하는 것. 기사학교에서 좋은 성적과 상점을 잘 타낼수록 그럴 확률이 올라갔다. “반대로 내가 ‘시작’이라 외칠 때부터, 30분 안에 도착 지점까지 도달하지 못한 녀석들은 전원 퇴학 처리될 거다! 체력이 부족하면 마법을 쓰든, 기어서 가든, 재주껏 살아남도록! 어떠한 상황에서도 살아남는 방법을 강구하는 것 또한 기사에게 필요한 역량이니!” ‘이런 씹…!’ 이 빌어먹을 기사학교는 수 차례 알맹이 고르기를 실시하며 부적절한 생도들을 걸러냈다. 이번 구보도 그중 하나였다.전생으로 치면 UDT와 비슷하다고 해야 하나. 훈련에서 기준 미달이면 퇴교 처리되는 것처럼.더군다나 재학 중인 것만으로 기사 신분에 준하게 되는 특혜까지 내려지니, 그만큼 요구되는 기준이 빡셀 수밖에.그렇다. 이 학교의 생도가 되는 건 어디까지나 마법 기사가 될 최소한의 기회를 얻게 되는 것일 뿐. ‘스토리고 나발이고, 여기서 나가떨어지면 아무 소용 없잖아.’ 기사학교에 발을 못 붙이면 많은 스토리에 손을 쓸 수 없게 된다. 사실상 게임 오버다. 바보 같게도, 앞으로의 미래를 게임 플레이 기준으로만 생각하여 이런 시련을 간과해 버렸다. 알맹이 고르기는 스토리에만 묘사될 뿐이었고, 플레이어가 실제로 퇴학당하는 일은 없었으니. 아아, 제가 기사학교에서 승산 없다고 하셨던 우리 교습소 사범님…. 이제야 당신의 깊은 뜻을 깨닫습니다…. “되다 만 스콰이어들아! 알아들었나!?”“예에!!”생도들이 악에 받친 것처럼 소리쳤다. “자, 시작!” 휘잉!! ‘우왁!’ 생도들이 강한 바람까지 일으키며 맹렬히 질주하기 시작했다. 내 머리칼과 옷자락이 펄럭일 정도였다. 흙먼지까지 우수수 일어난 탓에 난 콜록콜록 헛기침을 반복해야 했다. 미친놈들, 이제까지 전력으로 뛴 게 아니었어? “모, 못하겠어….”“끄으윽, 아아악…!”“허억, 헉…. 아아…!”물론 나와 비슷한 상태의 생도들도 제법 있었다. 그들은 하나둘씩 떨어져 나갔다. 주저앉거나, 쓰러지거나. 자신의 두 허벅지를 거세게 내려치며, 울먹였다. 나보다 의지가 박약하거나 나와 비슷한 능력치의 생도들인 듯했다. 어느새 내 몸에도 한계가 닥쳐오고 있었다. ‘조금은 성장해 둬서 다행이다….’ [상태]- 위계 : 1- 육체 : E+- 마력 : E+- 경지 : 소드 유저 며칠간 부단히 단련해온 결과, 능력치 등급이 올라 있었다. 특수 업적 ‘극의로 한 걸음’을 달성하여 성장의 길이 열리고 성장 속도가 올라간 덕분이었다. 이 정도도 되지 못했다면 나도 진작 저 뒤처지는 생도들과 운명을 같이 했겠지. 이를 악물고 달렸다. 폐가 조여오듯 숨이 차올랐다. 다리가 비명을 질렀다.그러다 확신했다. ‘아…, 이거 안 된다.’ 이러다간 제시간 안에 목표 지점까지 도착하지 못할 것이었다. 그렇다고 포기할 생각은 추호도 없었다. 전생의 기억을 되찾은 뒤로 아껴둔 것이 있었다. 지금이야말로 그걸 써먹을 때였다. 주변을 살폈다. ‘…저기 있다!’ 곰처럼 신장도, 덩치도 유독 큰 회갈색 머리의 남자 생도가 눈에 들어왔다. 가느다란 눈매, 터프한 인상, 두툼한 근육질이 돋보이는 녀석이었다. 그는 육중한 몸체로 조금도 숨을 흐트러뜨리지 않고 달리고 있었다. 여유로워 보이네. ‘바바리안.’ 원작에서 반쯤 조연이었던 녀석. 다른 생도들이라면 모를까, 저 바바리안에게라면 도움을 청할 수 있을지도 몰랐다. 