난이도 (2)
난이도 (2)
한유성이 초월자 갤러리를 종료하고 걸음을 재촉한 이후에도 <초월자 갤러리>의 이야기 주제는 그를 향해 있었다. 제목 : 근데 저놈을 어떻게든 도와준다 쳐도, 우리한테 뭐 득이 되는 게 있으려나?작성자 : 밀실론자-물론 심심한 게 해소되는 게 있긴 해 ㅇㅇ 근데 그것 말고 딴 게 있나 싶은데. └ 재미있으면 그만 아님?└ 마족 아조씨가 언제부터 그렇게 의미 있는 걸 생각했다고 이득 같은 걸 찾음 ㅋㅋㅋㅋ└ 주딱) 이득이 있을 것도 같은데.└ ?? 이득? └ 무녀) 주딱공, 자세히 말해보시와요!!└ 주딱) 우리끼리 거래 가능하잖아. 등반자랑도 물건 거래 가능할 거 같은데. <초월자 갤러리>에서는 차원 간 거래가 가능하다. └ 밀실론자) 우리가 그놈한테 줄 건 많아도 우리가 그놈한테 받을 만한 게…어, 있네.└ 어, 있네 이 지랄 ㅋㅋㅋㅋㅋㅋㅋ └ 개척자) 흠, 가능만 하다면 받을 건 많지 않나? 고층까지 안 가고 한 30층만 넘겨도. 《환상목》이나 《망령재회 룬》 같은 건 필요한 사람이 있겠지…. └ 개척자) 그리고 30층까지 안 가도 당장 2층 도달하면 등반자 코인 상점 열리잖아. 거기서 뭐 음식도 받을 수 있겠고. └ 개척자) 난 탑에서 딴 건 기억 안 나는데 무림 지구 음식들이 아직도 생각나. 마파두부 내가 계속 시도하는데 그 맛이 안 남. └ 나는 무림인인데 그 붉은 벽곡면…파스타 가끔 생각난다. 층계 올라갈 때마다 한 그릇 먹는 게 의식 같은 거였는데…왜 우리끼리 차원 거래에서는 음식은 소멸해버리는지 모르겠음. └ 주딱) 맞네. 코인 상점에서 직접 사는 건 특수 보관함에 있으니까. 그건 소멸 안 될 듯. └ 天魔) 그래서, 주딱. 시도를 해본 것이냐? 저 등반자에게 차원 간 거래를? └ 주딱) ㅇㅇ 시도는 해봤는데 아직 대상자가 자격 미달로 인한 차원 간 거래 비활성화 상태라고 떴음. 활성화될 확률이 있다는 뜻이잖아. 당장 2층 가면 활성화 될 수도 있겠지. └ 빛의검) 검법서를 줄 수 있겠네. └ 주딱) ㅇㅇ 무기는 우리 차원 간 거래랑 같은 기준이면 보내줘봤자 모든 무기가 레벨 200 이상 사용 가능 제한이 걸려버릴 거고. 검법서나 마법서. 그런 종류로 줘야 할 듯. └ 개척자) 맞네. 무기는 줘도 못 쓰네…. └ 무녀) 하와와, 소녀는 부적을 줄 것이와요.└ 개척자) 소?녀└ 무녀) 닥치는 것이와요. 늙은이. └ 절대군주) 검술서라. 빛의검, 너는 그놈을 제자처럼 가르칠 생각이 꽤 있어 보이는구나. 조언도 제일 많이 해주더군. 이유가 궁금하다. └ 빛의검) 가장 큰 건 유희. 층계당 점수 집계가 되는 2층부터. 내가 도와준 등반자가 이지, 노멀, 하드 난이도 전체 랭킹 상위권 안에 들면 아주 재밌을 거 같은데. └빛의검) 그리고 이번 기수 상위권 찍고 있는 애들, 마음에 안 들거든. 겁을 좀 먹게 만들고 싶어. 빛의검은 한유성에게 아주 많은 흥미와 관심을 가지고 있었다. └빛의검) 당장 며칠만 지나면 한 달에 한 번씩 있는 《탑 교류회》에서 다른 플레이어들을 마주하겠지. 지금은 혼자라도. 그 그림도 아주 궁금해. └ 대마법사) 그 정도로 선방할 거 같음? 걔가?└ 빛검 말대로 되면 재미야 존나 있겠다. 근데 이렇게 말하는 와중에 죽었을 확률이 있다는 게 무서움. └ 얼음여왕) 등반자 씨 무사하시라고 기원의 빙산을 만들었어요! 그런 말 하지 마세요! 꽁꽁! └ 주딱) 아, 맞다. 아직 등반자 이름도 안 물어봤네. 살아 돌아오면 물어봐야겠다.