LNCrawler

잔고가

헌터갤러리의 국가권력급 기계공주 — novelpia.com · All chapters

잔고가

“뭐야 이게..?” 커뮤니티 닉네임 도슝좍. 본명 한도희는 약간 혼란스럽다. 닉네임 인셍망헷음. 매번 새벽갤에서 보이던 일면식이 있던 한 유저와 대화를 하는 중이었다. 헌터 커뮤니티에서 맨날 각성을 하네마네, 언제는 자기가 S급 헌터다. 또 어느날에는 각성 하고싶다 죽고싶다 등등, 조현병이 아닐까 싶은 이상한 글을 올리던 녀석이었다. 그게 각성자 갤러리 평균이긴 하지만, 정도가 심했다고 할까. 여러 의미로 알음알음 유명한 녀석이었는데. 오늘은 또 각성을 했다고 글을 올렸길래, 늘 그렇듯 한바탕 놀려먹으려고 쪽지를 남겨봤더니. ㅡ고,골렘아! 춤 춰봐 춤! ㅡ끼긱, 끼기긱…. 각성을 인증하겠답시고 보낸 영상. 썸네일에는 그저 은색 금속으로 만들어진 조악한 건담 같은게 서 있다고 생각했다. 제대로 된 관절도 만들어져 있지 않고, 그냥 뭉뚱그려 사람과 유사한 형태로 뭉쳐놓은 금속 덩어리인 줄 알았는데. ㅡ잘했어 잘했어! 댕댕이! 이제 녹화 종료! 흘러나오는 목소리가 굉장히 독특했다. 귀여운 여자아이의 목소리. 굉장히 미형이고, 아무리 높게 잡아도 고등학생이 안될 것 같은, 어린아이 특유의 풋풋함이 담긴 목소리였다. “허어.. 얘 여자애였어..?” 한도희 본인도 굉장히 드문 여성 유저지만, 지금 대화중인 인셍망헷음이 여자일 줄은 몰랐다. 그것도 엄청 어린. 무엇보다, 그림자에 비춰지는 실루엣이 딱 봐도 알몸. 긴 머리카락 덕분에 그다지 남사스럽진 않았지만, 좋다고 방방 뛰면서 보이는 그림자 중에, 머리카락을 제외하면 흔들리는 부분이 없었다. 속옷 차림일 수도 있겠지만, 뭔가 또 그런 느낌은 안들고. 한도희는 적잖이 당황했지만, 상대방이 너무 어리다. 일단은 불안감을 해소해주기 위해, 그런 티가 나지 않도록 능청스럽게 대화를 이어갔다. -도슝좍 : 야 ㅋㅋ -도슝좍 : 목소리 머임? 암컷임? -도슝좍 : 그림자는 왜 또 알몸이냐 ㅋ * * * * * “어,어떡해..?! 어떡하지..?!” 너무 들뜨고 신났던걸까, 나의 대단함과 위대함을 자랑하고 싶어 안달이 난 나머지 영상을 제대로 확인하지도 않고 보내버렸다. 영상을 돌려보니 다행히 내 진짜 피부는 1프레임도 나오지 않았지만. ㅡ잘했어 잘했어! 이제 녹화 종료! 아주 잔뜩 들떠있는 내 목소리와, 실오라기 하나 걸치지 않은 그림자의 실루엣이 영상에 말끔하게 담겼다. 요즘 휴대폰 카메라는 화질도 좋아. 이건 조작이라고 의심도 못 할 수준이다. 추워서 꺼내 입었던 티셔츠는…. 말 못할 이유로 아랫단이 약간 노란색의 액체에 젖어든 상태라서, 지금은 화장실 바닥에 널브러져 있다.  밖에 입고 나갔던 후드집업은 맥주 냄새가 살짝 나서 벗어뒀고. 결론적으로는, 진짜로 알몸이었다. “으,으아아..!! 어떡해?! 댕댕아!! 내 정체를 들켜버렸어!!! 상대는 각성자갤러리의 유명한 비틱인데..!!” 각갤의 각성 희망자들을 무참히 짓밟아버리는 현역 B급 헌터. 자신의 통장 계좌를 인증하면서도, 싸이부기를 100개씩 뿌리는 탓에 절대 차단당하지 않는 유저. “안 돼앳..! 저녀석은 념글을 가기 위해서라면 내 영상도 무턱대고 올려버릴거야..!!” 이걸 도대체 어떻게 해야하나 고민하고 있던 순간, 채팅창에 떠오른 사진 한 장. 3d00053b8ec57197a4727d1631eeaaa6.jpg “에..?” -도슝좍 : ㅋㅋ 채팅 좀 봐 -도슝좍 : 암말 안할테니까 걱정 ㄴ -도슝좍 : 대답 안하면 영상 올리고 념글 가버릴게~ 이후 이어지는 채팅. “도슝좍.. 여자였어..?!” 도대체 어떻게 이런게 가능한걸까. 닉네임부터 말투, 심지어 쓰는 이모티콘까지. 아니, 민트양갈래 이모티콘은 살짝 여성스러운 느낌이 있지만.. 그건 그냥 커뮤니티 특징이잖아..? -인셍망헷음 : 님 이거 진짜에요ㅠ? -인셍망헷음 : 도용은 나빠요 ㅠ -도슝좍 : 디진다 ㅋㅋ 종이 안보이냐 확실히, 도슝좍이 보낸 사진에는 종이가 들려있고. 그 종이에는.. 자신을 인증 하듯이 ‘도슝좍’이라는 글자가 적혀있다. 하지만 혹시 모르지. 헌터는 돈이 많잖아..? 의문의 거금 후원자에게 사진 인증을 하기 위해서, 종이에 글을 쓴 뒤 사진을 찍어 올린 일반인의 것을 도용하는 걸수도…. “미,믿을 수 없어….” -인셍망헷음 : 진짜 이걸로 념글 안갈거죠ㅠㅠ

