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Ep.06 첫 판매

헌터들이 집착하는 재앙급 스킬 제작자가 되었다 — novelpia.com · All chapters

Ep.06 첫 판매

‘우와. 저 아저씨 다라이 한번 살벌하네.’딸랑거리는 종소리에 고개를 들자, 웬 산적 같은 아저씨가 가게로 들어오고 있었다.큰 덩치에 험악한 인상. 순간 내가 어디서 대출이라도 받았나 착각할 정도였다.“어서옵쇼.”남자는 내 인사에 가볍게 고개만 끄덕이고 가게 안을 둘러봤다.음….‘한번 봐도 되나?’허락 없이 남의 상태를 보는 게 약간 찔리지만, 눈으로 보기만 하는 것이니 들킬 일도 없다.나는 민지에게 했던 것처럼, 남자에게 시선을 고정하고 능력을 사용했다.【대상 정보】▸ 이름 : 박상철▸ 헌터 등급 : C−▸ 스탯 : 힘 19.7 · 민첩 16 · 마력 8.2 · 체력 42▸ 능력 : 강철의 기사 [B급]【현재 상황】▸ 신체의 마나 감응력이 현저히 낮아, 성장에 어려움을 겪고 있습니다.▸ 낮은 마력으로 인해 역할에 적합한 광역 도발 스킬을 습득하지 못했습니다.▸ 다음 주 소속 공략대의 주전 탱커 재선발 평가를 앞두고 있습니다.그런데 익숙한 정보 아래로, 처음 보는 항목이 몇 가지 더 있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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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어라.’민지를 봤을 때는 이런 게 없었는데.‘며칠 동안 능력이 성장이라도 한 건가?’그사이 아저씨는 진열장을 슬쩍 보더니 문 쪽으로 몸을 돌렸다. 나는 서둘러 그를 불러 세웠다.“혹시 도발 계열 스킬 찾으세요?”“…찾는 건 맞는데, 조건이 좀 까다로워서요.”들어보니 C급이나 B급 광역 도발을 찾는다고 했다. 체력 요구치는 높아도 상관없지만, 마력은 무조건 8 이하여야 한다고.이렇게 기막힌 우연이 있을까.나는 즉시 진열장 한쪽을 가리켰다.“오. 그럼 그거 쓰시면 되겠네요.”“…예?”“마력 7이면 배웁니다.”아저씨는 멀뚱히 서서 나와 책을 번갈아 보다가 진열장으로 다가갔다. 그러고는 유리문을 열고, 책에 손을 얹었는데.“…….”그대로 움직임이 멈췄다.저 산적 같은 아저씨의 손 아래 놓인 것은 B급 스킬북, 「전장의 호령」.내가 불과 오늘 아침까지 작업한, 마나 소모를 어디까지 줄일 수 있을까 싶어 만들어본 스킬북이었다.처음부터 저 스킬을 만들 작정이었던 건 아니다.소모량이 큰 스킬을 골라서 고쳐보면 차이를 확인하기도 쉽겠다 싶었고, 그렇게 눈에 들어온 것이 도발 계열이었다.탱커들의 필수 스킬이자, 방어 계열에서도 유독 마나를 많이 잡아먹는 스킬.그런데 작업을 시작하고 룬어를 해석해 보니, 마나가 많이 드는 게 당연했다.사용자의 적의를 담은 마나를 사방에 흩뿌린 다음, 이를 감지한 마수의 신경을 건드려 자신에게 달려들게 만드는 방식이었으니까.‘이렇게 비효율적인 거였다고?’마수가 있든 없든 일단 쏟아붓고 보는 셈이었다. 이러니 한 번만 써도 마나통이 거덜 나지.물론 A급 도발은 달랐다. 일정한 영역을 지배하거나 대상의 인식에 직접 개입하는 등, 애초에 작동 방식부터 차이가 있었다.문제는 대부분의 탱커가 쓰는 B급 이하의 평범한 도발 스킬이다.오죽하면 갤러리에서도 이런 글이 심심찮게 올라오겠는가.[제목] 우리 파티 탱커새끼 존나 날먹하는데 정상임?작성자 : 탱붕이혐오증허구한날 도발 한 번 쓰고 방패만 들고 서 있음.공격 스킬 하나를 안 쓰는데 이거 날먹 맞지?- 이제 여기 탱장연들 몰려온다 ㅋㅋㅋㅋ- 도발 한 번 쓰면 마나 9할이 날아가는데 뭘 더 쓰노 ㅅㅂ ㄴ 탱붕이 특) 웃자고 쓴 글에 발작함.ㄴ 뭘 웃자고 썼다는 거임. 걍 대놓고 돌리는 거구만.ㄴ 탱붕이 특) 사회성이 없어서 유머를 유머로 받아들이지 못함.ㄴ ㅈ까세요 ㅅㅂ럼아.ㄴ 탱붕이 특) 못 배워서 논리 딸리면 욕부터 나옴. - 꼬우면 니가 탱커 하셈.- 도발은 작성자가 더 잘하네 ㅋㅋㅋ——————흠… 근데 굳이 공간 전체를 채울 필요가 있나?어차피 목적은 마수에게 적의를 감지시키는 것인데.거기까지 생각이 닿자, 나는 마나를 퍼뜨리는 구절을 찾아 수정했다.개념 자체를 바꿀 필요가 있었다.넓은 공간을 빈틈없이 채우는 대신, 최소한의 마나를 작은 점처럼 띄엄띄엄 흩뿌리도록.룬어를 수정하고 보니, 기존 방식에서 허공을 채우는 데 쓰이던 마나가 거의 필요 없어졌다.