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 나라는 그냥 답이 없다 (3)
이 나라는 그냥 답이 없다 (3)
국왕폐하의 기행으로부터 닷새가 지난 어느 날.나는 어전회의에 당당하게 참석한 블레인과 마주하게 되었다.고작 닷새밖에 지나지 않았는데도, 블레인은 어느새 위풍당당하게 어전회의에 복귀해있는 모습이었다.“블레인 공. 6만명을 징집하려면 바쁘지 않겠나?”나는 당당하게 서있는 블레인에게 이야기했다.6만명이나 되는 병사를 징집하려면 무척이나 바빠야 정상이었다.아니, 바쁜게 뭔가.애초에 불가능한 일에 가까웠다.인구가 4만명인데 6만명을 대체 어떻게 징집한단 말인가.‘빠르게 머리박으면 넘어가는걸로 하자.’아무리 블레인 공이 재상 역사상 최고, GOAT라고 해도 가능한 일과 불가능한 일이 있었다.그런 이유로 나는 블레인이 빠르게 고개를 숙이면 용서해주기로 마음먹었다.비록, 그가 병상에 누워있던 국왕마저 징집하는 정신나간 재상이기는 하지만.오랫동안 왕국에 충성해온 충신을 내칠만큼 나는 차가운 군주가 아니었다.“왕세자 전하. 드릴 말씀이 있습니다.”그렇게, 내가 큰 결심을 마친 이후.블레인이 나를 바라보며 고개를 숙였다.드디어 사과를 하려는건가?그런 생각을 하고 있던 내 앞에서, 블레인이 정중한 태도로 입을 열어 이야기했다.“오늘부로 병사 6만명을 모두 징집하는데 성공했습니다.”“……?”“아니, 도합 6만 2명을 징집…….”블레인 공의 이야기가 끝까지 이어지기도 전에, 나는 경악한 목소리로 재상의 이야기를 끊어버렸다.“아니, 6만명을 모았다고?”“6만 2명입니다, 전하.”“인구가 4만명인데 어떻게 6만명을 징집한거냐?”당연한 의문을 들은 블레인 공의 반응은 덤덤했다.“명재상인 제가 열심히 노력했습니다.”“아니, 그게 왜 가능하냐고.”“그게 명재상이니까요.”인구 4만의 국가에서 병사 6만을 뽑아낸 명재상.이건 단순히 유능하다는 말로 설명할 수 있는 일이 아니었다.그걸 실제로 이뤄냈으면 명재상이 아니라 그냥 괴이지.“허어…….”“허어, 역시 최고의 명재상, 블레인 공이군…….”저기서 리액션하는 대신들을 단순히 무능하다는 말로 설명할 수 없는 것처럼 말이다.아니, 애초에 그런 수준의 문제가 아니었다.이건 그냥, 이 나라가——.‘이게 사람사는 나라가 맞냐?’나라 전체가 정상이 아닌게 분명했다.이게 진정 사람들이 사는 국가가 맞단 말인가.이 나라 자체가 괴담이나 다름없는게 아닌 이상에야 설명이 되지 않는 일이었다.나는 성황청에서 주장하는 십자군의 명분에 아주 약간, 구체적으로 말하면 20% 정도는 공감할 수 있을 것 같은 기분이 들었다.“…….”그러니까, 이 자식들이 진정한 의미에서 악마의 후예가 아닌가 하는 의심을 품기 시작했다는 이야기였다.맞잖아.뭔가 이상하잖아.제대로 된 국가라면 이런 일이 벌어질 수는 없었다.“블레인 공…….”“예, 전하.”“어디 한 번, 공이 모아둔 병력이나 보도록 하지.”후우-.결국 나는 한숨을 내쉬며 자리에서 일어났다.아무래도, 블레인이 모아온 6만 대군을 내 눈으로 직접 확인해봐야 알 것 같았다.* * * * * *녹음이 드리워진 평야의 앞.그곳에서 나는 블레인이 자신하는 6만 대군의 실체를 확인할 수 있었다.평야 전체를 빼곡히 뒤덮듯이 수많은 군세가 늘어서있었던 것이다.