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제 사칭범이 되었다.
사제 사칭범이 되었다.
ㄴ[이 새끼는 또 몇 번 지구에서 온 거임..] 마지막 댓글을 읽고 눈앞에 쓰러진 괴물을 내려다봤다. 오크. 고향의 탑에는 존재하지 않던 종류의 괴물이었다. 그래서 확실히 알아볼 필요가 있었다. 행여 생김새만 다를 뿐, 사람이라면 죽였다간 돌이킬 수 없으니까. 다행히 갤러리의 답변은 명확했다. 괴물. ‘그럼 굳이 살려 보낼 필요는 없겠지.’ 하물며 이대로 지나가게 된다면 다시 멀쩡히 일어나 사람을 습격할 거였다. 그렇다면 더 고민할 이유는 없었다. 걸어둔 버프가 끝나기 전에, 바닥에 떨어진 오크의 무기를 집어 들었다. 약탈한 물건인지는 몰라도, 조잡한 가죽옷과 달리 메이스만큼은 제법 그럴듯했다. 메이스를 양손으로 쥔 뒤, 관자놀이를 향해 휘둘렀다. 퍽! 두꺼운 살과 뼈를 때리는 묵직한 감각이 손목을 타고 올라왔다. 꽤나 오랜만에 느껴보는 손맛이었다. 그러나 한 번으로는 부족했다. 퍽! 두 번째 타격에 오크의 몸이 크게 들썩였다. 철퇴를 내려놓고 녀석의 목에 손을 댔다. 맥박이 잡히지 않았다. 이번에는 코에 손가락을 가져다 댔다. 숨도 쉬지 않고 있었다. 마지막으로 눈꺼풀을 열어 눈을 확인했다. 동공 반사 역시 없었다. “확실히 죽었군.” 죽였다는 사실을 인지하자 약간이지만 찝찝함이 몰려왔다. 방금의 살해가 처음은 아니었으나 적어도 사람을 닮은 것을 죽이는 건 이번이 처음이었다. 탑에 등장하는 괴수들은 말 그대로 괴수의 형태를 했으니 특이한 일은 아니었다. ‘그보다.’ 눈앞에 떠 있는 갤러리 창으로 시선을 돌렸다. 다시 연 것은 내가 작성했던 질문글이 아니라 갤러리 공지였다. [이세계 갤러리 통합 공지] 1. 현재 확인 된 귀환 사례는 존재 하지 않습니다. 귀환 관련 사기, 거짓말 등 적발 시 1 차 1 년 2 차 영구 차단 처리 됩니다. 혹시나 하는 마음에 다시 확인한 공지글이지만 잘못 읽었거나 놓쳤던 부분은 없었다. 적어도 당장 돌아갈 방법은 없다고 봐도 무방할 것 같았다. “곤란하게 됐네.” 어젯밤까지만 해도 개인 치료원에서 잠들었다. 새벽 일찍 예약이 잡힌 공략대도 있었고, 처리해야 할 서류도 남아 있었다. 그런 와중 원장이자 유일한 힐러인 내가 사라졌으니 난리가 났을 것이다. 답답하지 않다면 거짓말이었다. 하지만 숲 한복판에 주저앉아 걱정한다고 해결 되는 것은 아무 것도 없었다. ‘할 수 없는 일은 내려두고 당장 해결할 수 있는 문제부터.’ 귀환은 당장 해결할 수 없다. 반면 당장의 생존을 보장하는 것은 내 선택에 달려 있었다. “정착부터 해야겠군.” 인간의 생존과 기본적인 생활 유지에 필수적인 3가지 요소를 흔히 의식주 라고 통틀어 말했다. 지금 내겐 의식주가 필요 했다. 귀환 방법은 그다음에 찾아도 늦지 않았다. 그리고 내가 아니더라도 갤러리의 존재들이 방법을 계속 해서 찾을 거였다. 갤러리의 공지 탭에서 뉴비 필독란의 상식 부분을 열람 했다. [마녀 사냥은 면하는 각 종교 별 교리 기본 편] [대륙 지도 정리함(계속 업데이트 중)] [지도 위치 확인 법] [주변에 흔히 찾을 수 있는 약초 정리.] 쓱 훑어 보니 쓸 만한 팁이 많았다. 필요한 내용을 빠르게 읽은 뒤 언급 됐던 지도 관련 게시글로 넘어갔다. 제목 : 지도 위치 확인 법 1. 자기 닉네임을 누른다 2. 