가끔씩은 없던 것도 생겨난다 (2)
가끔씩은 없던 것도 생겨난다 (2)
역사상 최고의 재상, 블레인.그는 바르티아 왕국의 명재상이다.재상으로서의 능력이 너무나도 출중한 탓에, 온 대륙이 재상 블레인의 유능함을 알고서 그를 두려워했다.그의 비인간적인 업적에 아 이 자식은 사람이 아니라 괴이구나 깨닫고서 십자군을 보낼 정도였으니까 말이다.그리고, 지금-.재상 블레인은 내 앞에서 어전회의를 진행하는 중이었다.“전하. 저 명재상 블레인에게 물어보실 일이 있다고 들었습니다.”“블레인 공. 어떻게 해야 5만 5천명의 병사들에게 군량을 보급할 수 있겠는가.”어전회의의 내용은 이번에 징집한 5만 5천명의 보급에 대한 내용이었다.어쩌다보니 5만 5천명을 징집하게 되었다지만, 바르티아 왕국의 인구수는 어디까지나 4만명에 불과했다.그러니까 일반적인 방법으로는 5만 5천명을 먹여살릴 방법이 없다는 뜻이었다.그런 나라에서 어떻게 5만 5천명을 징집했는지는 도저히 모르겠다만.아무튼 병사들을 먹여살리기 위해서는, 오병이어의 전설을 가진 블레인의 도움이 필요했다.“전하.”그렇게, 내가 블레인에게 왕국군을 보급할 방법을 물어본 이후.재상 블레인이 고개를 숙이며 이야기했다.“지금이야말로 왕족들에게만 전해져 내려온다는 왕국의 비밀을 사용할 때가 온 것 같습니다.”“왕국의 비밀?”“예. 바르티아 왕국에서도 오직 폐하와 전하만이 알고 있는 비밀 말입니다.”나는 그런 블레인의 말을 듣고서 왕좌에 턱을 괴었다.흐음-.바르티아 왕국에서도 오직 나와 폐하만이 알고 있는 비밀을 사용하자고 하다니.나로서는 흥미가 가지 않을 수 없는 제안이었다.내가 고민에 젖은 채로 그를 내려다보자, 블레인이 공손한 태도를 보이며 이야기했다.“전하께서는 왕궁의 금지구역에 무척이나 흉악한 물건이 봉인되어있다는 사실을 알고 계십니까?”“…….”“그것은 무척이나 끔찍하고 흉악한 물건이지만, 그럼에도 사용한다면 어마무시한 힘을 얻을 수 있는 물건이기도 합니다.”왕궁에 존재하는 금지구역.그 존재에 대해서는 어릴때부터 폐하에게 몇번이나 들어왔다.함부로 접근하면 끔찍한 일이 생길거라는 경고와 함께 말이다.허나, 직접적으로 그 내용물에 대해 듣는건 이번이 처음이었다.“금지구역…….”그곳은 왕궁에서도 극히 일부에게만 접근이 허락된 구역이었다.블레인의 이야기는 그곳에 존재하는 괴이와 이상현상들을 사용하자는 것이었다.분명, 무척이나 위험하고 끔찍한 물건일 가능성이 높을 터였다.“…….”후우-.나는 금지구역에 대해 떠올리고서, 긴장에 젖은 얼굴로 재상을 바라보았다.그리고는 이내, 블레인을 향해 가장 중요한 문제에 대해 물어보았다.“나랑 국왕폐하밖에 모르는 비밀을 왜 알고있냐?”대체 왕족만 알아야하는걸 블레인이 어떻게 알고 있단 말인가.심지어 내용물이 뭔지는 나조차도 모르고 있었다.그런 내 의문에, 블레인이 당당하게 이야기했다.“저 블레인은 유능한 재상입니다.”“……그래서 뭐.”“그렇게 되었습니다.”이해할 수 없는 답변들이 블레인의 입에서 흘러나왔다.대체 그가 유능한 재상인 것과, 왕실의 비밀을 아는 것에 무슨 상관이 있단 말인가.허나 당사자인 나도 모르는 비밀을 블레인이 알고 있다는 사실은, 어전회의의 대신들에게 있어서는 그리 중요하지 않았던 모양이었다.블레인의 터무니없는 이야기에, 공감능력 MAX인 대신들은 오늘도 어김없이 극찬을 늘어놓았다.“허어…….”“허어, 이럴수가… 왕실의 비밀까지 눈치채다니, 역시 명재상 블레인 공이군.”