진짜 NPC 아닌데
진짜 NPC 아닌데
평소 아무 말이 없던 통나무 신사 오청요왕.갑자기 알 수 없는 얘기를 한다.'장기가 털린다고? 무슨 말이지?'한편, 오청요왕의 채팅에 제대로 긁혔는지 다른 사람들이 난리다.ㄴ태현진인: 이 잡것이 무슨 헛소리를!ㄴ옥한빙후: 요왕께선 말조심하시지요!ㄴ태백검군: 우리를 마도종자와 비교하다니 불쾌하군!ㄴ천기각주: 아무래도 저는 다른 선배님들과 다릅니다만."네?"뭔가 변명이 이상한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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ㄴ오청요왕: 팩트로 조지니까 틀딱들 아무고토 못하죠?"오청요왕님 사람…. 아니, 한국인…. 아니, 헌터예요?"ㄴ옥한빙후: 저분은 요왕이다.ㄴ태현진인: 그냥 시간이 남아돌아 여기저기 돌아다니는 축생일 뿐이다. 신경 쓰지 말거라.ㄴ오청요왕: 힘의 차이가 느껴지십니까?ㄴ태백검군: 망할 놈! 좋은 자리 차지해서 숨만 쉬는 네놈하고 우리가 같느냐!ㄴ오청요왕: 재능 차이 지리죠? 누구는 숨만 셔도 레벨업? 누구는 똥꼬쇼해야 레벨업하죠?ㄴ천기각주: 요왕께서 나이가 제일 많지 않습니까?ㄴ오청요왕: 아가릿 샤답.요왕이면 요수의 왕 그런 건가? 뭔가 능숙한데?인터넷에서 보이는 대사 다 주워 쓰는 게 사람 같기도 하고.채팅 올라오는 속도도 빠르고.ㄴ오청요왕: 너는 인족치고 마음씨가 착한 거 같으니 뼈가 되고 살이 되는 얘기를 해줄게."뭔데요?"ㄴ오청요왕: 저 새끼들 지금 잘해주는 거 너하고 계면도 다르고 수진성도 다르니까 그런 거임"계면은 뭐고 수진성은 뭐예요?"ㄴ오청요왕: 계면은 차원, 수진성은 행성그러면 아까 받은 홍운사라는게 지구를 통째로 감을 수 있다는 말인가?스케일이 너무 커서 이해하기가 힘드네.ㄴ오청요왕: 아무튼 저놈들 너랑 만날 일 없으니까 책임 없는 쾌락 즐기는 거"책임 없는 쾌락이요?"ㄴ오청요왕: 그래 계면만 같았어도 눈 시뻘게져서 너 찾으러 다님"저를 왜 찾아요?"ㄴ오청요왕: 모르지 쓸데는 많음 단약 만들던 노정으로 굴리던 신차 뽑듯 니 몸뚱이로 갈아타든 다할걸?"그게 무슨 말…."ㄴ오청요왕: 캡사이신 추가하면 니 혼 없애고 괴뢰로 만들거나 몸뚱이 마개조해서 괴물로 만듦."네?"ㄴ오청요왕: 저 잠수타는 척하는 마종 새끼는 니 몸 갈아서 인단 만들고 혼 뽑아서 귀수로 부려 먹을걸?"인단이 뭐예요?"ㄴ오청요왕: 인간 갈아서 약 만들어 먹는다고! 저 새끼들 경지 올리려고 사람 갈아먹는 식인종 새끼들임ㄴ태현진인: 감히 우리를 마종 잡것들과 같은 취급을 한다니!ㄴ오청요왕: 니 몸에 좋다고 우리 애들 맨날 잡아먹잖음? ㅉㅉㄴ태현진인: 너희들도 우리를 잡아먹지 않느냐!ㄴ오청요왕: 니들이 먼저 시작함 니들은 화형한 요수도 냠냠하잖아 십새끼야!진짜 먹는 건가?아니, 그것보다 모르는 게 너무 많다."그러면 노정은 뭔데요?"ㄴ오청요왕: 섹파"섹파요? 제가 아는 그거?"ㄴ오청요왕: ㅇㅇ 그 섹파"변태…. 아니, 그러면 화형은 뭐예요?"ㄴ오청요왕: ㅇㅇ 그게 핵심임. 저 새끼들이 KKK보다 더한 새끼들임."KKK단도 알아요?"ㄴ오청요왕: ㅇㅇ 그것보다 저 새끼들은 인간 모습을 하고 인간 말도 하는데 종족이 요수라고 잡아먹음 낫닝겐들임.