현재 자기 위치가 적힌 좌표를 확인 한다 3. 지도 정리 글을 들어 간다 4. 좌표로 지도 위치를 확인 한다 5. 끝. 독도법 관련은 하단 링크 참조. ※주의)지도 글에도 언급 된 거지만 절대로 지도 옮겨 그리지 마셈. 걸리면 사형 당함. 구라 아니고 ㄹㅇ임;; 다행히 독도법은 알고 있었다. “여기서 가장 가까운 도시가 밀러스 라는 곳이군.” 대략적인 방향을 잡았지만 당장 움직이지는 않았다. 어차피 가봐도 화폐가 없으니 구걸 말고 할 수 있는 게 없을 것이다. 그러니 돈이 될 만한 걸 이곳에서 먼저 구해야 했다. ‘뭐가 돈이 될 지는 모르겠지만, 갤러리 라는 곳에선 알고 있겠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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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목 : 숲에서 돈 될 만한 것 아시는 분 계십니까. 작성자 :ㅇㅇ(123.123) 공지 탭에 있는 지도 게시글로 대략적인 위치와 가까운 도시를 확인 했으나 돈이 없는 이유로 돈이 될 물건을 먼저 구하려 합니다. 도움 주시면 감사하겠습니다. [이새끼 뭔데 벌써 적응함] ㄴ[ㄹㅇ보통 멘탈 깨져서 며칠 노숙 하는 게 기본인데] [님 오크 잡았다 하지 않았음? 오크 송곳니 뽑고 무기도 있으면 그거 회수해서 파셈. 가죽도 벗기면 돈 되긴 하는데 못하면 말고. 송곳니는 푼돈이긴 해도 철제 무기는 꽤 비싸서 팔면 도움 될 거임.] ㄴ[감사합니다.] 돈은 먼 곳에 있지 않았다. 괴수이긴 했지만 부산물 갈무리는 경험이 있었기 때문에 오크를 손질 하는 것은 어려운 일이 아니었다. 튀어나온 송곳니를 비틀어 뽑아 내고 오크 피가 묻은 메이스는 가죽에 닦아 허리춤에 묶었다. 마음 같아서는 가죽도 벗겨가고 싶었지만 쓸만한 날붙이가 없어 하지는 못했다. 하지만 이 정도만 해도 당장은 충분했다. 문제는 도시로 가는 길이었다. ‘멀군.’ 도시 까지 거리는 무척 멀었다. 하물며 숲 한복판이라 길이 있는 곳 까지 가는 것 만 해도 일이었다. ‘조금 돌아가더라도 길이 있는 곳을 먼저 가는 게 낫겠지.’ 숲길은 평지를 걸을 때보다 배 이상의 체력과 시간이 소모됐다. 차라리 조금 돌아가는 일이 있어도 숲을 오래 걷는 것 보다 길을 따라 걷는 것이 나았다. 남동쪽 방향으로 20 분 정도 걸었을까. 드디어 숲을 벗어나 사람과 말이 지나다니는 길을 확인 할 수 있었다. [대륙 상식 편] [12 종교 별 교리 내용] [자작은 남작의 위가 아니다. 귀족 서열 정리.] 그 뒤부터는 갤러리 상식을 읽으며 길을 따라 걷기만 했다. 해가 서쪽으로 기울기 시작할 무렵, 저 멀리 회색 성벽이 모습을 드러냈다. 그 아래로 근무가 지루한지 하품을 쩍쩍 뱉고 있는 병사가 보이고 있었다. “멈춰.” 성문 가까이 다가가자 멈춰 세운 것은 방금 전 까지 하품을 하고 있던 병사 였다. 병사는 허리춤에 묶인 메이스와 현대 복식이 영 수상했던 모양인지 의심스레 응시 하고 있었다. “딱 봐도 존나 수상하군! 신분패 혹은 허가서를 보여라. 없다면 들여 보낼 수 없다.” 다행히 오는 길 틈틈히 갤러리를 정독 했기 때문에 써먹기 좋은 변명을 미리 생각해둔 참이었다. “사제입니다. 숲에서 오크를 조우해 짐을 잃은 터라 신분패는 현재 지니고 있지 않습니다만..” 