└ 주딱 이 미친놈이 사망 플래그 걸릴 거 같은 대사를 쳐버리네 ㅋㅋㅋㅋㅋㅋㅋ └ 사망 플래그는 주딱보다 등반자가 먼저 발동시킴. ‘살아서 보자’가 뭐고. 살아서 보자가. 음, 뒤질 듯?└ 주딱) 넌 일단 등반자 살아 돌아올 때까지 차단. └ 아. * * * 콰드득! 창대가 으스러졌다. 내 눈앞에는 양손에 피를 잔뜩 묻힌 진녹색의 괴물이 있었다.생김새로 보건대, 아마도 고블린. 고블린이 휘두른 도끼를 창대를 가로로 해 겨우 막아낸 상황.나는 바닥을 구르며 창날이 존재하는 잔여 창대를 잡았다. 푸우욱! 그대로 몸을 일으키며 단검처럼 집어 든 창날 부분으로 고블린의 목을 관통시켰다. 케으윽! 말 그대로 지척에 있는 고블린의 입에서 얇은 신음이 터져 나왔다. 목에는 새빨간 피가 뿜어져 나왔다.그리고 고블린의 몸이 앞으로 고꾸라졌다. [레벨이 상승했습니다!] [Lv.1 → Lv.2] [‘힘’ 수치가 4 상승합니다.][‘민첩’ 수치가 5 상승합니다.][‘체력’ 수치가 3 상승합니다.] 레벨업을 비롯한 무언가 다른 알림창이 많이 뜬 것 같은데. 내 시선은 현재 딴 곳을 향하고 있었다. 눈앞에서는 또 사람이 죽어가고 있었다.기다란 머리를 땅바닥에 뻗어 내린 채 죽어있는 여성. 얇은 갑옷이 무색하게 복부가 피범벅으로 물들어 있었다. 이런 상흔이 이 여자에게 있는 이유는 알고 있었다. 방금 죽인 고블린이 여성의 복부를 검과 다를 바가 없는 날카로운 손톱으로 후벼 파고 휘젓는 걸 실시간으로 목격했으니까.층계를 뒤덮은 비명이 아직 선연했다. 하지만 내가 그 상황을 직면할 때는 당장 몇십 걸음 뛰어서는 도달할 수 없는 거리였다. 입에서 한 움큼의 피가 튀어나오더니, 여성의 고개가 축 늘어졌다.꿈틀거리던 여성의 몸뚱이도 갑자기 그 움직임을 멈췄다. 살아있던 인간에서 죽은 시신이 된 여성의 위에는 아직도 글자가 떠 있었다. [NPC - 패주한 용병] 지금, 이 순간만큼은 두려움보다 분노가 더 앞섰다.왜 이런 시체만 계속 보게 만드는 걸까. 굳이 NPC를 눈앞에 데려다 놓을 생각이면, 제대로 구할 기회는 줘야 할 것 아닌가.단순한 환영일 뿐이라도, 눈앞에서 사람이 죽는 걸 보는 건 싫었다. 더 화가 나는 건.지금 내가 이 용병의 물건을 수급하고 있다는 점이었다.살기 위해서. 스릉- 부러진 창을 대신해서, 용병이 쓰던 게 분명한 검을 주웠다.그리고 내가 발목에 걸칠 수 있어 보이는 각반도 용병에게서 떼어내 내 발목에 휘감았다. 용병의 허리춤에 휘감긴 주머니에서도 빼낼 건 있었다.[도망치는 시민]이 지니고 있었던 3급 회복 물약과 동일한 포션 병이 두 개 있었다.넝마가 된 옷으로 대체하고 있던 붕대가 아닌, 진짜 붕대도 있었다. 부릅떠진 용병의 눈을 감겨줬다. 위선 같은 행동도 아니다. 나와 마주쳤던 두 눈동자다. 내가 찝찝해서 감겨준 것뿐이었다. “상태창.” <플레이어 스테이터스>이름 : 한유성종족 : 인간Lv.2 힘 : 16민첩 : 18체력 : 14 …이지 난이도 형님들은 올라 봤자 스탯 1씩 올랐다고 했고. 노멀도 기본은 1이고 간혹 힘, 민첩, 체력 중에 하나만 2가 오른다고 했는데.힘이 4, 민첩이 5, 체력이 3 올랐다. 이건 하드 난이도 고닉들이 말했던 예측과 비슷한 값인데. -빛의검) 네가 하드 난이도라면 초장에는 성큼성큼 오를 거임. 내가 있는 곳의 기사(騎士)나, 무림 지구의 무인(武人)들처럼 본래 힘 좀 쓰던 사람이면 본래 스탯이 높아서 하드 난이도라도 쥐뿔만큼 오르지만, 넌 21세기 지구 출신이니까 잘 오를 거야. -주딱) 본래 살던 삶과 하드 난이도에서 살아남는 것에서 오는 간극. 