순간 할 말이 떠오르지 않았다.힘들 때 도와주고 선물도 줬던 사람들이 사람 갈아먹고 섹파로 만들고 인형으로 만든다고?"오청요왕님 한 말이 진짜예요?"ㄴ태현진인: 인단으로 만드는 짓거리는 하지 않는다! 믿어다오!ㄴ오청요왕: 요족은 냠냠했죠?ㄴ옥한빙후: 덤벼드는 상대를 혼내주는 정도지. 이 무슨! 요왕께선 경거망동하지 마시지요.ㄴ오청요왕: 지보다 이쁘다고 보석바 만들어놨죠?ㄴ태백검군: 난 인단도 안 만들고 노정도 안 만들었단다. 걱정말거라.ㄴ오청요왕: 괴뢰인형 만들어서 가랏! 피카몬! 이 지랄 했죠?ㄴ천기각주: 저는 아무것도 하지 않았습니다.ㄴ오청요왕: 너는 우리 아이 데려가서 노정으로 만들었잖아! 이 요수박이 새꺄!혼자서 무쌍 찍고 있는 모습.다들 반박도 못 하는 게 이래선 진짜 나쁜 짓 한 거 같잖아.ㄴ오청요왕: 아무튼 나중에 저놈들이 놀러 오라 그러거나 너 있는데 온다고 해도 받아주면 안 됨"어…. 네. 아니, 어떻게 그럴 수가 있어요!"ㄴ태현진인: 아니 나 죽이겠다고 달려드는데 봐주면 나중에 또 뒤통수 친단 말이다.ㄴ옥한빙후: 아무 이유 없이 그런 것은 아니란다. 주제도 모르고 덤비는 것들에게만 그런 거야.ㄴ태백검군: 나도 죽은 자들만 이용했지. 산 사람에게 그런 적은 없단다.ㄴ천기각주: 그냥 첫눈에 반해 그런 것뿐입니다.다들 변명하느라 정신없는 중에 조용히 있던 혈하노조가 움직였다.ㄴ혈하노조: 먹을 수도 있지, 뭘 그런 걸 따져?"네?!"ㄴ오청요왕: 다른 놈들은 그나마 봐줄 만한데 저 새끼가 제일 그레이트 씹새끼임ㄴ혈하노조: 꼬맹이. 너도 오래 살아봐. 더 살려고 그러는지 안 그러는지.아니, 자기가 식인종이라고 쿨하게 인정해 버리는 건 뭔데?"얼마나 오래 사셨는데요?"ㄴ혈하노조: 한 4천 년 정도? 너도 그렇게 살아봐라."4천 년이요?!"단군 할아버지가 고조선 세울 때 태어나서 지금까지 살아있다는 소리잖아!뭔가 정신이 아득해진다.ㄴ혈하노조: 너도 그리 살 건데 뭘 그렇게 놀래?"제가 4천 년이나 산다고요? 전 그렇게 오래 살 생각 없는데요?"ㄴ혈하노조: 그건 또 무슨 소리야? 짐승이든 사람이든 오래 살고 싶은 게 당연한 거 아니냐?"그렇게 오래 살아서 뭐 하게요? 지겹지 않아요? 다른 분들도 전부 그래요?"ㄴ오청요왕: ㅇㅇ 여긴 전부 불로장생에 환장한 미친 새끼들뿐임ㄴ혈하노조: 지는 아닌 것처럼 말하네?ㄴ오청요왕: 나는 타고난 거라 그냥 숨만 쉬어도 경지가 오르는 씹재능충인데 어쩌라고? 꼬우면 요수로 태어나시든가확실히 오청요왕이 잘 긁는다.아니, 지금은 감탄할 때가 아닌가?"아니, 아무리 오래 살고 싶어도 그렇지…. 인단을 만들고, 노정을 만들고, 괴뢰? 그런 걸 만들어요?"ㄴ혈하노조: 네가 있는 수진성도 그럴 거 아니야. 강자가 약자를 취하는 건 당연한 이치다."안 그래요."아니 떠오르는 게 있긴 한데."아예 없는 건 아닌데, 그래도 거의 없어요."ㄴ혈하노조: 그런 수진성이 어디 있어?"여긴 수선자도 저 혼자뿐인데요?"ㄴ혈하노조: 그래? 그러면 그곳이 바로 동천복지 아니냐! 네가 그곳의 왕이 되면 되겠네.갑자기 왕은 또 무슨 소린데."여기 헌터들이 얼마나 많은데요. 쎈 사람 엄청 많아요."ㄴ혈하노조: 그래봐야 하계의 범인이다. 