더군다나, 정말 놀라운 것은 그런 군세들 사이사이에 이상한 것들이 껴있었다는 점이었다.정확히 말하자면, 사람이 아닌 것들이 껴있었다.“얘넨 대체 뭐냐?”“고블린입니다.”“아니, 어떻게 징집했냐고.”나는 6만 대군에 끼어있는 고블린들의 모습을 바라보았다.징집당하는 과정에서 몇대 얻어맞기라도 한 것일까.제식에 참여한 고블린의 얼굴이 퉁퉁 부어있는 모습이었다.“자랑스러운 왕국군에 자발적으로 합류했습니다.”물론, 고블린 군세에 대한 재상의 설명은 무척이나 심플한 편이었다.“자발적?”“예, 자원했습니다.”고블린들이 자원해서 왕국군에 합류했다고 주장한 것이다.애초에 이놈들이 말이 통하는 놈들이 맞기는 한건가-.그런 의문을 굳이 입밖으로 내뱉진 않았다.고블린들이 자원한 시점에서 이미 악마의 군세나 다름없어진 까닭이었다.“안그래도 악마의 후예들 토벌하겠다고 오는건데, 얘네들이 참전하면 그냥 마왕군이잖아.”“그렇군요. 그럼 빼도록 하겠습니다.”그렇게, 재상 블레인은 평원에서 도열하고 있던 고블린 군세를 배제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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진정한 의미에서 악마의 후예인 고블린들을 왕국군에서 완전히 치워버린 것이다.한무리의 고블린들이 사라진 이후.그들이 사라진 자리에서, 나는 고블린들 뒤에 앉아있던 또 다른 별종들을 마주하게 되었다.“저것들은 또 뭐야?”드넓은 평원의 한복판.그곳에서 모자를 뒤집어쓴 한무리의 참새가 뛰놀고 있었던 것이다.더군다나, 참새들은 서로를 바라보며 격렬하게 울음소리를 내고 있는 모습이었다.- 참참참…….- 참참……?- 참…….원래 참새들이 저런식으로 울던가.나는 한순간 머릿속이 멈춰버린 듯한 기분이 들었다.허나, 참새가 원래 어떤 울음소리를 내는지는 기억나지 않았다.혼란에 빠져있는 나를 앞에 두고서, 최고의 명재상 블레인이 자신있게 그들을 소개했다.“저희 왕국의 공군입니다.”“…….”“요즘같은 시대에는 하늘조차 전장의 일부… 그렇기에 이 블레인은 선진적인 군대를 만들고자 공군을 창설하였습니다.”왕국의 공군.지나치게 선진적인 문물을 도입한 블레인의 행동에 대신들이 감탄했다.“허어…….”“공군이라니, 허어…….”대신들은 시대를 1000년 정도 앞서간 것 같은 선진문물에 감탄하며 탄복했다.한대씩 머리를 쥐어박고 싶을 정도였다.물론, 그 모습을 지켜보던 내 입에서는 고뇌어린 탄식이 흘러나올 뿐이었다.“공, 군……?”세상에 저딴 공군이 대체 어디있단 말인가.애초에 저걸 어디에 활용할 수 있는지조차 의문이었다.그런 의문이 들었지만, 굳이 입밖으로 내지는 않았다.재상 블레인이 말이 통할놈이 아니라는건 진작부터 알고 있었으니까 말이다.“저기에 있는 사람들은 뭐야?”이번에는 그 옆에 있는 인간들을 바라보았다.아무리봐도 메르티인처럼 보이지는 않는 모습이었다. 오히려 제국인에 가까워보인다고 해야할까.내가 멀뚱히 서있는 놈들에 대해 묻자, 재상 블레인은 한없이 충직해보이는 얼굴로 이야기했다.“제국인입니다.”“근데 왜 여기에 있냐고.”“징집했습니다.”그러니까, 제국의 성황청에서 조직하는 십자군을 막기위해, 제국인들을 왕국군에 징집했다는 소리인가.