뭔가
뭔가
“이,이게 뭐야..?” [통장 잔고 : 472,958원] 어제 저녁.. 아니지. 오늘 새벽까지만 해도 8만원이었던 통장 잔고가, 갑자기 47만원으로 불어나 있었다. “대,댕댕하! 이거 어떻게 된거야?!” 너무 놀라서 혀도 씹었다. 하지만 그 고통도 무시 할 수 있을 만큼 당황한 상태. 분명 아직 월급날도 아닌데, 애초에 월급이 이렇게 적지도 않았다. 받을 수 있을지도 의문이란 말야 지금은..! 댕댕이는 내 질문에, USB 꼬리를 파닥파닥 흔들며 화면에 글자를 띄웠다. [주식] “주,주식..?! 너 주식을 했어..?!” 댕댕이가 내 돈으로 주식에 손을 댔다! 심지어 돈도 벌었어! 원금의 몇배는 되는 돈을, 내가 자고 있던 사이에 벌어버린 거야! “어,어떻게?! 난 100만원을 21만원으로 만들었는데..?!” 주식이라는건.. 돈을 잃기만 하는게 아니었다고? 주식으로 돈을 버는게 가능한 사실이었다고? 진짜로? “대,대박.. 대박이야 댕댕아…. 너가 짱이야 진짜..!” 내 핸드폰을 잡아먹었던 메카댕댕이는 이제 없다. 내 사랑, 내 반려. 내 애완동물, 댕댕이만이 남아있을 뿐. “으흐흑.. 잘했어..! 이거 보이스피싱이라던지, 사기 당한거 아니지?!” 댕댕이는 아니라는 듯 격하게 얼굴을 좌우로 휘둘렀다. 정말 주식으로 하룻밤 사이 원금의 수배를 불리는게 가능한건가? 그럼 내가 원금만 잔뜩 들고 있었어도…. “으아악! 나는 왜 거지인거야!!” 하루아침에 일확천금 떼부자가 될 수도 있었는데, 내가 가난한 탓에 그러지 못하게 됐다. “흑흑.. 그래도 잘했어 댕댕아…. 오늘 저녁은 치킨 먹을까..?” 사실 치킨 말고도 지금 당장에 필요한게 잔뜩이다. 일단은 여자가 돼버린 내 옷이랑, 속옷이랑, 헌터 자격 심사를 위한 돈이랑…. “으으.. 다 나가겠는데….” 하루만 더 기다리면, 댕댕이가 또 수십만원을 수백만원으로 불려 올지도 모른다. 지금 당장에 돈을 쓰는건 아니라고 생각해. “하아.. 그래도 밥은 먹어야 하는데….” 원래 어제 저녁에 편의점에 가서, 폐기를 잔뜩 받아왔어야 했다. 그리고 오늘 새벽에 집으로 돌아와 폐기를 하나 까먹고, 그 다음에 잠을 자고 또 저녁에 일어나서 폐기를.. 근데 편의점을 못가게 되면서 내 폐기물 처리 루트가 끊어졌다. 집에 남아있는건 없는데…. “우으.. 어떡하지….” ㅡ삐빗! “응..? 뭐야..?” 댕댕이의 얼굴 화면에 알림창이 하나 떠있다. “아, 쪽지….” 도슝좍에게서 온 쪽지. 헌트윗으로 온 DM이다. 그리고.. 도슝좍이라고 하지 말고 이제 한도희라고 불러야겠다. 뭔가 이상하잖아, 닉네임이…. 댕댕이의 USB꼬리를 통해 컴퓨터에 다운 받은 헌트윗과 계정을 연동하고, 한도희와의 채팅창을 컴퓨터 화면에 띄웠다. 휴대폰은 꽤 최신형인데, PC는 엄청 옛날거고. 애초에 데스크탑에는 마력 감지 기능이 없어서 이렇게 해야만 한다더라. 그리고 댕댕이한테 시켜서 문자를 보냈다가 말실수라도 하면 좀 그렇잖아. 터치가 잘 안먹혀 댕댕이는. -한도희 : 깼음? -한도희 : 아직도 자고있어? -한도희 : 잼민이라 그런가 오래자네 -한도희 : 택배 도착했을텐데 받아놔 “택배..?” 갑자기 무슨 택배를 보낸건지 모르겠지만, 한도희가 나한테 뭔가를 보내주겠다고 한 기억은 있다. 