덕분에 소모량을 크게 줄이고도 도발 범위를 더 넓힐 수 있었다."오오… 성공했다."다만, 좋은 점만 있는 건 아니었다.흩어진 마나의 농도가 옅어진 만큼 저항력이 강한 마수에게는 통하지 않았다. 완성된 책을 능력으로 확인하자, 아니나 다를까 제한이 붙어 있었다.▸ 강력한 적에겐 효력이 발생하지 않습니다.‘그래도 뭐.’그렇다고 못 쓸 스킬이냐 하면, 그건 또 아니었다.일반 마수 수십 마리를 한꺼번에 끌어모으고도, 남은 마나로 방어 스킬까지 쓸 수 있다는 뜻이었으니까.그렇게 완성한 스킬은 반경 90m를 도발하면서도 마력 요구치가 고작 7에 불과했다.등급은 B급. 능력으로 확인한 품질은 최상급이었고.마나 좀 아껴보겠다고 시작한 것치고는, 꽤 괜찮은 물건이 나왔다.“이게… 진짜 B급이라고?”아저씨의 중얼거림에 나는 다시 그쪽을 봤다.책에서 손을 뗐다가 다시 얹어보던 그가, 이번에는 아예 두 손으로 책을 집어 들었다.“마력 7. 반경이… 90미터?”손을 몇 번 뗐다 붙인다고 내용이 바뀌지는 않을 텐데.그래도 재촉하지 않고 기다리자, 이윽고 아저씨가 정신을 차렸다.“사장님. 이거 파는 겁니까? 아니, 저한테 파십시오!”“진정하시고요…. 파는 것 맞습니다.”“지금 바로 살 수 있고요?”“뭐, 그렇죠. 돈만 내신다면야?”아저씨가 책을 들고 카운터 앞으로 성큼 다가왔다. 처음 들어왔을 때보다 걸음이 훨씬 빨라져 있었다.“혹시 품질은 어떻게 됩니까?”“최상급입니다.”“최상급?”아저씨의 눈이 왕방울만 하게 커졌다.“아직 협회 감정은 안 받았는데, 제가 쓴 책이라 확실합니다.”“…사장님이 직접 필사하셨다구요?”정확히 말하면 필사가 아니라 내가 만든 거지만.세상에 아직 내 능력을 밝힐 생각은 없으니 대답하지 않았다.나는 카운터에 놓인 책을 바라보며 말했다.“아, 대신 제한은 보셨죠? 아마 B급 이상 마수한테는 안 통할 겁니다.”“상관없어요. 이 정도면 충분합니다. 일반 마수만 끌어올 수 있어도 됩니다.”흥분한 목소리와 함께, 대답이 곧바로 돌아왔다.“그게 안 돼서 지금까지…….”아저씨는 말을 하다 말고 책을 내려다봤다. 그러더니 내 쪽으로 조금 더 몸을 기울였다.“그래서, 얼마입니까?”…아.그러고 보니 가격을 안 정했다.만들고 진열하는 데까지는 신이 났는데, 정작 얼마에 팔지는 생각을 못 했네.보통 B급 스킬북이라면 못해도 수천만 원. 종류와 품질에 따라서는 억대까지도 올라간다.다만 이건 협회 감정도 받지 않았고, 실제로 사용해 본 사람도 없는 신규 스킬이었다.게다가 이 아저씨가 내가 만든 스킬북의 첫 구매자다. 실전에서 써본 뒤 어떤 점이 좋았고 불편했는지 자세히 알려준다면, 그것만으로도 충분히 값어치가 있다.일단 재료비에, 만드는 데 걸린 시간까지 넣고.첫 손님 할인을 좀 해드린다고 치면…….“삼천 오백만 원이요.”“…삼천 오백?”“네.”아저씨는 한동안 말이 없었다.너무 높게 불렀나?그래도 B급 최상급인데. 감정을 안 받았다는 점을 감안해도 이 정도면 꽤 싸게 잡은….“이체로 해드리겠습니다. 계좌번호가 어떻게 되십니까?”…아니구나. 나는 카운터에 놓인 계좌번호를 가리키다가, 잊기 전에 한마디 덧붙였다.“대신 사용해 보시고 후기는 좀 자세히 알려주세요. 스킬이란 게 좋아 보이다가도 불편한 점이 있을 수도 있으니까요.”“알겠습니다. 무조건 알려드리겠습니다.”아저씨는 이미 휴대폰을 꺼내 든 채였다. 책은 한쪽 팔에 끼운 그대로, 화면과 계좌번호를 바쁘게 번갈아 봤다.“채선호 사장님, 맞으시죠?”“네, 맞습니다.”잠시 후 내 휴대폰이 울렸다.[35,000,000원이 입금되었습니다.]삼천 오백만 원.가격을 부른 건 나였지만, 막상 통장에 찍힌 숫자를 보니 느낌이 좀 달랐다.불과 얼마 전까지 하루 종일 가게 문을 열고 있어도 하루에 한 권 팔기도 힘들었는데, 한번에 이렇게 큰 금액이라니. “감사합니다. 정말 감사합니다.”입금을 확인하고 고개를 들자, 아저씨가 책을 챙긴 채 꾸벅꾸벅 인사를 하고 있었다.“아뇨. 제가 감사하죠. 사용하다 문제 생기면 바로 연락 주시고요.”“문제가 없어도 연락드리겠습니다.”명함까지 받아 챙긴 아저씨가 몸을 돌렸다.나는 뒤늦게 종이봉투를 집어 들었는데, 그사이 커다란 등은 벌써 문 앞까지 가 있었다.“저, 봉투에 담아…….”“괜찮습니다! 이대로 가져가겠습니다!” 딸랑! 딸랑! 아저씨는 B급 스킬북을 품에 꼭 끌어안은 채, 거의 뛰다시피 가게를 빠져나갔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