하계의 왕들이 아무리 제 잘났다 떠들어대도, 우리 종파의 제자 하나 보내도 다 끝이거늘. 왕은 우리가 정하는 거야."그렇게까지 할 이유가 있어요?"ㄴ혈하노조: 왜 하냐가 아니라, 할 수 있으니 하는 거다.별로 이해가 되진 않는다.가치관이 너무 다르달까?그냥 적당히 돈 벌어 소고기 사 먹고 따뜻한 집에서 자면 그게 좋은 거 아닌가?굳이 아등바등 몇천 년?너무 길어서 체감도 안 되지만, 아무튼 그 몇천 년 살겠다고 굳이?서로 가치관이 너무 어긋나 있는 거 같다.그렇게 침묵이 길어지자 옥한빙후가 끼어들었다.어린아이에게 무서운 이야기를 들려준 어른이 달래는 것처럼 말이다.ㄴ옥한빙후: 도를 걸고 맹세컨대, 나는 살면서 아무 이유 없이 남에게 해코지한 적은 없었느니라."네?"ㄴ옥한빙후: 그러니 너도 저런 쓸데없는 소리에 신경 쓰지 말고 얼른 올라가거라. 거기서 네가 해야 할 일이 있다."도를 걸고 맹세? 그게 뭐예요?"ㄴ태현진인: 대도서약이라는 거다. 거짓말을 하면 천벌을 받는다는 뜻이란다."천벌이요? 그 정도로 진실을 말한다, 뭐 그런 거예요?"ㄴ태백검군: 진짜지. 대도를 걸고 거짓을 고하면 훗날 천겁을 피할 수 없단다.ㄴ천기각주: 거짓말은 심마가 되어 천겁을 받을 때 더 힘들어집니다.엄마를 걸고 하는 맹세랑 비슷한 건가?수선자들은 거짓말하면 안 되는 건가?다들 진지하게 말하는 걸 보니 거짓말은 아닌 것 같은데.진짜 천벌을 받으려나?그래도 일단 주의 사항은 오청요왕에게 들었으니까.나중에 넘어오라거나, 넘어온다고 하면 밴 때리면 되잖아?인터넷 강의라 생각하면 나쁠 것도 없는 것 같은데."알겠어요. 우선 4층으로 갈게요."서둘러 4층으로 향했다.1.<4층 공용 필드>"다들 아까 가르쳐준 대로 도망치십쇼!"헌터의 외침에 다른 헌터들이 능숙하게 사방으로 흩어진다.'가르쳐준 대로 움직이는 거 보니 보람은 있네.'남아 있는 헌터의 이름은 한성우.뉴비들에게 제법 인기가 많은 버스 기사다.다른 버스 기사는 시간 단축을 위해 재빠르게 목표 층수까지 데려다주고 끝내지만, 그는 달랐다.주의 사항도 꼼꼼하게 가르쳐주고 만만해 보이는 몬스터에게 실습도 시켜준다.사람들이 궁금해하는 것도 짜증 내지 않고 가르쳐주는 베스트 드라이버.그런 그는 지금 목숨을 위협받고 있었다."크읏……."한성우는 다리를 다쳐 절뚝거리며 도망치는 중이었다.조금 전 승객에게 달려드는 그레이트 터스크 와일드 보어(Great Tusk Wild Boar).한국에선 멧돼지라 불리는 몬스터의 공격을 받았다.승객에게 달려드는 멧돼지를 보고 몸을 던져 승객을 구한 것까진 좋았는데.다만 미처 피하지 못하고 멧돼지의 어금니에 다리를 다쳤다.바지에 피가 흥건한 거로 보아 다리 근육이 찢어진 모양.게다가 이놈들은 야생의 멧돼지와 달리 머리가 좋아 나무에 올라가거나 숨어있는 것도 통하지 않는 상대였다.다친 걸 파악하고는 천천히 포위망을 좁혀오는 지능까지 있는 골치 아픈 놈들.'이러다 진짜 돼지 밥 되게 생겼는데.'정말로 막다른 길에 몰린 상황.그때 작은 인영이 눈에 들어왔다.누군가가 저 앞에 걸어가고 있었다.한성우는 그녀가 누구인지 단박에 알아봤다."저 애는…."분명 1층에서 봤던 그 NPC.귀엽게 생겨 지나가며 몇 번 공물을 바친 적이 있었다.