마침 병사의 손에 아물지 않은 상처가 보였기에 자연스럽게 스킬을 사용 했다. 화악-! 왠지 평소 보다 밝아진 느낌의 ‘힐’ 이 병사의 손에 깃들었다. “..이것으로 대신 증명할 수 있겠습니까?” 순식간에 상처가 없었던 것처럼 회복하자 병사는 화들짝 놀라며 고개를 숙였다. “가, 감사합니다.” “사제 님이신 줄 모르고 실례가 많았습니다. 어서 들어가시죠.” 그 말에 무사히 성문을 넘어 들어 갔다. 치료 받은 병사는 그 뒷모습을 힐끔이며 조용히 중얼거렸다. “꽃무늬 옷이 특이하다 생각 했는데 설마 사제 님이셨을 줄은..” … 제목 : 무사히 도시에 입성했습니다. 작성자 :ㅇㅇ(123.123) 그리고 숙박을 위해 오크 송곳니와 메이스를 팔아야 할 것 같은데 판매처와 적절한 가격을 여쭙고 싶습니다. [오크 송곳니는 정력제로 사용되서 개당 동화 다섯 닢, 철제 무기는 상태 따라 다르긴 한데 메이스 같은 둔기는 어지간해서 제값 받을 수 있음 최소 은화 3 닢] [판매처는 그냥 잡화점 가서 터셈 제값 받으려면 송곳니는 약방이나 연금방, 메이스는 대장간이나 무기점에 가는 게 맞긴 한데 언제 그걸 다 파누] 답변은 빠르게 달렸다. 답변 말고 다른 댓글이 달리기도 했다. [마을도 아니고 도시에? 신분패도 없을 건데 어캐 들어감?] ㄴ[사제를 사칭했습니다. 힐을 보여주니 통과시켜주더군요.] ㄴ[?? 이게 통하네] ㄴ[귀족, 사제 사칭은 사형이다 게이야..] ㄴ[알아보니 이곳의 사제는 가톨릭처럼 사제 명부가 없더군요. 그리고 실제로 힐을 사용 할 수 있으니 들킬 염려는 적을 것 같습니다.] ㄴ[미친놈이다이..] 이후로 댓글이 추가로 달리는 것 같았지만 필요한 답은 전부 들었기에 읽지 않고 닫았다. ‘이세계 도시 치고 청결은 그럭저럭 괜찮군.’ 입성한 도시의 풍경은 그럭저럭 괜찮았다. 최악의 경우 길거리가 똥으로 가득한 중세 시대 도시를 가정 했지만 그 정도는 아닌 듯 했다. ‘적어도 흑사병에 걸릴 일은 없겠어.’ 그 외의 감상은 나중이었다. 당장 필요한 건 돈과 숙소였다. 사람들이 사용하는 화폐를 유심히 살피며 갤러리에서 언급 했던 판매처를 찾았다. ‘도시 입구나 중앙보다는 구석진 곳이 낫겠지.’ 입구나 중앙은 바가지가 심했다. 입구의 경우 관광객 등 호구를 잡기 좋았고 중앙은 땅값이나 월세에 의해 가격이 높은 경우가 많았다. 물론 고향의 케이스 였기에 이곳에서도 마찬가지인지는 알 수 없었다. 하지만 해당 부분은 차차 경험하며 판단하면 될 일이다. ‘여기가 잡화점인가.’ 글자 하나 없이 그림만 그려진 간판이었지만, 잡다한 물건이 빼곡히 진열된 걸 보고 안으로 들어섰다. 안에는 주인으로 보이는 노인이 혼자서 체스를 두고 있었다. “팔려고?” “그렇습니다.” 탁자 위에 송곳니 두 개와 메이스를 내려놓았다. “메이스는 무거워서 싫은데..” “그럼 송곳니만 팔겠습니다.” “안 사겠다는 건 아니고.” 능글맞은 성격에 흥정이 힘들 수도 있겠다는 생각이 들었다. “전부 합쳐서 은화 다섯 개.” “그렇군요.” 그러나 노인은 알아 본 시세보다 조금 높은 가격을 불렀다. 흥정을 고민 했던 게 허탈할 정도로. “메이스가 상태가 제법 좋아. 처리하려면 관절은 쑤시겠지만.” ‘최소 은화 세 닢이라고 하더니 정말 최소 였나.’ 능글 맞지만 정직한 노인장에게 고개를 꾸벅 숙이며 떠났다. “혹시 머무를 곳을 찾고 있으면 저쪽 달과 빵이 그려진 간판의 여관을 가보게.” “..