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층 (3)
2층 (3)
나는 땅에 떨어진 네모난 상자를 단말기로 촬영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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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목 : 빛검아. 대체 뭐냐, 이건.작성자 : ㅇㅇ*-뭐 만지면 터질 거 같이 생겨먹었는데? └ ㅋㅋㅋㅋㅋㅋㅋ붐-! 폭탄이고? 하긴, 마도공학 물건도 저런 디자인은 많긴 함.└ 빛의검) 걱정하지 마라. 고통스러운 건 마찬가지지만, 그런 식으로 터지지는 않는다. └ ㅇㅇ*) 안 터지는데 이게 고통스러울 수가 있음?└ 빛의검) 그 물건은 차후에 확인하고. 일단 검법서 먼저 확인을 해라. 아, 검법서.검법서의 표지에는 아주 간결하게 이름이 적혀있었다.용살검(龍殺劍). …용을 사냥하는 검이라.굳이 이런 대단한 검법을 익힐 필요가 있을까. 음?시작부터 너무 진입장벽이 높아 보이는걸. └ 빛의검) 그곳이 탑이 아니라, 바깥이었다면 마나 운용 같은 걸 죽어라 시켰겠지만. 탑은 마나 운용법을 하고 싶다고 해서 바로 할 수 있는 구조가 아니다. └ ㅇㅇ 그래서 불평하는 인간들도 있긴 하던데. 나 같은 농부 출신은 오히려 이득이었음. 마나 운용법을 익힌다고 개화할만한 재능이 아니었거든. └ 대마법사) 레벨 20은 찍어야 그때부터 검사로서 그럴듯한 마나 운용이 가능할 거야. 검기(劍氣)같은 거 말이야. 그전에는 레벨업 같은 걸로 오르는 마나 스탯 만큼만 활용이 가능하고. 물론, 본래부터 마법사였던 나는 시작점이 좀 달랐지만. 역시나, 부조리하다.21세기 지구 출신들은 무림 지구 출신이나, 빛의검이 있는 중세 이계 지구에 비해서 부조리한 시작을 할 수밖에 없었다. 마나라는 게 존재하지도 않는 세상이니까.하지만 세상은 원래 부조리하지. └ 빛의검) 일단 내가 저술한 검법서를 최대한 습득해라. 네가 아주 쉽게 알아먹을 수 있도록 풀어서 썼으니, 읽어보도록. └ 시궁창검성) 아무리 잘 풀어쓰고 자세히 설명해놓았다고 해도, 실전 감각을 쌓기 전에는 무용지물에 가까울 텐데? 잠깐 보이지 않던 시궁창검성이 빛의검의 말에 딴지를 걸면서 나타났다.그런데 빛의검은 별로 당황을 하지 않은 듯, 빠르게 댓글을 올렸다. └ 빛의검) 맞아. 머리로는 습득했어도 행동으로 옮기지 않으면 그 기술이 머릿속과 몸에 온전히 남지 않고 빠르게 휘발되어버리지. 그래서 그러지 않도록 함께 보낸 게 그 대련용 골렘 mk.2다. 대련용 골렘?…게임에서 나오는 ‘훈련용 허수아비’와 비슷한 건가? └ 빛의검) 작동 버튼을 누르면 네 앞에서 변신을 할 거다. 인간형 골렘으로.└ ㅇㅇ*) 내가 걔랑 싸워야 하는 거지? └ 빛의검) 그래, 검법서의 도입부에 있는 검로(劍路)부터 중반까지 있는 검로들이 이식된 골렘이다. 대충 어떤 일을 겪게 될지 예상이 되기 시작했다.아주 불길한 예상이. └ ㅇㅇ*) 골렘의 강함 수준은?└ 빛의검) 내가 열일곱 살일 때 정도의 무력 수준이라고 보면 되는데. 