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p.08 뒹굴뒹굴 갤질
Ep.08 뒹굴뒹굴 갤질
사람이 언제 죽는다고 생각하는가.심장에 총알이 박혔을 때?아니다.맨몸으로 마수와 마주쳤을 때?그것도 아니다.사람은, 과로로 죽는 것이다…!!그렇기에 충분히 쉬는 것은 중요하다. 그럼.뒹굴. 뒹굴.나는 침대 위에서 옆으로 돌아누우며 휴대폰을 고쳐 잡았다.[제목] : 각성창 떴냐?(D급 각성능력 근력증가자 각성창 사진.JPG)떴다 병신들아 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 난 탈갤한다나중에 치킨 뿌리러 올게 ㅇㅇ - 시발 이게 왜 낚시가 아님?- 하 존나 부럽네…ㄴ 부럽기는 ㅅㅂ ㅋㅋㅋ D급은 줘도 안 가진다ㅋㅋㅋㄴ E급만 주면 엄마도 팔아 드실 것 같아요.- 근데 근력증가자 저거 힘만 좀 쎄지는 능력 아님? 저걸로 진짜 뭐 함.ㄴ 노가다 뛰면 시급은 2배로 줄듯 ㅇㅇ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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ㄴ 재해관리국에 헌터로 등록만 해도 평생연금임 병신들아 ㅋㅋ 뭔 노가다 ㅇㅈㄹ- 근데 탈갤은 왜 함?ㄴ ㄹㅇ 부기라도 쳐 뿌리고 가던가ㄴ 너 같으면 이런 엠생들만 모인 여기 있고 싶겠냐예요.——————잠깐. 혹시 평일 대낮부터 누워서 갤질이나 한다고 한심하게 보고 있다면, 조금만 기다려주길 바란다.나도 이러고 싶어서 이러는 게 아니니까.사실 얼마 전에, 가게에서 쓰러져 병원에 실려간 일이 있었다.새로운 구절을 해석하고, 그걸 고치고, 조립하고.바닥난 마나가 조금 차면 아까 못 본 부분만 확인하자며 다시 능력을 썼다. 그러기를 며칠째.딱 한 번만 더 보려던 게 기억의 끝이었다.눈을 뜨니 병원이었고, 머리가 하얗게 센 의사 선생님이 나를 내려다보고 있었다.“마나가 휴대폰 배터리인 줄 알아요? 바닥까지 썼다가, 조금 자고 일어나면 꽉 차게.”“보통 그런 식으로 회복되는 거 아닌가요?”“인터넷에서 그러던가?”“…네.”“그럼 그놈들한테 치료받지 왜 병원에 왔어?”내 공식적인 진단명은 마력 탈진증.최소 일주일 동안 능력 사용 금지라는 처방에, 처음엔 의사 선생님께 알량한 반항을 해 봤다.그 정도 시간이면 B급 스킬북을 못해도 2권은 더 만들 텐데. 시간이 너무 아까웠다.하지만 이어지는 센세의 말에 나는 입을 다물 수밖에 없었다.“능력 잃고 반병신이 그렇게 되고 싶으면 자네 알아서 해~”또 무리하다가 마나 회로가 손상되면, 능력을 영영 못 쓰게 될 수도 있단다.“……”그러니 지금 이건 당당한 요양이다. 의사가 쉬라는데 환자가 무슨 힘이 있겠는가.나는 이불을 끌어당기고 다시 갤러리를 훑었다.그나저나, 오랜만에 들어왔지만 여긴 여전히 똑같네.각성 인증에 배 아파하고, 남이 득템한 장비 가격에 배 아파하고.아무튼 참 웃긴 곳이었다. 