싸우면 안 되는데
싸우면 안 되는데
한 여자가 뿔토끼 10마리와 전투 중이었다.저렙 헌터. 닉네임은 오토케.시청자들의 애칭은 오또.그녀는 지금 방패 하나에 의지해 뿔토끼의 공격을 힘겹게 막아내고 있었다.그녀가 위험에 빠진 이유는 오늘 방송에서 받은 미션 때문.약초나 캐는 미션을 받아 날먹 하는가 싶었는데….어떤 놈이 약초 군생지에 뿔토끼 열 마리를 몰아놨다.지금은 그 뿔토끼에 둘러싸여 공격을 막아내기 급급한 상황."여러분, 저 어떻게 해요!"ㄴ 그동안 즐거웠어.ㄴ 잊지 않을게.ㄴ 은퇴 방송이야?ㄴ 10마리는 미친 거 아님? 사람 죽으라고 모아놓은 거잖아?ㄴ 진짜 저거 어떻게 빠져나가냐?ㄴ 근처 다른 헌터 찾아서 도네 쏴야 하나?그사이 뿔을 치켜든 뿔토끼가 점프해 날아든다.ㅡ 터엉!"저 진짜 죽어요! 죽으면 귀신 돼서 찾아갈 거예요!"ㄴ ㄱㅇㄷㄴ 기다릴께ㄴ 기억할께!!!![한번해병은]ㅌㅌㅌㅌㅌㅌㅌㅌㅌㅌ<1,000원>시청자들은 헌터가 아닌 일반인.위험해 보이는 것도 다 연출인 줄 아는 부외자들.아무것도 모르는 시청자들은 드립을 치지만 오또는 진짜로 죽기 일보 직전이었다.계속되는 뿔토끼의 공격을 막아내느라 방패를 쥔 손아귀가 덜덜 떨려왔다.얼마 지나지 않아 저 날카로운 뿔에 가슴이 뚫릴 것 같은 기분이 들었다.그때 그녀의 시야 끝에 뽈뽈거리며 걸어가는 자그마한 인영이 눈에 들어왔다.ㄴ 오또야! 저기 NPC다!ㄴ 도와달라 그래! 도와줄지도 몰라!ㄴ 울며불며 매달려봐!"하아ㅡ 그…. 그럴까요?"오또는 지푸라기라도 잡는 심정으로 소리쳤다."살려주세요ㅡ!!!!!!"그녀의 외침이 들렸는지 저 멀리 걸어가던 NPC가 고개를 휙 돌렸다.그러고는 상황 파악이 끝났는지 준비운동 하듯 팔을 휘휘 젓더니 몸풀기를 한다.오또는 마음이 급해졌다."빨리 도와주세요!!! 제발요!!!"그 순간.갑자기 NPC 양손에서 불덩어리가 생기더니 마구 쏘아대기 시작했다.ㅡ 펑! 펑! 펑! 펑! 펑! 펑! 펑!"꺄아아악ㅡ!!!"시뻘건 불덩어리가 주변으로 미친 듯이 날아왔다.순간 NPC가 적, 아군 구분 없이 다 죽이는 줄 알았다.다행히도 뿔토끼가 있는 지역만 초토화한 상황.확실히 NPC라 그런지 마법사들과 달리 유도 기능은 없었지만 그 수가 장난 아니었다.마치 기관총을 쏘아 재끼듯 쏟아지는 파이어볼의 위력은 상상을 초월했다.어느새 주위에서 괴롭히던 뿔토끼들은 모두 흔적도 없이 사라져 버렸다.그 압도적인 화력에 조용해진 채팅창.시청자 중 하나가 가설을 세웠다.ㄴ 헐 NPC 맞네."어떻게 아세요?"ㄴ 뿔토끼가 시체나 마석도 안 남기고 전부 사라졌잖슴?"아!!!"듣고 보니 그랬다.시체가 남아야 재료를 채집하거나 마석을 떼어낼 텐데.뿔토끼는 재 한 줌 남기지 않고 흔적도 없이 사라졌다.ㄴ 대략 30레벨 헌터급?ㄴ 아까 조공해서 호감작 해둔 게 떡상한듯출발하기 전에 조공한 초코 소라 빵과 바나나 우유 덕분에 산 것 같았다.'어쨌든 산 건가?'그렇게 시청자들과 대화하는 사이 NPC가 다가왔다."