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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 나라는 그냥 답이 없다 (2)

괴이왕국의 패왕군주 — novelpia.com · All chapters

이 나라는 그냥 답이 없다 (2)

그날 저녁.성과없는 회의를 끝내고서 어전을 빠져나온 나는 곧장 본궁에 있는 국왕폐하를 찾아갔다.그리고는 끔찍했던 대신들의 모습을 토로하며, 우리 나라가 얼마나 답이 없는지 그에게 설명했다.“아니, 폐하.”“둘이 있을때는 아버지라고 불러라.”“아니, 아버지. 대체 대신들이 하는게 뭡니까? 하루종일 감탄만 늘어놓고, 생각이라고는 하나도 안하지 않습니까!”나는 대신이라는 작자들이 어전의 리액션 머신으로 남아있는 개탄스러운 현실을 토로했다.“아버지는 어떻게 그런 작자들을 데리고 국정을 운영하신겁니까?”이게 도대체 국정이 제대로 돌아가기는 하는지 의심스러울 정도였다.그러자 침상에 누워계신 폐하께서는 3대 700정도 칠것같은 병든 몸으로 이야기했다.“혹시 오늘 블레인 공이 회의에 참석하지 않은게냐?”“블레인 공?”침상에 누워있던 폐하의 이야기가 흘러나온 이후.나는 블레인 공이라는 익숙한 이름의 주인공을 간신히 떠올릴 수 있었다.“아, 블레인 공… 재상을 말씀하시는 겁니까?”“그래. 블레인 공. 우리 나라에는 그가 있어야한다.”왕국의 재상, 블레인 공.그는 내가 어렸던 시절부터 명재상으로 유명한 인물이었다.물론, 내가 그런 블레인 공을 실제로 마주한 적은 없었다.어전 회의를 제외하고는 참석하지 않기로 유명한 인물이기 때문이었다.“블레인 공. 그는 가히 명재상이라고 할 수 있다.”폐하께서는 그런 블레인 공을 어지간히 신뢰하고 계셨던 것일까.폐하의 입에서부터 블레인 공에 대한 극찬들이 줄줄이 흘러나오기 시작했다.“그는 우리 왕국 역사상 최고의 재상… 블레인 공에게 불가능따윈 존재하지 않지.”“허어, 블레인 공이… 아차…….”대체 어느 틈에 오염당한 것이었을까.내 입에서 자연스럽게 흘러나오는 리액션에 나조차도 흠칫할 정도였다.물론 우리의 국왕폐하는 그런 내 모습에 조금도 신경쓰지 않고 본인 할말만을 이어나가셨다.재상 역사상 최고, GOAT에 대한 극찬을 계속해서 늘어놓은 것이다.“블레인 공이 한창 전성기였을 당시에는, 온대륙이 그의 경이로운 행정능력에 경악을 표하고는 했다.”“우리 행정이 온 대륙에 새어나간겁니까? 이건 첩자들을 좀 색출해내야…….”“그가 고작 빵 다섯덩이와 물고기 두마리로 백성들을 구휼해 최악의 흉년을 버텨낸건 이미 유명한 일화지.”나는 국왕폐하의 입에서 흘러나오는 블레인 경에 대한 이야기를 조용히 들었다.그리고는 이내, 뭔가 이상하단걸 깨닫고 폐하에게 이야기했다.“그게… 왜 구휼입니까?”오병이어의 기적을 직접 실천한 명재상이면, 이건 이미 구휼같은 문제가 아니었다.그딴걸 행정이라고 부를 수 있을까?물론 이미 블레인 공에게 심취한 폐하께서는 그에 대한 극찬을 멈추지 않았다.“그가 왕국의 빈약한 재정을 확충하기 위해, 제국에서 열리는 마상시합에 1년치 재정을 배팅한건 이미 유명한 일화다.”“그냥 미친놈이잖아요.”“아무튼 성공했지 않느냐. 그 덕분에 우리는 드넓은 들판을 내달리며 후작부인을…….”나는 더 이상 폐하의 이야기를 들을 이유가 없다는걸 깨달았다.애초에 이 정신나간 국가랑 한몸이 된 양반한테 뭘 묻는다는 것부터가 문제였다.휘익, 휙.