나는 군고구마를 입에 쑤셔 넣으며, 곧바로 다음 글도 클릭했다.[제목] : 솔직히 백하린이 김도혁보다 위 아님?업적만 놓고 보면 걍 압살인데 왜 항상 김도혁이 위로 평가받음? 올려치기 ㅈ되는 듯- 하… 또 시작이네. 말이 좀 되는 소리를 해라.- 솔직히 등급충들 빼고 다 인정하는 부분임. ㄴ 등급충 ㅇㅈㄹ ㅋㅋ A급따리를 한국 유일 S급한테 비비는 게 말이 되냐? ㄴ 그럼 뭐 함. 인성 ㅈ빻은 데다가 최초클 횟수도 딸리는데.- 하린견은 뒤지지를 않네 ㄹㅇ 바퀴벌레고.ㄴ 뒤진 건 느그형 인성이고요.ㄴ 백하린 없었으면 집 앞에 게이트 열려서 진작 뒤졌을 놈이 바퀴벌레 이러고 있네. 사람새끼임?ㄴ 선생님 여기서 이러신다고 백하린이 너랑 안 사귀어줘요.- 김도혁 걍 미국이든 중국이든 어디로 떴으면 좋겠음. 그래야 그때 가서 질질 짜면서 바짓가랑이 붙잡을 듯.ㄴ 국노임? 중국 이러고 있네.ㄴ 진지 빨면 얘 미국이나 중국 가면 이렇게까지 못 깝치고 댕김. 지도 그걸 아니까 여기 붙어있는 거지.——————한국 헌터판의 가장 치열하고 심오한 떡밥.일명 백하린 VS 김도혁 논쟁.부동의 한국 랭킹 1위의 헌터로, 지난 7년간 국내의 탑을 최선두에서 공략하며 수없이 게이트 웨이브를 막아낸 국민영웅 백하린과.2년 전, 한국 최초로 S등급 능력을 각성하고 혜성처럼 등장한 김도혁.이 둘 중 과연 누가 더 대단한 헌터인지를 정하는 싸움이었다.“오오. 벌써 500개나 달렸다.”반응은 역시 뜨거웠다.처음에는 업적과 인성 이야기로 팽팽하더니, 조금씩 김도혁 쪽으로 여론이 기울었다.현재 두 사람의 헌터 등급은 똑같이 A+급. 세계 랭킹도 백하린이 더 높다.하지만 각성 능력은 백하린이 A급, 김도혁이 S급이었다. 지금이야 몰라도 결국 고점은 김도혁이 더 높을 거라는 게 주된 논지였다.하긴. 각성한 지 2년 만에 저기까지 올라간 놈이니.하지만 그렇다고 백하린이 지금껏 해온 일이 없어지는 건 아닐 텐데, 댓글을 보니 벌써 한쪽은 퇴물이고 다른 한쪽은 나라 팔아먹을 놈이 되어 있었다.‘역시 너무 극단적이야.’나는 슬쩍 뒤로 가기 버튼을 눌러 빠져나왔다.보다 보니 조금 현타가 와서 이만 갤질을 끝내려는데, 내 흥미를 잡아끄는 제목이 눈에 들어왔다.[제목] : 부산 다중 게이트 사건 영상 떴다.(부산_게이트_현장.mp4)뉴스에 짧게 나온 거 말고 긴 영상 올라옴.전투장면도 끝까지 다 나와 있음 ㅇㅇ3분 18초에 가운데로 뛰어가는 아재 보셈.뭐 혼자 막았다는 기사 보고 또 기자가 오버하네 했는데 진짜 저 사람이 다 끌어모은 거였네 ㅅㅂ- 와 저걸 버티네.- 저 아재 C−급이라던데 진짜임? 기사 오타가 아니고?ㄴ 협회에 등록된것도 C−임. 나도 찾아봄.- 와 근데 도발만 몇 번을 쓰는 거냐 마나 안 마름?ㄴ 보니까 걍 마나통이 ㅈㄴ 큰 듯 ㄴ 근데 좀 야하네 말이….ㄴ 죽어 걍.- 중간에 오른쪽으로 빠져나간 놈들은 어케 됨?ㄴ 예비조가 잡았대. 민간인 피해는 없었음.ㄴ 아 다행이네.