그 나이 때 수련할 때 이용한 녀석이니까. 탑에 들어서기 한참 전의 일이지. 그럼 약한 것 아니냐.라고 묻기엔 상대는 하드 난이도 종결자였다. └ ㅇㅇ*) 음…몬스터로 예를 들면?└ 빛의검) 오우거 대족장과 미노타우로스 공격대장을 죽였던 때다. 칠흉(七凶)의 악마 중 말석인 네페고스인가 하는 놈도 그때 죽였었지. └ …뭔 남들은 전성기 때 죽일만한 놈들을 그 핏덩이 때 다 죽였냐. 근데 그 정도 무력의 골렘이면 내가 뒤지는 거 아니냐? 사실, 몬스터로 말해도 잘 모른다. 이름을 보고 강함을 유추하는 정도지.그리고 딴 놈들의 반응도 추론에 도움이 된다. └ ㅇㅇ*) 나 죽이려고 보낸 거냐 이거?└ 빛의검) 죽지는 않는다. 골렘이 사용하는 검도 목검이니까. └ 안 죽음. 존나 아프겠지만, 죽지는 않을 듯.└ 와, 빛의검 아주 무서운 사람이었네 ㄷㄷㄷㄷㄷ 그런 생각을 단시간 내에 해내고. └ 그럼 하드 난이도 클리어한 인간의 뇌가 정상이겠냐 ㅋㅋㅋㅋㅋ 다들 멍청해 보여도 수라도를 뚫고 살아남은 놈들인데. 노멀 종결자인 나만 해도 가족들이 내 감정 상태 이상해졌다고 난리를 침 ㅋㅋㅋ └ 개척자) 멍청해 보인다니 자중한다. 그들의 말에 나도 슬슬 감이 오기 시작했다.빛의검이 어떤 물건을 내게 보내온 건지. 그리고 그 아래 달린 천마의 댓글이 내가 방금 떠올린 가설이 맞다는 걸 방증해주었다. └ 天魔) 탑의 대기실에서는 죽지 않느니라. 초신속의 검로로 머리통을 완전히 자르지 않는 이상. 모든 상처가 대기실의 효과에 의해 회복이 된다. └ 天魔) 음…확실히, 그런 대련용 고철을 상대한다면 실전 감각도 단번에 올리고. 고통을 버팀으로써 관련 기술의 등급도 빨리 올릴 수 있겠구나.└ 번역 : 관련 스킬 레벨 빠르게 오르겠구나 ㅇㅇ └ 天魔) 근데 그럼 골렘의 손에 진검을 들리면 되는 것 아니냐? 그럼 기술 등급 상승에 더 확실한 도움이 될 텐데. 초신속을 발휘할 수 있는 수준의 고철은 아닐 터인데.└ 번역 : 진검이요? 이놈이 좀 더 미친놈인데? 인성 무엇? 진검이라니. 미친 말을. └ 빛의검) 머리통만 아니면 다른 곳은 잘려도 다 척척 붙긴 하지. 저기요? └ 빛의검) 그래서 나도 진검이 가능할까 싶어서 진검인 상태로 ‘거래 지정’을 했지만, 거래가 불가능하다고 떴다. 예상은 했지만 말이야. 휴. 아니, 시도를 해봤다는 게 소름이네. └ 주딱) 대기실 회복 시스템을 적당히 활용하는 건 용인하겠지만, 선을 넘지는 말라는 거겠지. 그러니까, 결론을 내보자면 골렘이 행하는 무수한 구타에 맞아도 온전히 회복할 수 있는 공간. 그게, 빛의검이 내게 준 ‘대련용 골렘’이란 물건과 이 ‘탑 층계 대기실’의 효과가 합쳐서 만들어진 결과물이란 소리다. └ 빛의검) 골렘의 내구도는 그닥 높지 않다. 용살검 검법을 다룰 수 있는 검로까지 이식하니, 내구도가 더 낮아졌어. └ 빛의검) 30번. 네가 저 골렘에게 30번의 유효한 타격을 입히면 부서질 거다.└ 30번ㅋㅋㅋㅋㅋㅋㅋㅋ 저 실력 간극 차이에 30번 맞추려면 반년도 더 걸리겠구만, 되겠냐? └ 내구도 30 남은 골렘, 앞으로 몇 년은 더 살아남을 예정. └ 시궁창검성) …아예 가능성이 없는 일은 아니라서 마냥 부술 수 있을 거라고 하기는 그렇네. 