요선들이 집착함
요선들이 집착함
3화. 팔자 좋게 늘어져서 영과를 먹는 건 나한텐 일상이나 다름이 없다. “그래서 이거 뭔데. 그냥 물 많은 복숭아 같은 거 아니었어?”
물론 먹을 때마다 뭔가 몸에 활력이 느는 느낌이긴 했다. [응애교룡: 근데 영과는 다 그런 거 아님?]-진짜 모름. └햇빛이야말로이세상: 당장 손에 든거 내려놔. 이빨 자국 만들지 말고! 더 배어 먹지마!! 반응이 꽤 심상치 않다.이거 그렇게 귀한 건가?그러고보니 이 녀석 경지가 어디지. └응애교룡:/햇빛이야말로이세상 경지.[요선방:자신보다 높은 존재의 경지를 열람할 수 없습니다.] “쩝.” 빌어먹을 실력 지상주의.아무튼 햇빛 요선의 경지는 나보다 월등히 높은 모양이다. [응애교룡: 그래서 이거 뭔데.] 답이 즉각 달렸다. └햇빛이야말로이세상: 자심초과. 자심초과(紫心草果)? └요선(66.66): 저게 자심초과라고? 말로만 들어봤지 처음 봄.└요선(333.3): 하계에서는 보기 힘든 영과라고 알고 있다. 햇빛 요우는 더 자세히 알 듯하군. 다른 이들은 들어본 적 있는 영과인 모양이다. 잠시 기다리자 햇빛 요우가 답글을 달았다. └햇빛이야말로이세상: 자심초과는 특정 지맥과 요맥을 지닌 특수한 환경에서만 자라는 극히 희귀한 영과임. 이 특정 조건을 충족했다고해도 꾸준히 뇌기를 흡수해야만 자라나는 영과라서 보통은 구경도 하기 힘듬. 그렇게 희귀한 거였다고?난 마저 영과를 우걱우걱 먹었다.그 정도로 좋은 거면 내가 먹어야지. 어차피 영과는 많다.다 먹어도 금방 다시 자라더라.아낄 필요는 딱히 없다. └요선(178.1): 그래서 결국 효능이 뭔데? 그렇게 특수한 환경에서 자라는 영과라면 효능도 좋을 거 아냐. 요선(178.1)의 말마따나 궁금한 건 그 부분이었다.그렇게 희귀한 영과인 건 알겠어.근데 이거 효능이 뭔데? ㄴ햇빛이야말로이세상: 다양한 효능이 있지만 대표적으론 살독을 해독할 수 있다고 함. 살독(殺毒)? └응애교룡: 누구 죽일 때 나오는 살기나 살심 뭐 그런 거?└요선(178.1): ㅇㅇ└요선(12.12): 살독을 해독할 수 있다니... 응애교룡. 내게 팔아라. 값은 얼마든지 치르겠다!└인간싫어: 나!나!나!나!나!나!나!└흑풍: 나한테 팔아라. 얼마 전에 알려준 은신결도 주겠다!└꼬리많아: 고작 3계 은신결로 자심초과를 얻으려고? 말도 안 되는 소리! 애송이! 나한테 팔아. 상품 영석 10개에 살게! 왜 저렇게 안달이지 싶었는데 생각해보니 그럴만 했다.도의 길을 걷는 요선이나 수사들은 좋든 싫든 살생을 할 수밖에 없다.그게 요수이든 인간이든 둘다 큰 차이는 없는데, 살생을 하면 할수록 살기는 강해지고 그 살기는 이내 살독이 되어 체내에 쌓인다.그쯤되니 나도 이해됐다. ‘그러고 보니 선협 주인공이 살기가 너무 강해서 뭐 공법 구해서 억누르던 에피소드가 있었던 거 같기도.’ 선협의 교과서라고 불리는 작품에서도 나온 부분이니 확실하다.아무튼. “살독이 쌓이면 어떻게 못하나?” 요선방에 살독에 대해 검색해보니 여러 가지 글들이 나왔다. [요선(9.12): 살독으로 먼저 간다.]-살독 때문에 경지 올릴 엄두가 안 나서 먼저 간다. 아마 요선방에서 수명 때문에 가는 건 내가 처음일 듯. 다들 인간 너무 많이 죽이지 마라. 개떼처럼 자꾸 몰려들길래 올 때마다 죄다 죽여버렸더니 살독 너무 쌓여서 천겁받을 엄두도 안 난다. 요존 세분이 도와주신다고해서 모여서 받아내 보려 했는데 실패했음.└흑풍: 요존 셋? 혹시 대천멸겁?└요선(9.12): ㅇㅇ└거북거북해: ... 극락왕생해라. “대천멸겁은 또 뭐야.” 검색해보니 조오오오오온나 강력한 천도의 천겁이라고 한다.이거 받고 살아난 요수를 본 적이 없다고 하는 거 보니 말이다.대부분 요수는 수명이 다해 죽는 것보다, 천겁을 받고 죽는 것이 더 많은 편이다. ‘애초에 인간과 요수는 다르니까.’ 천겁의 세기도 남다르다.요수는 세상 무서울 것 없이 살지만 딱 하나.천도의 천겁만은 두려워 한다.인간과 달리, 요수는 존재만으로 천도를 어지럽히기 때문이다.