난 애써 바바리안에게 접근했다. “바, 허억, 바바…리안…!”“뭐냐?” 바바리안이 내 쪽을 돌아보더니 경계하듯 굵직한 목소리로 반응했다. 난 가까스로 숨을 고르며 말을 꺼냈다. “거래, 좀, 하자…!”“거래?” 스윽. “이거…!” 품 안에서 육포를 하나 꺼냈다. 기사학교 입학 전. 돈을 아끼려고 잔뜩 만들어서 챙겨뒀다가, 전생의 기억을 깨우친 후로 일부러 아껴놨던 육포였다. 바바리안은 의문스럽게 육포를 빤히 쳐다보았다. 기억하기로, 이 녀석은 육포를 굉장히 좋아한다. 육포를 싫어할 사람이야 있겠냐만, 지금쯤 이 녀석은 돈이 없어 육포 같은 간식도 못 사 먹고 무료 학식으로만 배를 채우던 중이었겠지. “당장, 줄 만한 게, 이거밖에 없는데…! 허억, 나 좀, 도와주면, 안 될까…!?”“내가 육포를 좋아하긴 하다만…, 그거 하나로 생판 초면인 널 도울 만큼 좋은 놈은 아니다.” 바바리안의 고개가 다시 정면으로 돌아갔다. “코뿔 사슴 고기로, 만든 건데…!”바바리안의 고개가 흠칫 떨렸다. 네가 좋아하는 거잖아. 이런 거 구해다 줄 친구도 없잖아. 그걸 내가 준다니까? “…난 이미 내 뜻을 전했다. 전사는 두말하지 않는다.” 이 지조 있는 자식. 쉽지 않다. 어쩔 수 없다. 스윽. 난 눈물을 머금고, 육포들이 든 작은 주머니를 꺼냈다. “이거, 다 줄게…!”“……!” 바바리안의 눈이 커졌다. 그가 섣불리 거절하기엔 너무 많은 육포인 듯했다. “하나만 먹어봐도….”넘어왔나.겨우 고개를 끄덕이자, 바바리안은 주머니에서 육포 한 조각을 꺼내 입안에 넣었다. 우물우물. 찬찬히 육포의 맛을 즐기던 녀석은 번뜩, 결의 어린 눈으로 내 쪽을 돌아보았다. “말해두지…. 나, 푸른 갈기 부족의 전사 투락은 전우를 저버리지 않는다.” ‘이야, 그것 참….’ 아주 물질적인 전우애로구만…. “어떻게 도와주면 되겠나?”“밀어줘…!”“알겠다.” 바바리안은 큼지막한 손으로 내 등짝을 짚고는 내 페이스에 맞추어 계속 밀어주었다. 덕분에 한결 뛰기 편해졌다. 문제 될 것도 없었다. 교관은 재주껏 살아남으라고 했으니까. 그러나 힘이 보태졌을 뿐, 힘든 건 매한가지였다. “허억, 허억…! 끅…! 죽겠다아…!”“조금만 힘내라. 육포…, 아니, 전우여.” 그때, 슥. 또 다른 손이 내 등에 맞닿았다. 바바리안의 커다란 손에 비해 훨씬 작은 손이었다. “저기이….”“응?”대뜸 왼편으로 슬그머니 한 여자 생도가 다가와 있었다. 웨이브치며 내려오는 진보라색 머리카락. 왼쪽 앞머리칼이 그녀의 한쪽 눈을 가리고 있었다. 반대쪽, 드러난 눈은 내 눈을 피하고 있었다. “저도 도울게요….” 소심한 어조가 그녀의 앙증맞은 잇새 사이로 흘러나왔다. 영 자신감이 부재 중인 목소리였다. 난 놀랐다. 아는 얼굴이었으니까. ‘사령술사…?’ 흑마법사이자 사령술사, 마법 명가의 공녀, 바이올렛 블랙가든. 저번 열차 사건에서 마기를 느꼈을 유일한 인물이었다. 퍼뜩 경계심이 일었다. 내 정체를 알아채고 접근한 걸까? 날 의심할 만한 어떤 단서라도 발견했던 걸까? 신뢰조차 쌓이지 않은 이에게 내 비밀이 털리는 건 원치 않았다. “힘내요…! 이렇게 열심히 뛰는데, 퇴학당하면 안 돼요오…!” …소심한 외침이었다. 이내, 사령술사는 민망해졌는지 대뜸 내게서 시선을 돌리더니 작게 중얼거렸다. “저따위가이런말해서미안해요오지랖부려서죄송해요….” 