울고 싶을 지경이었다. └ 빛의검 : 이게 단기간에 준비할 수 있는 최선이었다. 너무 고마워할 필요는 없어. …와, 정말 고맙다.그 대상자가 내가 아니었더라면, 빛의검에게 박수라도 치면서 똑똑하다고 찬양을 했겠지.근데 내가 당사자야. └ ㅇㅇ*) 그래…이런 거 보내줘서 고맙다. 이제부터라도 정신을 차려야겠다.이 고인물 놈들이 사람처럼 보인다고 해서 평범한 상식의 범주에 놓고서 생각하면 안 된다. └ 빛의검) 지금 써보지 않겠나? └ 주딱) 야, 어차피 이제 계속 네가 준 저 검의 감옥에서 살아야 할 판인데 잠은 제대로 자야지. 잠은 자고 해. 역시, 그나마 정상은 주딱밖에 없나. └ 주딱) 어차피 지금 상태로 수련해도 멀쩡한 상태의 수련 성과의 절반도 안 나올걸. 휴식도 수련의 일부야. 그런 계산적인 이유였냐? 정정한다. 이곳에 정상은 없다. └ 주딱) 아, 계속 물어본다는 게 네가 다시 올 때마다 사고가 펑펑 터지니 이제서야 물어볼 수밖에 없네. 이름 뭐임? └ ㅇㅇ*) 한유성.└ 한…유성? 이름 특이하네 역시. └ 주딱) 반가워, 한유성. 죽지 마.└ 빛의검) 제자 이름으로 기억해둘 거야.└ 天魔) 울림이 좋은 이름이구나. └ 무녀) 하와와, 이름을 알았으니 조만간 운명을 점쳐 주겠사와요. └ 등갤 보면 21세기 지구인들 이름 다 특이함.└ 우리 같이 이름 긴 애들도 있고 짧은 애들도 있고 신기하네.└ 국가도 개많음. 근데 또 계급 같은 건 없다네? └ 대마법사) 본래 세계에서 뭐 하다가 왔냐.└ ㅇㅇ*) 음…네가 알아듣게 말하려면 상점 점원? └ 어…전투랑 너무 관련 없는데…그전에는 뭐 없냐? 투수는 뭐라고 말을 해야 할까. └ ㅇㅇ*) 공을 던지는 일. 공놀이 시합을 하면 공을 잘 던지는 놈이 필요하거든. └ 시궁창검성) 공을 던지는 일…?? 그런 게 직업이 될 수 있는 세계는 어떤 세계인 거냐?└ ㄹㅇㅋㅋㅋㅋㅋ 꿈과 희망, 평화의 세계고 └ 얼음여왕) 꽁꽁?└ 대마법사) 그럼 공 던지는 건 자신 있겠네? 뭐. └ ㅇㅇ*) ㅇㅇ 그나마 자신 있지. 내 인생에 그걸 덜어내면 뭐가 남겠냐. 어쨌든 십 대를 갖다 바쳤는데.주딱 말대로 일단 자고 일어나기로 했다. 단 하루.하루 만에 삶이 이렇게 바뀔 줄이야. 내일이 두렵다. 미래는 더 두렵고.하지만 버텨내야 한다. 이 탑을 뚫고 올라가려면. * * * 오른손에 쥔 야구공의 감각을 선명히 느꼈다.온 세상이 고요하다.시선은 포수의 미트를 향해 있었다.왼발을 살짝 들어 올리며 회전했다. 콰악! 다리를 앞으로 뻗으며 뒤로 젖혔던 오른팔을 뻗었다.공이 대기를 가르고 날아갔다.공은 제집처럼 미트에 빨려 들어갔다. 스트라이크! 심판의 묵직한 외침이 터졌다.모두가 환호를 지르며 달려왔다.손끝이 저렸다.오른팔을 부여잡고 쓰게 웃었다. 이긴 게 중요한 게 아니야. 유성아, 넌 빅3라고 평가받는 놈이 왜 이렇게 팔을 험하게 굴렸냐. 야구, 계속할 거지? 빨리 낫자. 감독의 목소리였다.먼저 평소보다 무리하는 걸 요구한 건 감독이었다. 사람의 몸은 참 쉽게 고장 났다. 이혼해. 당신, 유성이 야구 시킬 때부터 마음에 안 들었어. 어머니의 목소리였다.가정은 참 쉽게 고장 났다. 화면은 빠르게 흘렀다.돌아온 마운드. 야구화의 스파이크는 그날따라 이질적이었다. 