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층 (2)
2층 (2)
든든한 한 끼를 먹으러 가기 직전. <탑 교류회>에 관해 물어봐야 한다는 걸 떠올렸다. 제목 : 아 탑 교류회는 뭐 하는 거임?작성자 : ㅇㅇ*-전광판 비슷한 거에 뜨는데 21일 남았다고. └ 주딱) 매달 25일마다 하는 거임. 탑 난이도, 탑 호수 넘버 구별 없이 플레이어들이 한 공간에 소환됨. 최대 모집 인원수는 120명이긴 한데, 30층 이전에는 10명이 넘는 경우도 드문 편이야. 아, 비무 테마는 빼고. └ 주딱) 물론 소환되는 플레이어의 기준이 있어. 1층에서 10층까지 모이고. 11층에서 20층까지 모이고. 그런 식으로 모이는 거임. 마지막은 91층에서 99층까지 모이고. 100층은 종결이니까 제외. └ ㅇㅇ*) 뭐 이런 건가? 하드 난이도 3층과 노멀 난이도 10층, 그리고 뭐 이지 난이도 5층. 이렇게 다양하게 다 섞일 수 있단 말이지? └ 주딱) 그렇지. 예외로 같은 호수 탑이면 ‘친구 추가’를 해서 같이 소환될 수 있어. 음.뭔가 사전에 팀을 이룰 수 있다는 것처럼 들리는데.나 말고는 아무도 없을 수도 있는 <판데모니엄> 난이도. 나는 사전에 팀을 이룰 수가 없다. └ ㅇㅇ*) 플레이어끼리 물리적 공격…그러니까, 죽이는 게 가능하나? └ 빛의검) 가능하다. 교류회의 테마는 총 3개. 비무, 던전, 임무. 공교롭게도 대놓고 서로 싸우라고 판을 깔아놓은 ‘비무’에서만 살상이 불가능하게 원천적으로 봉쇄가 되어 있고. 던전과 임무 테마에서는 살인이 가능하다. 그러니까 다른 탑 인원과 협력해서 깨라고 만들어놓은 테마인 던전과 임무에서 살상이 벌어질 수도 있다는 뜻이구나. └ 주딱 ) 어지간하면 살인은 일어나지 않아. 특히 저층대 교류회는. 근데 확률이 절대 없지는 않다는 거지.└ ㅇㅇ*) 그렇지. 확률 게임에서 이미 ㅈ된 내가 확률 낮다고 방심을 할 수 없지 └ ㅋㅋㅋㅋㅋㅋㅋ자학 보소 ㅋㅋㅋㅋㅋㅋㅋ └ 대마법사) 임무 테마는 퀘스트형 스테이지랑 비슷하다고 보면 돼. └ 확률! 판데모니엄! 생환 확률 0%!!└ 주딱) 얘 차단해줄까? └ ㅇㅇ*) ㅇㅇ 한 이틀만.└ 주딱) 응.└ 아, 시발 살려주세요 주딱이 나를 애호한다.함부로 욕하면 뒤지는 거야. 연민에서 기인한 애호일 확률이 높지만 말이야. └ ㅇㅇ*) 교류회 인원들이 날 만나면 알 수 있는 정보가 있음? 출신 탑이 보이나?└ 주딱) ㄴㄴ 보이는 건 머물고 있는 층수임. 탑이나 레벨은 스스로 말 안 하면 모르고. └ ㅇㅇ*) 2층 깨고 3층에서 교류회 불려도 날 우습게 보겠는데.└ 주딱) 뭐…어떤 인원들이 걸릴지는 그때 가보면 알겠지. 지금 중요한 건 네 성장이야. 맞는 말이었다. └ 빛의검) 한 끼 먹고 다시 들어와라. 수련 방향을 잡아줄 테니까.└ ㅇㅇ*) 알았어. └ ㅇㅇ*) 근데 판데모니엄 2층에 진입하려면 어느 정도 시간을 수련에 갈아 넣는 게 맞다고 보냐? └ 대마법사) 빛의검이 무슨 짓을 할 생각인지 모르겠지만…길게 잡아도 15일 정도로 해두는 게 나을걸. 2층을 온전히 해결하고 와야, 안전한 상황에서 교류회에 참가할 수 있을 테니까. 