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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제 사칭범이 되었다(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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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제 사칭범이 되었다(5)

“감사합니다.”  침착하게 고개를 숙였다.  괜히 필요 없다며 사양했다가는 오히려 의심할 구실만 생길 수 있었다.  어차피 존재하지 않는 짐을 찾아낼 수는 없을 테니, 지금은 자연스럽게 호의를 받아들이는 편이 나을 거였다.  썩 나쁜 판단은 아니었는지 영주는 흡족해 하며 반응 했다.  “그러고 보니 점심시간인데, 식사는 하셨습니까?”  점심시간에 찾아와 놓고 하는 말이었다.  당연히 아직 먹지 않았고, 상대 역시 그 사실을 짐작하고 있을 터였다.  여기서 할 말은 정해져 있었다.  “벌써 점심이군요. 어쩐지 출출하다 싶었습니다.”  “마침 잘됐습니다. 저희 저택의 주방장이 지금 쯤 식사를 준비하고 있을 건데 가시죠. 마차를 타면 금방 입니다.”  솔직히 말해 부담스럽다.  다행히 적당한 때에 마가렛이 끼어들었다.  “그냥 근처 식당으로 가지. 환자가 언제 올지도 모르는데 저택까지 어느 세월에 갔다 오나.”  “왕복해도 사십 분이 채 걸리지 않습니다만..”  “밥 먹고 소화시키고 마차까지 타면 두 시간은 잡아먹을 게 뻔하지 않나! 그냥 가까운 데서 먹어!”  “그러지요..”  영주는 찔끔한 표정으로 고개를 끄덕였다.  아쉬워하는 눈치였지만, 마가렛의 고집을 꺾을 수 없다는 사실은 이미 잘 알고 있는 듯했다.  다만 갑작스럽게 영주를 맞이하게 된 식당 주인에게는 날벼락이나 다름없는 일이었을 것이다.  아니나 다를까.  영주가 안으로 들어서는 순간, 식당 주인의 얼굴이 새하얗게 질렸다.  그 모습을 본 마가렛이 고개를 저으며 영주를 타박한 것은 새삼스럽지도 않은 일이었다.  “자네는 그냥 가면이라도 쓰고 다니게. 다들 겁먹지 않나.” “아니, 제 얼굴이 대체 어때서 그러십니까. 그냥 영주가 찾아 와서 당황한 거 아닙니까.” “정말 그리 생각하나? 플라위 자네가 한번 말해보게.”  갑작스레 화살이 내게 돌아왔다.  “곤란한 질문을 하십니다.” “거 보게.” “…”  대답을 얼버무렸지만, 눈치가 있다면 뜻을 모를 리 없었다.  ‘좋은 영주인 것 같기는 한데.’  하필 얼굴이 모든 장점을 잡아먹고 있었다.  ‘뭐, 누구나 단점이 하나 씩은 있는 법이지.’  그 사이 마가렛 사제는 익숙한 듯 자리에 앉아 주문을 했다.  “주인장, 늘 먹던 걸로 셋 내오게.”  “마, 마가렛 사제님. 세 분 모두 같은 것으로 말입니까?”  “그럼 여기에 메뉴가 그거 말고 더 있나?”  “..금방 준비하겠습니다.”  식당 주인은 도망치듯 주방으로 사라졌다.  그 모습을 보던 영주가 질색하며 물었다.  “설마 또 그 음식입니까, 마가렛 사제님?”  귀족인 영주의 입장에서는 평범한 영지민들이 먹는 음식이 꺼려지는 모양이었다.  ‘그래도 얼굴 값을 하긴 하는군.’  하지만 그런 평가는 음식이 나온 순간 말끔히 사라졌다.  아니 오히려 납득 하고 말았다.  ‘영주가 식겁할만 하군.’  나온 음식은 흡사 꿀꿀이 죽처럼 보였다.  실제로도 그리 다르지 않았다.  적어도 갤러리의 인물들이 말하기로는 그랬다.   제목 : 이게 대체 무슨 음식입니까.  (사진)  [아오 이거나 똥짤이나] [영원의 스튜?] [줄지 않는 죽ㅋㅋㅋㅋ] ㄴ[말 그대로 솥이 비면 물과 추가 재료를 계속 투입해서 내용물이 안 줄어든다고 영원의 스튜나 줄지 않는 죽이라고 부름] ㄴ[저 정도 때깔이면 한 5 년은 불도 안 끄고 끓였겠네ㅋㅋㅋㅋ 맛있게 먹어라]   ‘일단은 먹을 수는 있는 음식이라는 거군.’  먹기는 싫었지만 말이다.  곤란한 심정으로 그릇을 살피던 중, 스튜 안에서 큼지막한 고깃덩이를 발견하고 반색 했다.  고기를 보고 좋아한 것은 아니었다.  명분을 찾아 반색한 거였지.  “죄송합니다. 제가 고기를 먹지 못해서 이 스튜는 먹기 어려울 것 같습니다.”  “꽃의 여신교에 육식을 금하는 교리도 있었나?”  “그냥 제가 육식을 하지 않는 겁니다.”  “거 참 힘들게도 사는구먼. 그러니 몸이 그렇게 비쩍 말랐지.”  마가렛은 혀를 차면서 빵을 새로 주문했다.  만든 지 시간이 제법 흘렀는지 딱딱하게 마른 빵이 나왔지만, 오랜 세월 끓인 잡탕죽을 먹는 것보다는 나을 거였다.  “저, 마가렛 사제님.” “또 왜.” “사실 저도 고기를 먹지 못해서..” “지랄 말게.” “넵.”  영주는 내가 먹는 빵을 부럽다는 듯 힐끔거리다가, 결국 스튜를 한입 퍼먹었다.  그러나 표정은 금방 풀어졌다.  생각보다 맛 자체는 괴악하지 않은 모양이었다.  ‘하긴 오랫동안 끓였다면 위생은 몰라도 감칠맛 하나는 좋겠군.’  그렇다고 입에 대고 싶지는 않았지만.  “아참, 플라위 사제님.”  스튜를 몇 숟갈 비운 영주가 문득 입을 열었다.  “교회 건설 말입니다. 혹시 원하는 부지가 있으십니까?”  그러고 보니 첫 대면 때, 교회를 세워 주겠다는 말을 하긴 했었다.  다른 생각에 잠겨 제대로 귀 기울이지 못했지만 평범한 사제라면 두 팔 벌려 환영했을 제안이었다.  하지만 딱 봐도 먹으면 괜히 배탈이 날 법할 선물이라 고개를 저으며 사양 했다.  “교회는 괜찮습니다. 대신 작게 나마 여신님의 신상을 도시에 세워 주신다면 족할 것 같군요.”  이 정도면 사제로서 적절한 대답이 되었을 것이다.  하지만 영주는 영 만족스럽지 않은 표정을 지었다.  “고작 신상 하나라뇨. 사제님께서 머무르실 곳도 필요하지 않습니까.”  심지어 반발하는 것은 영주 한 명이 아니었다.  마가렛 역시 어이없다는 듯 숟가락을 내려놓았다.  “공짜로 교회를 지어 준다는데 받아야지. 뭘 또 사양하고 지랄인가?”  솔직히 마가렛의 발언은 의외일 수 밖에 없었다.  일단 이 도시는 엄연히 대지의 여신교의 텃밭이었으니 말이다.  “도시에 다른 신앙의 터가 늘어나면 대지의 교회 분들에게도 불편하지 않겠습니까?”  “신경 쓸 것 없네.”  마가렛은 대수롭지 않다는 듯 스튜를 한 숟갈 떠먹었다.  “어차피 우리 쪽은 교회 운영비와 사제들 봉급을 제외하면, 받은 헌금도 전부 본청으로 올라가네. 헌금이 줄어든다 해도 본청에서 부족한 만큼 보내 줄 테니 우리는 손해 볼 것도 없어.”  “그렇습니까.”  이건 숫제 교회가 아니라 성당이었다.  영주는 기대하지 않았던 마가렛의 지원에 반색했다.  “맞습니다. 그리고 사제님! 대지의 여신님과 꽃의 여신님은 모녀신이 아닙니까. 대지교 분들도 꽃의 교회라면 좋아하실 겁니다.”  ‘생긴 것 답지 않게 신학까지 박식하군.’  결국 백기를 들 수밖에 없었다.  여기서 끝까지 거절하는 쪽이 오히려 이상했다.  거기다 가장 큰 걱정거리였던 대지의 교회와의 마찰도 없다면, 더는 고집 부릴 이유가 없었다.  “그렇다면 감사히 받겠습니다.”  “정말 잘 생각하셨습니다!”  영주의 얼굴에 웃음꽃이 만개했다.  좀 전까지 마지못해 떠먹던 스튜가 꿀맛처럼 느껴졌는지 사발을 통째로 들고 들이마실 정도였다.  ‘그나저나 교회인가.’  신학 공부가 끝나면 슬그머니 대지의 교회에 몸을 의탁하려 했었는데, 일이 특이하게 돌아가고 있었다.  ‘어려울 건 없겠지. 시민들도 익숙한 대지의 교회를 놔두고 이쪽으로 오진 않을 테니까.’  하지만 이때 까지만 해도 알지 못했다.  