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토벌 테스트 (2)

최약 기사는 던전 한정 소드마스터가 되었다 — novelpia.com · All chapters

토벌 테스트 (2)

레이첼 교관의 머릿속에서 론의 평가가 격상했다. 골렘의 핵이 숨겨진 위치를 간파하는 통찰력은 필시 고평가할 만했다. 다만, 그것만으로는 운이 좋았을 가능성을 배제할 수 없었다.그러나 방금 보여준 모습은 아니었다. 명백한 재능의 편린을 구분하지 못할 만큼 교관들의 경험과 눈은 허술하지 않았다.그렇다지만. ‘자, 이제 어쩔 거니? 론 헤이즐리.’ 당장의 위기만 넘겼을 뿐. 승부는 끝나지 않았다. 골렘은 잠시 넘어졌을 뿐이지, 상태는 멀쩡하니까. 과연 다음엔 어떤 모습을 보여줄까. 그 난관을 어떻게 극복할까. 레이첼 교관이 기대하고, 넘어진 골렘이 몸을 일으키려 하던, 그때. “이때다.” 타다다! 론은 전속력으로 줄행랑쳤다. 벼락같은 질주였다. “…….”“…….” 교관들 사이에 침묵이 흘렀다. 그러다 로건 교관은 “허허!”하고 헛웃음을 터뜨렸고, 레이첼 교관은. “푸흡, 푸흐흐흐…! 아, 어이가 없네…!”배가 아플 정도로 웃었다.  -  엘리제 로렌디아는 평소의 자홍색 반묶음 머리를 전투 시엔 포니테일로 묶었다. 그녀가 햇살 같은 미소를 만면에 머금은 채 지친 기색 하나 없이 칼을 휘두를 때마다, 살벌한 꽃잎 바람과 검격이 골렘들을 참살했다. 골렘들을 충분히 많이 잡았고 슬슬 테스트가 끝나갈 무렵이었음에도, 엘리제의 발은 쉬지 않았다. ‘아직 그 강하다는 골렘을 못 만났어.’ 이 테스트에서 유독 강한 골렘이라고 언급됐던 개체를 직접 상대해보고 싶었다. 하여 마법 꽃바람을 퍼뜨려 주변을 탐색하고 있었다. 그러다가 이제까지 잡아온 골렘들보다 강해 보이는 골렘을 감지했다. ‘찾았…!’ 엘리제는 그 골렘에게로 달려갔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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카아앙! 보았다. “어?”연갈색 머리의 최약체 생도, 론 헤이즐리. 그가 마력을 피워낸 검으로 골렘의 검을 흘려내고 튕겨내는 모습을. 광익검, 개익. 비록 교관이 보여줬던 시범에 비해선 어설펐으나, 확실히 론은 성공했다. ‘어떻게, 한 거야…?’ 아직 자신도 해내지 못하는 기술이었다. 애초에 입학 한 달차인 1학년 생도들 중에 벌써 저 기술을 해낼 수 있는 자는 없었을진대…? 엘리제의 눈이 좁아졌다.론이 누군지 알았다. 입학시험 꼴등, 마력량 꼴등. 저번 테스트에선 요행으로 퇴학을 가까스로 면한 인물이지 않던가. 우등생이라면 모를까, 조금 전의 고난도 검술을 선보이기엔 가장 괴리감을 크게 일으킬 수밖에 없는 인물인 것이었다. 무심코 엘리제는 발을 멈추었다. 론, 저 생도는 사실 진짜 실력을 숨기고 있던 걸까? 문득 궁금증이 생겨, 론이 어떻게 나올지 지켜보는 때. 타다다! “……?”론은… 전속력으로 도망쳐 버렸다. 어딘가에 숨어서 기습이라도 노리려나 싶었지만, 엘리제의 꽃바람 마법은 론이 열심히 도주 중임을 알렸다. ‘뭐야, 저 남자?’ 당황스러워 실소가 터졌다.쿠웅.넘어졌던 골렘이 육중한 몸을 가까스로 일으켰다. ‘일단….’ 론에 관한 의문은 당장엔 접어두기로 했다.어쨌든 론이 골렘을 상대하길 포기했다는 건 확실했다.엘리제는 눈매를 요염하게 좁히고 생글생글 미소를 지은 채 서서히 발걸음을 옮겼다. 휘이이잉!!사라라라락!!엘리제의 검을 기점으로 마력의 꽃잎 바람이 흩날렸다. 골렘의 시선이 엘리제 쪽으로 돌아갔다. “론 헤이즐리. 네가 안 먹겠다면….” 저건 내가 맛있게 먹을게.  * * *  “최소 기준에 미달한 생도들의 번호를 부르도록 하겠다! 해당하는 번호의 생도들은 조만간 퇴학 처리될 거다!” 