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층 (4)
2층 (4)
대련 1일 차.결국은 빌어먹을 골렘에게 단 한 대의 유효타도 먹이지 못했다.대련이 아니라, 골렘에게 당하는 일방적인 구타 쇼라고 할 수 있었다.그 덕분에 몇몇 스킬들의 레벨은 상승했으나, 기분이 좋을 수는 없었다. 내 허벅지를 한 번 더 내리찍으려는 골렘의 움직임을 백색 버튼을 눌러 멈췄다. 제목 : 너무 강한 거 아니냐작성자 : ㅇㅇ*-무슨 내구도 30짜리 골렘이 이 정도로 무식하게 강하냐 └ 빛의검) 내구도만 30이고 성능은 그대로니까. 고생했다. 검로(劍路)는 좀 보였나? └ ㅇㅇ*) ㅇㅇ 슬슬 보임. 이렇게 직접 처맞으니까 확실히 습득이 빨리 되는 것 같긴 해. 근데 직접 펼치는 건 또 다른 듯. └ 天魔) 자신의 학습 능력을 너무 과신하지 않는 게 좋다.└ 시궁창검성) 계속 구를 수밖에 없다. 그게 수련이란 거다. └ 꼰대들이 따로 없네.└ ‘*’이 검 들고 구르니까 노친네들 신났음. └ 나도 훈수 좀 하고 싶은데…이지 노멀 멸시 오지게 들어오겠지…히히힣. 안 해야지.└ 해라, 우리가 쟤들보다 힘이 없지. 기백이 없냐? 3일 차.내가 검은색 버튼을 눌러 재가동시킨 골렘이 쇄도해왔다.눈앞에 벼락 치듯 내리 찍히는 검격.팔을 들었다.움직임은 아주 본능적인 방어행위였다. 쩌어엉! 막았다.이게 용살검의 3식인 드라카바니(Drakabani)라는 건 반강제로 학습이 된 상태였다.몸에 고통을 남기는 학습은 지식의 흡수 속도가 빨랐다. 수직 베기였지만, 그런 단순한 말로 표현할 수 없는 특이점이 있었다.천마가 그런 걸 무리(武理)라고 한다고 했지. 나는 부지런히 검을 휘둘렀다. 근육이 팽팽하게 팽창되는 감각이 양팔과 다리에 퍼져나갔다. [‘힘’ 수치가 1 상승합니다.] 육체의 한계를 연달아 넘나들면 레벨업을 하지 않아도 스탯의 상승이 이루어진다는 탑 선배님들의 말씀이 옳다는 방증이 되어주었다. [‘체력’ 수치가 1 상승합니다.] 역시 고인물 형님들의 말씀이 다 맞다. 그렇고말고.나는 그리고 또다시 처맞았다. 사방에서 번뜩이는 검격.이틀 동안 처맞기만 했더니, 드디어 무언가가 보이기 시작했다.제대로 막을 만한 각이. 단시간에 뇌리를 스치고 지나간 깨달음? 그런 건 없었다.저 골렘의 팔이 어떻게 움직이는가. 검을 휘두를 때는 다리가 어떻게 전진하는가.그런 골렘의 움직임을 빠르게 보고 행동에 옮겼다. 이런 당연한 걸 왜 이제야 깨우쳤을까 하는 자책이 먼저 들었다.마운드 위의 투수가 타자의 습관을 관찰해서 허를 찌르는 투구를 하는 건 아주 당연한 일이었기 때문이다.사람이 숨을 쉬는 것처럼. 베기인 1식을 막고.찌르기인 2식 히야르타그니르(Hjartagnyr) 막고.3식을 막았다. 보는 눈은 점차 더 명료해졌다. 빡-!