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갤러리의 주딱이 되었다.

들키지 않는 사제 사칭범이 되었다 — novelpia.com · All chapters

갤러리의 주딱이 되었다.

“적어도 어지간한 병사보다는 잘 싸울 거다.”  “진짜요?”  오크 따위에게 털리는 병사들보다는 낫다고 자부했다.  하지만 이런 대답이 의외였는지 숀의 눈이 반짝였다.  “그럼 검술도 할 줄 아세요?”  “검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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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빠는 위험하다고 안 알려 주시거든요. 우리 아빠 검술 엄청 잘해요. 예전에 검술 길드에서 석 달이나 배웠대요.”  ‘석 달이나’ 라고 할 정도인지는 의문이 들었지만, 배운 것과 배우지 않은 것 사이에는 분명 차이가 있었다.  동작 하나를 익혔어도 아무것도 모르는 사람보다는 나을 거였다.  다만 문제는 괴수를 상대하는 법은 알아도 검술은 몰랐다는 점이다.  “검술은 모르는데.”  “네?”  숀의 얼굴에 실망한 기색이 고스란히 드러났다.  “정말 하나도요?”  “그래.”  아무리 탑 안에서 돌발 상황이 수시로 일어난다고 해도 힐러가 검을 들고 설칠 일은 없었다.  “대신 맨손 격투 정도는 알려 줄 수 있는데.”  “에, 그건 괜찮아요.”  “..알았다.”  그러나 숀은 고개를 도리 저으며 거절 했다.  검술이 아닌 맨손 격투는 그다지 당기지 않는다는 듯.  정작 눈앞에 굴러들어 온 기회가 얼마나 귀한지도 모르고 말이다.  …  방으로 돌아온 뒤에는 곧바로 갤러리를 다시 열었다.  사소한 문제도 해결했겠다, 마저 신학 공부를 할 생각이었다.   [청마탑 부탑주 악마 소환 연구 혐의로 사형] [ㅎㅂ) 개지리는 엘프 몸매] [갤러리 감자 서버임? 왤케 렉 걸림]   “흠?”  하지만 갤러리를 열자 보이는 글 몇 개에 차마 호기심을 참지 못하고 클릭 했다.  첨부된 사진 때문일까 로딩은 약간 시간이 걸렸다.   제목 : ㅎㅂ) 개지리는 엘프 몸매  (비키니를 입은 왜소한 초록 피부의 이족 보행 괴물 짤)   [개새끼야] [시발진짜넌길가다가나랑마주치지마라] [완장!!!!!!!!!]   ‘흠, 엘프라는 게 오크를 닮은 괴수 같은 거였나.’  이내 흥미를 접고 정보탭의 읽고 있던 글로 이동했다.  ‘읽었던 부분을 다시 찾는 것도 고역이군.’  내용이 길었던 만큼 마지막으로 읽은 부분을 다시 찾는 것은 꽤 번거로운 일이었다.  찾기 기능이라도 있다면 모르겠지만, 없었던 만큼 스크롤은 거의 막바지가 되고 나서야 멈출 수 있었다.  ‘그래도 거의 다 읽긴 했네.’  내용도 어느덧 막바지에 접어들어 있었다.  시간 날 때 마다 틈틈이 읽은 보람이 있다 할 수 있었다.  얼마 남지 않은 분량에 오늘 저녁 식사 전 까지는 다 읽겠구나- 생각하며 다음 문장으로 넘어 가려던 순간이었다.   -서버 상태가 불안정하여 갤러리 이용이 제한됩니다.   ‘..곤란하게 됐군.’  아까부터 버벅거리던 갤러리 서버가 결국 감자 서버 마냥 터지고 말았다.  