까아앙! 마음가짐도. 투구의 궤적도. 그 어느 것 하나 달라진 것이 없는데.타자의 배트에 맞은 공이 하늘을 날고 있었다. 어깨에선 또다시 통증이 일었다.눈에는 핏발이 섰다. 애꿎은 땅을 헤집었다. 확정되었던 것 같은 미래는 참 손쉽게 뒤흔들렸다.괜찮냐고 물어온 후배의 멱살을 쥐었다.고래고래 소리를 질렀다. 무슨 말을 하는지는 도통 들리지 않았다.물속에 있는 것처럼.숨이 턱 막혔다. “….” 눈이 떠졌다.그다지 반가운 꿈은 아니었다. 어제 코인으로 사둔 물을 마셨다.꿈자리는 더러웠지만, 몸은 개운했다. 시계를 바라보았다.오전 7시 32분.하루를 시작하기 딱 좋은 시간이었다. 제목 : ㅎㅇ 일어남작성자 : ㅇㅇ*-역시 한숨 자고 일어나니까 개운하다. 댓글이 빠르게 달렸다.주로 대화를 나눈 건 빛의검이었다. 자신이 준 검법서와 검의 감옥에 관해 설명을 다시 해주었다. 초월갤을 끄고 빛의검이 준 검법서를 읽어 내려갔다. 용살검.무슨 소리인지 이해가 쉽사리 되지 않았다.하지만 그런 부분은 일단 넘겼다. -빛의검) 모르는 건 파악만 하고 넘겨라.-빛의검) 어차피 골렘이 보여줄 테니까. 빛의검의 말대로 초반부를 빠르게 일독한 나는 작은 네모 상자를 손에 쥐었다.회색의 네모난 상자.중심에 있는 붉은색 조각을 꺼내면, 그게 작동 장치라고 했지. 딸칵- 큐브 조각 생긴 상자 조각의 앞면에는 흑색 버튼이 있었고. 뒷면에는 백색 버튼이 있었다.흑색 버튼을 누르면 작동이 되고. 백색 버튼을 누르면 멈춘다고 했지. 삑- 골렘을 작동시키는 흑색 버튼을 누른 다음 상자를 바닥에 내려놓았다.상자의 표면이 부르르 떨리더니, 양면에서 기계 팔이 불쑥 튀어나왔다.미세한 톱니바퀴들이 움직이는 게 육안으로 보였다. 푸른 빛이 발광하더니, 아래에 형성된 또 하나의 네모난 상자들이 이족보행을 하기 위한 다리로 변화했다. 골렘은 나라는 존재를 인지하자마자, 전진하며 발을 내디뎠다. ─촤아아악! 뭘 반응할 틈도 없이.어깨에 목검이 처박혔다. 우드득- 뼈가 으스러지는 소리가 울렸다. “아.” 목검이라도 더럽게 아팠다.검격이 몸을 직격할 때마다 패시브인 ‘통각 억제’가 발동되는 모양이었지만, 억제된 고통이라도 아주 아팠다. 그리고 이내, 대기실의 효과로 인해 통증이 사라졌다. [집중 강화 Lv.1 - 스킬을 활성화합니다.] 골렘의 중앙에 박힌 보석이 마치 붉은색의 외눈처럼 보였다.세 번을 더 처맞았다. [스킬 ‘통각 억제’의 레벨이 상승합니다. Lv.3] 그러고 나서야, 깨달았다.지금까지 내 몸을 몇 번이고 잘라낸 이 참격이 용살검의 제1식, 투르사호그(Þursahǫgg)라는 걸. -빛의검) 조금 아프긴 할 거다.-빛의검) 목검이지만, 튼튼하기로 유명한 세트네 나무로 특수 제작을 했으니까. 빛의검이 내가 갤러리를 끄기 전에 달았던 댓글들. -빛의검) 억울해도. 짜증 나도. 싫어도 어쩔 수가 없다. 그냥 해라. 알고 있어. 고인물이 빼는 진도가 너무 빨라서 울고 싶긴 하지만 말이야. 맞았기에 보인다.어떻게 휘둘러야 할지. 틀리면, 몇 번 더 맞으면 된다. 30번을 치면 부서질 거라고 했지.좋다.넌 내가 꼭 부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