자괴감에 빠진 듯했다. 바바리안이 날 돕는 상황인 줄 알고 거들어 와준 걸까. 진작 나가떨어졌던 녀석들과는 달리, 한계에 다다르고서도 계속 버티며 달리려는 날 도와주고 싶어진 걸 수도 있었다. 얜 흑마법사라 안 좋은 인식을 받고 있을 뿐, 성격은 착하니까. ‘의심이든, 호의든…. 어느 쪽이든 상관없나.’ 뭐가 어쨌든, 결과적으로 괜찮은 상황일지도 모르겠다. 사령술사는 지금 신체 접촉을 한 부위를 통해 내 마력을 느끼고 있을 테고. 내가 열차에서 마족을 해치웠던 이가 아니라는 확증을 얻고 있을 테니까. “헉, 아니, 고마, 워…. 헉, 허억….”“너희들…, 그러다 죄다 늦을 거다?” 교관이 우리와 속도를 맞추며 사악하게 웃었다. “허억, 허억…!” 다 쓴 치약을 쥐어 짜내듯, 마른걸레로 물 한 방울이라도 더 짜내듯. 젖 먹던 힘까지 쏟아내며 난 바바리안, 사령술사와 함께 달렸다.어느덧 다른 교관이 서 있는 도착 지점이 눈에 보이기 시작했다.“10, 9, 8…!” 교관이 일부러 압박하려는 듯 손목시계를 보며 카운트 다운을 크게 셀 때. “도착!!!” 우리는 마침내 도착 지점에 도달했다. 풀썩! 단숨에 다리에 힘이 풀렸다. 난 그대로 땅바닥에 엎어졌다. 맑은 산 공기가 폐부를 가득 메웠다. 아, 갈비뼈 아파…. “흐으악, 됐다아…!”“됐군.”“됐어요! 에헤헤!” 바바리안은 처음부터 끝까지 엄숙한 표정이었고, 사령술사는 헤실헤실 웃었다. ‘얘넨 전혀 안 힘들어 보이네….’ 바바리안은 종족 특성상 태생적으로 워낙 신체 능력이 뛰어나서 그렇겠고. 사령술사는 워낙 마력이 많은 데다 신체 강화 마법을 숙달해 왔던 덕분에 그렇겠고. …왠지 내 자신이 초라해진다. “쟤, 걔지? 입학시험 때 표적 못 부쉈던 애.”“살아남긴 했네. 도움받으면서. 저것도 대단하다면 대단하긴 한데….”“바바리안이랑, 흑마법사…. 저건 또 무슨 조합이야…?” 눈에 띄는 모습으로, 아슬아슬하게 꼴찌로 들어와서 그럴까. 생도들이 우릴 두고 소곤거리는 소리가 들려왔다. 뭐라 대꾸하기도 모호하고, 힘도 다 빠진 상태라 그냥 무시했다. “흑, 으윽…!”“헉, 헉…!” 나머지 생도들 또한 뒤늦게 도착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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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러나 교관은 자비를 베풀지 않았다. “지금부터 호명하는 번호의 생도들은 전원, 조만간 퇴학 처리될 거다. 10번, 12번, 22번, 45번, 61번, 79번…….” 생도 10명이 떨어져 나갔다. 탈락한 생도들은 한 번만 봐달라고 청하거나 애원했지만, 교관은 냉정하게 대했다. “제국의 위상을 저해하지 말고, 주제 파악하고 떠나라.” 탈락한 생도들은 조용히 울거나, 입술을 깨물며 화를 참거나, 무어라 항의했다. 하지만, 교관은 무시했다. “어이, 17번.”“17번 생도, 론 헤이즐리…!” 교관이 씨익 웃는 얼굴로 날 내려다보았다. 난 힘겹게 관등성명했다. 하, 씨. 아직도 숨쉬기 버겁네.“용케 퇴학을 비껴갔군. 축하한다! 아주 눈물겨운 완주였지! 감동적인 전우애였어!”