가볍게 손을 내저어 말을 끊은 이후, 나는 폐하를 향해 일방적으로 통보했다.“그냥 제가 알아서 하겠습니다.”“오냐. 블레인 공이 있으니 어련히 잘하겠지.”재상 역사상 최고, GOAT에 대한 리스펙을 전한 이후.폐하께서는 다시 3대 700정도 할것같은 노쇠한 몸을 이끌고 주무시기 시작했다.고로롱-.코를 고는 소리를 들으며 나는 조용히 병상을 빠져나왔다.“나라 망했네.”이 나라는 그냥 답이 없다.그러니, 내가 이 나라를 바꿔야만 했다.* * * * * *다음날 아침.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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왕궁의 어전회의에 참석한 나는 그토록 유명한 재상, 블레인 공의 모습을 실제로 마주하게 되었다.지팡이를 짚은 채 나타난 깔끔한 인상의 중년.대륙 최고의 명재상이라 불리는 블레인 공이 어전에 나타난 것이다.“어제는 실례했습니다, 전하.”“…….”“이 불초 신하가 몸이 조금 안좋아서… 부득이하게 회의에 참석하지 못했습니다.”그는 어전에 나타나기 무섭게 나에게 정중한 태도로 인사했다.당분간 내가 집무를 보게되었다는 사정에 대해서 이미 들었던 것일까.왕세자인 내가 왕좌에 앉아있는 상황에 대해서는 캐묻지 않는 모습이었다.‘어쩌면 블레인 공과 상의를 한 뒤에 나를 부르신걸지도 모르지.’내가 정무를 보고 있는 이 상황조차도, 어쩌면 블레인 공의 조언에 따른 일인지도 모르는 노릇.나는 블레인 공의 인사를 받아주고서, 대전에 있는 신하들을 향해 이야기했다.“블레인 공도 돌아왔으니, 어제의 안건에 대해 다시 이야기해보도록 하지.”휴우-.내 말에 신하들이 하나같이 안도의 한숨을 내쉬었다.블레인 공이 나타났다는 사실에 안도한 모양이었다.나는 멋들어진 콧수염을 기른 중년의 재상을 향해서, 어젯밤에 논의했던 이야기를 다시 한 번 설명했다.“블레인 공은 대륙의 국가들이 십자군을 준비하고 있다는걸 알고 있는가?”“물론입니다, 전하. 가증스러운 성황청이 십자군을 일으켜 저희를 공격해오는건 자주 있는 일이지요.”블레인 공은 십자군의 준동에 대해 짐작하고 있었다고 대답했다.“헌데… 이번에는 그 규모가 3만이나 된다고 하더군.”“…….”“블레인 공… 어떻게해야 3만이나 되는 십자군을 우리가 막아낼 수 있겠나?”나는 블레인에게 적들이 3만명의 군사를 일으켜 쳐들어오고 있다고 설명했다.상황을 알고 있다면 해결책을 묻는건 쉬웠다.명재상이라고 불리는 블레인 공이라면 이 상황을 해결할 아이디어를 내놓지 않을까 기대한 것이다.그런 내 기대에 부응하듯이, 블레인 공이 자신만만한 얼굴로 이야기했다.“3만의 십자군을 막아내는 일은 이 블레인에겐 그리 어렵지 않은 일입니다.”“허어…….”“허어, 이럴수가… 역시 명재상 블레인 공이군.”신하들이 그런 블레인의 이야기에 감탄하는 가운데.블레인의 입에서 그럴싸한 내용이 흘러나왔다.“무릇 병법에서 가장 중요한 것은, 적보다 더 많은 숫자를 가지고 있는 것이지요.”“그래, 그렇지.”뭐 당연한 얘기를 하고 있어.그래서, 그 다음엔 어떤 대답이 나올까 기대하며 이야기를 들었다.동맹을 맺자고 할까?그게 아니라면, 적들을 이간질해서 분산시키려는 것일까?그런 대답을 기다리던 나에게, 재상 역사상 최고인 블레인 공이 이야기했다.“병사 6만을 징집합시다.”6만명을 징집해라.그 이야기를 듣고 나는 블레인을 향해 물었다.“6만명을 징집하자고?”“예.”“진짜?”“예.”덤덤한 대화가 오고간 이후.