그래서 뭐.어떻게 안거냐, 대체.* * * * * *그날 오후.어전회의가 끝난 이후에, 나는 블레인과 함께 왕궁의 금지구역으로 향했다.괴이와 이상현상이 있는 것으로 추정되지만, 내가 여태껏 그곳에 가본적이 없었던 것도 사실.그러니 그곳에 있는 괴이를 확인하기 위해서, 병사 두명과 블레인을 대동하고서 움직인 것이다.“…….”섬뜩한 분위기가 느껴지는 마경의 검은 숲이 우리들을 반겨주었다.터벅, 터벅.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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발걸음을 앞으로 내딛을 때마다, 메아리치는 발소리가 등골을 서늘하게 만들었다.언제라도 사람이 사라지거나 생겨나도 이상하지 않을만한 공간이었던 것이다.“전하.”금지구역 안에서 나와 블레인의 발소리가 울려퍼지는 가운데.스윽.길을 안내하던 블레인이 나를 바라보며 이야기했다.“전하. 이 금지구역에 봉인되어있는 물건은 ‘악마의 솥’이라 불리는 끔찍한 물건입니다.”“악마의 솥?”“예. 악마의 솥에 하나를 집어넣고 뚜껑을 닫으면, 두개가 되어 나온다는 무시무시한 전설을 가지고 있습니다.”악마의 솥.금지구역의 이상현상에 대해 이야기하는 블레인의 모습은 무척이나 진지해보였다.악마의 솥이 단순한 전설이 아니라, 실제로 그만한 힘을 가진 물건이라는 뜻이었다.나는 악마의 솥을 경계하는 블레인의 모습에 의문이 들었다.“그럼 사기 아닌가? 금덩이 집어넣어서 계속 복사하면 되는거잖아?”금을 한덩이 집어넣으면 두덩이가 되어서 나오는데 사기적인 물건이 아닌가.듣고보니 안쓰는게 바보같았다.바르티아 왕국을 부강하게 만들어줄 신물처럼 느껴졌던 것이다.내가 금을 복사하는 방법에 대해 이야기하자, 블레인이 나를 진지한 얼굴로 바라보았다.“전하. 금을 마구 복사하면 인플레이션이 찾아옵니다.”“…….”“금의 가치가 떨어지고 물건값이 크게 오르게 되지요.”의외로 블레인은 제대로 된 이야기를 늘어놓는 모습이었다.그러니까, 나에게 인플레이션에 대해 설명하기 시작했다는 뜻이다.“이것은 왕국을 이끄는 재상이라면 당연히 알아둬야할 기초상식입니다.”블레인의 입에서 무척이나 정상적인 이야기가 흘러나왔다.그렇지만, 블레인에게 상식에 대한 이야기를 듣고 있자니 묘한 기분이 들었다.왕국에서 가장 비상식적인 놈이 왜 이런 상황에서만 정상이 된단 말인가.나는 블레인을 향해 황급히 변명했다.“아니 뭐, 적당히만 넣자는거지.”당연하지만 나도 인플레이션이 발생할 정도로 금을 찍어내자는 이야기는 아니었다.그냥 나라가 부강해질 정도로만 자원들을 찍어내보자는 이야기였다.허나, 자원 무한복사를 노리던 내 계획은 블레인에 의해 철저히 부정당했다.“애석하게도 살아있는 것들만 집어넣을 수 있습니다.”“뭐? 살아있는 것들만 가능하다고?”자원복사 치트를 기대했건만, 아무래도 악마의 솥에는 한계가 있는 모양이었다.애석하게도 악마의 솥에는 생명체만 들어갈 수 있었던 것이다.그러니까, 오병이어에서 물고기 두마리까지만 복사가 가능하다는 이야기였다.에휴-.내가 아쉬움에 한숨을 내쉬는 가운데.길을 안내하던 재상이 으스스한 물건 앞에서 멈춰섰다.“전하. 저게 바로 악마의 솥입니다.”끔찍한 분위기가 느껴지는 솥.그 앞에서 블레인이 엄숙한 얼굴로 이야기했다.“저 솥안에 살아있는 것을 집어넣고 뚜껑을 닫으면 신비한 일이 벌어집니다.”“…….”