——————작성자의 말대로 영상을 조금 넘기자, 방패를 든 남자가 도로 한가운데로 뛰어나가는 모습이 보였다.그리고 그가 뭐라고 외치며 방패를 높게 쳐들자, 그를 향해 마수들이 우르르 몰려들었다. 세 게이트에서 쏟아지는 놈들이 한 곳에 뒤엉켰다. 종국에 가서는 시꺼멓게 탄 형체들에게 둘러싸여 방패를 든 모습조차 제대로 보이지 않는 형세였다.눈살을 찌푸리며 영상을 조금 더 넘기자, 전투를 마친 남자가 방패를 내리는 장면이 나왔다.“…어?”나는 화면을 멈추고 남자의 얼굴을 확대했다.“그 아저씨잖아?”영상의 주인공은 바로 저번 주에 「전장의 호령」을 사 갔던 박상철이었다.책을 품에 끌어안고 거의 뛰다시피 나가더니, 부산에서 이런 짓거리를 하고 있었어?화면 속 남자가 내 손님이라는 것을 확인하자마자, 나는 영상을 처음부터 다시 틀었다.이번에는 좀 더 집중해서 봤다. 새로 나오는 무리를 끌어당기고, 방어 스킬로 버티고. 잠깐 간격을 두고 또 도발.딱 내가 의도했던 대로였다. 도발 한 번 썼다고 마나가 바닥나서 얻어맞고만 있을 필요가 없는 것이다.‘잘 쓰고 계시네.’후기를 부탁드리긴 했는데, 먼저 이런 걸 보게 될 줄은 몰랐다.괜히 댓글을 끝까지 읽고, 영상도 한 번 더 봤다.특히 민간인 피해가 없었다는 부분이 마음에 들었다.내가 직접 나가서 싸운 건 아니지만, 뭐. 조금쯤 뿌듯해해도 되지 않겠는가.“…이러고만 있을 게 아니구만.”나는 휴대폰을 내려놓고 침대에서 일어났다.생각해 보니 기껏 이런 행운이 내게 내려졌는데, 며칠 고생 좀 했다고 방구석에서 뒹굴거리는 모습을 보면…정말로 신이 분노하여 능력을 도로 뺏어갈지도 모르는 일이다. "그건 안될 일이지. 암, 그렇고 말고."게다가 가게에는 아직 C급 스킬북 세 권이 남아 있었다. 새 책을 만들 수 없다고, 그것들까지 묵혀둘 필요는 없겠지.그동안 책을 만드느라 미뤄뒀던 감정부터 맡겨야겠다."호잇차."저번엔 마침 꼭 필요한 스킬이었기에 팔 수 있었지, 다른 손님들도 감정 인증 하나 없는 책을 선뜻 사주지는 않을 것이다.실제로 박상철 아저씨도 처음엔 진열장만 둘러보고 그냥 나가려고 했었고.보기 좋은 떡이, 먹기에도 좋은 법.나는 말끔히 씻고 옷을 갈아입은 뒤, 1층에 있는 가게로 내려갔다.그런데 불을 켜기도 전이었다.유리창 너머로 웬 덩치 큰 남자가 쭈그리고 앉아 있는 게 보였다.뭔가 낯익은 뒤통수인데?“아저씨?”열쇠를 넣고 문을 열자, 남자가 고개를 번쩍 들었다.“어? 사장님!”뒤통수의 주인은 역시나 박상철 아저씨였다.“여기서 뭐 하고 계세요?”“아, 가게가 계속 닫혀 있길래.”박상철은 그제야 자리에서 일어나 바지에 묻은 먼지를 툭툭 털었다.“좀 기다렸습니다.”“근데 무슨 일로…?”“무슨 일이긴요.”그러고는 기다렸다는 듯 씨익 웃었다.“후기 드리러 왔습니다.”“아, 후기요?”“예.”그는 엄지를 척 치켜세우며 말했다.“그 스킬, 진짜 물건이던데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