괜찮아?""고마워요! 덕분에 살았어요! 감사합니다!!"오또는 긴장이 풀려 털썩 주저앉았다.그녀가 안도의 한숨을 쉬는 사이.NPC가 그녀의 가방에서 삐져나온 약초에 관심을 보였다."그거 어디다 쓰는 거야?""아! 이거 모르세요? 포션 재료로 쓰잖아요. 사람들이 사기도 하고."그때 시청자 한 명이 채팅 후원을 날렸다.[고위험인물]오또야 가지고 있는 약초 다 줘라.<1,000원>"네? 하지만 미션이…."[3+2=5또]딱 보면 모름? NPC가 관심 갖잖아 호감작 더 해야 할 거 아냐?<1,000원>"아!!!"[오또사또삼또]감 없네 방송각 나오는 거 안 보임? 정신 차려 지금 미션이 문제가 아님<1,000원>오또는 상황을 정리했다.이 NPC와 친밀도를 쌓아두면 언젠가 좋은 일이 생기지 않을까?그녀는 가방에서 허겁지겁 약초를 꺼내 NPC에게 건넸다.다행히 NPC는 마음에 들었는지 기분 좋은 얼굴로 약초를 받아 챙기더니 떠나갔다.1.잠시 후 1층 보스방."끼에에에엑!"1층 보스는 거대 뿔토끼.지금 비명을 지르며 활활 타오르고 있다.덩치가 곰만 한 녀석이었지만 시간이 조금 지나니 흔적도 없이 사라졌다.이상한데?저렇게 덩치 큰 놈이 종이 타는 것처럼 순식간에 없어지는 게 말이 돼?"이거 기술 이상해요."ㄴ혈하노조: 뭐가?"몬스터 잡으면 템을 떨궈야 하는데 다 사라져 버렸어요."ㄴ태현진인: 당연한 거 아니겠느냐?"네? 뭐가요?"ㄴ혈하노조: 네가 쓰는 게 화톳불이라도 되는 줄 아는 모양이지?ㄴ태현진인: 애가 모를 수도 있지! 왜 타박하고 그래!ㄴ혈하노조: 이놈아! 누가 보면 네 친손녀인 줄 알겠다!ㄴ태현진인: 내 손녀다! 어쩔 테냐!ㄴ천기각주: 두 분 다 진정하십쇼."아니 싸우지 마시구요."ㄴ천기각주: 화구술은 닿은 대상을 무엇 하나 남기지 않고 태워 없애는 술법입니다."그냥 아예 없애버린다고요?"ㄴ 천기각주: 시전자의 영력에 비례해 공능이 증가합니다. 더군다나 잡영근이지 않습니까?"그게 왜요?"ㄴ 천기각주: 같은 경지의 다른 이에 비해 영력이 넘치니 위력도 훨씬 강해질 수밖에요."아니, 저 템 주워서 돈 벌어야 하는데 이러면 계속 거지로 살고 말 거라고요."ㄴ태현진인: 기다리거라. 내 지금 호신용 법기를 하나 보내주마.ㄴ옥한빙후: 그렇게 키우면 정작 위험할 때 제 몸을 지키지 못할 거 아닙니까?ㄴ천기각주: 맞습니다. 이제 저 아이도 어엿한 우리의 도우입니다. 정당한 거래를 해야지요."그러면…… 이거라도 팔아야 하나?"아까 선물로 받은 약초를 꺼내 들었다.순간 옥한빙후가 빛의 속도로 반응했다.ㄴ옥한빙후: 너 그거 어디서 난 게야?"네?"ㄴ옥한빙후: 그 영초! 어디서 났냐고 묻지 않느냐!"아까 구해준 여자한테 선물로 받았는데요?"ㄴ 옥한빙후: 아니…. 저게 하계에서 나올 리가 없는데?ㄴ태현진인: 저게 뭔데 그리 놀라는 게요?ㄴ옥한빙후: 저건… 그러니까… 종문의 영약에 필요한 재료입니다."이게 그렇게 귀한 거였어요?"