살아 있기만 해도 천겁을 맞는다. “개 억울하네.” 아무튼 그렇다보니 그냥 천겁을 맞아도 죽을지 모르는데, 살독 쌓이면 천도가 어? 너 살생했네? 괘씸죄 추가. 이러면서 대천멸겁 떨어뜨리면 그냥 사지 분해돼서 죽는 것.생각만 해도 오금이 저리고 비늘이 덜덜 떨리는 일이다.그럼 살생을 안 하면 되지 않느냐라고 할 수 있는데... “요수의 삶이 그럴 순 없지.” 가만히 있어도 인간 수사들이 시비를 걸어오는 게 요수의 삶이다.게다가 인간만 그런가.같은 요수들도 요수를 노린다.애초에 인간보다 요수애가 없는 게 바로 요수.인간은 서로 죽일 때, 눈치 보면서 뒤통수만 치려고 하지만 요수들은 그냥 마주치면 일단 주먹부터 날린다. ‘너 뭐야? 너 뭐 돼?’ 이러면서 죽빵부터 날려본다. 호각이면 ‘ㅇㅋ 좀 쎄네.’ 이러면 갈 길 가고 약하다 싶으면 ‘개좆밥이 정신 나갔지?’ 하며 잡아먹는다.요선방에선 글만 보이니까 착해 보이는 거지 실제로 만나면 가죽부터 벗겨지고 눈알이나 내단, 뼈가 분리돼서 법기나 단약이 될게 뻔했다.세상에 믿을 놈 하나 없는 게 요수의 삶인 거다. “아무튼. 그런 살독을 없애주는 영과라 이거지?” 벌써부터 몸이 달아오른 요선들이 내 게시글에 답글을 어마어마하게 달기 시작했다. [답글+95] 그들에겐 죽을 목숨을 살려주는 구명줄과 같은 게 바로 자심초과.물론 그냥 먹는 것보단 단약으로 만들어 먹는 게 좋다지만, 그거까지 신경 쓸 일은 아니다. 난 누워서 고갤 돌렸다.내 보금자리.동부에 있는 영목은 각각 다른 영과가 맺혔는데, 그중 하나가 자심초과인 거였다.복숭아보다 달고 맛 좋아서 꽤 먹었더니 5개밖에 안 남았다.다른 영과도 있긴 하지만... ‘텀을 두고 알아보는 게 좋겠지.’ 요선방에 올린 것만으로 난리가 난 영과다.이 정도면 나도 눈치는 있다.내 집. 내가 부화한 동부에 있는 영목 하나하나가 보통 놈들이 아니란 걸 말이다. 이거 전부 알아보겠다고 요선방에 올리면 슬슬 요선들도 욕심이 나기 시작할 것이다.저놈 뭔데 이렇게 귀한 거 있어?너 어디야? 내가 점을 보니까 저놈 저쪽인데? 잡으러 가볼까? 이러면서 교룡 구이를 해 먹으러 찾아올지도 모른다는 것. “계면이 어쩌고 하는 거 보면 다른 하계일 확률이 높긴 한데... 혹시 모르는 일이니까. 응응! 절대 안돼.” 선협에는 삼천 대도가 있다.거기서 파생된 도의 길은 무궁무진했고, 말도 안 되는 술법이 난무하는 세상이다.내가 모르는 어떤 비술이나 요술을 사용해서 날 찾아올지 모르는 일.제 목숨의 일부를 사용해서 금단의 비술을 사용할지도 모를 일 아닌가.너무 귀한 걸 지녔다고 광고하는 건 지양해야 할 일이다. “일단... 하나만 팔아보자.” 그래도 불을 지폈으니 한두 개 정도는 팔아도 되겠지. [응애교룡: 근데 이거 어케 팜?]-자심초과 남은 거 두 개라서 딱 두 개만 팔아보려고 하는데... 어디서 팔아야 함. 즉각 답이 달렸다. └햇빛이야말로이세상: 요경각에서경매붙이면돼근데나한테하나만그냥팔면안될까?직접거래하면팔수있어!└흑풍: 은신결에 상품 영석 30개에 사겠다!! 제발 팔아다오!└요선(12.12): 죄 많은 요선들이 이토록 많다니. 천도께서도 참 고단하시겠군.└요선(66.66): [요선(12.12)] 넌 필요 없냐?└요선(12.12): 요경각 새로고침 하는 중이니라. 말 걸지 말거라.└요선(66.66): 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꼬리많아: 나한테 팔아줘! 제발제발제발제발제발제발제발제발제발제발제발제발제발제발제발제발제발제발제발제발제발발제발제발제발제└거북거북해: 얼마에 팔 거냐.└수리수리: 나한테 팔면 요왕까지 키워주겠다. 방치하는 거 아니고 알들 살뜰하게. 반응이 생각 이상으로 너무 뜨거워서 부담스러울 정도다. 이러다 열받은 요우가 찾아내겠다고 하면 어떡하지? 할 정도로 열기가 뜨겁다. “잘 모르겠고... 이럴 때는 경매 붙이는 게 맞지.” 일단 영석만 있으면 수행은 나 알아서 할 수 있을 거 같으니까. [등록자: 응애교룡]물품명: [무계] 자심초과.