하드 난이도에서 생존해서 살아남는 사람들에겐 그것에 대한 노고(勞苦)에 대한 보상이 작용한다고 보고 있어. -주딱) 애초에 하드 난이도 소환자 대부분이 평범한 사람들은 아니니까 그걸 제대로 느끼지 못하지만, 네가 하드 모드라면 넌 그게 체감될 수도 있지. 양손을 쫙 펼쳤다가 주먹을 쥐었다.아주 제대로 체감이 된다. 고교 야구 선수 은퇴 이후에도 적당한 운동은 했지만, 결국은 헬스장에 다녔을 뿐이다.근육에 단단함과 유연함이 함께 더해진 것 같은 감각이 어깨를 타고 팔을 지나, 손까지 도달했다. 그런데 이러면 하드 난이도 확정인 건가.씁쓸함이 입안을 맴돌았다. 어깻죽지에 붕대처럼 묶어놨던 천을 풀었다.빛의검이 설명해주었던 레벨업의 효능 중 하나였던 ‘완전한 체력 회복’이 이루어진 모양이었다. 1층의 절반까진 왔구나.그렇게 생각할 수밖에 없는 풍경이 펼쳐졌다. 나타난 건 기다란 다리였다. 떨어지면 바로 낭떠러지인 땅과 땅을 잇는 긴 다리였다.난간이라고 칭할 수 있는 좌우의 강철 판자들. 이건 ‘절대군주’가 알려준 구조물 중 하나였다. -절대군주) 좌측에서 날아오는 화살에는 좌측의 판자들을 엄폐 삼아 숨어야 한다. 몸을 숨길 수 없는 부분으로 날아오면 방패로 막거나 무기로 쳐내라. 나는 직사각의 방패를 들고 있었기에 썩 막아내기 수월했으나, 너는 그런 게 없겠지. 여기서 뭔가 다른 방법이라도 말해줄 것 같았던 절대군주는 그런 내 바람을 무참히 배신해버렸다. -절대군주) 알아서 살아남아야지 어쩌겠나. 네 전투 본능을 믿어라. 지랄 맞았다.나는 걸음을 옮겼다.살릴 시도도 못 했던 NPC에 대한 찝찝한 감정을 묵살하고 다리 앞에 섰다. 끼익- 발을 내디뎠다.다리의 위로. 오른쪽에서 바람이 불어왔다. 쐐애애애애액! 우측에서 세 개의 쇠 화살이 쇄도했다.우측을 향해 몸을 다급히 움직였다.강철 판자에 최대한 엄폐를 해야 했다. 콰드득! 쇠 화살 중 하나는 강철 판자에 튕겨 나가고.한 발은. 카아이앙! 검을 휘둘러 쳐냈다.할 수 있을까. 하고 생각할 틈도 없었다. 그냥 해야 했다. 푹-! 한 발은 맞아버렸다.머리통 세 개 달린 앤스란스로프에게 공격을 당했던 것과 마찬가지로 비현실적인 통증이 일었다. 쇠 화살이 꽂힌 건 허벅지인데. 다리가 통째로 뽑힐 것만 같았다.나는 또다시 구닥다리 같은 자기 최면을 걸 수밖에 없었다. 야구장 마운드다.여기는.심호흡해라. 백번 천번을 긴장해도 무너진 적은 없는 곳.수도 없이 패배를 해도 포기하지는 않은 곳. 벌컥-! 절반이 남았던 포션을 입에 털어 넣었다. 그리고 삼킨 뒤 뽑힌 화살을 뽑았다. [Lv.2 패주한 용병]의 주머니에서 획득한 3급 회복 물약을 상처에 부었다. 그리고 붕대로 묶었다. [스킬 ‘통각 억제’의 레벨이 상승합니다. Lv.2] 사아아아아─! 이번에는 바람이 왼쪽에서 불어왔다.그건 즉, 쇠 화살들이 왼쪽에서 쇄도할 거라는 예고와도 같았다. 몸을 움직였다.엄폐로 피할 건 피하고. 캉! 검을 휘둘러 쳐낼 건 쳐냈다. 푸우욱! 이번에는 어깨냐? [스킬 ‘평정심’의 레벨이 상승합니다. Lv.2] 피할 건 피하고. 쳐낼 건 쳐내고. 맞을 건 맞고.그 과정의 반복이었다. [위기 감지 Lv.1 - 스킬을 획득했습니다.] 무수한 화살들을 대비하고. 상공에서 내리 찍히는 쇠사슬을 쳐냈다. [시야 확장 Lv.1 - 스킬을 획득했습니다.] 몇십 분을 걸었을까. [집중 강화 Lv.1 - 스킬을 획득했습니다.] 드디어, 안개 너머로 길었던 다리의 끝자락이 어렴풋이 보이기 시작했다. 카가가가가각─ 카가각!! 그리고 소름 돋는 소리도 들렸다.