연단하기 힘든데
연단하기 힘든데
헌터 갤러리.대한민국 헌터들이 모이는 국내 최대의 익명 커뮤니티.평소 공적인 장소나 카메라 앞에서는 대중의 시선을 의식해야 하는 헌터들.밖에선 한없이 젠틀하고 예의 바른 모습이지만, 그들도 자유가 필요했다.익명성 뒤에 숨어 마음 편히 똥글이나 싸지르는 일상.그들은 커뮤니티에서 해방감을 느꼈다.그런 헌터 갤러리에 지금 떡밥 하나가 불판 위를 굴러다닌다.갤러리를 가장 뜨겁게 달구는 떡밥은 당연 1층 NPC.[제목: 1층 NPC는 컨셉 헌터다. 반박 안 받음]작성자: ㅇㅇ내용:(하얀 박스 티 확대 사진1.jpg)(하얀 박스 티 확대 사진2.jpg)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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다들 대가리 깨져서 NPC라고 찬양하는데 정신 차려라.탑 돌아본 새끼들은 알겠지만 NPC는 원래 형태 불변이다.그날 진흙밭을 굴러도 다음날이면 멀쩡해진다는 얘기다.근데 저 확대 사진 봐라.꼬질꼬질하게 때 탄 거 보임?내가 얼마 전에 1층 갔을 때, 확인해 보려고 일부러 만두에 고추기름 넣어서 조공해 봤다.저기 가슴팍에 빨갛게 튄 거 지운 자국 보이지?저거 고추기름임고로 저거 NPC 아님 관종 컨셉충 헌터 ㅅㄱ.댓글ㄴㅇㅇ: 맞네 NPC가 옷에 얼룩이 남나?ㄴㅇㅇ: 말이 되는 소리를 해라 진짜 잘 봐줘야 중학생으로 보이는데 저렇게 싸운다고?ㄴㅇㅇ: ㅋㅋ 그럴싸함 진짜 고추기름 자국 같네 지우려고 빨래했나 봄 ㅋㅋㅋ ㄴS급위에SS: 지랄 저게 무슨 고추기름이냐 그냥 피 튄 거 아닌가? 억까 쩌네ㄴ여왕님바라기: 우리 길드장님이 저거 보더니 마법 쏠 때 반동 하나도 없다고 NPC 맞다 함. ㄴㅇㅇ: 니네 길마 좆밥 아님? 길마가 아는 게 없노 ㄴ여왕님바라기: 우리 길마 S급인데 병신아? ㄴㅇㅇ: S급 길마님 모시고 계셔서 참 부럽습니다 인증 없으면 뭐다? ㄴㅇㅇ: 입만 열면 S급이래 ㅋㅋ 인증하든가 ㅋㅋㅋㄴㅇㅇ: 오늘 점심 제육 먹었는데 존나 짰음ㄴ퇴사마려워: 하 썅 내일 레이드 가기 좆나 싫다 그냥 쉴까ㄴ몹잡는침팬지: 고추기름 지운 자국은 빼박 아니냐? 컨셉충일 확률 99% 본다역시나 지금까지 떡밥이 굴러가는 모양새.서로 자기가 맞다며 싸워대는 혼돈의 카오스.한성우 역시 개념글을 꼼꼼히 체크했다.갤러리는 대부분 관종 헌터 쪽으로 몰아가는 분위기였다.'빨리 정상화해야겠네.'때마침 동영상 편집이 끝났다.그는 바로 불판 위에 올라섰다.[제목: 이 싸움을 끝내러 왔다 (증거 영상 있음)]작성자: 베스트드라이버내용:(NPC 선녀복 입은 사진.jpg)(NPC 단검으로 멧돼지 없애는 동영상.mp4)(NPC 앞에서 멧돼지 사체 사라지는 동영상.mp4)(NPC 앞에서 도시락 사라지는 동영상.mp4)오늘 4층에서 돼지 새끼들한테 쫓기다가 뒤질 뻔했다NPC 아니었으면 돼지한테 먹혔을 듯전에 영상 보니까 파이어볼 쓰던데 이번엔 무슨 욘버지 화살처럼 이상한 기술 쓰더라아무튼 덕분에 살았음길게 말 안 함 영상 봐라요약졸라 쎔 최소 A급 수준?눈앞에서 아이템이랑 시체 삭제됨NPC 맞음 반박 시 니 말 틀림그리고 패턴 변경된 거 같음전의 영상에선 잡템 줘도 먹었는데 밥 주니까 존나 좋아함현생 아이템도 받음뉴비들은 먹을 거 챙겨놨다가 미리미리 호감작 해놓는 게 좋을걸?글이 올라가자마자 무서운 속도로 조회수가 치솟았다.댓글ㄴ탑등반러: 와 미친 템 사라지는 거 보소 진짜네ㄴㅇㅇ: 멧돼지 꿰뚫는 거 뭐임? ㅋㅋㅋ 화력 개 미쳤네ㄴㅇㅇ: 내 말 맞지? 저게 사람 무빙이냐? 