교류회가 끝난 후에 2층을 클리어할 생각은 아니잖아? 물론 그럴 생각은 없었다.교류회.2층은 반드시 클리어하고 가야 했다.2층을 클리어하고 ‘3층 등반자’로서 교류회에 간다고 해도 그 인원 중에서 가장 층수가 낮을 확률이 다분했다. └ 빛의검) 네가 내가 정리한 것들을 제대로 이해한다면 그 정도 시간이면 충분할 거다. └ ㅇㅇ*) 알겠어. 근데 만약에 2층 진행 중인데 그때 교류회가 시작되면 어떻게 되는 거냐?└ 주딱) 2층 진행 중에 교류회로 강제 소환이야. 아이템 <교류회 거부권>이 없으면 무조건 소환돼. 거의 뭐 깡패가 따로 없군. 교류회. └ ㅇㅇ*) 그럼 갑자기 슉 사라졌다가 돌아올 때 적 NPC나 몬스터들이 본래 있던 자리 둘러싸고 있으면 바로 뒤질 각 아니냐? └ 天魔) 정답이니라. 그래서 교류회는 최대한 안전한 공간에서 전송이 되어야 하지. 결론은 정해졌다.남은 21일 안에 2층을 클리어하고 3층 대기실에 도달.그리고 교류회를 참여한다. 초월자 갤러리를 종료하고 [코인 상점]을 열었다.무슨 키오스크도 아니고. 상품 예시처럼 음식에 대한 이미지가 걸려있었다. 차오판은 내 기억대로 중국식 볶음밥인 것 같고…결국 선택한 것은 1번이었다.라면과 소량의 김치.든든하게 돼지국밥이나 먹을까 했지만, 유감스럽게도 돼지국밥은 이틀 전에 내가 편의점 아르바이트 후에 먹은 메뉴였다. 어차피 모조리 한 번씩은 다 먹을 수밖에 없는 기간이다. 팟! 갑자기 허공에서 빛이 일렁이더니, 상자가 하나 떨어졌다. 퉁! 자색 빛을 띠는 상자는 겉보기에도 범상치는 않아 보였다.상자의 가장 윗면에는 스티커가 붙어있었다. 메뉴 - 1. 라면과 소량의 김치배달 좌표 : 666.666.66.532결제 금액 : 10코인 뭐냐.배달 영수증이냐? 고급스러운 상자 위에 있는 하찮은 종이쪽지.나는 거기서 오는 갭을 느끼며 상자의 뚜껑을 열었다. 나는 상자 안에 있는 물건을 조심스레 꺼내 들었다.투명한 보관함의 감촉이 손바닥을 타고 느껴졌다. 그 물체를 꺼내 들었다.열었더니, 라면 한 그릇과 아주 작은 그릇 안에 든 김치가 눈에 보였다. 젓가락으로 면을 살짝 들어주고….단말기를 들고 촬영을 했다.음, 기깔나게 담겼군. 그대로 글쓰기를 누르고 사진을 첨부했다. 제목 : 니들 라면이라고 아냐?작성자 : ㅇㅇ*-영롱하지 않냐첨부 : 852903862.jpg[방금 받고 찍어서 김이 모락모락 피어오르는 라면. 그리고 김치를 곁들인.] 글을 올리고 나서 라면을 한 젓가락 먹어주었다. 호로로록- 음. 역시 몸을 험하게 굴리고 난 뒤에 먹는 라면은 꿀맛이군.친구 놈이랑 캠핑장에서 쪼그려 앉아 끓여 먹던 그 맛이다. <초월자 갤러리>를 켜 놓고 라면을 먹고 있었기에 올려놓은 게시물에 댓글이 실시간으로 달리는 게 보였다. └ 아 저거. 이미 등반갤에서 봤지 ㅋㅋㅋㅋㅋㅋㅋ그 와중에 사진 잘 찍었네└ 天魔) 무엇이냐…? 