로건 교관이 입에 담은 퇴학 예정자 번호 중 내 번호 17번은 없었다. ‘살았다…!’ C-급 골렘에게서 도망친 뒤로, 가까스로 남은 골렘 한 마리를 발견해 처리할 수 있었다. 덕분에 10마리 할당량을 채우는 데 성공했다. 턱걸이로 퇴학을 면한 것이었다. 격한 안도감에 휩싸인 채 자리에 앉아 휴식을 취하던 때였다. “다행이다아….”“응?”익숙한 목소리가 들려 그쪽으로 고개를 돌렸다. 진보라색 머리카락이 물결처럼 내려오고, 두개골 모형의 머리핀을 달았으며, 한쪽 앞머리가 한쪽 눈을 가리고 있는 여자 생도. 그녀, 바이올렛이 내 눈에 들어왔다. 나와 눈이 마주치자마자 바이올렛은 “헉.”하고 헛숨을 들이키더니 민망해하며 눈을 돌렸다. 방금까지 굉장히 안도한 표정으로 이쪽을 바라보고 있었단 걸 난 이미 눈치챘다. ‘내가 안 떨어졌다고 좋아해 준 건가?’ 이 착한 녀석. 벌써 나한테 정이 쌓여 있었구나. 감동이었다. “바이올렛!”“헉!? 헤, 헤이즐리 씨…!?”이토록 날 신경 써 주는데 어찌 모른 척할 수 있겠나. 바로 해맑게 웃으며 바이올렛에게 다가가 그녀 옆자리에 앉았다. 바이올렛은 끌어안고 있던 무릎에 어색할 정도로 힘을 주었다. 양손의 손가락을 맞댄 채 꼼지락거리면서. 그녀의 눈동자는 갈피를 못 잡고 이리저리 헤맸다. “아, 더럽게 힘들었다…. 고생했어.”“네, 네에…. 헤이즐리 씨도 고생하셨어요. 에헤헤.”‘근데 얘, 10등 안에 못 들었네? 투락도 그렇고.’ 이제까지 나와 인연을 쌓은 두 사람. 사령술사 바이올렛과 바바리안 투락은 무척이나 강한데도 우수한 성적을 거두지 못했다. 바바리안 쪽이야 지능 문제로 그럴 수 있었다고 쳐도 바이올렛은 왜일까? 잘 모르겠다. “흐으….” 바이올렛은 눈을 내리깔고 있었으나, 입꼬리가 올라가 있었다. 몸을 아주 살짝씩 앞뒤로 흔들고 있었는데 꽤 기분이 좋아 보였다. 뭐…, <엘위>에선 친구 한 명 없는 아웃사이더였으니.나처럼 조금이라도 친한 사람이 생기고, 그가 옆에 있다는 것만으로 즐거운 걸지도 모르겠다. ‘…음?’ 그때, 또 다른 시선이 느껴졌다. 정확히는 시야 구석에 언뜻 날 바라보는 누군가의 얼굴이 비쳤다. 그쪽으로 고개를 돌리자 자홍색 머리칼의 여자 생도가 보였다. 엘리제 로렌디아. <엘리제를 위하여>의 주인공이자 입학시험 1등의 우등생. 작은 체구의 친구 라라와 떠들면서도 내 쪽을 슬그머니 지켜보던 엘리제는…. “흐음?” 나와 눈이 마주치자 눈을 피하기는커녕, 오히려 눈매를 가느다랗게 좁히며 노골적인 의문의 눈초리를 보내기 시작했다. 입꼬리는 슬며시 올라간 것이, ‘내가 널 궁금해하고 있는데 넌 어떻게 생각해?’하고 대놓고 물어보는 것만 같았다. <엘위>에서 엘리제가 누군가를 의심하거나 상대를 떠보고 싶을 때 자주 짓는 표정이었다. ‘역시 봤나 보네.’ C-급 골렘에게서 도망쳤을 때 꽃바람 마법을 보았다. 즉, 아마 엘리제는 내가 광익검의 개익을 쓰는 장면을 목격했을 테고. 그 뒤 내가 상대하는 걸 포기한 그 강한 골렘을 해치웠을 것이었다. 꼴찌 생도가 1등 생도인 자신조차 못 쓰는 기술을 썼다고? 내가 엘리제였어도 그런 의문이 들 법했다. ‘그 정도의 의혹이면 뭐, 딱히 상관없겠지.’ 어차피 소드마스터 상태도 아니었고, 기술도 불완전했잖은가. 그런 일로 내가 엘리제를 뒤에서 도와주고 있는 장본인이라는 진실을 끌어낼 순 없을 테지. 그렇다면 이때 자연스러운 반응은? 슥. 우연히 눈이 마주쳤던 척, 고개를 휙 돌렸다. 좋아, 자연스러웠어. “이것으로 토벌 테스트를 종료하겠다! 모두 수고했다! 내일을 위해 푹 쉬도록!” 그렇게 난 살아남았다. 그리고 이번 시험에서 애쓴 덕분이라고 해야 할까. [능력치가 증가했습니다.][육체 등급 : 「D-」 → 「D」] ‘오.’ 능력치도 올랐다.  * * *  “론 헤이즐리 생도에 대해 한번 알아봤어.”