요구 조건: 상품 영석 1개부터. 띠링.등록됐다는 알림과 함께 요경각을 둘러보기 시작했다.요선방에 거래소 있는 걸 왜 몰랐지? 했는데 찾아보니 요결은 되어야 개방되는 항목이었다.요화는 어차피 신식과 요기가 받쳐주지 못해서 쓰지도 못할 거라고. “그렇구나. 구경이나 해볼까.” 구경하는 건 돈이 안 든다.신식과 요기가 소모될 뿐이지만, 요결로 올라서며 신식이 마흔 장 이상으로 늘어난 지 오래다. [등록자: 금시조]물품명: [3계 중급] 천리풍뢰익.요구 조건: 중품 영석 200개.설명: 하늘의 패자였던 금시조의 날개 부스러기를 가공하여 만든 비행 법보. 순식간에 수천 리를 도주하거나 추격할 수 있으나, 엄청난 양의 정혈을 소모함. [등록자: 백발요마]물품명: [4계 하급] 백골화혈진의 진도(陣圖).요구 조건: 상품 영석 70개설명: 동굴이나 영지 주변에 설치하여 영역을 침범하는 인간 수사나 하등 요수들의 피와 기를 빨아들여 자신의 내단으로 환원시키는 사마(邪魔) 진법의 도면. [등록자: 요선(588.5)]물품명: [무계] 무명의 요결요구 조건: 하품 영석 10개설명: 어느 상고 유적의 잔해 속에서 건져 올린, 글자가 대부분 지워진 요결. 요경각도 판독 불능. 슥, 슥.둘러보고 있지만 딱히 꽂히는 게 있지는 않다.내가 쓰기엔 뭔가 되게 거창하다.천리풍뢰익 정도라면 3계에 오른 내가 써도 될법 한데, 정혈을 소모하는 게 흠이다.정혈은 요력과 달리 쉽게 회복되지 않는 힘이라 원기를 크게 쇠하고 이를 회복하지 못하면 평생 후유증이 남기도 하기 때문이다. ‘목숨 생겼다고 생각하면 나쁘지 않긴 한데... 좀 더 둘러보자.’ 하지만 아무리 둘러봐도 적당한 물건이 없었다.아직 뭐가 좋은지, 아닌지를 판가름할 눈이 없다는 게 정답이었다. 요경각을 끄고 벌러덩 누워 고심해야만 했다. “일단... 밖으로 나가는 건 맞지.” 내 동부는 안전하고 백년 간 먹어도 질리지 않는 영과와 영식이 있긴 하지만 이걸론 이제 병목에 걸렸다.수행을 이어나갈 수 없으니, 이 참에 밖으로 나가 견식을 넓히고 견문을 두루 익히는 게 맞다. ‘요선방에서 요결을 사서 수련하는 것도 나쁘지는 않지만... 언제까지 이곳에 있을 수는 없는 노릇이니까.’ 무섭다곤 하지만 수행을 위해선 어쨌든 나가야 한다. 왜인지 요결에 오를 때까지 천겁을 받진 않았지만, 슬슬 느낌이라고 할까.그런 감이 온다.곧, 요수의 첫 번 째 천겁.초겁을 치르게 될 거라고 말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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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무 대비 없이 천겁을 맞으면 육신은 물론 내단도 상한다.내단이 잘못되면 요수는 급사하기도 하는데, 그렇게 되면 지금 내 기량으론 살아날 도리가 없다. “선협에 대해선 빠삭하다고 해도, 요수에 대한 건 잘 모르니까.” 인간과 다른 수행 방법.다른 생리를 가진 요수가 되었으니 마땅히 알아봐야 한다고 생각한다.요선방에는 그런 기초적인 부분이 나와 있지도 않다.도움을 빌려도 일정 부분은 내가 알아내야 할 부분이 있을 거다. 결국 동부를 나가야 한다.그것에 이변은 없다. “그럼 대비를 해야겠지.” 난 다시 요경각을 켰다.신식을 주입하자 요경각에 등록한 경매가 서서히 끝나감이 보였다. “요선들이 설레발치긴 했어도, 그렇게 많이 오르진 않았겠지. 상품 영석 1개로 시작했으니까...” 적어도 50개.아니, 30개 정도는 되지 않았을까. “어?” 라는 생각은 오만했다. [자심초과가 상품 영석 330개에 낙찰되었습니다.][낙찰자 (인간싫어)의 저물대로 물품이 이동됩니다.] “인간싫어 이 녀석... 대체 사람을 얼마나 죽인 거야?” 하지만 상품 영석 330개! 입꼬리는 나도 모르게 자꾸 올라만 갔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