저 해괴망측한 면발과 근본이 없어 보이는 국물은……!└ 무틀딱 분노 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 └ 근데 진짜 면이 좀 이상하게 생기긴 함.└ 근데 ㄹㅇ 뭐임 저거? └ 라면 못 본 애들도 꽤 있네. 원래 다른 차원 인원들 탑에 편입되면 그 인원들 음식이 코인 상점에 입고 되잖음. 21세기 지구인들 먹는 음식인 거임. └ 무녀) 하와와, 맛이 궁금하긴 한 것이와요. 생긴 건 썩 그렇사와요.└ 대마법사) 와…저렇게 생긴 걸 먹는다고…? 우매한 것들. └ ㅇㅇ*) 라면이야말로, 수많은 학문으로 만들어진 위대한 음식이거늘. 쯧쯧. └ 맛 존나 궁금하긴 함 ㅇㅇ 나랑 차원 간 거래하실?└ ㅋㅋㅋㅋㅋㅋㅋ 네가 등반자한테 뭘 줄 수 있는데?└ 뭐긴, 위대한 가문 창술 드레트페칸이지. └ 이름부터 구림.└ 너 이 새끼, 어디 사냐. 중세 지구냐? 나 롬펠트 대륙 기사다. 저 형님의 창술을 비웃을 생각은 없었다.이지 난이도든 노멀 난이도든 100층을 종결한 형님의 창술이라면 무언가 고절한 점이 있겠지. 하지만 난 지금 아주 완벽한 동아줄이 필요한 게 문제였다.날 구원해줄 튼튼한 동아줄이. 그런 의미에서 저 형님은 패스할 수밖에 없었다.한 끼 식사를 끝낸 뒤, 게시글을 올렸다. 제목 : 빛의검 차원 간 거래 ㄱㄱ작성자 : ㅇㅇ*- 나는 아무것도 모르니까 님이 걸어. └ 빛의검) 건다. 빛의검이 댓글을 단 직후였다.초월자 갤러리 창 아래에 하나의 창이 더 떠올랐다. [이용자 ‘빛의검’이 ‘차원 간 거래’를 요청하셨습니다.] [수락하시겠습니까?] 난 글자의 옆에 있는 원형의 버튼을 눌렀다. [거래 요청을 수락하셨습니다.] 화면에는 인벤토리의 빈칸처럼 물건을 집어넣을 수 있는 것 같은 칸이 나타났다. 그리고 조그마한 채팅창이 있었다. [주의! ‘차원 거래소’에서 제공하는 차원 간 거래 기회는 30일 기준 두 번 제공됩니다! 2회를 모두 사용할 시, 30일 후에 사용이 가능합니다!] [주의! 물건의 거래는 상호 간에 물건을 하나씩 등록해야만 거래가 성공적으로 이루어집니다!] [주의! 물건은 한 번의 거래당 하나씩밖에 이루어지지 않습니다.] [보낼 물건을 들고 ‘지정’이라고 말씀하세요!] “한 달에 두 번?” [빛의검 : 미안하지만 두 번의 기회를 두 번 다 써줘야겠다. 물건이 두 가지거든.] 역시 이 빌어먹을 탑.횟수 무제한이라거나, 나는 아무런 물건을 거래하지 않아도 되는 편의 따위를 봐줄 리가 없나. [ㅇㅇ* : ㅇㅇ 제대로 살아남을 수만 있으면 상관없지?] [빛의검 : 그건 걱정하지 마라.] [ㅇㅇ* : 뭐 보내드릴까.] [빛의검 : 하나는 네가 방금 올린 그 라면이란 것. 그리고 나머지 하나는 제일 값싼 거로 보내도록. 가지고 있는 것 중에. 아, 음식은 보관함을 열지 말고 그 보관함 상태로 줘야 내가 무사히 받을 수 있다.] 가지고 있는 걸 보내라고 해도 말이지.무명 기사의 직검도 부러지는 불상사가 일어날 수 있기에 기존에 들고 있던 검을 보내기도 애매했다.