대체 무슨 수를 써서 데려온건지 경이로울 정도였다.“어떻게 데려온건데?”“설득했습니다.”어떻게 설득했는지 참으로 경이로웠다.적국의 재상이 설득한다고 보통 자원입대를 하던가.재상 블레인이 최면술이라도 펼치지 않는 이상에야 불가능한 일이었다.‘명재상이 문제가 아니라, 그냥 인간이 아닌 것 같다.’오죽하면, 내가 슬슬 블레인 공이 사람이 아니라는 결론에 가까워질 정도였다.저런게 사람일리 없다.인간의 범주에 속할리가 없다.저건 이미 괴이같은 무언가가 아닐까?메르티인들은 정말로 악마의 후예 비스무리한 무언가가 아니었을까?그렇게 내가 성황청의 주장이 사실이 아닌가 의심하던 도중, 나는 그런 내 의심을 확신으로 바꿔줄 풍경을 마주했다.“쟤네들은 뭐야?”“충성스러운 왕국민들입니다.”“아니, 왜 다 똑같이 생겼냐고.”당당하게 도열해있는 병사들의 앞쪽.그곳에 똑같이 생긴 얼굴의 농민들이 서있었다.어찌나 똑같이 생겼는지, 공장에서 찍어낸 것 같은 수준이었다.“저거 도플갱어 아니야?”나는 눈앞에 서있는 도플갱어들을 보고 경악했다.허나, 우리의 명재상 블레인 공은 눈앞에 있는 병사들이 다 똑같이 생겼다는 사실에 크게 신경쓰지 않았다.당연한 일이었다.블레인 이 자식도 도플갱어 못지않은 괴이였기 때문이다.“전부 다른 사람입니다, 전하.”“그래?”“예. 저, 명재상 블레인을 믿어주십시오.”나는 도저히 믿음이 안가지만 무척이나 당당한 블레인의 태도를 보고서 직접 확인해보기로 결정했다.터벅, 터벅.나는 먼저 가장 가까이에 서있던 남자에게 다가갔다.그리고는 그에게 이름을 물어보았다.“거기 너, 이름이 뭐냐.”“한스입니다.”눈앞에 서있는 남자의 이름은 한스였다.나는 그 대답을 듣고서 곧장 옆으로 넘어갔다.옆에 있던 녀석과 똑같이 생긴 남자가 나를 반겨주었다.“이름이 뭐냐.”나는 그 남자에게도 똑같이 질문했다.“한스입니다.”익숙한 이름이 들려왔다.이름도 생김새도 똑같은게, 아무리봐도 도플갱어가 틀림없었다.그 다음에 있는 사람도 다르지 않을 것 같은 기분이 들었다.스윽.나는 또 다시 옆자리로 이동했다.그리고, 거기에 서있던 남자에게도 질문했다.“이름이 뭐냐.”“한스입니다.”역시나, 이번에도 익숙한 이름이 들려왔다.이름을 확인한 나는 다시 한 번 옆자리로 이동했다.그리고, 거기에 서있던 남자에게도 물어보았다.“이름.”“니 아버지다.”나는 고개를 들어 당사자를 바라보았다.갑옷을 입은 국왕폐하가 그곳에 당당하게 서계셨다.“아이고, 아버지……!”“고얀놈.”나는 경악에 젖은 얼굴로 국왕폐하의 손을 붙잡고서 이야기했다.“대체, 왜… 아버지가 왜 여기에……?”국왕폐하의 대답은 간단했다.“공작부인.”“예?”“공작부인 데리러 가야지.”무척이나 명료한 이유에 나는 넋을 놓은 채로 폐하를 바라보았다.그런 폐하의 머리 위에서, 익숙한 생김새의 참새 한마리가 나를 내려다보았다.펄럭-.블레인이 새롭게 창설한 왕국 공군의 일원, 참새가 폐하의 머리 위에 앉아있었다.- …….“…….”나와 참새가 시선을 마주하던 것도 잠시.머지않아, 참새가 나를 바라보며 울음소리를 냈다.- 참…….“…….”나는 그제서야, 비로소 이 나라를 온전히 이해하게 되었다.이 나라는 정상이 아니다.그리고, 메르티인들은 사탄의 혈육이 분명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