며칠 후, 기사학교 교관 휴게실. 고깔모자를 쓴 적색 머리의 여인, 레이첼은 막대사탕을 쪽쪽 빨며 검은 머리 남자, 로건에게 말을 꺼냈다. “생도 뒷조사나 하고 다니는 건가? 내 아내도 그런 짓은 안 한다.”“뒈질래? 그냥 학사에 기록된 정보 본 거거든? 생도들의 인적사항 정도는 쉽게 알아낼 수 있잖아?”로건은 얄궂게 웃었다. 일부러 놀린 것이 분명했다. 레이첼은 눈을 좁히고 로건을 노려보다가 그에게서 고개를 돌렸다. “걔, 뒷골목 고아 출신이더라고. 그것도 브렌벨의 뒷골목.”“브렌벨….”“예전에 임무 때문에 거기에 들른 적이 있어. 다들, 품 안에 비수 하나는 품고 다니는 아주 정겨운 관습이 있더라?” 레이첼은 말을 이어갔다. “길이야 엉망이었고, 나병 환자나 강도 같은 것도 자주 보였지. 론 생도는 거기서 지내다 용병단에 들어갔다나 봐. 주로 청소나 빨래, 장비 기름칠 같은 잡일을 했던 것 같고. 그렇게 번 돈으로 보잘것없어 보이는 검술 교습소에 가서 검술도 배워보고, 어쩌다 마력도 각성하고…. 그렇게 여기까지 온 것 같아.”돌이켜 보면, 두 차례의 테스트에서 론이 보인 모습도 이해가 갔다.자존심을 버리고서라도 살아남을 방법을 찾고, 상대의 약점을 최우선으로 분석하고, 자신의 빈약한 전력으로도 가장 승산 있는 전투를 벌이려 했던 모습.그 모든 것은 론이 살아온 삶의 방식이었을 터였다. 레이첼은 어깨를 으쓱했다. “아무튼, 환경이 뒷받침되지 못했던 녀석이니까 뒤늦게 재능을 깨우치게 돼도 이상할 것 없다는 얘기지.”레이첼이 이 이야기를 꺼낸 핵심이었다. “지켜볼 가치는 있어 보이거든, 걔. 당장 그 재능이 어디까지 갈 수 있을지 단언할 수도 없고, 언젠가 떨어진다면 어쩔 수 없는 일이겠지만.” 생도들을 면밀하게 파악하고, 그들의 역량을 끌어내 제국을 수호하는 굳센 기사로 키워내는 것. 그것이 이 기사학교의 역할이었고, 교관 된 자의 책무이기도 했다. 본래 론은 금방 퇴학당할 것이라고 여겨졌던 나약한 생도였기에 교관들은 무관심한 편이었다. 한데 두 번의 알맹이 고르기에서 살아남으며 눈에 띄는 재능의 편린을 내보였으니…. 이제 그도 일부 교관들의 관심 대상에 포함되는 건 자연스러운 수순이었다. 로건은 웃음소리를 흘렸다. “제법 관심이 생겼나 보군? 17번 생도한테.”“부정은 안 할게. 근데 그건 너도 마찬가지잖아.”“나야 숨길 것도 없지!” 레이첼은 호쾌하게 미소 짓는 로건을 퉁명스레 쏘아보았다.  ……  노을빛이 내리깔린 저녁, 그리핀 기사학교의 야외 훈련장 중 어느 한 곳. “다시!” 쐐액!카앙!“으악!” 자홍색 머리칼의 여자 생도, 엘리제 로렌디아가 친구 라라와 함께 걷던 중이었다. 난데없이 비명이 들리자, 소리가 들린 쪽으로 고개를 돌렸다. 연갈색 머리칼의 최약체 론과 짧은 회갈색 머리칼의 바바리안 투락이 가검을 주고받고 있었다. 론은 속절없이 나가떨어졌으나, 냉큼 일어나 검세를 취했다. 그의 전신은 땀으로 흠뻑 젖어 있었다. “다시.” 바바리안 투락은 육포를 우물거리며 마찬가지로 자세를 잡았다. 론의 훈련을 돕는 모양새였다.엘리제는 잠시간 그런 론의 모습을 빤히 쳐다보았다. “왜 그래? 쟤네한테 볼 일 있어?”“아니, 그냥 한번 본 거야. 어서 갈까?” 엘리제는 라라에게 생긋 미소 짓고 답했다. 두 사람은 다시 기숙사를 향해 걷기 시작했다. 그러던 와중, 라라는 슬그머니 론 쪽을 곁눈질했다. 언제나 위를 바라보며 향상심을 드러내 온 엘리제다. 그런 그녀가 밑바닥에 머무르고 있는 남자 생도 론에게 관심을 보이는 건 라라에게 영 낯선 상황이었다.‘응?’이내 의도치 않게 론의 외모가 제법 괜찮다는 사실을 깨달은 순간, 라라의 눈이 가늘어졌다. ‘설마….’ 라라의 머릿속에 낯간지러운 의심이 싹을 틔우기 시작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