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p.09 퀘스트 발생
Ep.09 퀘스트 발생
“일단 안으로 들어오세요.”“감사합니다.”나는 가게 문을 열고 박상철 아저씨를 안으로 들였다. 불을 켜고 계산대 옆에 의자를 놓아주자, 아저씨가 고맙다며 자리에 앉았다.“팔은 좀 괜찮으세요?”“아, 이거요? 그냥 긁힌 겁니다. 보기만 이렇지 멀쩡합니다.”그는 붕대를 감은 팔을 가볍게 들어 보이더니, 내 쪽으로 몸을 기울였다.“그건 그렇고, 혹시 부산에서 다중 게이트 터진 거, 뉴스 보셨습니까?”“네, 안 그래도 나오기 전에 영상 봤어요.”“놀라지 마십시오. 사실… 그 주인공이 접니다. 하하하….”마치 그 말을 기다렸다는 듯 아저씨의 무용담이 시작됐다.나는 물 한 잔을 건네고 맞은편에 앉았다.‘원래 이렇게 말이 많은 스타일이셨구나.’처음 왔을 때와는 아주 딴판이었다. 손짓까지 섞어가며 설명하는 모습에 나도 덩달아 고개를 끄덕였다.중간중간 “오….” 하거나 “그래서요?” 하고 맞장구도 좀 쳐주고. 영상에서 본 내용이기는 했지만, 직접 겪은 사람에게 듣는 것도 꽤 재미있었다. 다만 내가 진짜 궁금한 건 따로 있었다.마나 소모량은 정확히 어느 정도였는지, 사용하면서 뭔가 이상한 점은 없었는지. 뭐 그런 것들.한참 이야기를 하던 아저씨가 물을 마시기에, 나는 그 틈을 놓치지 않고 물었다.“그런데 스킬은 좀 어떠셨어요? 말씀드린 거랑 다른 점은 없었고요?”“아, 그거요. 부산 다녀와서 훈련장에서 제대로 시험해 봤습니다.”책을 사 간 뒤에도 시간이 좀 있었지만, 그때는 중요한 평가를 앞두고 몸을 관리하느라 한 번 써보고 말았다고 했다. 제대로 시험해 본 건 부산에서 돌아온 뒤였고.“한 번 쓰면 제 마나의 20%쯤 소모되더군요. 세네 번 연달아 써도 방어 스킬 한번 쓸 만큼은 남았습니다.”“그렇군요.”그 정도면 충분했다.보통 광역 도발은 한 번만 써도 마나가 거의 바닥난다. 그걸 세네 번씩 쓰면서 방어 스킬까지 함께 쓸 수 있다면, 내가 의도한 만큼은 줄인 셈이었다.“그리고 훈련용 캡슐에서 B급 마수한테도 써봤는데, 그쪽은 아예 안 먹혔습니다.”“B급부터는 안 통할 겁니다. 마나 저항을 뚫으려면 농도를 훨씬 올려야 해서요.”“예. 저도 혹시나 해서 해본 겁니다. 설명에 적혀 있던 대로더라고요.”오케이. 이것도 역시 예상한 대로고. “그것 말고는 불편한 점 없으셨고요?”“없습니다. 저한테는 이만하면 차고 넘칩니다.”아저씨의 말을 듣자, 이제야 마음이 놓였다.내가 만들었으니 확실하다고 큰소리는 쳤지만, 제작 단계에서 글로써 확인하는 것과 실전에서 성능이 증명되는 것은 차원이 다른 이야기다. 혹시 놓친 게 있을까 싶었는데, 다행히 그런 건 없는 모양이었다.“그리고 사장님.”“네?”“정말 감사합니다.”갑자기 아저씨가 무릎 위에 손을 모으고 고개를 숙였다.“사장님은 그냥 스킬북 하나 파셨다고 생각하실지 모르겠는데… 그날 이게 없었으면 정말 큰일 났을 겁니다.”“아유, 제가 뭘 했나요. 목숨 걸고 시민들을 지키신 건 아저씨잖아요.”“모르는 말씀입니다. 도발 한 번 쓰고 마나가 바닥났으면 정말 못 버텼을 겁니다.”빠져나간 마수를 쫓느라 예비조까지 자리를 비운 상태였다. 거기서 잡아두지 못했다면 민간인 피해도 피하기 어려웠을 것이다. 아저씨는 그렇게 말했다.“덕분에 모두가 무사할 수 있었습니다. 이 말은 꼭 직접 드리고 싶었어요.”나는 잠깐 대답을 망설였다.돈을 받고 판 책인데, 이렇게까지 인사를 받으니 뭐라고 해야 할지 모르겠다. 잘 쓰셨다니 다행이라는 말로 넘기기도 좀 그렇고. “말씀만이라도 감사…”쑥스러운 마음에 상투적인 인사치레로 끝내려던 그때.시야 한복판으로 반투명한 창 하나가 불쑥 끼어들었다.