다행히 이미 열어 둔 게시글에는 문제가 없는 듯했지만, 다른 정보글은 서버가 복구되기 전까지 열어 보지도 못할 터였다.  ‘할 수 없지. 서버가 복구되는 동안 다른 걸 하는 수밖에.’  물론 지금 읽고 있는 글을 마저 읽은 뒤의 일이었다.  스르륵, 스르륵.  천천히 스크롤을 내리며 필사된 성서를 읽어 내려갔다.  신중하게 내렸는데도 남은 분량이 얼마 없었던 탓인지 스크롤 바는 금세 바닥에 닿았다.  곧이어 글 끝에 달린 오래된 댓글들이 모습을 드러냈다.  기어코 전부 읽어낸 거였다, 성서의 모든 내용을.  ‘이제 열두 종교를 다룬 범신학을 공부하면 끝인가.’  꽃의 여신교의 교리야 해석을 떠나 내용 자체는 외우고 있었으니 범용 신학만 공부하면 그럴 듯한 사제 흉내를 낼 수 있을 것이었다.  다만 신학 공부는 갤러리 서버가 복구 된 이후의 일이었다.   -503 Service Unavailable   혹시나 하는 마음으로 다른 글을 눌러 보았지만, 돌아온 것은 오류 메시지 뿐이었다.  아직 복구 되지 않은 서버에 미련 없이 갤러리를 닫고 몸을 일으켰다.  저녁 시간 까지는 아직 남았지만 한가하게 침대에 누워 있기 보다는 뭐라도 일을 하는 편이 나을 것 같다는 생각에서 였다.  ‘그러고 보니 교회가 있었군.’  할 일을 찾던 중 문득 대지 교회가 머릿속에 떠올랐다.  적어도 교회라면 신학서 한 권, 못해도 관련 성서가 있을 거였다.  하물며 대지의 여신이 꽃의 여신과 모녀신 관계라는 것을 감안한다면 다른 종교의 성서라도 도움은 될 것이 분명 했다.  ‘적어도 아무것도 안 하는 것보다는 낫겠지.’  번거롭고 귀찮다는 감상이 들기도 했지만, 지금의 고생이 훗날의 편함으로 돌아온다고 생각하면 못 할 것도 없었다.  “사제님, 곧 저녁 식사 때인데 어디 가세요?”  “교회에 들렀다 오마. 너무 늦지는 않게 돌아오긴 하겠다만, 혹 늦는다면 빵 한 덩이만 부탁하마.”  “그럴게요!”  여관 딸아이의 배웅을 받으며 밖으로 나섰다.  교회가 있는 방향은 알지 못했지만 길을 찾는 것은 어렵지 않았다.  종교가 생각보다 많은 비중을 차지 하고 있는 바, 평일에도 교회를 찾는 이들을 심심찮게 찾아 볼 수 있었던 덕분이다.  쉽게 말해 미행을 한 거였다.  마당 안쪽으로 들어서자 청소 중인 사제의 뒷모습이 보였다.  말을 걸기 위해 가까이 다가가던 중, 인기척을 느꼈는지 사제가 먼저 고개를 돌렸다.  “혹시 기도를 드리러 오셨습니까? 잠깐, 그 옷은..”  사제는 슬며시 옷차림을 훑더니 눈을 크게 떴다.  “꽃무늬 옷! 혹시 플라위 사제님이신가요?”  ‘소문 한번 빠르군.’  하지만 오히려 좋았다.  괜히 구구절절 자기 소개를 늘어놓고 납득시킬 필요는 없었으니 말이다.   “예, 꽃의 여신 이리스님을 모시는 작은 종 플라위 입니다. 다름이 아니라 대지의 여신교 성서를 열람하고 싶은데 가능할까요.”  “! 들어오시죠. 안내해 드리겠습니다.”  사제는 고민할 것도 없다는 듯 선뜻 안내를 자처했다.  “원하신다면 대여해 가셔도 좋습니다. 필사를 자주 해 두어서 여유분은 많거든요.”  확실히 예배당 안쪽에 놓인 책장에는 필사된 성서가 가득 꽂혀 있었다.  한 권쯤 사라져도 아무도 모를 정도로.  