나는 블레인 공을 향해 물건을 집어던지며 이야기했다.“우리 인구 다 끌어모아도 4만명이 안되잖냐, 이 미친놈아!”쿵, 데구르르-.날아오는 물건들을 얻어맞으면서도 블레인은 덤덤하게 서있었다.“악.”“허어… 역시 블레인 공이군. 그 누구도 생각하지 못했던 방안을 내놓을 줄이야.”“인구가 4만인데 6만을 징집한다니… 가히 천재적인 발상이 아닐 수 없군.”감탄하는 신하들을 앞에 두고서, 나는 다시금 블레인을 갈구며 이야기했다.“그딴거 말고 다른거… 조금 더 현실적인 대책을 내놓으란 말이다!”“6만 1명을 징집합시다.”“야 이 미친놈아.”“6만 2명을 징집합시다.”블레인의 입에서 흘러나온 대안에 신하들이 고개를 끄덕이며 이야기했다.“허어… 역시 명재상 블레인 공. 끊임없이 머릿속에서 비책이 샘솟는군.”“참으로 이 왕국의 보배가 아닐 수 없습니다.”블레인 공은 이런저런 물건에 얻어맞고서도 꼿꼿이 제 주장을 관철하는 모습이었다.결국 나는 이대로 가다간 끝이 없다는 사실을 깨닫고 투척을 멈췄다.그 대신, 자리에 서있던 블레인 공을 향해 이야기했다.“하아… 블레인 공. 당신이 직접 책임지고서 6만명을 징집해오도록.”“…….”“다만, 징집에 실패한다면 마땅한 책임을 져야할거야.”대체 인구가 4만인데 어떻게 6만명을 징집해온단 말인가.그렇게 자신있으면 직접 해오라는 지시였다.물론, 왕국의 보배이자 명재상인 블레인 공은 결코 물러나는 법이 없었다.“예, 전하. 명을 받들겠습니다.”“뭐? 직접하겠다고?”그는 순순히 내 제안을 받아들이는 모습이었다.“대신 저에게 전하의 이름을 빌려 누구라도 징집할 수 있는 권한을 주시지 않겠습니까?”거기에 그치지 않고 나에게 징집권한까지 요구하는 모습이었다.나는 헛소리를 늘어놓는 블레인에게 최후통첩을 내렸다.“그래, 폐하의 보검을 빌려주도록 하지! 단, 6만명을 모으는데 실패하면 그 목을 내놓아야할거다!”죽기 싫으면 헛소리 그만하고 돌아가라는 통보였다.당연하게도, 재상 역사상 최고인 블레인 공은 고작해야 죽음따위에 겁먹지 않았다.“걱정하지 마십시오, 전하. 제가 전하를 실망시켜드리는 일은 결코 없을겁니다!”“…….”“왕국의 미래를 위해서라도, 기필코 병사 6만을 모아오도록 하겠습니다.”후우-.나는 한숨을 내쉬며 이마를 짚었다.대체 언제쯤 되어야 정상적인 신하를 가질 수 있을까.이 나라의 미래를 생각할수록 머리가 아파왔다.* * * * * *다음날 아침.별궁에서 일어나 어전으로 향하던 도중, 나는 익숙한 얼굴 하나를 복도에서 마주할 수 있었다.쿵, 쿵, 쿵, 쿵.번쩍이는 갑옷으로 완전무장한 남자가 할버드를 들고서 이동하고 있었던 것이다.나는 화들짝 놀라서 할버드를 들고 움직이던 폐하에게 달려갔다.“아니, 아버지! 대체 이 시간부터 어딜 가십니까?”나는 할버드를 들고가던 폐하에게 물었다.그러자, 폐하가 나를 보며 퉁명스러운 얼굴로 이야기했다.“야 인마, 니가 나 징집했다며?”“…….”폐하의 입에서 흘러나온 한마디.그 이야기를 듣고서, 나는 잠시동안 멍하니 폐하를 바라보았다.깜빡, 깜빡.내가 폐하의 얼굴을 조용히 바라보던 것도 잠시.이내, 나는 다시금 완전무장한 폐하에게 물어보았다.“……예? 대체 누가 그랬습니까?”“블레인이 그러던데.”“…….”“내가 아들을 잘못 키웠지, 쯧쯧. 기어이 병든 애비마저 전쟁터로 떠밀어 보내다니.”쿵. 쿵. 쿵. 쿵.나는 할버드를 들고 걸어나가는 폐하를 보며 탄식했다.“허어…….”블레인 이 미친놈아.기어이 이 나라의 국왕마저 징집했구나.