나머지도 다 쓸모가 있는 물건들이었고. 고민은 길지 않았다. 라면과 더불어 보내기로 한 물건은 물을 제외하고 그나마 저렴한 육포였다.보관함에 담긴 상태의 라면과 육포 위에 양손을 올렸다. “지정.” 두 개의 물건이 눈앞에서 감쪽같이 사라지더니, 거래 칸에 축소된 아이콘으로 나타났다. [거래가 완료되었습니다.] 쩌-억 벌어진 공간에서 두 개의 물건이 튀어나왔다.하나는 두터운 책이었고. 또 하나는 네모난 상자였다. “…뭐야 이게?” * * * 아르카메르 제국. -브리니에르 대공 각하. 은발 머리카락의 여성은 문밖에서 들려오는 소리에 미간을 좁혔다. “무슨 일이야.” -황제 폐하께서 뵙고자 하십니다. 이번 연회에는 반드시 초청하고 싶다고…. “한 번만 날 더 찾으면 머리통을 날려드리겠다고 전하도록. 내 말을 바꾸지 말고 전해.” -…명심하겠습니다. 대공 각하. 대공.엘레나 드 브리니에르의 적안이 왼쪽에 있는 반투명한 창을 향해 있었다.그곳에는 그렇게 적혀있었다. 【등반자 갤러리】 가장 눈에 띄는 게시물 하나를 눌렀다. 제목 : 경거망동하지 마라. 침착하면 62층은 깰 수 있다. 그러기 위해서 우리 《공략연합》이 있는 거다.작성자 : 연합장-배신은 없다. 우리는 낙오자 없이 정상에 도달할 거다. └ ㄹㅇ 가능하겠는데.└ 하드 난이도에서 이렇게까지 피해가 없었던 적이 있었나.└ 검제) 우리 이대로면 66층도 아무런 피해 없이 깨는 거 아님? 엘레나는 불쾌했다.마치, 깨진 거울을 보는 것 같아서.희망에 차 있던 시절의 자신을 보는 것 같아서.곧 무너질 그림이다. “너희는 하드 난이도의 본질을 몰라.” 왜 하나같이 66층에 대한 기록을 남기지 않았는지 모른다.엘레나는 그들의 환상이 무너지길 바라면서, 또 그러지 않기를 바랐다. “빨리 강해져, 등반자.” 이변.저들에게 파문을 일으켜 주고 싶었다.아주 밑에서부터. 《 2층 - 점수 랭킹 》 1위 - 연합장 : 784점2위 - 추적중 : 583점3위 - 싱클레어 : 575점⋮ 점수 랭킹은 현재 등반을 하는 중인 현역들의 점수만을 공표한다.그래서 엘레나의 이름은 있을 수가 없었다.그녀는 이미 탑을 종결하고 나온 사람이었다. 엘레나는 눈앞에 나타난 자색의 보관함을 보며 옅은 웃음을 지었다. “이게 라면이란 건가?” 보관함을 열었다. “…냄새는 나쁘지 않네.” 제국 검성(劍星).용살자(龍殺者).마왕 참수자. 모두가 단 한 명, 엘레나 드 브리니에르를 가리키는 수식어였다.그렇기에 황제에게 그런 망언을 내뱉어도 아무런 문제도 일어나지 않았다. 후루룩- “음…!” 만족스러운 미소가 지어졌다.
d3kza0VLSVdxajZ6L09aWC8xUnR2RHZnK3ZNZmNFQzBiSGhSLy9Mdk9tejVJUWR0OFVKVERwRkx0aGtOS1hKUA
엘레나는 등반자 갤러리를 우측으로 치우고 하나의 갤러리를 더 열었다. 【초월자 갤러리】 요즘 자신에게 재미를 선사해주는 인생의 유일한 낙이 여기 있었다. 글을 올렸다. 제목 : 먹을만하구나.작성자 : 빛의검-생긴 건 이상하다만, 맛이 있어.