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저주받은 민족 (3)

괴이왕국의 패왕군주 — novelpia.com · All chapters

저주받은 민족 (3)

재상 블레인의 충격적인 비밀을 확인한 이후.나는 기록보관소에서 몇개인가의 기록물들을 추가로 살펴보았다.왕국 내부에서 일어난 신비한 현상들.괴이와 이상현상에 대한 정보들을 간략하게 훑어본 것이다.“어떻게 멀쩡한게 하나도 없냐.”그렇게 한참동안 기록물들을 확인하고 나서야, 나는 손에 들고 있던 기록물의 표지를 덮었다.툭-.이만하면 당장 필요한 정보는 전부 알아냈으니, 오늘은 이만 왕궁으로 돌아가볼 생각이었다.‘기회가 되면 다음에 다시 와봐야겠어.’나는 시간이 될때마다 마녀가 있는 기록보관소에 찾아오기로 결심했다.이곳에는 무척이나 유용한 정보들이 많이 있었으니까 말이다.터벅, 터벅.나는 기록물들을 들고 마녀에게 다가갔다.열람을 마친 기록물들을 반납하려는 나를 향해서, 마녀가 다시금 기운빠진 목소리로 이야기했다.“정말로 메르티인들의 저주를 풀지 않을 생각인가요?”방금 전과 똑같은 질문이었다.허나, 이번에는 백성들을 가엾게 여기느냐는 질문을 꺼내지는 않았다.적어도, 그녀가 생각하기에는 내가 그들의 저주를 푸는게 당연한 일이라는 뜻이었다.“하… 알았어.”“…….”“그렇게까지 궁금하다면야, 솔직하게 이야기할게.”나는 그런 마녀의 질문을 듣고서, 진지한 얼굴로 그녀를 마주하며 이야기했다.“만약, 하루아침에 메르티인들의 저주가 풀려서 괴이가 사라졌다고 치자.”만에 하나, 그녀가 이야기하는 이상적인 풍경이 언젠가 도서관에 찾아왔다고 가정했을때.그런 세계에서, 나는 한가지의 질문을 맞닥뜨리게 될 것이다.“그 사실을 모두에게 이야기하고 나서, 대륙의 모두가 그렇구나 하고 우리를 다시 사람으로 받아들여줄까?”모든 저주가 풀려서 한스도 블레인도 사라지고, 더 이상 약탈혼으로 순수성을 보존할 필요조차도 없어졌을 때.그런 세계에서 성황청은 우리를 어떻게 바라볼까.모든 메르티인들이 선량해졌다고 생각할까?우리들에게 개종을 권유할까?아니, 절대 아닐 것이다.그건 메르티인들을 지키는 방법이 아니다.적어도, 지금의 나는 그 사실을 확신하고 있었다.“아무리 부족하고 모자란 녀석들이여도, 내가 왕관을 쓰기로 결심한 이상 전부 내 백성들이야.”“…….”“모두를 위한다는 명목으로 모두를 버리지는 않아.”국왕폐하가 나에게 이야기했던 말.그 한마디가 여전히 내 안에서 맴돌고 있었다.내가 한명의 군주로서 들은 조언이 남아있는 한, 내 의지로 그들을 포기하는 일은 없을 터였다.“인간으로 태어나 악마로 죽는 한이 있더라도, 바르티아의 깃발이 내 치세에서 꺾이게 두지는 않을거다.”이것만큼은, 한치의 거짓도 없는 내 진심이었다.* * * * * *마경의 기록보관소에 다녀온 다음날.잠에서 깨어난 내가 침대에서 일어났을 때, 나는 익숙한 얼굴을 가장 먼저 마주해야만 했다.지난 밤에 마주했던, 푸른 머리의 마녀-.“안녕하십니까, 전하.”를 대신해서, 콧수염난 귀족 아저씨가 머리맡에 서있었던 것이다.그러니까 재상은 아니지만 명재상인 남자, 블레인 공이 또 찾아왔다는 이야기였다.“혹시 왕국군에 입대하실 생각이 있으십니까?”“나가.”“예.”아니, 입대같은거 안한다고.애초에 너 재상도 아닌데, 뭘 그렇게 열심히 하는거냐.그렇게, 내가 눈앞에 있던 블레인을 내보내려던 찰나.흠칫-.나는 갑작스럽게 무언가를 떠올리고서 자리에 멈추어섰다.‘그러고보니 슬슬 블레인이 모은 병력을 이끌 사령관도 결정해야하지 않나?’때마침 블레인에게 시켜야할 일이 생각났던 것이다.스윽-.나는 손을 들어올리며 블레인 공을 향해 이야기했다.“블레인 공, 잠깐.”“예, 전하.”내 목소리를 들은 블레인공이, 다시금 입대서류를 내밀며 자리에 멈춰섰다.“드디어 자원입대할 마음이 드셨군요.”“아니, 입대 안할거니까 서류는 치우고.”