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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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 그런데 그냥 수직으로 내리 찍히는 평범한 베기에 직격을 당해 버렸다.일순간 눈앞이 껌껌해지며 몸이 뒤로 기울어졌다. 털썩- 고개를 들어 올리니 성큼성큼 걸어오는 골렘의 모습이 눈에 들어왔다. “오지 마, 새끼야.” 바닥에 떨어진 골렘 작동 큐브 조각을 손에 들고 눌렀다. 우뚝. 나를 더 구타하기 위해서 다가오던 골렘의 움직임이 제 자리에서 멈췄다.오늘은 여기까지다.얻은 건 많았다. 남은 시간은 복기를 위해 사용하기로 했다. * * * 10일 차. 제목 : 오늘은 다를 것임작성자 : ㅇㅇ*- 내가 어제 깨달음을 얻었거든. └ 라고 쓴 게 이 새끼 지금 몇 트 째인 거냐?└ ㄹㅇㅋㅋㅋㅋ └ 유명한거지) 그 정도로 깨달음을 얻었다면 슬슬 열반에 들 때가 되지 않았소이까?└ 역시 일침은 개평~~ 저 새끼는 또 누군데.개평? └ ㅇㅇ*) 개평은 뭐고.└ 天魔) 개방 평균이란 뜻이니라. └ 제기랄…왜 개평이라는 저런 하찮은 용어를 마(魔)의 최정점이자, 우두머리인 천마가 친절하게 알려주고 있는 것이오? 내가 아는 무림은 이렇지 않소. 저자가 진짜 천마일 리가 없다 이 말이오. └ 무림 지구는 하나만 있는 거 모르냐? 쟤가 네가 아는 그 천마가 맞다. 부정, 회피 ㄴㄴ└ 천마는 지금 갤의 중심인 등반자한테 관심받는 것만 생각하고 있는 것임. └ 유명한거지) 천마천세 만마앙복(天魔千歲 萬魔仰伏)!└ 저 미친놈은 개방도이면서, 개방 방주이면서 왜 저걸 외치고 있는 거냐, 크아아악!!!! 나의 무림이!!!!! └ 저게 현세에 적응한 것일 뿐이지. 무림맹주가 천마한테 굽신거리는 거 직관도 못 했냐? 몇 달 전인데. 앞선 댓글들에 조금의 관심도 없어 보이는 댓글이 하나가 툭 달렸다. └ 빛의검) 지치지 마라, 내가 써둔 조언들을 명심하면 된다. 무슨 말을 많이 적어두긴 했다만, 검법 외에는 그렇게 도움이 되는 말은 없었다. └ ㅇㅇ*) 이건 왜 적어둔 거냐? ‘결국 가장 위대한 무기는 검이다.’└ 시궁창검성) 그건 팩트다. └ 빛의검) 그렇다.└ 창왕) 폐관을 끝내니 희한한 일이 벌어져 있구나, 언젠가는 창도 쓰게 될 것이다…. └ 天魔) 어허, 줄을 서라. 본좌가 권(拳)을 먼저 알려줄 것이니라.└ 창왕) 그건 저 아해의 생각이 중요한 부분이오. 하여간, 검에 미친 것들.정작 나도 검에 미쳐야 하는 상황이었지만 저 대열에 끼고 싶지는 않았다. 갤러리를 종료시키고 골렘을 작동시켰다. 번쩍. 붉은색 외눈 안광이 머리의 중앙에서 점멸했다.이거, 계속 보다간 정이라도 들겠다. 아주. 걸음을 내디뎠다.검을 든 골렘의 오른손이 움직였다.내 오른손도 움직였다. 횡으로 격돌하는 두 궤적. 내 검과 골렘의 목검이 맞부딪혔다.됐다. 드디어.빌어먹을 1식, 투르사호그를 맞부딪혀 상쇄시켰다. 최초의 성공.하지만 시작이 반이라 했던가. 