【히든 퀘스트를 완료했습니다.】‘…응?’뭐야, 이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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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첫 번째 증명 직접 만든 스킬을 타인에게 전하고,그 가치를 실전에서 증명하십시오.▸ 보상 : 퀘스트 기능 해금—————————‘퀘스트?’나는 갑작스러운 상황에, 입을 벌린 채 눈만 깜빡였다.——————【추가 조건을 달성했습니다.】제작한 스킬을 통해 다수의 생존에 기여했습니다.추가 보상이 지급됩니다.▸ 추가 보상 : 모든 상태이상 회복—————————마지막 줄을 읽는 순간, 몸 안에서 미칠듯한 고양감이 솟구쳤다.“……!!!”나도 모르게 허리가 퍼졌다. 며칠째 몸에 달라붙어 있던 피로가 한꺼번에 사라졌다. 조금 으슬으슬했던 감기 기운은 씻은 듯이 없어졌고, 머리는 푹 자다 일어난 것처럼 말끔해졌다.그뿐만이 아니었다. 내내 회복이 더디던 마나가 순식간에 차올랐다. 별다른 힘을 들이지 않아도 몸 구석구석으로 마나가 도는 게 느껴질 정도.‘지금 다 나은 거야?’기분까지 붕 뜨는 통에 당장 자리에서 일어나 보고 싶었다.“사장님…? 어디 불편하십니까?”“네? 아, 아뇨. 괜찮습니다.”아저씨가 걱정스러운 표정으로 내게 물었다.아무래도 혼자 팔이며 어깨며 이리저리 움직이다가 심각한 표정까지 짓고 있으니, 앞에서 보기에 영 이상해 보였던 모양이다.나는 더 이상 티내지 않고 자세를 고쳐 앉았다.“아무래도 제가 너무 시간을 많이 뺏었나 봅니다. 하하.”“아닙니다. 잘 쓰셨다니 저도 좋네요. 말씀해 주신 것도 도움이 많이 됐고요.”그렇게 말하면서도, 눈앞의 창을 자꾸 곁눈질하게 된다. 아저씨는 그런 내 눈치를 잠시 살피더니, 다른 이야기를 꺼냈다.“그리고… 혹시 제 동료들한테도 이곳을 알려줘도 되겠습니까? 다들 새 스킬을 어디서 구했냐고 난리라서요. 제가 함부로 말해도 되나 싶어서 아직 안 했습니다.”“그럼요. 소개해주시면 저야 감사하죠.”다만 한동안 제작을 쉬었더니 남은 책이 C급 세 권뿐이었다. 이것들도 감정부터 받아야 하니, 당장 손님을 잔뜩 받기에는 곤란했다.“아직은 물건이 많지 않아서요. 필요한 스킬을 못 구해서 곤란한 분들이 있으면 먼저 보내주세요.”“저처럼 말입니까?”“네. 어떤 게 필요한지 이야기부터 들어보게요.”“알겠습니다. 몇 명 생각나네요.”아저씨는 돌아갈 때까지 감사하다는 말을 두 번 더 했다.나는 문 앞까지 나가 배웅하고는, 곧장 카운터로 돌아왔다.더 기다릴 것도 없이 내 상태부터 확인했다.【상태창】▸ 이름 : 채선호▸ 스탯 : 힘 1.6 · 민첩 1.3 · 마력 4 · 체력 1.8▸ 능력 : 직관(直觀) [??]【현재 상황】▸ 신체 상태가 매우 양호합니다. 아까까지 붙어 있던 마력 탈진증이라는 문구가 사라져 있었다.정말로 병이 다 나은 것이다.병원에서 센세가 그렇게 겁을 주던 게 메시지 몇 줄에 싹.좋긴 한데, 내 능력에 이런 게 있었나?나는 능력 항목을 눌러 다시 한번 설명을 확인했다.【능력 : 직관(直觀)】▸ 마나를 소모하여 언어의 의미와 사물·생물의 상태를 파악하고 이해합니다.내용은 처음 봤을 때와 똑같았다.‘퀘스트니 뭐니 하는 건 없는데….’그러고 보니, 분명 아까 보상이 퀘스트 기능 해금이라고 했지.나는 내 상태창으로 돌아갔다. 능력 설명을 닫고 상태창을 살피자, 역시나 옆에 처음 보는 항목이 붙어 있었다. 【퀘스트】 고민 없이 바로 확인했다. 그러자 조건이 달성됐다는 말과 함께, 새로운 퀘스트가 눈앞에 떠올랐다.——————◆ 제작자의 길Ⅰ 좋은 스킬은 한 사람의 인생을 바꿀 수 있습니다.