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제 사칭범이 되었다(3)
사제 사칭범이 되었다(3)
[사제한테 안 들켰음?] ㄴ[아무 눈치도 못 챈 것 같습니다. 대놓고 썼는데도 모르네요.] ㄴ[너는 미리 숨 오래 참기 연습해라..] ㄴ[왜죠?] ㄴ[(눈치.. 콘)] ㄴ[풍!!!덩!!!] ‘무슨 말인지 모르겠군.’ 이해 할 수 없는 댓글이 달리기도 했다. 아무래도 갤러리 라는 곳 특유의 밈 같은 게 아닐까 여겼다. [치료소 일은 할 만함?] ㄴ[네, 아주 쉽습니다. 만족스럽네요.] ㄴ[아는 사제는 힐 한 번 쓰면 땀 흘리던데, 쉽다고?] ㄴ[이게 왜 힘든 거죠?] 개중에는 일의 어려움을 묻는 이도 있었다. 그리고 솔직하게 말하면, 힘들게 전혀 없어 앞선 댓글과는 다른 의미로 이해 하기 힘들었다. ‘이렇게 쉬엄쉬엄 일 하는데 어려울게 뭐가 있지?’ 탑을 등반 하던 시절이나 개인 치료원을 운영하던 때에 비하면 방금 치료한 환자는 정말 쉬운 케이스 였다. ‘저주를 달고 온 것도 아니고, 신체 결손이 있던 것도 아니니까.’ 게다가 고층 등반자에 비하면 치료 하기도 어렵지 않았다. 게임 적인 비유이긴 했지만 10,000 HP를 가진 각성자를 회복 시키는 것 보다 100 HP를 가진 민간인을 회복 시키는 게 손 쉬울 수 밖에 없었다. 힘든 일은 정말 없는 것이다. 오히려 이렇게 농땡이를 부려도 되나 싶을 정도였다. 오죽하면 눈치를 보며 일을 직접 찾아 나서기 까지 했다. “괜찮다면 남은 환자들도 마저 치료 하겠습니다.” “허, 지치지도 않나?” “아직은 나름 젊으니까요.” 노인이야 나이가 있으니 일찍 지칠 만 했다. “..나이와 기적의 사용 횟수는 상관 없네.” 하지만 당사자 입장에서는 믿기 싫은지 표정만 팍 구길 따름이다. “아무튼, 힘이 남아 돈다면 오히려 환영이다. 환자는 항상 넘치는 편이니 말이야.” 허락을 받고 대기실로 돌아 갔다. 대기실에는 아까 보았던 노인과 청년 외에도 환자 몇 명이 추가로 늘어 있었다. 기침을 달고 있는 중년 남자. 요리를 하다 손이 베인 여자. 배탈이 났는지 배를 움켜쥔 아이까지. 이중에서 급한 환자는 아무도 없긴 했지만, 그럼에도 환자는 환자였다. ‘돈만 내면 감기에도 힐을 쓰는 게 힐러지.’ 다만 정말 아무나 치료를 하는 것은 아니었다. 그 모습에 구경하고 있던 노사제는 의아해 하며 물었다. “무슨 기준으로 치료를 하고 있는 건가?” “방금 저 청년은 당장 손목을 치료 하지 않으면 생계를 걱정 해야 하더군요. 그래서 치료 했습니다.” “저 아이는?” “방금의 손을 다친 아가씨 분은 손에서 밀가루 냄새가 나더군요. 물어보니 베이커리 가게를 하는데 다친 손으로 빵을 만들면 안 좋지 않겠습니까.” 상처가 난 손으로 만든 빵을 먹기 싫어서 치료했다는 말은 굳이 하지 않았다. “그럼 이전 환자들은 왜 치료를 하지 않았나?” “딱히 생계 문제도 없는데 굳이 치료해야 합니까? 체력이 남아 도는 것도 아니고.” 남아 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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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리고 힐, ..