템 증발하는 거 보니까 시스템 판정 같네ㄴㅇㅇ: 저거 AI 아님? 주작 티 존나 나는데 ㄴㅇㅇ: 방구석 좆문가 나셨네 ㅋㅋㅋ 들이밀어도 이 악물고 아니라네 ㄴ탑등반러: 조작무새 또 떴노 ㅋㅋㅋ 아까 고추기름 타령하던 새끼랑 같은 놈일 듯 ㄴ베스트드라이버: 능지 수준 ㅋㅋㅋ 드론 캠 원본임 경찰서 앞 인증 마려우면 계속 짖어보든가 ㄴ퇴사마려워: 아 버스 기사 새끼들아 파업 좀 하지 마라 뉴비들 다 뒤진다.ㄴ국밥충: 아 근데 옷 바뀐 거 존나 귀엽다 ㅋㅋㅋㅋ꽤 근거리에서 찍은 고화질 영상 세 개.증거로 사용되긴 충분했다.게다가 영상에서 보이는 압도적인 화력, 허공으로 증발해 버리는 몬스터 사체 그리고 도시락.이미 추는 NPC 파로 기울었다.컨셉충을 주장하던 갤러들은 점점 힘을 잃어갔다.그렇게 갤러리에선 하나의 결론에 도달했다.'저 여자아이는 탑 시스템이 만들어낸 NPC다.'서로 의견을 교환하지 않았지만, 암묵적인 결론에 도달했다.1.네뷸라 길드 휴게실.헌터관리국과의 지루하고 현학적인 조율을 막 끝내고 돌아온 길드장 유세아.그녀는 푹신한 소파에 몸을 깊숙이 파묻었다.자연스레 터져 나오는 얕은 한숨."후우ㅡ."밀려오는 피로감에 잠시 눈을 붙이려던 찰나.휴게실 문이 열리며 길드원들이 부산스럽게 다가왔다."길드장님! 이거 영상 꼭 좀 보셔야 할 것 같아요."호들갑 떠는 길드원의 모습에 유세아는 귀찮은 내색 없이 차분하게 태블릿을 받아 들었다.화면 속에서 재생되는 것은 이전에 봤던 NPC의 영상.아니, 그다음 영상인가?ㅡ 팟! 팟! 팟!영상 속에선 붉은 실에 꿰인 단검이 살아있는 생물처럼 허공을 찢어 나간다.단검이 궤적을 그릴 때마다 멧돼지들이 픽픽 쓰러져 나가는 데다….사냥이 끝난 다음 사체와 도시락이 허공에서 사라지는 현상까지?그 모든 과정을 지켜보던 유세아는 놀란 눈을 치켜세웠다.'저게… 마법이라고?'노 캐스팅에 타게팅되듯 날아가는 단검.마력의 징후도 보이지 않았다.탑의 시스템이 아니면 설명이 안 되는 현상."이거 저번에 그 1층 NPC 맞죠? 지금 4층 필드에 나타났대요!""옷도 무슨 선녀처럼 입었어요. 무기도 단검 같은 걸로 변했고요. 레벨업한 것 같지 않아요?"신이 나서 떠들어대는 길드원들.유세아의 미간이 좁혀졌다.'레벨업? 4층?'보통 탑 안의 NPC는 특정 층, 특정 구역에 묶여 있는 경우가 대부분인데?스스로 탑을 오르며 무장이 바뀌고 무력의 수준까지 성장하는 NPC?여태껏 경험해 본 적 없는 패턴이었다."다들 전보다 엄청 세진 것 같다고 해요. 길드장님이 보시기엔 어때요?"태블릿을 뚫어지게 응시하던 유세아가 차분하게 입을 열었다."적어도 A급.""헉!""아니, 그 이상일 수도 있겠네요. 파괴력도 파괴력이지만 타게팅 스킬이라는 게 말이 안 되네요."유세아는 손가락으로 화면 속 NPC를 톡톡 두드렸다."불과 며칠 전만 해도 파이어볼을 날리던 NPC였어요. 그런데 하루아침에 B급에서 A급.""….""헌터로선 절대 불가능한 레벨업 속도네요."유세아의 대답에 길드원들은 다시 신나서 떠들어댔다."지금 떡밥이 완전히 그쪽으로 넘어가긴 했어요. 저 NPC가 과연 몇 층까지 뚫고 올라가는지로요.""몇 층…."유세아는 다시 화면을 바라봤다.며칠 만에 홀로 1층에서 4층으로 건너뛰는 말도 안 되는 성장 곡선.'이 성장세가 유지된다고 가정하면….'20층은 가뿐하게 돌파할 것 같다.아니, 긍정적으로 보면 솔플로 30층 대까지도 가능.현재 대한민국 최고 랭커들의 도달 층수가 50층 대에서 멈춰 있는 상황인데.'그런 상황에서 NPC가 스스로 성장하며 그 뒤를 쫓아오고 있다?'이걸 어떻게 해석해야 할까?도대체 탑은 어떤 의도로 NPC를 만들어낸 것일까.