“예.”블레인 공이 서류를 주섬주섬 집어넣었다.나는 그런 블레인 공을 향해서, 무척이나 중요한 안건에 대해 이야기했다.“블레인 공에게 한가지 부탁이 있다.”“어떤 부탁이십니까, 전하.”“블레인 공. 어전회의 전까지 왕국군의 총사령관이 될만한 재목을 찾아오도록.”내가 폐하를 대신해 왕국의 국정을 도맡은지는 아직 얼마 되지 않았다.그러니, 사령관을 임명한다면 블레인의 조언을 듣는게 좋을거라는 생각이었다.그런 내 부탁을 들은 직후.블레인 공이 고개를 숙이며 이야기했다.“저 블레인은 유능한 인재를 많이 알고 있습니다.”“…….”“명재상인 제가, 전하를 위해 훌륭한 사령관을 추천해보겠습니다.”그렇게 말한 블레인 공이 문을 열고 밖으로 나섰다.쿵-.블레인이 빠져나간 문이 닫힌 가운데.나는 방문을 보면서 깊은 한숨을 내쉬었다.“설마 이번에도 아버지를 데려오진 않겠지?”아무렴, 두번이나 이상한 짓을 하겠는가.나는 그런 생각을 하며 어전회의를 준비했다.* * * * * *왕국의 비공식 재상, 블레인 공이 병사 6만을 모으고서 어느덧 열흘이 지났다.그동안 우리는 필수인력을 귀가시키는 등의 조치를 취한 덕분에, 어떻게든 5만명 규모의 병력을 확보할 수 있었다.대체 어떻게 필수인력을 남기고도 5만이 나오는지는 의문이지만.결과적으로, 전쟁 준비는 착착 진행되어가고 있었던 것이다.그리고 당연하게도, 전쟁에는 병사의 숫자만큼이나 중요한 것이 하나 더 존재하고 있었다.“전하. 십자군을 상대하기에 앞서, 이번 전쟁을 지휘할 총사령관을 추천하고자 합니다.”왕국군을 지휘할 총사령관.그러니까, 유능한 지휘관이 필요하다는 이야기였다.그런 이유로 나는 재상 블레인에게 이번 전쟁에 어울리는 총사령관을 찾아오라고 지시해놓은 상황이었다.“블레인 공. 총사령관의 재목을 찾아왔다고?”“예, 전하. 바르티아 왕국에서 총사령관을 맡기에 이보다 더 적합한 인재가 없을듯 합니다.”최고의 명재상, 블레인 공은 자신만만한 얼굴로 사령관을 추천하겠다고 이야기했다.내가 블레인을 혐오하기는 하지만, 그렇다고 해서 그의 성과마저 혐오할 수는 없는 법.나는 블레인이 추천하는 상대에 대해 한번 들어보기로 결정했다.“그래. 어디 블레인 공의 이야기를 들어보도록 하지.”내가 블레인을 향해 턱짓을 한 이후.블레인의 입에서 어떤 이름이 흘러나왔다.“이번 전쟁에는 막시무스 장군을 총사령관으로 임명하시는게 좋겠습니다.”막시무스 장군.처음 들어보는 이름이 흘러나온 직후.대신들이 하나같이 감탄하며 이야기했다.“허어… 막시무스 장군이라니……!”“허어…….”“음음, 최고의 명장… 막시무스 장군이라면 믿을 수 있지.”어전회의의 리액션 머신들이 한차례 감탄한 이후.나는 그 모습에서 어딘가 기시감을 느꼈다.어째서인지 그들의 반응에서, 재상 역사상 최고인 블레인 공을 이야기할 때와 비슷한 느낌이 들었던 것이다.‘설마, 그 막시무스라는 놈이…….’설마 블레인이 추천한 막시무스라는 놈도 장군 역사상 최고, GOAT란 말인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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내가 그런 걱정을 하며 어전회의를 지켜보는 사이.터벅, 터벅.블레인이 모든 것을 예상했다는 듯이, 어전회의에 참석한 누군가를 데리고 나왔다.“이분이 바로 왕국 최고의 명장, 막시무스 장군입니다.”“안녕하십니까, 전하. 막시무스입니다.”철컥-.무거운 갑주를 입고 나타난 거대한 체구의 남자.나는 자신에게 예의를 갖추는 장군의 모습을 유심히 바라보았다.그리고는, 3대 1600정도 칠것같이 생긴 장군에 대한 감상을 블레인에게 이야기했다.“블레인 공.”“예, 전하.”“이 사람은 왜 팔이 네개인거냐?”장군 역사상 최고, GOAT인 막시무스는 무려 팔이 네개였다.그는 한눈에 보기에도 마왕군 사천왕같은 신체를 가지고 있었던 것이다.