사진도 찍어서 핸드폰에 저장해놓기까지 했는데.'그런데 복장이 다른데? 이젠 진짜 NPC 같네.'전에는 한국인들과 비슷한 옷을 입었다면 지금은 뭔가 이상한 옷?옷이 흐물흐물 움직이는 게 살아있는 것 같기도 하고.'지금은 그걸 생각할 때가 아니지.'그것보다 얼마 전 헌터 갤러리에 떴던 동영상 하나가 떠올랐다.스트리머가 도와달라 외치자, 파이어볼을 난사해 뿔토끼를 지워버리던 장면.분명 저 NPC는 도와달라 하면 반응하는 우호적 NPC였다.그는 영상으로 봤던 것처럼 다급하게 외쳤다."꼬마야! 도와줘!!"순간 NPC가 목소리를 들었는지 고개를 휙 돌렸다.그러고는 영상에서 봤던 것처럼, 팔을 휙휙 저으며 준비 운동을 하기 시작했다.'영상하고 똑같네.'순간 마음이 급해졌다.준비 운동 끝날 때까지 기다렸다간 내가 먼저 죽을 거 같았다."빨리 도와주라! 나 진짜 죽을 거 같아!!"다급한 외침에 NPC가 동작을 멈추고 입술을 오므리더니.ㅡ 휘이익!갑자기 휘파람을 불었다."저게 무슨 짓인데?!"그 순간.NPC의 품에서 단검 하나가 휙 하고 솟아올랐다.ㅡ 쉬이익!단검이 중력을 무시한 채 허공을 가른다.이리저리 미친 듯이 꺾여가며 날아오는 모습은 흡사 히어로 영화에서 본 적 있는 그 장면?'욘버지?!'다른 점이 있다면 단검 뒤로 붉은색 실 같은 게 길게 이어져 있는 정도라 해야 하나?마치 바늘과 실처럼, 허공을 꿰맨 단검이 멧돼지들을 순식간에 꿰뚫고 지나갔다."꾸에에엑!""꿰엑!""꿰에에엑!"ㅡ 촤라라락!거의 10마리 가까운 멧돼지들이 순식간에 붉은 실로 꿰맨 돼지고기가 돼버렸다.그리고 줄이 줄어들기 시작하더니 멧돼지를 NPC가 있는 곳으로 질질 끌고 간다.그다음 멧돼지 사체가 NPC 근처에 다가가자마자.ㅡ 팟!흔적도 없이 통째로 증발해 버렸다."NPC 맞네."넋을 놓고 바라보던 한성우는 순간 허공을 쳐다봤다.드론 캠은 문제없이 날아다니는 상태.'제대로 찍혔어!'오늘 떡밥에 불타는 헌터 갤러리를 완벽하게 정리할 수 있을 거 같았다.그렇게 한성우가 안도의 한숨을 쉬는 사이 NPC가 다가왔다."괜찮아?""어, 괜찮아. 덕분에 살았다. 고마워!"한성우는 감사 인사를 건넸다.그런데 NPC가 인사를 받고도 우두커니 서서 빤히 올려다본다."뭐 없어?""어? 뭐 없냐고?"아! 영상의 내용이 떠올랐다.분명 영상에선 스트리머가 기름풀을 넘겼던 걸로 기억한다.'재료 템을 주면 되려나?'한성우는 서둘러 가방을 뒤져 잡템들을 건네주었다.그런데 표정이 안 좋네?"다른 거 없어?"마음에 안 드는 모양. 패턴이 달라졌나?다시 가방을 뒤져보았다.이제 남은 거라곤 승객들 나눠주고 남은 도시락 4개.'그래도 도시락집에서 산 비싼 도시락이긴 한데.'혹시나 하는 마음에 그것들을 내밀었다."지금 가진 게 이거뿐인데…."그 순간.찌푸려졌던 NPC의 눈망울이 초롱초롱해졌다."이거 다 주는 거야?"목소리 톤부터가 달라지네.얼떨결에 고개를 끄덕였다."응. 다 줄게.""그래? 고마워!"NPC에게 도시락을 넘기는 그 순간 도시락 역시 흔적도 없이 사라져 버렸다.'진짜 NPC 맞네.'한성우는 오늘 갤러리로 가서 이 싸움을 끝내기로 마음먹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