아니, 지금은 신경 쓸 여유가 없다.'식량문제를 먼저 해결해야지….'"재밌는 내용이네요. 잘 봤어요."유세아는 길드원들을 뒤로하고 집무실로 향했다.2.4층 공용 필드의 인적이 드문 산꼭대기.지금 열심히 단로를 휘젓고 있다.옥한빙후가 천도망으로 보낸 커다란 단로.가슴까지 올라오는 높이라 국자도 간신히 저을 정도였다."이익~! 익!"덥다. 그리고 힘들어 죽겠다.단약을 만들 때 쓰는 용기라 하던데.허리까지 올라오는 거대한 솥이라 해야 하나?아무튼 그 안에 걸쭉한 액체가 타지 않게 계속 휘젓는 게 전부였다.다만 내 몸에 비해 단로가 너무 거대한 게 문제랄까?그것보다 굳이 이 노가다를 하는 이유는 연…? 연단술?약을 만드는 기술이라는 얘기는 듣긴 했는데."이 정도면 됐어요?"ㄴ옥한빙후: 그래. 거기서 영탄을 더 넣거라."영탄이요? 숯 말하는 거 맞죠?"ㄴ옥한빙후: 숯이 아니다. 하계의 잡물과 다르니 영탄이라 부르거라.ㄴ태현진인: 지금 잘하고 있구나. 손 데지 않게 조심하거라.ㄴ천기각주: 이번엔 성공할 거 같군요.사람들이 계속 떠들어대는 데 신경 쓸 틈이 없었다.벌써 3번이나 실패했는걸?너무 빨리 휘저었다거나 반대로 너무 느리다거나.불이 너무 세다거나 약하다거나영력을 불어넣는 게 세다거나 또 약하다거나.뭐 이렇게 맞춰야 하는 게 많은 거야?신경 쓸 게 많으니, 채팅창도 읽는 둥 마는 둥 할 수 밖에.아니, 그것보다 계속 머릿속을 맴도는 건 이 영탄이라는 단어랄까?'숯은 숯 아닌가? 영탄은 뭐 다른가? 아까 영삼이라고 천도망에서 산 것도 그냥 인삼 닮았는데.'마치 K푸드, K팝 하는 것처럼 꼭 이름을 알리고 싶은 건가?저쪽은 영자 붙이는 게 유행인 건가?'굳이 이름까지 붙여가며 어필하는 거 진짜 별론데.'아니, 그것보다 사람들의 반응도 좀 이상했다.가르쳐준 대로 멧돼지를 손질하는데 옆에서 엄청 떠들어댄다.ㄴ태백검군: 아가. 손 조심하거라.ㄴ혈하노조: 어차피 삼검척이 알아서 자르는데 뭔 설레발이야!ㄴ태현진인: 저 돼지의 내단이 좀 이상하지 않나? 쩌렙? 쩌렙 사냥터라는 게 경지가 낮다는 말 아닌가?ㄴ옥한빙후: 확실히 뭔가 이상합니다. 선계의 요수들에나 보일법한 크기네요.ㄴ오청요왕: 확실히 우리 애들보다 씨알이 굵네.ㄴ천기각주: 혹시 괜찮으시다면 다시 돌려드릴 테니 그것들을 보내주실 수 있겠습니까?"보내달라고요? 기다리세요. 이것만 끝내고 보낼게요."돼지고기라도 먹고 싶은 건가?근데 이 돼지고기로 영약을 만든다고 했잖아."그런데 돼지고기는 영약 만들 때 필요한 거 아닌가요?"ㄴ천기각주: 그건 필요 없고 뼈와 내단을 보내주시면 됩니다.ㅡ 부글부글부글ㄴ태백검군: 아가!! 피해라!!ㄴ혈하노조: 야야 떨어져!ㄴ태현진인: 안돼! 멀리 떨어지거라!ㄴ옥한빙후: 빨리 물러나거라!ㄴ오청요왕: 그런 건가? 닝겐들은 저런 것도 못 버티는 건가?ㄴ천기각주: 피하십시오!ㅡ 콰아앙!수류탄 터지는 줄 알았다.약 만드는 거 아니었어?폭탄 떨어진 줄 알았네.그래도 다행히 사람들 말 듣고 멀리 물러나서 다치진 않았지만.문제는 무사한 걸 확인하자 뭐랄까 멍석말이를 시작했다.인민재판도 아니고….ㄴ태백검군: 각주 이놈아! 너 때문에 아가 다칠 뻔하지 않았냐!ㄴ혈하노조: 저놈 사고 한번 칠 줄 알았지.ㄴ태현진인: 아가가 다쳤으면 내가 네놈 있는 곳까지 찾아갈 것이야!ㄴ옥한빙후: 다들 쓸데없는 말을 해서 그런 거 아닙니까?ㄴ오청요왕: 저 새끼는 박을 생각밖에 없어.ㄴ천기각주: 아니 왜 다들 저한테만 뭐라고 하시는 겁니까!!아휴 채팅창 또 창 났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