d3kza0VLSVdxajZ6L09aWC8xUnR2QmV0cERtU1Rwaml6SkkyczBoMG9uY2E1MnF1SzdoMk9qSjc3NjZvRXFNeQ

-도슝좍 : 사진 보냈잖아 ㅋㅋㅋ 믿으라니까 확그냥 솔직히 말하자면 아직 믿음이 가는건 아니다. 진짜로 의문의 후원자.. 어쩌구 저쩌구.. 사실은 다른 사람이라면..? “대,댕댕아.. 너 혹시 통화도 가능해..?” ㅡ삐빗! 메카댕댕이의 조막만한 화면 위로 ‘가능’이라는 글자가 올라왔다. “조,좋아.. 그러면….” -인셍망헷음 : 전번좀 주셈.. 나 진짜 안믿겨서 그래 -도슝좍 : 개깐ㅁ간하네; 010-xxxx-xxxx “아니, 이걸 진짜 준다구..?” 아무래도 도슝좍은 진짜 여자였나보다. “후후.. 하지만 걸려들었어..!” -인셍망헷음 : 전화번호 잘 받았어요 ㅎㅎ 우리 서로 상호확증파괴 하는거에용 ㅎㅎ -도슝좍 : 미쳣나; 디진다 진짜 전화 ㅃㄹ 걸어 역시 안통하는군. 아무래도 영상까지 남겨져 있는 내가 조금 더 큰 여파가 발생할게 뻔하다. 심지어 알몸 실루엣이라고…. “댕댕아, 여기로 전화 좀 걸어줄래?” ㅡ삐빗! 내가 댕댕이를 들어 책상 위에 올리자, 댕댕이는 화면에 나와있는 전화번호를 보고 전화를 걸기 시작했다. 뚜루루- 뚜루루- 얼마 지나지 않아 연결된 전화. “여,여보세요..?” “어이, 각성자의 삶은 어때?” “지,진짜 도슝좍이에요..? 혹시 납치 감금 피해자라면 제가 구해드릴..수는 없을 것 같고….” “우리 념글 한 번 가볼까~?” “으와아앗!! 죄,죄송합니다!! 진짜 도슝좍이라고 믿을게요!!” 확실한 여성의 목소리. 살짝 허스키한 감이 있는 그런.. 어쨌든 여자는 맞다. “그래, 일단은…. 각성 축하해. 무슨 바보 같은 스킬만 가지고 있는 것 같긴 한데.” 굉장히 웃음기가 가득한 말투. 분명히 나를 놀리는 거다 이거. “아,아니거든요?! 저.. EX급 스킬이라구요..?!” “그 컨셉 아직도 하는거야? 아니면 뭐, 진짜 EX급?” “진짜예요! 이걸 인증을 할 수도 없구..!” 확실히 믿기지 않는 얘기겠지만, 내 스킬의 등급이 EX라는 것은 바뀌지 않는 사실이다.  “인증을 왜 못해? 하면 되지.” “에..? 어떻게?” “각성자 전용 커뮤니티 앱 있잖아? 휴대폰이 어지간히 쓰레기 아니면 마력 감지 기능은 다 있을텐데?” “아하..?” 그러고보니 그런 기사를 본 기억이 있는 것 같다. 몇년 전부터 제작되는 휴대폰에는, 대부분 마력 감지 기능이 달려있다고 했던가. 대부분의 사람들은 마력이 없는게 맞지만, 주변의 마력을 감지하고 사용자에게 위험을 알리기 위함이라고 했다. 게이트가 발생 할 때에는 엄청나게 마력이 뿜어져 나오기 시작하니까. 그리고, 그 기능에서 파생된 여러가지 헌터 전용의 편의성 기능이 또 몇가지 생겼고. “자,잠시만.. 어플 이름이 뭐예요..?” “헌트윗이라고 쳐봐.” “댕댕아 들었어..? 그거 한 번 검색 해볼래? 그.. 스토어에서 말야.” “누구랑 대화 해?” “아.. 제 핸드폰을 잡아먹고 태어나버린 골렘이 있거든요….” “뭐..? 핸드폰을 골렘으로 만들었어?” “에헤헤….” “그.. 그래, 그건 너 알아서 하는거지. 통화는 뭘로 하고 있는데?” “통화도 댕댕이가 연결 해줘서..?” “신기하긴 하네….” 나도 신기하다. 다른 사람이 들었을 땐 어이가 없는 수준이겠지. “혹시 파란색 아이콘 이거 맞아요?” “어, 맞아. 