003. 배우 갤러리
003. 배우 갤러리
오디션이 한창인 실내에는 심사위원 테이블이 마주 놓여 있었다.어느새 커피는 식었고, 심사표 위에는 ‘보류’,’ 탈락’이라는 글씨만 반복되고 있었다.“아쉽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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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러게요. 말로 설명하기 어렵네요. 뭐라고 해야 하나….”이태륜의 말에 고개를 끄덕이는 윤송이 작가.이태륜은 방송국 KBC 드라마 2부 팀의 감독이자, 동시에 이례적으로 프리랜서 활동을 인정받는 인물이었다.이번 연극 ‘꽃은 진다’는 바로 그 ‘이례적인’ 활동이었다.“감독님은 왜 하필 연극이에요.”윤송이 작가가 한숨 섞인 투로 말했다.“그러게 말이야. 재능 없는 애들한테 뭘 기대하겠어.”이태륜은 심사표를 툭 던졌다.“근데 지금 애들 상태 보면, 감정은커녕 기초도 안 돼 있어. 기본이 안 돼있잖아 기본이. 윤작가는 어떻게 생각해?”윤송이는 미소 지으며 당차게 대답했다.“눈빛을 유심히 보고 있습니다. 그게 재능이라니까요? 잘 보면 눈빛이 다른 애들이 가끔 있어요.”“오, 윤작가님. 벌써 몇 번 봤다고, 배우를 보는 눈도 생긴 겁니까?”이태륜 감독의 말에 그녀는 어깨를 으쓱했다.“감독님 따라다니다 보면 뭐, 자연히 익히게 되더라고요.”윤송가 미소 지었다.그녀는 이제 막 3년 차에 접어든 드라마 작가였다.대본에 이름 석 자 제대로 올라간 적은 아직 없지만, 작가실 안에서 그녀를 모르는 사람은 없었다.눈치도 빠르고, 보조 작가로서의 역량도 좋았지만, 결정적으로 작가로서의 실력이 뛰어났다.“입봉작 기대하니까 열심히 해. 연극 각색도 경험이라 생각하고.”“아니, 연습이랍시고 이걸… 이건 고행이잖아요.”“난 즐기고 있는데?”말은 그렇게 해도, 이태륜감독은 피곤한 얼굴이었다.“도대체 다음 드라마에서 PPL 빼겠다고 연극을 맡는 감독이 어딨어요.”윤송 작가의 투정 아닌 투정에 이태륜은 입을 열었다.“어차피 한 달이잖아. 이 한 달만 참으면 다음 작품에서 눈엣가시 같은 PPL을 뺄 수 있다니까?”명작의 최소 요소는 뛰어난 감독과 훌륭한 작가. 이태륜 감독 사단에는 그 최소 요소가 갖추어져 있었다.“뭐, 내가 맡게 된 이상 최고의 연극으로 만들어줘야지. 그런 면에서 지금 배우들은 영 최악이란 말이야.”자신의 이름값을 이용한 연극 표몰이. 그럼에도 이태륜감독은 자신이 맡게 된 이상 최고의 연극으로 꾸밀 생각이었다.“너무 역할에 맞춰서 연기를 해서 그럴까요? 역할이 아니라 등장인물 자체가 되는 게 중요한 건데.”“오, 진짜로 어깨너머로 디렉팅을 배웠나 본데?”“저, 감독할까요?”“넘보진 말고.”이태륜 감독은 <꽃은 진다>의 대본을 툭툭 치며 말했다.“오디션 보러 온 녀석들 전부 하나같이 전혀 이해를 못 하고 있어.”“이런 작품은 감정을 극한까지 끌어내야 하니까요. 슬픈 연기를 잘하는 애들은 많은 것 같은데, 그 슬픔 하나로는 부족하다고 해야 하나. 뭐라 표현해야 할지 잘 모르겠네요.”윤작가의 말에 한 스태프가 어리둥절한 얼굴로 물었다.“근데 <꽃은 진다>에서 민우는 자신의 꿈 때문에 사랑하는 연인 하랑의 곁을 지키지 못하고, 결국 꿈도 이루지 못하잖아요? 그러면 엄청 슬픈 게 맞지 않아요?”그 말에 윤송이 작가가 고개를 끄덕였다.“글쎄, 뭐라 해야 할까. 감정을 외워서 연기한달까? 진짜로 겪어본 적이 없으니까. 눈물은 잘 흘리는데 그냥 연기를 잘 하는 것처럼만 보여요.”스태프가 웃으며 대답했다.“그 나이대에 민우나 하랑 같은 실연이나 좌절을 겪었을 리가 있나요. 애초에 그러면 안 되죠, 다들 꿈꿀 나이인데요.”스태프의 웃음에 윤송도 맞장구쳤다.“하긴 그렇죠. 그냥 작가로서 생각이에요.”이태륜 감독은 한숨을 내쉬었다.“그러니까 그걸 만들어내야지. 안 겪어봤어도 관객 앞에서는 마치 겪은 것처럼! 아니 지금 당장 겪고 있는 것처럼 연기하는 것. 그게 배우라고.”“그래도 다음 애들은 좀 기대되네요. 김찬욱은 뭐, 말할 것도 없고.”김찬욱이란 이름에 스태프가 소리쳤다.“꺄! 김찬욱이요? 아이돌 배우잖아요! 저 팬이에요!”윤송 작가가 씁쓸하게 대답했다.“아이돌 배우긴 한데, 기본기는 나쁘지 않아요.”“머리 아프네.”이태륜이 관자놀이를 누르고 있자, 스태프가 명단을 바라보며 물었다.