“물고기 하나를 넣으면 물고기가 둘이 되어 나온다는 뜻입니다.”그 이야기를 들으니, 동화에서 들었던 항아리와 관련된 일화가 떠올랐다.신비한 요술항아리에 하나를 넣으면 둘이 되어 나온다고 하던가.물론, 그 항아리는 금덩이 은덩이도 복사하는데다가, 마지막에는 파괴당해 금덩이도 사라지고 말았지만 말이다.어쨌든 작동방식은 동화속의 요술항아리와 비슷해보였다.“그런데 블레인 공.”그렇게 내가 왕국의 국가기밀, 악마의 솥을 바라보던 것도 잠시.나는 머지않아, 블레인 공을 향해 의문점을 이야기했다.“나는 자네가 물고기 두마리와 빵 다섯개로 왕국을 먹여살렸다고 들었는데.”“예, 전하.”“이걸로는 아무리 노력해도 물고기밖에 복사 못하지 않나?”나는 블레인에게 그와 관련된 오병이어의 일화에 대해 물어보았다.빵 다섯개와 물고기 두마리로 백성들을 먹였을텐데, 빵 다섯개는 대체 어떻게 된 일이냐고 물어본 것이다.그에, 블레인이 당당한 얼굴로 이야기했다.“빵 다섯개는 제가 먹었습니다.”“아.”맛있는 빵은 본인이 다 먹고, 백성들에게는 물고기만 먹였던 모양이다.나는 더 이상 그에게 오병이어에 대해서 물어보지 않기로 했다.아무렴, 나라를 구했는데 빵 몇조각 쯤이야 문제가 없지 않겠는가.그 대신에, 나는 계속해서 이상현상에 대한 설명을 들어보기로 했다.“전하. 이 무시무시한 ‘악마의 솥’을 사용하기 전에, 중요한 주의사항이 하나 있습니다.”이상현상 ‘악마의 솥’에 대해 설명하던 블레인은, 무척이나 어두운 얼굴로 솥을 가리키며 이야기했다.꿀꺽.나는 긴장감에 침을 삼키며 블레인의 다음 이야기를 기다렸다.“주의사항? 어떤 주의사항이지?”“절대 이 솥에 사람을 집어넣지 마십시오.”“뭐?”블레인의 입에서 흘러나온 경고.그것은 절대 악마의 솥에 사람을 집어넣으면 안된다는 내용이었다.“이 솥에 사람을 넣어버리면… 더 이상 가짜와 진짜를 구분할 수 없게 됩니다.”사람을 넣으면 가짜와 진짜를 구분할 수 없다.그렇게 이야기하는 블레인의 얼굴은, 끔찍한 공포에 질려있는 모습이었다.“더군다나, 그렇게 만들어진 두 사람은 하나가 남을때까지 서로 끔찍하게 다투게 되지요…….”“…….”“이 어찌 끔찍한 일이 아니겠습니까.”그렇게 내가 재상 블레인의 이야기를 열심히 듣던 것도 잠시.머지않아, 내 머릿속에 번뜩이는 아이디어 하나가 스쳐지나갔다.“거기 병사!”“예, 전하!”들어갔다 나온 사람들 중 진짜를 구분할 수 없어 싸우게 된다면, 애초에 구분할 필요가 없는 사람을 집어넣으면 되는거 아니겠는가.나는 곧장 근처에 있던 병사에게 이야기했다.“당장 한스를 데려와라.”내 머릿속에 떠오른 파격적인 아이디어.그것은 바로 도플갱어 한스를 데려오는 것이었다.악마의 솥을 한스 복사기로 사용하겠다는 이야기였다.그렇게, 내가 병사에게 한스를 주문한 이후.“하, 한스를 데려오란 말입니까……!”병사는 충격에 젖은 얼굴로 나를 바라보았다.그는 생각지도 못한 명령을 받았다는 듯한 반응을 보여주고 있었다.“…….”“…….”대체 이 반응은 뭘까.인권을 유린하는 내 파격적인 아이디어가 이 녀석을 두려움에 떨게 만든 것일까.하지만 내가 생각하기에 문제는 없었다.내 기준에서 한스는 인간이 아니라 괴이이기 때문이었다.그렇게, 내가 잠시동안 병사와 시선을 마주하던 것도 잠시.“저기, 전하…….”머지않아, 병사가 떨리는 목소리로 나에게 물었다.“어떤 한스를 데려올까요……?”“…….”세상에서 가장 어려운 문제가 병사의 입에서 흘러나왔다.에라이, 미친놈아.그냥 아무나 데려오라고.