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갤러리 (1)

초월자들에게 애호받는 갤러리 뉴비가 되었다 — novelpia.com · All chapters

갤러리 (1)

이상한 세상에 떨어졌다.지금 내가 처한 상황에 대해 이보다 더 명확하게 설명할 말은 없어 보였다.   전조 같은 건 딱히 없었다.평상시대로 편의점 아르바이트 후, 커뮤니티 활동을 하는 루틴을 지키고 잠을 청했을 뿐이다.   그런데 눈을 뜨니, 내 원룸 집구석과는 거리가 먼 풍경이 펼쳐져 있었다.   회색의 벽.그리고 벽에 걸린 촛대들.   꿈속은 아닌 것 같았다. 뺨을 후려갈겼는데 고통이 아주 제대로 느껴졌으니까. 허벅지를 꼬집어도 고통이 분명하고 말이지.너무 꿈 같은 상황이라 오히려 현실이라는 확신이 들었다.   ‘…갤질 좀 착하게 할 걸 그랬나.’   어제는 갤질을 험악하게 하지도 않았는데 말이야.   아니, 갤질 이전에 인생을 열심히 살았어야 이런 시궁창 같은 세상에 떨어지지 않았으려나.아주 조심히 전진했다.   투욱.   발에 무언가가 걸렸다.내 시선이 발치로 향했다. 내 발에 걸린 건 해골 머리였다.   데구르르르….   아주 분명한 사람의 해골 머리통이었다.머릿속에는 혼란이 가득 채워졌다.   대체 어떤 세상에 처박힌 거야, 이거.   해골바가지가 있다는 건, 사람이 죽을 수 있는 요소가 있는 공간이란 뜻이다.빛바랜 벽돌. 흙과 곰팡이가 뒤섞인 냄새.   뭐, 던전 같은 건 아니겠지?걸음을 천천히 옮겼다. 지금 할 수 있는 건 촛대들의 불꽃을 따라 걷는 것밖에 없었으니까.   이내 멈췄다. 내 발걸음이.   【 1 】   벽면에 적힌 검은색의 숫자가 시선을 잡아끌었다.1.…여기가 1층이라는 건가?층계로 이루어져 있는 건축물이란 건가, 이곳이?   일단 계속 걷는 수밖에 없었다.   콰드득!   무언가 씹어 먹히는 소리가 귓가에 들려왔다.문제는 소리의 근원지가 바로 코앞이라는 것이다.살짝 튀어나온 회색 벽을 엄폐물 삼아 몸을 웅크렸다.   ‘씨발.’   콰득!   무언가가 무언가를 섭취하고 있었다.거대한 개미.몸뚱이의 높이만 치더라도, 족히 1m는 되어 보이는 거대 개미가 무언가를 씹어먹고 있었다.   ‘…사람인데.’   사람으로 보였다. 그것도 이미 죽은 사람.미동도 하지 않은 채 개미에게 육신을 씹어 먹히고 있었다.   움직이는 개미의 큰 턱. 그리고 그때마다 아래로 흐르는 건 검붉은 피였다.   콰직!   숨을 죽였다.   내가 놈의 뒤에 있어서인지 식사에 열중하고 있어서인지 분간이 되지 않았지만, 확실한 건 아직 저놈은 내 존재를 모르고 있다는 것.   ‘무기가 있어.’   바로, 개미의 바로 뒤에.아마도 지금 개미에게 씹어 먹히고 있는 사람이 쓰던 창.지금 저 개미를 죽일 수 있는 물건은 오로지 저 창밖에 없었다.   저 거대 개미 놈이 식사를 끝마치고 이쪽으로 다가오기라도 하면, 창을 들 틈도 없이 죽어버릴 것이다.기회는 지금뿐.당장 몸을 움직여 저 창을 잡는 게 최선의 선택지였다.   최대한 몸을 낮추고 천천히 앞으로 이동했다.숨은 완전히 참은 채로 전진했다.   콰득! 까드득!   참혹한 소리를 들으며 양손을 뻗었다.아직까지도 식사 중인 거대 개미의 뒤에 있는 창 한 자루를 향해.   턱.   ‘…잡았다.’   창의 감각은 썩 묵직했지만, 들지 못할 정도는 아니었다. 헬스장에서 빈 봉을 좀 자주 들어놔서 다행이지.   곧바로 창을 내질러 버리려는데, 시선이 느껴졌다. 아주 섬뜩한 포식자의 시선이.거대 개미의 검은 눈동자가 나를 뚫어져라 바라보고 있었다.   몸을 급히 움직였다. 