아니 치유 기적에 너무 의존하는 것도 좋지 않습니다. 스스로 이겨낼 기회도 주지 않고 치료해버리면 면역력은 누가 키워 줍니까.” “면역력?” 면역력이라는 말이 낯설었을까. 의아하다는 듯 되물었다. “병을 이겨내는 힘 입니다. 겪어 보지 못한 사람 보다 겪어 본 사람이 더 잘 하듯, 병 역시 그러한 법이죠.” 노사제는 잠시 생각하더니 고개를 끄덕였다. “일리가 있군.” 납득이 빠른 사람이었다. 깐깐해 보여도 치료에 관해서는 생각이 열린 모양이다. 환자는 시간대 상관 없이 방문 했다. 다음으로 보게 된 환자는 볼이 통통한 여자아이였는데, 겁을 먹었는지 엄마의 치마를 꼭 붙잡고 있었다. “힝, 저 약 먹어야 해요?” “약이 싫니?” “넹..” “약을 먹어야 하는지 안 먹어도 되는지 한 번 보자.” 기운을 투사하여 아이를 진단 했다. ‘장염이군.’ 뭐를 잘못 주워먹기라도 했는지 장염이 걸려 있었다. “엄마 몰래 군것질을 했구나, 다음부터 그러지 말거라.” 화악- 손바닥에서 피어난 빛이 아이의 배로 스며들었다. 얼굴을 잔뜩 찌푸리고 있던 아이의 표정이 금세 편안해졌다. “이제 안 아파요!” 아이는 신이 난 듯 제자리에서 두 번 뛰다가 이내 멈칫 뭔가를 깨달았다는 듯 뒤돌아봤다. 군것질 거리에 배탈이 난 것을 알게 된 아이의 엄마가 무시무시한 얼굴을 하고 있었다. “헉!” 그래도 약은 안 먹게 해줬으니 원망하지는 않을 것이다. 아마도. 이 모습에 노사제는 어처구니없다는 듯 나를 바라봤다. “면역력이라는 것을 키워야 한다면서?” “귀여우니 됐잖습니까” “…” 90 % 정도는 진심이었다. “이제 슬슬 쉬는게 어떤가, 그러다 탈진하네.” 치료 행위가 슬 과하다 생각 했던 걸까. 노사제는 환자를 치료하던 것을 말려 세웠다. 솔직히 아직 체력은 여유가 있었지만 너무 튀는 것도 좋을 것 같지 않아 지친 듯 고개를 끄덕 였다. “자네가 성자가 아닌 이상 그 이상은 정말 무리야. 지금만 해도 충분히 대단했으니 휴식하게.” ‘이곳 힐러들은 수준이 꽤 낮군.’ 차마 입 밖으로 내지 못할 소리를 꾹 삼켰다. 창밖으로 보이는 하늘은 어느덧 붉게 물들기 시작했다. 확실히 걱정할 만큼 일을 열심히 하긴 한 모양이었다. “그럼 시간도 늦었고 체력도 다했으니 이만 가보겠습니다.” 노사제가 눈을 치켜떴다. “이대로 가서 내일 안 오는 건 아니겠지?” “설마 하루 출근하고 도망치겠습니까.” 어차피 여기 말고 당장 갈 곳도 없었다. 아니 있긴 해도 여기 보다 편한 일터는 없을 거였다. 굳이 다른 일 터를 찾아다닐 이유가 없었다. “그런데 어디에 머물고 있나? 교회에 꽃의 사제가 머물고 있다는 말은 듣지 못했는데. 어제는 내가 바빠서 퇴근을 못 하긴 했다만.” 혹시 어제 온 것이냐며 묻지만 고개를 저었다. 도시를 어제 입성한 것은 사실이나 애초부터 교회에 가지 않아 긍정 할 것이 되지 못했다. “지금은 여관에 지내고 있습니다.” 노사제의 눈썹이 꿈틀거렸다. “여관?” “예.” “교회에 빈방을 달라고 하면 충분히 내어 줄 것인데, 왜 돈을 내고 여관에 머무는 건가? 그냥 교회로 오게나.” 공짜 숙소. 솔직히 나쁘지 않은 제안이었다. 하지만 교리와 성서도 제대로 외우지 못한 지금 상태에서 교회에 들어가는 것은 리스크가 있는 행동이었다. 적어도 교회에 들어가는 것은 교리와 성서 내용을 달달 외운 이후의 일이었다. “들꽃이기를 원하는 꽃도 있는 법이죠.” 