감사합니다.” 정직함 만큼이나 인정 또한 많은 노인이었다. 약간은 길을 헤매긴 했지만 노인이 말했던 여관을 오래 걸리지 않아 찾을 수 있었다. 열린 문을 넘어 들어가자 안에는 초등학교 고학년 정도 되어 보이는 어린 남자 아이가 바닥을 걸레질 하는 모습이 보였다. “엇, 식사 손님이세요?” 바닥을 닦던 소년이 걸레를 놓으며 물었다. 그러면서도 시선은 힐끔거리며 티 나지 않게 움직였다. 행색을 훑는 것이 흡사 이번 손님은 어떤 인간 군상인지 살피려는 모양새 였다. 기분은 나쁘지 않았다. 애가 일하는 곳이면 그럴 수도 있지- 정도의 감상만 남았다. “잡화점 노인 분이 추천 주셔서 왔습니다.” 하지만 피곤한 마당에 눈치를 보는 것도 질색이라 추천해 준 잡화점 주인을 가져다 댔다. “길모어 할아버지 추천으로 오셨군요!” 그제서야 의심을 어느 정도 거두는 눈빛이다. 추천이라고 해봤자 얼굴 본지는 몇 분 채 되지 않았지만, 해당 사실은 잠깐 접어두었다. “일단 일주일 숙박을 하려는 데 가능하십니까.” “은화 세 개만 주세요. 조식은 포함이고 점심 저녁 까지 포함 할 거면 동화 다섯 개만 더 주시면 돼요!” “여기 있습니다.” “헤헤, 빈 방으로 안내 드릴게요!” 방은 2 층에 있었다. “가장 좋은 방이에요. 열쇠는 잃어버리시면 안되고 창문은 외출 할 때 꼭 잠궈 주세요. 창문이 작긴 해도 어린 애는 통과 할 수 있거든요.” “그러죠.” 다행히 받은 방은 좋은 방이라는 말이 틀리지 않았는지 제법 깔끔했다. ‘이 정도면 환불은 안 해도 되겠어.’ 최소한 마음 놓고 머물긴 충분했다. 침대에 막 앉았을까. 긴장이 풀렸는지 졸음이 몰려왔다. 하긴 숲에서 깨어나자 마자 덤비는 오크를 제압하고 도시를 찾아 먼 길을 걸어 오기 까지 했으니 지치는 것도 무리는 아니었다. ‘..적어도 당장의 생존은 성공 했군.’ 그래도 최악의 상황은 피했다 할 수 있었다. 하지만 지속적인 생존을 이어 나가기 위해서는 아직 많이 부족 했다. 졸음을 참아내며 갤러리에 새 글을 작성했다. 제목 : 숙소 구했습니다. 작성자 : ㅇㅇ(123.123) 도움 주신 분들 감사합니다. 다만 계속 있으려면 도시에서 일을 구해야 할 듯 싶은데 추천할 만한 일이나 직종이 있겠습니까. [적응 속도 존나 빠르네ㅋㅋㅋㅋㅋ] [정 없으면 갤러리에 있는 약초 정보 공부하고 약초꾼 하셈 연금방에서 잘 쳐줌] [오크 제압 할 정도면 어느 정도 무력도 있다는 건데 용병 ㄱㄱ] 보통 집단에 초면인 인물이 질문을 연달아 하면 질색 하기 마련이다. 그러나 갤러리 라는 곳의 존재들은 그런 내색 없이 답을 했다. 신입에게는 이상적인 집단이라 할 수 있었다. 하지만 정성과는 별개로 마음에 드는 답은 없었다. ‘가릴 입장이 아니긴 하지만 움직이는 건 싫단 말이지.’ 괜히 탑 등반 이후 목돈을 모아 치료원을 차린 게 아니다. 그러던 중 제법 마음에 드는 답이 올라 왔다. [치료소 ㄱㄱ 치유 가능한 사제들은 워낙 귀해서 환영 받음] ㄴ[미친놈아 사제 사칭은 사형이라고] ㄴ[사제 사칭하는데 안 걸리면 그게 사제 아닌?가] ㄴ[걸리면 사형 안 걸리면 사제 아닙니까!] ‘괜찮네.’ 당분간 사제 노릇을 하며 지내면 될 것 같았다. 하지만 그러기 위해선 갤러리에 올라온 교리나 성서를 달달 외워야 할 거였다. 앞으로의 계획을 머릿속으로 정리 하며 침대에 누웠을 때 였다. 불현듯 갤러리의 댓글이 떠오른 게. ‘그러고 보니 못 믿겠으면 밤 하늘을 보라고 했지.’ 