그거 깔아봐.” 도슝좍의 말대로 댕댕이에게 헌트윗이라는 어플의 설치를 부탁했다. 그러자 나오는 화면의 알림창이. [마력 감지 권한을 허용하시겠습니까?  앱 사용 중에만 허용 이번만 허용 허용 안함] “음.. 이번만 허용?” “앱 사용 중에만 허용으로 해. 어차피 자주 쓸테니까.” “아, 그러면 앱 사용 중에만 허용으로….” ㅡ삐빗! 댕댕이가 알았다는 듯 고개를 흔들자, 앱 사용 중에만 허용이 클릭 됐다. “간이 측정 사용해봐. 그거 쓰고 휴대폰에 손 대고 있으면 설치 될거야.” “알겠습니다..!” 확실히 도슝좍의 말대로, 휴대폰은 없지만 댕댕이의 등 뒤에 손을 얹고 있자니 설치가 시작됐다. 각성자들만 사용 할 수 있는 어플이라니, 이거 정말 두근두근한 느낌…. “설치 다 됐어요.” “잘했어. 어플 들어가서 설정 들어가보면, 개인 정보 및.. 뭐시기 있거든?” 그리고 머지 않아 보이는 자그마한 화면에는, 꽤나 많은 국가의 헌터들이 한데 모여 옹기종기 대화 하는 모습을 볼 수 있었는데. 일단은 도슝좍의 튜토리얼을 따라 설정에서 개인 정보 및 보안 설정을 클릭했다. “아, 네. 그리고요?” “거기 프로필 아래에 마력 측정 결과값 입력이 있어. 그거 누르고 방금처럼 또 손 얹으면 돼.” “아하…. 들었지 댕댕아?” ㅡ삐빗! 댕댕이는 도슝좍의 튜토리얼을 그대로 따라한 뒤, 나에게 등을 내밀었다. ㅡ쓰담쓰담 “된 거 같은데.. 아! 나왔다! 이거 보세요!” “보긴 뭘 봐. 프로필 링크 보내봐야 알지. 그거 친구 공개로 설정 하고 나서 나한테 프로필 링크 보내. 그럼 내가 친추 보낼테니까.” “알겠습니다! 댕댕이, 실시!” ㅡ삐빗! 확실히 프로필에는, 내 상태창과 똑같은 내용의 정보가 자리잡고 있다. 친구 공개라고 했으니 아마 다른 사람들이 보진 않을거고. 친구로 추가 한 사람만 볼 수 있다고 하니깐…. ㅡ띠링 “한도희..?” “나여, 도슝좍.” 이름이 한도희여서 도슝좍인가. 어쨌든 그런건 상관 없겠지, 일단은 친구추가를 받았는데.. “자.. 망국의 공주? 진짜네? 이거 뭐야?” “지,진짜라니까요….” “EX급 하나에 다른건 F급…. 근데 스타팅 스킬이 4개인 것도 대단한거니까. 진짜였네?” “네에.. 진짜예요….” “그리고 10살? 우리 애기, 이름이 이브야? 한국인이 아니었나?” “아,아앗! 그건..!” 완전히 다 까발려졌다. 솔직히 말해서 ‘이브’라는 이름은 뭔지 잘 모르겠지만, 어쨌든…. “상호 확증 파괴야? 알았지?” “제가 더 불리하잖아요….” “하~ 념글 가고싶다~” “제,제발.. 부탁드립니다….” * * * * * 어지러웠던 새벽이 지나고 아침. 밤낮이 바뀌어버린 원래 몸과는 전혀 다른 몸이어서 그런지, 도슝좍과의 통화가 끝나자 마자 어김없이 까무룩 잠에 들었다. 너무 춥고 피곤해서 그런걸까, 오후 1시까지 꿀잠을 자버렸다. 나 정말 너무 많은 일이 있었어. 전기 합선, 쓰레기 봉투 뒤집기. 어쩌구 저쩌구, 이젠 한계야. “으으.. 머리야….” 아무래도 이 몸은 밤에 자고 아침에 일어나는 착한 어린이의 몸 같다. 조금 늦게 잤더니 완전히 머리가 띵해서는. “댕댕아.. 댕댕아..? 어디갔어 얘..? 댕댕아 뭐해 ㅡ !” 내 말을 듣고 어디선가 뽈뽈뽈 걸어나오는 댕댕이. 화면에 무언가를 띄워놓은 채, 내 품 안으로 달려들었다. [통장 잔고 : 472,958원] “..어?”