오른발을 내디디며 양팔을 앞으로 내밀었다.   푸우욱!   창이 개미의 머리통을 직격했다.비틀거리며 뒷걸음질 치는 개미의 다리를 향해 창대를 휘둘렀다.   콰직!   심장이 빠르게 뛰었다.기세는 내 쪽에 있었다. 죽기 살기로 양팔을 계속 내질렀다.   거대 개미의 머리통을 향해서. 수십 번을.   이내, 청록색 피가 바닥에 웅덩이를 이루었다.아무래도, 내가 놈을 확실히 죽이는 건 성공을 한 모양이었다.   머리통이 짓눌린 거대 개미가 미동도 하지 않았다.그새 온몸이 땀범벅이 되었다.   검은 셔츠에는 개미의 끈적한 피가 묻어 있었다.   “크으….”   온 힘을 다해 힘을 내서 그럴까, 양팔이 뜯겨나간 것처럼 아파져 왔다.   [경험치가 올랐습니다.][현재 경험치 30%][경험치가 100%가 되면 레벨이 상승합니다.][레벨이 올라갈수록 경험치 수치 상승이 더뎌집니다.]   레벨?이쯤 되면 대략 정신이 혼미해졌다. 대체 어디에 처박힌 거야, 나는?   내 시선은 아직 일그러진 개미를 향해 있었다.그리고 그 뒤에 있는 죽은 사람으로 향했다.   “뭐야?”   옷이 내가 조금 전까지 있던 현대의 옷과는 너무 달랐다.마치 서양 중세 시대의 옷 같은 느낌.   시신의 머리 위에 뭔가 떠 올랐다.   [NPC - 도망치는 시민]   이름도 아니고 ‘도망치는 시민’이라는 명칭이라니.   “NPC라는 건가….”   맞닥뜨리는 상황이 하나같이 비현실적이었다.나는 죽은 시민의 옷가지를 조심스럽게 뒤졌다.옷 밑에 깔린 주머니가 하나 있었다.   주머니 속에는 아주 익숙한 감촉의 물건이 하나 있었다.꺼내 들었다.   “휴대폰?”   뭐야, 휴대폰이 여기서 왜 갑자기 튀어나와.이제까지 전혀 현실답지 않은 상황만 펼쳐졌는데. 갑자기 현대문물이 튀어나왔다.   형태는 스마트폰과 똑 닮아있었다.   전원 버튼 같은 걸 눌렀다.   띠링-   화면이 켜졌다.갑자기 화면에서 푸른색 빛이 점멸하더니, 마치 홀로그램 같은 인터페이스가 눈앞에 펼쳐졌다.   그리고 보이는 활자.   【 초월자 갤러리 】   나는 손을 들어 드래그를 내렸다.글이 꽤 많이 올라와 있었다.내가 이곳에 오기 전까지 하던 커뮤니티 갤러리처럼.   일단 눈에 띄는 글을 아무거나 눌렀다.   제목 : 요즘 뭐 눈에 띄는 루키 있음?작성자 : ㅇㅇ-최근에 현생이 좀 바빠서 등갤 못 들어가 봄. 초월갤도 오랜만에 온 듯 ㅎㅎ   └ 딱히 눈에 띄는 뉴비는 안 보임.└ ㄹㅇ 요즘 것들 의지가 너무 없음. 죄다 쉬운 길만 찾으려고 해.└ 그래서 넌 어디 클리어함? 노멀? 이지 난이도 종결자 주제에 그런 말 하는 건 아니지?   └ 빛의검) 검을 아는가?└ 검무새야 넌 지겹지도 않냐?   초월갤은 ‘초월자 갤러리’의 줄임말인 것 같고.등갤은 또 뭐야.일단 뒤로 가기를 눌렀다. 그리고 방금 전에 올라온 최신 게시물을 클릭했다.   제목 : 진짜 등갤에 왜 글을 못 쓰게 하는 거냐ㅑㅑ 빌어먹을 시스템작성자 : 대마법사-답답해서 미치겠네. 왜 충분히 이길 수 있는 걸 쫄아서 못 이기는 거야. 고작 35층인데! 팔이 타들어 가든 다리가 찢기든 일단 밀고 들어가서 죽여버리라고! 어차피 층계 클리어하면 회복이 되는데, 뒤지게 뭉그적거리네.   └ 본인 일 아니라고 너무 막 훈수하네 대마법사 맞긴 함?└ 이지 모드 종결자 ㅈ밥쉑 검거. 다들 너 같은 ㅈ밥은 아니라는 걸 알아두셈. 이 사람 하드 종결임. 고닉 보면 모르냐?   고닉.고정닉네임은 갤러리 내에서 고유한 한 닉네임을 계속 쓰는 사람을 뜻했다.   └ ㅆㅂ 6할이 이지 모드 출신인데 너도 그래봤자 노멀 출신 아님? 같은 ㅈ밥 범부잖아. 왜 네가 저 대마법사한테 자아의탁함?   └ 이지<<<<<<<<노멀└ ㅋㅋㅋㅋㅋㅋㅋㅋ 자의식이 너무 세다. 노멀이랑 킹갓 하드 모드님들 수준 차이가 저 정도인 거지. 그래봤자 << 벽 두 개 정도임 이지랑 노멀은.   └ 무녀) 하와와, 다들 싸우면 안 되는 것이와요.└ 틀.└ 빛의검) 검을 아는가?   어지럽다.그나마 확실히 느껴지는 건, 이 초월자 갤러리란 곳에서 글을 쓰고 있는 사람들이나 댓글을 단 사람들이나 모두 지금 현재 무언가를 공략하고 있는 게 아니라 공략을 끝낸 것처럼 보인다는 것.   그럼 난 뭐지?어직도 어딘지는 감도 안 잡히지만, 여기가 1층인 건 확실해 보였다. 고로 난 이제 시작점이라는 뜻이다. 갤러리에서 떠드는 사람들과 다르게.   일단 글이나 하나 올리고 반응을 좀 봐야겠다.   ‘글쓰기’를 누르고 작성을 시작했다.자판도 홀로그램 키보드처럼 허공에 투영되니, 글쓰기는 편했다.   타다닥-   작성자는 그냥 ‘ㅇㅇ’로 해야지. 여기도 고정 닉네임을 안 쓰는 사람들은 이걸 쓰는 모양이니까. 진짜 갤 같네.   글을 다 쓰고 업로드를 눌렀다.   제목 : 님들은 다 깸? 나 이제 1층인 거 같은데 뭐임, 여기.작성자 : ㅇㅇ-벽에 1 적혀져 있는 거 보니까 난 이제 시작인 거 같은데. 님들은 다 끝난 거임? 여기 대체 정확히 뭐임? 방금 거대한 개미 한 놈 잡았음.   올리자마자 댓글이 달렸다.   └ ㅂㅅ 뭐 이런 어그로를 끄냐. 여기 초월갤인데 등반자가 어떻게 글을 싸지르냐. 개노잼이고└ 할 일 없으면 발 닦고 쳐 자라~~   └ 무녀) 하와와, 재미없는 것이와요.   └ 등갤로.└ ㅋㅋㅋㅋㅋㅋㅋ 등갤로 이 지랄 개웃기네 ㅁㅊ놈인가 등반자 갤로 어떻게 감. 회귀시켜주면 다시 등반할 것임?└ ㄲㅈ 절대 다시 등반 안 한다. 아직도 외상 후 스트레스 오지는데   안 믿네.제발 믿어 달라고 글을 하나 더 쓰려는데.   그새 댓글이 하나 더 달렸다.   └ 주딱) 뭐 어떻게 된 일인지 모르겠는데…쟤 말 사실인 듯? 위치 좌표 확인해보니까 666.666.66.532임. 666으로 뜨는 거 등갤 유저들 좌표잖아.   주딱?내가 아는 그 갤러리 주딱과 같은 역할인가.갤러리의 게시글을 지우거나, 이용자를 차단할 수 있는 권한을 지닌 갤러리 관리자였다.   아무튼, 주딱의 댓글이 달리자마자 마치 시간이 멈추기라도 한 듯 잠깐 아무런 댓글이 달리지 않았다.   그리고.그 잠깐의 침묵 뒤에 미친 듯이 댓글이 달리기 시작했다.   └ 뭐임?? ㅈㅉㅇㅇ? 등반자가 어떻게 초갤을 ㅋㅋㅋㅋ 뭔 일임 이거?└ 그것도 1층따리가??? ㅈㄹ ㅋㅋㅋㅋㅋㅋ└ 1층이고 뭐고 등반자가 초월갤을 오는 것 자체가 말이 안 되잖아 ㄹㅇ└ 무녀) 하와와, 좀 전의 실언을 사죄하는 것이와요.└ 빛의검) 검을 아는가?   드래그를 내려도 끝이 없을 정도로.   └ 대마법사) 뭐야, 이런 갑자기 미친 일이 일어나?? 너 혹시 마법은 쓸 줄 아니?└ 개척자) ??└ 시궁창검성) 좀 더 자세히 말해보도록.└ 절대군주) 출신지는?└ 天魔) 그래서 지금 1층이란 말이냐? 난이도는?   └ 밀실론자) 이변이 발생했다ㅏㅏ -이 세상은 거대 밀실로 이루어짐└ 얼음여왕) 꽁꽁! 얼어붙은!└ 엘프다) 혹시 이종족이니?   └ ㄷㄷㄷㄷ 잘 안 보이던 인간들 다 튀어나오는 것 보소 ㅋㅋㅋㅋㅋㅋㅋㅋㅋ└ ㄹㅇ 눈팅족들 다 끄집어내네. 놀랍긴 해 ㅇㅇ└ 괴물들 다 튀어나오네   초월자 갤러리의 온갖 관심이 내게 쏠린 건 확실해 보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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