마치, 톱으로 무언가를 부지런하게 잘라내는 소리였다. 안개가 천천히 걷히자, 성인 남성과 다를 바 없는 높이를 가진 앤스란스로프가 보였다.그놈이 양팔로 부지런하게 다리를 지탱하고 있는 거대한 말뚝을 잘라내고 있었다. 개새끼가.놈의 머리 위에 문장이 보였다. [BOSS MONSTER] 보스 몬스터. [Queen Anthranthrope] 여왕 앤스란스로프. 놈이 아니라 년이었나. 어깨에 박혀있는 화살을 빼내고 물약을 들이부었다. 뇌리를 뒤흔드는 통증은 아드레날린이 짓눌렀다.몸이 저절로 움직였다. 죽인다. [집중 강화 Lv.1 - 스킬을 활성화합니다.] 집중 강화 스킬은 장시간 지속 시, 시전자의 체력이 소모된다고 되어있었다.말 그대로 집중력을 최대로 끌어올리는 것. 오른쪽에서 쇄도하는 쇠 화살 네 발의 궤적을 읽는다. 카각! 카앙! 두 발을 쳐내고 두 발은 피해냈다.그 와중에도 여왕 앤스란스로프는 양다리로 부지런히 톱질하고 있었다. 카가가가가각─!! 내가 다리의 끝자락을 박차고 위로 튀어 오르자마자, 긴 다리가 저 낭떠러지로 곤두박질쳤다. 키르에에에엑!! 여왕은 여왕이란 이름답게 머리통을 달고 있는 형식이 일전에 본 앤스란스로프와는 달랐다. 단 하나의 거대한 머리통.아주 단단한 껍질을 이루고 있는 것처럼 보였다. 통증이 전신 곳곳에서 화끈하게 피어오르는 상황이었지만, 정신은 어느 때보다 또렷했다. 쐐애애애애액! 짓쳐 드는 왼쪽 다리를 쳐내고. 몸을 우측으로 비틀며 검을 수직으로 내리쳤다.여섯 다리 중 하나. 키에엑! 침착하게. 온 신경을 쏟아 놈의 공격을 모조리 피했다. 푸화아아악! 그 와중에 복부에 칼침을 한 방 먹어버렸지만, 이를 악물고 버텼다. 남은 다섯 개의 다리도 다 잘랐다. 키에에에엑! 쿵─! 머리통을 향해 검을 내리찍었다. 계속. 쿵! 내 양팔이 으스러질 정도로 강하게. 쿵!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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쩌저저적─ 알이 으깨지는 것 같은 소리가 들렸다.부서진 여왕의 정수리 파편이 손등을 파고들었지만 개의치 않았다.내부에 자리 잡은 자색의 뇌가 보였다.마치, 심장처럼 기괴하게 박동하고 있는 뇌가. 그 뇌를 향해 검을 내리찍었다.이윽고 알림창이 시야를 뒤덮었다. [보스 몬스터를 쓰러트렸습니다!] [레벨이 상승했습니다!] [Lv.2 → Lv.3] [‘힘’ 수치가 4 상승합니다.][‘민첩’ 수치가 3 상승합니다.][‘체력’ 수치가 4 상승합니다.] [1층을 클리어하셨습니다.] [2층으로 이동하십시오.] 전방에 있던 자욱한 안개가 서서히 걷혔다. 그그그그긍- 벽이라고 생각했는데 문이었다. 그 열린 문에는 긴 계단이 보였다.문에는 화살표와 숫자가 보였다. 【 2 】↑ 주딱의 말에 따르면, 숫자 옆에 난이도가 적혀있다고 했지. 그 옆에는 확실히 글자가 적혀있었다.그리고 그 글자는 보스 몬스터를 쳐 죽이고 살아남았다는 안도감을 단숨에 날려버릴 만한 패악적인 힘을 가지고 있었다. 눈을 비비고 다시 확인해도 같았다. “…….” 활자는 달라지지 않았다. 【Pandemonium】 판데모니엄. 높아봤자 하드 난이도일 거라고 생각했다.다리를 건너기 전, 쑥쑥 오르는 스탯을 보고 하드 난이도구나 하고 체념을 했다. 그런데 내가 떨어진 탑은 하드 난이도 따위가 아니었다. -주딱) 판데모니엄은 아직 종결자가 없어.-대마법사) 거긴 클리어 확률이 0%임. 좆됐다.그것도 아주 제대로.