하지만 그리 답을 할 수는 없는 일이라 적절히 변명을 댔다. 몇 번 하다 보니 이제는 사제 다운 변명도 술술 나왔다. 노사제의 눈이 살짝 커졌다. “그럼 교회 사람들은 화단의 꽃이란 말인가? 헛소리 말고 그냥 들어오게나.” 안 통한 모양이었다. “한 번 생각해보죠.” “거참, 고집 쎄긴.” 노사제는 투덜거리면서도 더는 숙소 문제를 묻지 않았다. “내일은 해가 뜬 뒤 바로 오게. 도망치면 병사를 풀어서 라도 잡을 거니 그리 알고.” “알겠습니다.” “다시 말하지만 도망치지 말고.” “안 도망칩니다.” 혹시 교회에서 머무르라고 했던 것은 합법적으로 잡아 두기 위함이 아니었을까. 그리 생각 들었다. 치료소를 나설 때는 거리가 제법 어두워져 있었다. 복잡한 길을 몇 번 잘못 들릴 뻔 하기도 했지만, 다행히 한 번 지나갔던 길이라 길은 잃지 않았다. 들어온 여관 안은 따뜻한 음식 냄새가 먼저 맡아졌다. 다행히 늦지 않은 시간에 온 건지 저녁 식사 때인 듯 했다. “사제님!” 나를 발견한 여관 집 딸 아이가 내 머리 보다 큰 접시를 양손으로 든 채 다가왔다. 흡사 기다렸다는 듯 테이블에 앉자 마자 음식을 가져 왔었다. “조심하렴.” “네!” 아이에게서 접시를 받아 자리에 앉았다. 하지만 접시 배달은 이후로도 계속 됐다. 조그마한 몸으로 접시를 하나 씩 옮겨 오는데 이렇게 모인 접시의 수가 무려 세 개를 넘어갔다. ‘통닭 구이에 크림 스튜, 이건 빵인가.’ 아무리 봐도 일반적인 숙박객에게 제공되는 식사 메뉴는 아니었다. ‘부담스럽군.’ 마침 여관 주인이 주방에서 나오며 말했다. “입에 맞으실지는 모르겠네요.” “혹시 딸 아이를 치료한 보답입니까?” 여관 주인은 들켰다는 듯 어색하게 웃었다. “이 정도라도 해야 마음이 편할 것 같아서요.” 이미 차려진 음식을 거절하는 것도 예의가 아니었기에 감사를 표하며 스푼을 들었다. “감사히 먹겠습니다. 다만 다음부터는 이러지 않으셔도 됩니다.” “그래도..” “아침에도 말씀드렸지만 보답을 바라고 한 일이 아닙니다.” 사실 보답을 바라고 있었다. 심지어 제발 다음에도 풍성한 식사를 가져다 주었으면 하는 바램이다. 하지만 이런 속마음을 숨기고 사제 연기를 충실히 했다. “그리고 물질을 탐하면 여신께서 저를 실망히 여기실겁니다. 저를 위해서라도 과한 보답은 참아 주십시오.” 그리 말하면서 여관 집 딸아이를 옆자리에 앉혀 통닭 구이의 다리를 손에 쥐게 했다. “숀도 드시죠.” “헉! 저는 괜찮아요 사제 님! 헙!” 그리 말하면서 침을 삼키는 숀의 입에 닭다리를 물렸다. 풍성한 음식을 바라는 속마음과는 달리, 고기를 잘 먹지 못해 양보하는 거였다. “슬슬 소화력이 떨어져서 말이죠.” “사제 님은 젊지 않아요? 아직 20 대 초반으로 보이시는데.” “30대 입니다.” 그리고 이곳 중세에서 30 대는 장성한 자식이 있어도 이상하지 않을 나이 였다. “헉!” 스튜와 부드러운 빵으로 배를 채우고 방으로 올라갔다. 문을 잠그고 침대에 앉은 뒤 가장 먼저 한 것은 당연하게도 갤러리 였다. 올라오는 글들은 소위 말하는 뻘글들 위주 였다. 간혹 나를 언급하는 글들도 없지는 않았다. 제목 : 어제 온 뉴비 보다 앞길 막막한 새끼는 개추ㅋㅋㅋ 작성자 : 농노 일단 나부터 [개추] [개추ㅋㅋㅋ] 제목 : 뉴비가 살던 지구는 어떤 세계관인걸까.. 