골렘이 이어서 펼친 2식과 3식을 모두 맞받아쳤다. 양팔이 떨렸다.왜 빛의검이 하필이면 이런 무식한 골렘을 내게 보내온 걸까, 그런 쓸데없는 사색에 잠겼던 적이 있었다. 놈한테 한참을 처맞고 나서 자연스레 깨달았다.앤스란스로프나 고블린보다 몇 수 위에 있는 상대 앞에서 움츠러들지 않는 법.그걸 가르쳐 주기 위해 보낸 것이다. 빛의검이 내가 내린 결론이 오답이라 말하면, 그건 빛의검이 멍청한 거다. [투사(鬪士)의 움직임 Lv.1 - 스킬을 획득했습니다.] [스킬 ‘집중 강화’의 레벨이 상승합니다. Lv.2] [스킬 ‘위기 감지’의 레벨이 상승합니다. Lv.2] 실제적인 효과를 얻었으니까. 게다가 ‘투사(鬪士)의 움직임’은 빛의검이 검법서의 부록에 직접 강조했던 스킬이었다.여러모로 쓰임이 많은 스킬이라고 했다. 세 번의 공격에 맞대응한 이후는. 또다시 일방적으로 처맞았다. 골렘을 멈추고 난 후에 한 행동은 마나를 움직이는 연습이었다.2층에 들어서면서 스탯 ‘마나’를 얻으면서, 자연스럽게 몸에 구성된 마나하트.그 마나하트에 있는 수치 10의 마나를 운용하는 방법을 빛의검은 용살검 검법서의 부록처럼 얇게 적어두었다. 가부좌 자세를 취하고 있었다.‘마나하트’ 자체를 인지하는 데만 일주일의 시간이 걸렸다.그 후 3일간 이룩해낸 결과는 마나를 전신에 천천히 흘려보내는 일이었다. [마력 신체 강화 Lv.1 - 스킬을 획득했습니다.] 아직 검기(劍氣)의 발현 같은 건 불가능했지만, 전투 중에 한시적으로 신체를 강화하는 건 가능해졌다. 고작 10의 마나라도, 그걸 다룰 수 있느냐 없느냐는 큰 차이.골렘과의 사투. 그리고 빛의검이 준 검법서는 내게 이 탑에서 살아남을 최소한의 소양을 얻게 해주었다. 확실한 이변은 대련 13일 차에 일어났다. [마력 신체 강화 Lv.1 - 스킬을 활성화합니다.] 쐐애액! 대기를 가르고 벼락 내리 찍히는 목검을 어깨를 살짝 비틀어 피했다.그리고 오른발을 뻗어 골렘의 오른발을 밟았다. 계산이 아닌, 본능이었다. ─콰직 용살검의 1식인 투르사호그를 전개한 것까지. 드디어, 30의 내구도를 29로 만들었다. 그리고 대련이 끝날 때, 골렘의 남은 내구도는 23이었다. 제목 : 야, 빛검. 너 거짓말이지?작성자 : ㅇㅇ*-너 열일곱 살 때 이 골렘 mk.2보다 훨씬 더 강하지 않았냐? └ 빛의검) 오호, 드디어 한 방 먹였나 보구나.└ ㅇㅇ*) 한 방 ㄴㄴ 일곱 방. └ 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아이고 등반자야. 그렇게 자랑스럽냐. └ 빛의검) 골렘도 어느 정도는 녹이 슬었을 뿐이다.└ 빛의검) 네가 해낸 일의 가치를 낮출 정도로 약한 놈은 아니야. 조금 녹슨 게 아닌 거 같은데. 15일 차. 현재 남은 골렘의 내구도는 16.더 이상 끌 시간이 없었다. 2층을 클리어하고. 3층의 층계 대기실까지 안전하게 도달 후, 교류회에 참가해야 하는 것까지 생각하면 오늘이 대련 수련의 마지노선이었다. 