흔쾌히 성서를 빌려주는 사제의 호의에 꾸벅 고개를 숙여 감사를 표했다.  “그럼 감사히 빌리겠습니다.”  “이리스 님은 가이아 님의 자녀신이시니 당연한 일이지요.”  ‘종교도 혈연을 따지는 건가.’  사제라면 감히 떠올리지도 못할 종교 모독적인 생각이었다.  “그럼 편히 읽으시길.”  안내 했던 사제는 고개를 꾸벅 숙이며 예배당을 나갔다.  공부를 방해할 사람도 사라졌겠다, 마음 편히 성서를 펼친 순간이었다.  그리고 곧바로 눈을 크게 뜰 수밖에 없었다.  ‘..하나도 모르겠군.’  참고로 정말 모르겠다 라는 의미였다.  한글로 번역 되어 올라온 갤러리의 글과는 다르게 성서의 본문이 원어로 쓰인 탓이다.  그나마 심볼에 이름을 새겼을 때의 기억으로 발음표를 떠올려 드문드문 해석할 수 있었지만 고작 한 장을 읽는 것도 시간이 제법 걸렸다.  ‘글 공부도 같이 하는 셈 쳐야 하나.’  결국 대지의 여신교 성서를 품에 갈무리하고 자리에서 일어났다.  여관으로 돌아가 시간을 들여 천천히 읽어 볼 요량에서 였다.  그렇게 밖으로 나가는 도중, 예배당 앞에 세워진 대지의 여신상과 우연히 눈이 마주쳤다.  잠시 여신과 시선을 마주하다가 가볍게 목례했다.  “너무 노여워 하지는 말아 주십시오.”  저라고 사칭을 하고 싶었던 건 아니니.  듣는 이 없을 변명을 고백하며 교회를 떠났다.  여관으로 돌아온 것은 해가 완전히 진 뒤였다.  늦은 귀가였음에도 식사를 남겨둔 여관 딸아이에게 고마움을 표하며 주린 배를 채우고 있던 중, 익숙한 폰트의 메세지가 시야를 가렸다.  -갤러리 서버가 임시 복구되었습니다.  ‘마침 복구됐군.’  다만 임시라는 말이 거슬리는 것은 어쩔 수 없었다.  ‘관리자가 알아서 하겠지.’  거슬리긴 했지만 평범한 이용자에 지나지 않는 내가 해결할 수 있는 일은 아니었다.  하등 쓸데 없는 걱정은 접어 두고 남은 식사에 집중했다.  갤러리를 다시 켠 것은 식사를 만족스럽게 마치고 아무도 없는 방에 홀로 남은 뒤였다.  “..?”  임시로 복구된 갤러리는 새로운 떡밥 하나에 활활 불타오르고 있었다.  그리고 올라온 글들을 훑어보니, 이번 사태는 애초에 주딱이 해결할 수 있는 문제가 아니었다.  아니, 해결을 시도할 수조차 없다는 편이 맞았다.   [지금부터 여긴 이제 캬루가 지배한다] [주딱 죽음?? 도대체 뭔 일임] [청마탑 부탑주가 주딱이었다고???][갤러리 폐쇄는 또 뭔데] [여기 사람이 산다고요!!!] [삼가 고인의 명복을 빕니다.] [차기 주딱 없음??] . . . [갤러리 폐쇄 공지]   서둘러 클릭한 것은 새로이 올라온 공지였다.   제목 : 갤러리 폐쇄 공지 작성자 : 갤러리 시스템  서버 역할을 맡고 있던 관리자의 사망 및 부재가 확인 되었습니다.  현재 임시 서버를 활성화 했으며 해당 임시 서버는 24 시간 지속 되며 해당 시간 내 새로운 관리자가 임명 되지 않을 시 갤러리가 영구 폐쇄됨을 알려 드립니다.  게시글의 백업을 원할 경우 수기로 옮겨 적는 것을 권유 드립니다.   그제서야 떡밥을 이해 할 수 있었다.  한숨을 쉬며 옮겨 적을 종이나 목판을 어디서 구해야 할지 고민 하고 있을 때 였다.   -조건을 충족하는 이용자를 감지했습니다.  -갤러리의 관리자가 되시겠습니까(Y/N)  -폐쇄 까지 남은 시간 23 시간.  “흠.”