그런 내 질문을 듣고서, 명재상 블레인 공은 당당하게 이야기했다.“원래 그렇습니다.”“원래 그렇다고?”“예.”“허어…….”아니, 원래 그럴수가 있나.아무리 생각해도 말이 안되는 이야기였다.어떻게 사람에게 팔이 원래 네개나 달려있을 수 있단 말인가.내가 경악한 얼굴로 막시무스를 내려다보고 있으니, 머지않아 막시무스가 고개를 숙이며 이야기했다.“안타깝게도 소장이 어릴때 불우한 사고를 당해 그렇게 되었습니다.”더군다나 이어지는 막시무스의 변명은 더욱 가관이었다.아니, 무슨 사고를 당해야 팔이 네개가 되는건데.나로서는 도저히 이해할 수 없는 유형의 사고였다.물론, 공감력 MAX인 우리 대신들은 그런 막시무스의 이야기에도 공감해주는 모습이었다.“허어…….”“허어, 왕국 최고의 명장에게 그런 일이 있었을 줄이야…….”“정말 안타까운 사연이구려, 장군.”대체 이 자식들이 공감 못하는게 뭘까.나는 슬슬 해탈한 얼굴로 대신들을 바라보았다.물론, 대신들은 단순히 공감만 할줄 아는게 아니었다.대신들이 머지않아 나를 향해 놀라운 이야기들을 꺼내기 시작한 것이다.어전 곳곳에서 막시무스 장군에 대한 칭찬이 쏟아져나왔다.“전하. 막시무스 장군은 결투에서 단 한번도 패배한 적이 없습니다.”“허어…….”“아니, 이럴수가… 단 한번도 패배한 적이 없다니…….”무척이나 놀랍게도, 막시무스 장군은 무려 결투 승률 100퍼센트를 자랑하는 기사였다.팔이 네개인데 양심적으로 지면 안되지 않나?그런 생각이 들었지만, 굳이 그 생각을 입밖으로 내뱉지는 않았다.당연하게도, 막시무스 장군의 위업은 거기서 끝이 아니었다.“전하. 막시무스 장군은 왕국군 체력검정에서 팔굽혀펴기를 가장 많이 한 사람입니다.”정말 놀랍게도, 막시무스는 무려 왕국에서 팔굽혀펴기를 가장 잘하는 남자이기도 했다.비록 그는 팔이 네개였지만, 대신들은 그런 사소한 문제따위는 별로 신경쓰지 않았다.“전하. 막시무스 장군은 왕국에서 마상궁술로 최고라 불리는 무인입니다.”더군다나, 막시무스는 왕국에서 마상궁술로도 정점에 도달한 사람이었다.거듭 말하지만, 그가 팔이 네개라는 사소한 문제는 대신들에게 별로 중요한게 아니었다.대신들은 입을 모아 왕국 최고의 기사인 막시무스를 칭송했다.결국 대신들의 이야기를 듣던 나는, 한숨을 푹 내쉬며 마왕군 사천왕처럼 생긴 장군을 응시하는 수밖에 없었다.“…….”후우-.그렇게, 내가 막시무스를 내려다보던 것도 잠시.머지않아, 나는 고개를 절레절레 저으며 그에게 이야기했다.“그래. 막시무스 장군에게 총사령관을 맡기도록 하지.”나는 어쩔 수 없이 막시무스 장군을 왕국군 총사령관으로 임명하기로 결정했다.어차피 여기까지 온 시점에서, 팔이 두개 달렸는지 네개 달렸는지는 중요한게 아니었다.팔이 네개면 남들보다 공격횟수는 많지 않겠는가.그러니, 잘싸울 수 있는 막시무스 장군에게 군대를 맡기는게 나을거라는 판단이었다.“감사합니다, 전하! 결코 전하를 실망시키지 않겠습니다!”쿵-.내 이야기를 들은 막시무스가, 곧장 무릎을 꿇으며 내 명령을 받들 준비를 했다.나는 그런 막시무스를 향해 형식적인 이야기를 꺼냈다.“막시무스 장군. 그대는 위대한 국왕폐하의 뜻에 따라 바르티아 왕가의 깃발을 드높이고, 사악한… 십자…….”나는 막시무스를 사령관으로 임명하려다가, 갑자기 드는 의문에 말끝을 조용히 흐렸다.과연 십자군이 사악한게 맞나?정말로 사악한건 우리 바르티아 왕국군이 아닐까?그런 의문이 잠시 머릿속을 스쳐지나갔다.“…….”하지만 이내 어떻게든 상념을 털어내고서, 다시금 막시무스를 향해 명령을 내렸다.“막시무스 장군. 사악한 십자군을 쓰러뜨리고서 돌아오도록.”“예, 전하.”그렇게, 나는 막시무스 장군의 휘하에 5만명의 병력을 편성하게 되었다.성황청이 모집하는 3만의 십자군.그들과 맞서싸울 5만의 왕국군이 완성된 순간이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