“예! 가, 감사합니다…!” 좋은 의도로 하는 말이 아님을 알았다. 이내, 호쾌하던 교관의 얼굴에 약간의 진중함이 깃들었다. “…이번엔 동기들의 능력에 의존해 살아남을 수 있었어도, 앞으로도 그런 상태면 미래는 장담할 수 없을 거다.” 교관은 다시 웃는 얼굴로 외쳤다. “그러니 정진해라! 알겠나, 17번!?”“예…! 알겠습니다…!” 너무나도 잘 알고 있었지만…, 막상 귀로 들으니 뼈아픈 충고였다.  * * *  바이올렛은 낯을 많이 가렸다. 천성이 그렇진 않았다. 흑마법의 길을 걷게 된 후로, 사람들로부터 손가락질과 힐난 섞인 뒷담에 휩싸이다 보니 차츰 의기소침해졌던 것이었다. 그러니 평소의 자신이었다면 퇴학이 걸린 장거리 구보 테스트에서 어느 생도를 도와준다는 선택지는 고르지 못했으리라. 밤, 여성 기숙사. 바이올렛은 진보라색 머리칼을 손가락으로 배배 꼬며 생각에 잠겨 있었다. 그녀의 책상 위에선 벚꽃 색감의 마력으로 몸체를 이룬 자그마한 해골 강아지가 나돌아다니고 있었다. ‘그 사람일까 싶었는데….’ 열차 사건에서 마족을 해치운 강자를 찾고 있었다. 당시 작은 사령과 마법을 부려 몰래 열차를 면밀하게 조사했다. 그리고 창틀에서 먼지가 일부 걷혀 손자국이 희미하게 난 구간을 발견했다. 누가 창틀을 잡고 창밖으로 나갔던 것임을 짐작할 수 있는 자국이었다. 그쪽에 있던 생도들 중 한 명이 바로 자신의 동기, 론이었다. 단정 지을 순 없어도 의심해볼 만한 상대였다. 하여 구보 도중 일부러 론에게 접근해, 도움 주는 걸 구실 삼아 그의 등에 손을 얹고 마력을 느꼈다. “아니었어.” 론이 힘겹게 달렸던 것 정도야 신들린 연기로 치부할 수 있었다. 하지만, 론이 품은 마력은 명명백백히 양이 적고 허약했다. 그는 순수하게 약한 생도였다. 구보 때 그가 보인 모습은 결코 연기가 아니었다. ‘마력이 감추고 싶다고 해서 감춰지는 것도 아니고….’ 자신이 놓친 게 있을까. 어쩌면 단편적인 단서들만으로 잘못된 추론을 한 걸지도. 그도 그럴 것이, 상대는 비범한 강자이지 않은가. 그가 마족을 해치우고 떠나간 방식을, 자신의 안일한 사고방식과 추론만으로 판단하려는 쪽이 오히려 우스꽝스럽다. 그러니 아직 판단은 보류하기로 하자. 바이올렛은 의심 단계에 머무르기로 했다. 해골 강아지가 고개를 갸웃거렸다. 울음소리 대신 뼈마디가 맞부딪히며 달그락거리는 소리가 났다. 바이올렛은 해골 강아지의 두개골을 쓰다듬었다. 문득 최약체 론, 바바리안 투락과 함께 달렸던 기억이 바이올렛의 머릿속을 채웠다.‘근데 뭐랄까…. 즐거웠지.’ 비록 의문의 강자를 찾아내려 한 의도였다지만, 얼떨결에 순수하게 재밌는 경험을 쌓아 버렸다. 여태 흑마법사라는 이미지 탓에 친구 하나 없던 바이올렛에게…, 다 같이 협력하여 어떤 목표를 이뤄내는 일은 꿈만 같은 것이었다. 그야말로 자신이 상상으로밖에 품어오지 못했던 낭만적인 청춘이나 다름없음이라.적어도 그 두 생도만큼은 자신을 사람 좋게 봐줄지도 몰랐다. 바이올렛은 나지막이 웃었다. “어쩌면 나한테도 친구가 생길지도…. 에헤헤….”[주인, 웃지 마라. 음침해 보여서 기분 나쁘다.]“응?” 못 볼 꼴을 본 듯, 주인을 보다 못한 해골 강아지가 진지하게 다그쳤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