작성자 :ㅇㅇ(171.02) 이갤 하면서 온갖 출신 지구인들은 다 봤는데 국가 공인 1 급 치유사 자격증은 아직도 무슨 느낌인지도 짐작도 안 됨. [의사 말하는 거 아님? 좀 명칭이 이상하긴 한데.] ㄴ[병신아 힐 쓸 수 있다잖아.] [나 노말 지구 출신인데 장르 소설 중에 각성자 물이라고 그거 비슷한 느낌이긴 함. 거기 보면 힐러도 있고 그럼.] ㄴ[이 새끼 고향은 뭔 시발 말만 하면 다 있데 구라 좀 작작까] ㄴ[ㅠ..진짠데] 나에 대해 궁금해 하는 글이 있기도 했다. 그런 글에는 짤막하게 댓글을 남겼다. [비유하면 초능력자 입니다. 20 년 전에 탑이 등장하면서 소수의 사람들이 능력을 각성 했는데 저 같은 경우는 치유 능력을 각성했죠.] 자세하게 말하면 길었지만 대략적인 설명은 이 정도면 충분 했다. ㄴ[탑은 뭐임?] 전에 기억해둔 게시글을 찾아 열었다. ㄴ[탑은 뭐냐니까??] 각 종교별 교리와 성서 내용을 모아 정리한 글이었다. [12 종교 별 교리 내용] [꽃의 여신교 성서 필사함.] ‘나름 사제 소굴에서 일하게 됐으니 빠르게 외워야겠지.’ 다행히 갤러리 화면은 주변 밝기와 상관 없이 선명해서 읽는 데는 무리가 없었다. 저녁 시간, 초를 낭비할 필요가 없다는 점이 가난한 사제 사칭범의 마음에 들긴 충분 했다. 교리와 성서 내용, 그리고 기도문을 읽어 내려가던 중 짤막한 토막 상식 하나가 눈에 들어왔다. ※각 교단의 사제들은 종교를 증명하는 고유한 심볼을 패용한다. 심볼은 해당 종교를 상징하므로 심볼을 모독할시 종교를 모독한 것과 같은 취급을 받으니 주의할 것. ※..꽃의 여신교는 민들레꽃이 음각된 나무 브로치를 사용한다. 글 아래에는 실제 브로치의 사진까지 첨부돼 있었다. ‘계속 모르고 있었다면 곤란할 뻔했군.’ 사진을 확대해 자세히 살폈다. 심볼의 형태는 둥근 나무판 위에 민들레 꽃이 각인 되어 있었다. 다른 종교의 심볼에 비하면 투박했고 구조 자체도 복잡하지 않았다. ‘이 정도면 직접 만들 수 있을 것 같은데.’ 문제는 시각 자료 만으로 판단을 할 수 없다는 점이었다. 하지만 모르는 것은 물어보면 됐다. 늦은 시간이긴 했지만 그간 알아본 바, 갤러리에 상주하는 이들에겐 낮과 밤이 구분 되지 않았다. ‘어쩌면 먼 지역에 있어 시차가 있는 걸지도 모르겠군.’ 제목 : 종교 심볼의 경우 직접 만들어도 상관 없습니까? 작성자 : ㅇㅇ(123.123) 댓글은 역시나 금방 달렸다. [탑이 뭐냐고 50 번 째 물었다] 필요 없는 댓글은 무심히 넘겼다. [심볼은 보통 해당 종교 교회에서 재발급받는다 게이야..] ㄴ[근데 꽃의 여신교는 교회 숫자 적지 않음? 나 용병으로 먹고 사는데 교회는커녕 사제 본 횟수도 진짜 손에 꼽음] ㄴ[다른 종교에 비해 많이 적긴 함. 수도랑 꽃의 여신교 성지 아니면 거의 없다고 보면 될 듯] [심볼 별거 없어 보여도 괜히 심볼이 아님. 유사 성물 같은 거라 똑같이 깎는다고 심볼이 되는 건 아니다] ㄴ[사진으로는 안 보이는데 실제로 만지면 기적 특유의 느낌이 있음] ㄴ[심볼 느낌을 어떻게 앎? 님 사제임?] ㄴ[사제 죽이고 약탈한 적은 있음.] ㄴ[(사람 아니야 콘)] 댓글을 끝까지 읽은 뒤 갤러리를 닫았다. 확신은 금방 섰다. ‘저 정도면 직접 만들어도 상관 없겠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