그 생각이 얼마나 안일했는지를.   …   영주는 밀린 업무가 많다며 식사를 마친 뒤 곧장 돌아갔다.  영주를 배웅하며 치료소로 복귀하자 마가렛 역시 내게 손을 내저었다.  “그럼 자네도 이만 들어가 보게.”  “그래도 됩니까?”  “영주가 왔다는 소문이 이미 퍼졌으니 오늘은 환자가 오기 글렀어. 급한 환자가 온다고 해도 내가 있을 테고.”  마가렛은 잠시 생각하더니 말을 덧붙였다.  “그래도 여관 위치는 알려 주고 가게. 만약이라는 게 있으니.”  “그러죠.”  겉으로는 아쉬운 척했지만, 속으로는 잘됐다 싶었다.  아직 외우지 못한 교리와 성서의 내용이 많았기 때문이다.  하물며 이곳의 글자도 익히긴 해야 했으니 이런 예상치 못한 여유 시간은 환영하는 바였다.  그렇게 여관 방으로 돌아와 갤러리를 열고 공부를 하고 있을 무렵이었다.  똑똑.  노크 소리가 문 아래쪽에서 들리는 걸 보니 여관집 딸아이인 모양이다.  짐작은 틀리지 않았다.  문을 열자 아이의 모습이 보였다.  다만 아이의 표정은 예상 밖이었다.  금방이라도 울음을 터뜨릴 듯 얼굴이 잔뜩 일그러져 있었다.  “무슨 일이니?”  적잖이 당황하며 연유를 묻자 아이는 결국 울음을 터트리며 이야기 했다.  “오빠가 다쳤어요. 힝..”  ‘흠.’  꽤 익숙한 상황이었다.  원래 세계에서도 이웃들이 내가 힐러라는 사실을 알고 나면, 종종 다친 곳을 봐 달라며 시도 때도 없이 찾아오곤 했었으니 말이다.  그립지는 않은 추억이었다.  “심하게 다쳤니?”  잡념을 털어내며 다친 정도를 물었다.  “네.. 피가 많이, 많이 나요.”  아무래도 시간 끌 게 아닌 모양이었다.  아이를 앞세워 숀이 있다는 방으로 다급히 향했다.  하지만 정작 확인한 숀의 상태에 허탈해 하며 한숨을 쉴 수 밖에 없었다.  ‘피가 많이 난다고 하던 게 쌍코피 였군.’  …  “잠깐 방 밖에 나가 있으렴. 오빠는 꼭 치료해 줄 테니까.” “네에.”  아이를 돌려보낸 뒤 숀에게 다가갔다.  “싸운 모양이네.” “…”  반응은 없었다.  고개를 숙인 채 바닥만 바라보고 있었다.  “어머니께서 보시면 걱정하시지 않겠냐.”  그제야 숀이 마지못해 고개를 들었다.  얼굴은 가관이었다.  양쪽 코에서는 코피가 줄줄 흘렀고, 한쪽 눈두덩이에는 시퍼런 멍까지 들어 있었다.  싸웠다기보다 일방적으로 얻어맞았다고 보는 편이 맞았다.  “어쩌다 싸웠어?”  보나 마나 시답잖은 이유로 주먹질을 했겠거니 여겼다.  그러나 숀의 입에서 나온 대답은 예상과 달랐다.  “그 새끼가 저보고 예비 고아 새끼라고 했단 말이에요.”  “음.”  “아빠가 용병이라면서, 오크한테 조만간 바베큐가 될 거라고..”  ‘싸울 만했네.’  마가렛 사제가 들었어도 주먹을 휘둘렀을 법한 언행이었다.  잠시 할 말을 잃었다가 숀의 얼굴을 향해 손을 뻗었다.  화사한 빛이 퍼지며 코피가 멎고, 부어오른 눈두덩이가 빠르게 가라앉았다.  “잘 싸웠네. 지긴 했지만.”  “..걔가 저보다 한 살 많아서 그래요. 나이가 같았으면 제가 이겼어요.”  하긴, 어린 나이에 한 살은 적지 않은 차이 일 거였다.  오히려 한 살이나 많은 상대에게 덤벼든 숀이 제법 대견했다.  그래서였을까.  답지 않게 그런 말을 꺼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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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싸우는 법이라도 알려 주랴.”  숀은 잠시 고민하더니 되물었다.  “근데 사제님, 싸우실 줄은 아세요?”  ..상당히 긁히는 발언이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