“그리고 또 이세린 배우인가요? 그 이명화 배우 딸 맞죠?”“네, 아역 때도 유명했었죠. 그 나이에 연기 톤 잡는 게 꽤 괜찮았는데.”이태륜은 조용히 말했다.“이세린인가. 볼 만은 하겠네.”이태륜 기억 속엔, 한 아역 배우가 울먹이며 한 장면을 찍던 풍경이 떠올랐다.주변 스태프들까지 숨을 멈추게 만들던 연기.대배우 이명화의 딸이라서일까, 아역임에도 세심한 연기를 펼쳤었기에 그의 기억에 남아있었다.“그리고 마지막 한 명은 김도윤? 처음 듣는 이름이네요.”스태프가 고개를 갸웃했다.“대부분 그렇죠.”윤송이 작가가 무심하게 덧붙였다.“그래도 이름 없는 지원자 중에도 가끔 물건이 있긴 해요. 아주 가끔이지만.”***이건 기회일까.이 상황을 받아들이는 데 오랜 시간이 걸리지 않았다.혹사해서 삐걱거리던 관절은 아프지 않은 걸 넘어 윤활유를 바른 듯 부드러웠고,주변의 광경은 그날 본 걸 그대로 재현하고 있는 듯 선명했다.분명하다. 나는 20년 전으로 돌아왔다.그렇다면 왜.왜 하필 이때로 돌아온 걸까?못 이룬 꿈을 이루라고?개소리다.연기는 집어치우고 평범한 삶을 구가해서 못 이룬 효도를 하라는 것 아니겠는가.처음에는 당황한 마음에 복도에 나가려 했다.오디션이든 뭐든 다 집어치우고, 다시는 이런 허무한 짓 안 하고 살아가려 했다.이게 내게 두 번째로 주어진 기회라면. 이번 생에선 건실하게, 그냥 평범하게 살려했었다.‘평범한 삶이란 말이지.’걸음을 멈추게 만든 건 너무나 단순한 현실.나는 연기 외에 할 줄 아는 게 없었다.전생에서도 간간이 어머니께 용돈을 보낼 수 있었던 것도 그나마 쥐어짜 낸 조역, 단역, 웹 드라마 촬영 덕이 컸다.“….”아니지, 거짓말은 하지 말자.이곳이 오디션장이라는 걸 깨달은 순간 내 가슴은 이미 두근거리기 시작했었다.그 사실이 싫었다.‘다신 이런 감정 같은 거 느끼고 싶지 않았는데.’그렇기에 다짐했다.이번이 마지막이다.내가 가장 초라했던 과거에서,내가 가장 존경했던 감독 앞에서,지금껏 나를 버티게 했던 이 연기로 마지막을 장식하자.어차피 포기할 거라면 마지막 한 번쯤은 쏟아부어 보고 싶다.그리고 내 내다 버린 20년과 깔끔히 작별할 거다.그리 다짐하고 있던 중 오디션장의 문이 열리고 목소리가 들려왔다.“지원자 번호 76번 김도윤, 77번 이세린, 78번 김찬욱. 들어오세요.”“76번 김도윤입니다!”눈앞에는 낯설지만 너무나 익숙한 얼굴이 보였다.이태륜 감독.20년 전, 단 한 번 만났던 그날의 얼굴.나는 돌아왔다.배우로서 내 인생이 처음 시작되고 동시에 부정당했던 그 오디션장으로.그 순간이었다.“으윽.”눈알이 빠질 정도로 욱신거리기 시작했다. 마치 머릿속 회로가 과부하에 걸린 듯 시야가 어른거렸다.그리고,“어?”이번에는 과거와 다른 점이 있다면.띠링 눈앞에 푸른 형태의 창이 불쑥 나타났다.[배우 갤러리 열람을 해방했습니다][고유 능력 감독의 눈을 각성했습니다][자동 작성]제목: [배우 갤러리]를 해방했습니다.[시즌1233556호 뉴비떡밥이야?]└[아니 진짜 뉴비라고]└[진짜 뉴비였다고????? 고닉썩은물련 장난이 아니고?]└[뉴비 관객 pt가 0인데?]└[어케 했노?????]└[배우갤 들어오려면 최소 컷이 1천만 아니었냐?]└[아무리 무명이어도 0pt가 가능한 거였냐 ㅋㅋㅋㅋ][참외오이껍질 :뉴비 귀여운데 놀리지 말자ㅋ][룬나 : 가르쳐 준 대로 잘했네.]└[마리는공쥬 : 안ㄴ니 룬나언니. 왜 본녀에게만 엄격했나요?]└[너는 병신이잖아 넷카마련아]└[마리는공쥬: 니가 본녀를 봤느냐?! 본녀는 공주가 맞느니라!!!!!!!][드큘라 : 연기는 그렇게 하는 게 아니다. 손은 왜 그렇게 내밀고 있는 거냔 말이다.]└[가장 최신 영상매체가 연극인 촌세계에서 짱 먹었다고 거들먹거리면서 훈수 두는 새끼가 있을 리가 없죠? 같은 나쁜 말은 하면 안 되겠지?]└[하 씨 누구지]└[눈치]└[드큘라 : 라스카 상 3회 연속 수상이 쉬워 보이나? 자네가 할 수 있나?!]└[라스카 상이 뭐지]└[하 씨 진짜 뭐지][해방 ㅇㅈㄹ ㅋㅋㅋㅋㅋㅋ]└[니가 뭔데 해방이냐, 니가 갤주냐?]└[능력 해방 조건이 어떻게 ‘갤창들 말 존나 잘 듣기’]└[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이번에는 이세계의 명배우들이 내게 훈수를 두고 있다는 거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