당신이 만든 스킬로 세 사람의 문제를 해결하십시오.▸ 진행도 : 0 / 3▸ 보상 : 세부 능력창 해금▸ 추가 보상 : 조건 충족 시 지급—————————"야… 이건 또 뭔데."아무래도 난 내 능력에 대해 별로 아는 게 없는 모양이었다.* 잠시 후, 나는 컴퓨터 앞에 앉아 있었다.두근 두근.앞으로의 일을 상상하자, 심장박동이 빨라졌다. 그도 그럴 것이, 나는 지금부터 첫 경험을 해볼 생각이다.오해는 하지 말아 주길 바란다.오랫동안 눈팅만 하던 한국 각성자 갤러리에 처음으로 글을 써보겠다는 뜻이니까.규이버 각성자 카페에서만 놀아봤지, 이곳에 데뷔하는 것은 처음이다.‘이렇게 쓰면 되나?’‘아냐. 이게 낫겠다.’평소 보던 글들을 떠올리며 문장을 몇 번이나 고쳤다.최대한 평범하게. 지나가던 유저 1처럼.그렇게 한참을 고심한 끝에 엔터를 눌렀다.——————[제목] : 혹시 퀘스트라는 거 받아본 헌붕이 있음?작성자 : ㅇㅇ각성하니까 뭔 퀘스트가 뜨는데 이거머임?—————————별것도 아닌데 괜히 긴장됐다. 새로고침을 누르며 기다리는데, 얼마 지나지 않아 댓글이 하나 달렸다.“오.”- <19금. net> 주 소 창에 입,,력하러 가봐ㅎ 청순한 척 이중생활 지리더라 ㅋㅋ 서둘….젠장. 스팸댓글이었다. 몇 분을 더 기다려도 댓글은 늘지 않았다. 조회수만 조금씩 올라갈 뿐.다들 어그로라고 생각하고 무시하는 모양이었다.검색엔진에 직접 검색해 봐도 별 소득은 없었다. ‘각성 퀘스트’를 치면 게임 공략이 나오고, ‘헌터 퀘스트’로 바꾸니 이번에는 모바일 게임 광고가 나왔다.“에휴.”나는 기대를 접고 댓글 하나가 달린 글을 지워버렸다.‘그냥 해봐야겠네.’여기서 더 고민한다고 알 수 있는 것도 없었다.*그날 오후, 국가정보원.일일 보고서를 넘기던 여자가 미간을 찌푸렸다.보고서 한 페이지 전체를 차지한 인터넷 게시글 캡처. 그 아래로 짤막한 검토 의견이 붙어 있었다.여자는 내선 전화를 들었다.“이거 작성한 사람, 지금 들어오라고 해.”잠시 후, 문을 두드리는 소리와 함께 직원 한 명이 들어왔다.“부르셨습니까, 팀장님.”“이거 네가 올렸어?”여자는 펼쳐둔 보고서를 직원 쪽으로 밀었다.“예. 제가 작성했습니다.”“나한테 지금 인터넷 커뮤니티 글까지 읽어보라는 거야?”“이번에 미국 쪽 탑에서 확보한 기밀이 있지 않습니까. 게시 시점도 그렇고, 혹시 관련이 있을까 해서….”“관련 있다는 근거는?”“아직 확인된 건 없습니다. 그래서 확인을 해보려고….”여자는 대꾸 없이 보고서를 내려다보다가, 펜으로 게시글 제목을 툭 쳤다.“헌붕이라고… 너 지금 나랑 장난하니?”“죄송합니다.”“도쿄 건은. A+급 변종 마수 분석은 끝났어?”“그건 아직 일본 측 자료와 대조 중이라…….”“그건 아직인데 이딴 걸 가져와!”갑자기 높아진 목소리에 직원이 입을 다물었다.“너 요즘 왜 이래? 정작 내가 시킨 일은 밀려 있는데 이런 쓸데없는 거나 찾아보고. 저번에도 우선순위 좀 가리라고 했지?”“죄송합니다. 시정하겠습니다.”“아님 지금 너도 나 무시하는 거야? 끈 떨어져서 이딴 한직에 처박혀 있다고?”“절대 아닙니다.”폭풍이 몰아친 뒤, 잠시 정적이 흘렀다. “후…. 나가 봐. 도쿄 건부터 끝내고.”여자가 손을 휘휘 내졌자, 직원이 고개를 숙이고 돌아섰다.그녀는 그가 문을 닫기도 전에 보고서를 구겨 책상 옆 쓰레기통에 던졌다.툭.“두고 봐. 다시 아득바득 기어 올라가 줄 테니까.”이미현은 이를 악물고 다음 보고서를 펼쳤다. 방금 내던진 페이지에는 더 이상 눈길도 주지 않았다.그 종이는 그렇게 쓰레기통 바닥에 처박혔다.구겨진 틈으로 게시글 제목만 드러낸 채.[제목] : 혹시 퀘스트라는 거 받아본 헌붕이 있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