ㄴ옥한빙후: 길게 끌 거 없다. 그건 내가 다 사겠다."네? 이걸요? 이거 완전 쪼렙 잡템인데?"ㄴ옥한빙후: 쪼… 쪼렙? 그게 무슨 말인지는 모르겠다만 아무튼 내가 다 사겠느니라.별로 마음에 안 드는데?지금 돈이 필요한데 저 사람들은 영석이던가? 그걸 주잖아. 그걸 어디다 쓰라고.그때 조용히 있던 혈하노조가 끼어들었다.ㄴ혈하노조: 꼬마야, 내가 그걸 사마.ㄴ옥한빙후: 당신! 저게 뭔 줄이나 알고 산다는 겁니까?ㄴ혈하노조: 뭔지는 모르지. 그런데 콧대 높은 빙후께서 할딱대는 물건이면 엄청 귀한 걸 거 아냐.ㄴ옥한빙후: 저건 선자들이 쓰는 영약에 들어가는 재료에요! 게다가 배합을 알지 못하면 하등 쓸모없는 영초란 말입니다!ㄴ혈하노조: 내 알 바 아니지. 어차피 싹 사들인 다음 비싸게 팔아먹으면 되잖아?ㄴ태현진인: 허허, 역시 마종답구려.ㄴ혈하노조: 영감탱이가 자기는 아닌 것처럼. 지금 조용한 사람들 나중에 은근슬쩍 머리 들이밀 거 아냐?다들 아무 대답이 없었다.정곡을 찔린 건가?진짜 전부 다 탐내는 분위기인데?그런 상황에서도 옥한빙후는 열심히 다른 사람들을 설득했다.ㄴ옥한빙후: 저건 안혼초라 하여 음기를 보하는 영초일 뿐! 수사들의 영약엔 절대 쓰면 안 되는 거란 말입니다! 제 면을 봐서…ㄴ혈하노조: 그럼 내 노정한테나 먹여야겠다."노정이 뭐예요?"ㄴ태현진인: 쯧쯧. 아가야. 아직 알 거 없단다.ㄴ태백검군: 크면 자연히 알게 될 것이니 신경 쓰지 말거라.ㄴ옥한빙후: 아이야! 제발 나에게 팔아라!ㄴ혈하노조: 아니, 꼬마야! 나한테 팔아라!이대로 두면 채팅창이 폭발할 것 같았다.얼른 수습해야 할 거 같은데?"싸우지들 마세요. 그냥 전부 하나씩 드릴게요."마침, 아까 그 오또라는 헌터한테 받은 약초가 6개였다.일부러 NPC 흉내를 내가며 얻어낸 아이템.원래는 밖에 나가서 팔려고 그랬는데.소고기 사 먹을 기회였는데.아니, 아니! 딴 길로 새면 안 되지!아까 받은 게 6개니까 하나씩 주면 딱 맞는 건가?그래도 이 사람들 덕분에 헌터가 된 건데 뭐라도 보답은 해야지."여기 계신 분들한테 한 개씩 나눠드릴 테니까 싸우지 마세요."ㄴ혈하노조: 오, 그래? 그럼 1개 남으니까 그 남은 한 개는 나한테 팔아라."안 돼요. 이건 처음 도네한 오청요왕님 거예요."ㄴ태현진인: 허허허. 내 제자지만 어찌 이리 마음 씀씀이가 고운지.ㄴ태백검군: 맞습니다. 수선자에겐 보기 드문 성품입니다.ㄴ옥한빙후: 그래요. 아이가 본성은 참 착해요.ㄴ혈하노조: 쯧, 너 그러다 나중에 뒤통수 크게 맞는다.ㄴ천기각주: 이 영초 연구해 볼 가치는 있는 것 같습니다."그러면 이거 어떻게 보내드리면 돼요?"ㄴ천기각주: 천도망에 들어가서 이름을 적고 거래를 요청하면 됩니다.천기각주가 알려준 대로 중고장터처럼 보이는 곳으로 이동했다.거기엔 천도망이라 적혀있었다.'이거 온라인 게임 우편 시스템하고 똑같네.'그렇게 약초 6개를 각자에게 한 개씩 보냈다.메시지는….[맛있게 드세요.]전송 버튼을 누르자 약초들이 사라졌다.2.