마나하트의 마력을 전신에 퍼트렸다. [마력 신체 강화 Lv.1 - 스킬을 활성화합니다.] 끝을 낸다.몸체에 금이 쩍 갈라져 있는 대련용 골렘 mk.2.하지만 난 놈을 조금도 얕볼 수 없었다. 놈한테 얻어맞은 횟수가 세자릿수를 넘겼으니까. [집중 강화 Lv.2 - 스킬을 활성화합니다.] 골렘은 몸 곳곳에서 파편을 흩날리면서도 개의치 않고 나를 두들겨 팼다.통증은 감각을 일깨운다. 목검의 사정거리 안쪽으로 파고들었다. 투사(鬪士)는 짐승처럼 움직여야 한다.빛의검이 검법서 끄트머리에 끄적여 둔 말이자, 나의 행동 지침이 된 말이다. 맞아도 된다.살을 주고 뼈를 취하면 된다.그 생각으로 파고들었다. 그런데 찰나의 간격으로 흘려보낼 수 있었다.성장했다. 그 확신이 아드레날린을 밑바닥부터 끓여 올렸다.횡으로 휘두른 검이 골렘의 머리에 적중했다. 머리, 그다음은 상체 정중앙. 콰직! 옆구리, 다리, 목. 골렘의 사지를 향해 검을 내질렀다.석재와 금속이 깨져나갔다.황색 파편들이 사방으로 흩날렸다. 써겅! 기형적으로 꺾인 골렘의 오른쪽 팔이 완벽하게 두 동강이 났다.파편들이 땅에 흩어져, 굉음이 연속적으로 났다. 곧, 골렘의 머리통도 바닥으로 떨어져, 데구르르 굴렀다. 서른.골렘의 내구도가 완전히 바닥났다.붉은 외눈은 빛을 완전히 잃어버렸다.나는 깨진 골렘의 파편들을 바라보았다. “고마웠다.” 빈말이 아니었다.난 진심으로 부서진 골렘에게 고마움을 느꼈다.놈이 아니었다면, 죽음의 위험 없이 단시간에 실전 감각을 이만큼 끌어올리긴 불가능했을 테니까.골렘이 준 고통마저도 길게 보면 약이었다. 아주 고맙지만, 그래도 초갤러들에게 부순 건 인증해줘야지.골렘이 사용했던 목검과 부서진 골렘을 단말기로 촬영했다. 제목 : 부쉈다.작성자 : ㅇㅇ*-돼지국밥 한 그릇 먹고 2층 문 연다.첨부 : 99868690.jpg[박살이 난 골렘과 목검 사진.] └ 오ㅋㅋㅋㅋㅋㅋㅋㅋㅋ 감 좀 잡았냐? └ 무녀) 하와와, 돼지국밥 사진도 찍어서 올리는 것이와요.└ 빛의검) 잘했다.└ 얼음여왕) 꽁꽁!! 아주 멋져요! 등반쟈! └ 시궁창검성) 생각 외로 시간 내로 끝을 냈군.└ 엘프다) 고생하셨어요.└ 대마법사) 방심하지마. 하드 난이도도 2층부터 미친 수준인데, 거긴 판데모니엄인 걸 잊지 마. 방심 같은 건 안 한다.열심히 들이받을 생각일 뿐이다. 돼지국밥을 먹었다.무녀는 사진을 애타게 원하던 것과 다르게 비주얼만 봐선 못 먹겠다는 나약한 댓글을 썼다.2층 층계 대기실의 맨 끝으로 향했다. 문틈에서 미약한 빛이 새어 들어오는 회색 문이 있었다.손잡이를 잡고 문을 열었다. 끼익- 『판데모니엄 난이도 2층 스테이지에 오신 걸 환영합니다.』 그저 던전이었던 1층과는 확연히 다른 풍경이 펼쳐졌다. 회색의 거대한 벽과 모여있는 전사들.귓가를 파고드는 고함. 시야에 펼쳐진 건, 수성전(守城戰)을 하는 풍경이었다. 『판데모니엄 난이도 2층은 퀘스트형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