잠이 몰려 오긴 했지만 하늘 정도는 볼 정신은 있었다. 잠깐 일어나 조그마한 창문 너머로 바깥을 봤다. “…허.” 그제서야 왜 하늘을 보라고 했는지 비로서 알 수 있었다. ‘여긴 달에 글자가 박혔군.’ 푸른 달에는 뜻을 알 수 없는 글자가 박혀 있었다. 해당 의미가 5 월을 뜻한다는 사실을 알게 된 건 호기심을 못 참고 갤러리를 열면서 였다. … 시계는 없었지만 이른 아침에 눈을 뜰 수 있었다. 항상 같은 시간에 일어나며 몸에 벤 습관 덕분이었다. ‘역시, 꿈이 아니었나.’ 잠에서 깨며 어제 있었던 일이 혹여 꿈이나 환각은 아닐까 했다. 탑의 고층을 등반 하면 환각 따위 왕왕 있었던 일이니 말이다. 하지만 여전히 자신은 여관방에 있었고 낯선 도시에 있었다. 어제 있었던 일 전부 꿈이나 환각 따위가 아닌 것이다. 근육통이 온 다리에 힘을 주며 1 층으로 내려 갔다. “..숀이 말한 손님이 총각이우? 조금만 기다리슈, 아침 드릴 테니.” 1 층에는 후덕한 인상의 중년 여성이 홀을 정리 하고 있었다. 이 여관의 주인 되는 모양이었다. 어쩐지 힘이 없는 주인장을 뒤로 하고 테이블에 앉았다. 조식은 금방 나왔다. 제공 된 조식은 거친 빵과 감자가 들어간 묽은 수프가 전부였지만, 전날 아무것도 먹지 못한 탓인지 제법 입에 맞았다. 시장이 반찬이라는 말이 적절했다. ‘먹고 치료소부터 찾을까.’ 마땅히 생존 하기 위해서는 돈을 벌어야 했다. 그리고 현재 자신에게 가장 적합한 일은 치료소 일이었다. ‘의료 보험이 없는 동네니 돈은 잘 벌리겠지.’ 그런 괘씸한 생각을 하고 있을 때 였다. 주방과 가까운 테이블에 앉은 꼬마 아이가 눈에 띈 건. ‘다쳤군.’ 상처를 꿰매었는지 이마에는 실밥이 보였다. 아무래도 어제 소년 혼자 여관을 보고 있던 이유인 것 같아 보였다. “아이가 다쳤습니까?” “어제 점심에 크게 다쳤어요. 엄마가 급히 사제 님께 데려가긴 했지만 워낙 급한 환자 분이 많아서 치유 기적은 못 받았대요.” 대답 한 것은 오빠인 숀이었다. 한편으로 말하면서 목소리가 축 처진 것이 꽤 속이 상하는 모양이었다. 하긴 다른 곳도 아닌 얼굴에 난 상처다. 여자 아이의 얼굴에 흉터가 남을 수도 있었으니 가족 딴에는 마냥 속이 상할 수 밖에 없었다. 그제서야 주인장의 목소리에 힘이 없었던 이유를 알 수 있었다. ‘어차피 치료소에 일하게 되면 들킬 일이니 숨길 것도 없겠지. 여관 주인의 호의를 사기에도 좋겠고.’ 원래 세계였다면 번거로워서 라도 꽁꽁 숨겼을 일이지만 지금은 패를 숨길 상황은 아니었다. “얼굴을 잠시 보여주겠니.” 아이에게 다가가자 주방에 있던 여관 주인은 미심쩍은 눈으로 바라봤다. 지인 소개로 온 손님이라 듣긴 했지만 초면인 만큼 신뢰가 부족한 까닥이었다. 하지만 의심은 금방 사그라졌다. 손에서 밝은 빛이 발하며 아이의 이마에 깃들자, 상처가 흔적 하나 없이 사라졌으니 말이다. “이제 안 아플 거야.” 치료가 마치자 여관 주인의 눈이 크게 뜨였다. 안절부절 하지 못하던 소년도 그 자리에 멈춰 섰다. “세상에..” 그때 말끔히 나은 이마를 손으로 문지르던 아이가 내 옷자락을 잡아당겼다. 고개를 다시 내리자 아이가 반짝이는 눈으로 올려다보고 있었다. “아저씨.” 아이가 조심스럽게 물었다. “사제 님이에요?” 사제 사칭범이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