국내 정상급 헌터 길드, 네뷸라.S급 마법사 헌터 유세아가 길드장을 맡고 있다.남성 길드원도 소수 존재하긴 하지만, 길드장의 성별 탓인지 압도적으로 여성 길드원이 많은 길드.길드 휴게실에서 두 길드원이 태블릿 화면을 보며 꺅꺅거렸다."꺄악ㅡ 이 꼬마애 뽈뽈거리면서 마법 쓰는 거 봐. 완전 귀엽지 않아?""무서운데? 저 파이어볼 날아가는 개수를 봐. 화력만 보면 우리보다 훨씬 센 거 같은데?""하긴 잘못 때리면 반격할 테니까.""그래. 뉴비가 뭣도 모르고 잘못 때렸다간 뼈도 안 남고 타버릴 거 아냐?"그때, 서류를 보며 휴게실을 지나가던 길드장 유세아가 걸음을 멈췄다."다들 뭘 그렇게 열심히 봐요?""아, 길드장님! 알고리즘에 뜬 영상인데요. 탑 1층 NPC가 필드에 나타났대요.""NPC요?"유세아는 고개를 갸웃거렸다.이미 고층을 공략하는 그녀에겐 1층 필드는 관심 밖의 상황이었다.'1층에 NPC라….'간혹 탑 안에서 뜬금없이 NPC가 튀어나오긴 하는데.하지만 보통은 몬스터에게 휩쓸려 죽거나, 특정 이벤트를 진행할 때 필요한 정도다."커뮤니티에서는 사람이다 아니다로 말이 많아요. 컨셉충 헌터다! 진짜 NPC다! 길드장님이 보기엔 어때요?"길드원들이 태블릿을 들이밀었다.화면 속에는 웬 조그마한 아이가 고사리 같은 손으로 불덩어리를 난사하고 있었다.ㅡ 펑! 펑! 펑! 펑! 펑!유세아는 화면 속 꼬마가 마법을 시전하는 모습을 유심히 지켜봤다.그러고는 별일 아니라는 듯 결론을 내렸다."NPC 맞네요.""어? 진짜요? 사람 아니고요?""마법을 저렇게 무식하게 연사하는데 반동이 전혀 없잖아요."유세아는 하얀 손가락으로 화면 속 아이의 자세를 짚었다."사람이라면 캐스팅 과정에서 필연적으로 경직이 생겨요.""아!""게다가 저렇게 연사할 경우 충격에 몸이 밀려요. NPC니까 저런 노딜레이 난사가 가능한 걸 거예요.""그렇네요!""역시 S급의 분석력! 진짜 쏘고 나서 밀리는 반동이 하나도 없네요."두 길드원은 유세아의 해설에 감탄하며 고개를 끄덕였다."그래도 1층 평원에 저런 비대칭 레벨이 나오는 건 꽤 특이하네요. 보통 저렙 구간엔 안 나오는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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유세아가 흥미롭다는 듯 중얼거리자, 태블릿을 들고 있던 길드원이 한마디 덧붙였다."그런데 이 NPC, 지금은 1층에서 사라졌대요.""사라졌다고요?""네. 며칠 전부터 세이프티 존에서도 안 보이고, 필드에서도 증발했다고 난리더라고요."유세아의 미간이 좁혀졌다."고정형 NPC가 임의로 사라진다? 특이한 패턴이네요."화면 속에서 불덩어리를 연사하는 조그만 인영.'NPC치곤 귀엽네.'유세아는 아주 살짝 흥미가 생겼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