솔직히 말하자면, 그냥 싸이버거 기프티콘이나 보내줬음 했는데. 헌트윗은 범지구적 각성자 전용 어플이라서, 이런저런 기능들이 많이 있었다. 상대방에게 내 주소를 밝히지 않고도, 위탁배송 업체에 택배 대행을 맡길 수 있는 기능이 있었거든. 말하자면 메가코프 같은거다. 사이버펑크는 아니지만.. 헌트윗에 고용된 S급 헌터가 꽤 많으니까. “으.. 아무도 없겠지..?” 어제 나갔을 땐 밖이 한참 어두울 때였다. 그래서 그냥 후드 집업 눌러쓰고 나간거였는데, 지금은 대낮이라서…. “댕댕아.. 아니다. 얜 손도 없는데.” 잠깐, 댕댕이는 손이 없어서 못한다면…. “고,골렘! 미늄아!” ㅡ끼긱! 어젯밤 잠들기 전에 이름을 붙여주고 잔 병사 1호. 알루미늄이라서 미늄이다. 뭔가 어감도 귀엽고 말야. “밖에 택배 왔는데.. 문은 열어줘야하나..?” ㅡ끼기긱…. “아,알았어. 같이 가자….” 대충 이불을 몸에 둘둘 말아놓고, 미늄이와 함께 현관으로 나가 택배를 들여왔다. 생각보다 묵직했고, 택배 상자도 2개씩이나 있어서. “뭘 이렇게 보낸거야..?” 하나는 엄청 길쭉하고 얇은 상자에 담겨 왔다. 겉으로만 보면 우산 같은 느낌이고, 내용물이 뭔지는 나와있지 않은 상태. 그리고 나머지 하나는…. “이거 왜 이렇게 무거워..!!” 딱 핸드폰 처음 샀을 때 주는 상자 크기인데, 안에 벽돌이 들어있는게 아니라면 이렇게 무거울 이유가 없다. 내 몸이 약해진 탓도 있겠지만, 이건 너무 무겁잖아…. ㅡ쿵! “에휴.. 힘 다썼다. 방금 깼는데 또 졸려졌어.” 묵직한 상자를 어찌저찌 들어올려 원룸방 중앙에 놔두고 나니, 뭔가 두근두근 한 느낌도 있고. “이거부터 볼까.” 길쭉한 쪽이 아무래도 조금 더 신경쓰인다. 정말 무기라도 보내준걸까? 한도희는 무슨 무기를 쓰는거지? ㅡ부욱 제대로 된 칼이 없으니까, 집에 굴러다니던 플라스틱 칼로 테이프를 힘겹게 잘라냈다. 그거 있잖아, 배달시키면 오는 톱니 달린 작은거. “우와..!” 근데 이제 생겼다. 진짜 칼. “이,이게 뭐야..?” 엄청나게 깔끔한 새하얀 금속으로 만들어진, 미래적인 느낌이 나는 칼이다. 한쪽 면에만 칼날이 있는 직검 외날도에, 손잡이 쪽 칼날 중앙에 뭔가 푸른 빛을 담은 크리스탈 같은게 박혀있는데. “이게 말로만 듣던 마정석..!” 몬스터 한테서 나온다는 그거다. 강력한 녀석일수록 질 좋고 큰 마정석이 나오고, 별 볼일 없는 몬스터한테는 아예 안나오거나 딱 그런 수준의 마정석이 나온다. “우와.. 이걸 실제로 보는구나….” 사실 몇번 볼 기회는 있었다. 가끔 게이트가 터지면 마물 시체 같은걸 잔뜩 끌고 나오는데, 거기서 마정석을 꺼내는 걸 볼 수 있었으니까. 근데 이런 비싼걸 도슝.. 아니, 한도희는 맘대로 줘도 괜찮은걸까? 아무리 B급 헌터라고 해도 그렇지, 무기가 한두푼 하는게 아닐텐데. -이브 : ㅁㅊ 너무 고마어 ㅠ 칼 잘받앗음 ㅎ -이브 : 근데 이거 맘대로 막 줘도 갠차나?? 아마 바로 답장이 오진 않을거라고 생각해서, 의자에서 내려온 뒤 바로 다음 상자를 뜯으려고 했는데. ㅡ띠링! “어라, 계속 보고 있었나..?” -한도희 : 활동중인데 왜 답장이 없나 했네 -한도희 : 상자깡중? 칼보단 다른게 더 비쌀텐데 “으응..? 칼보다 더 비싼게 들어있다고..?” 분명 도슝좍이니까. 장난친답시고 벽돌이라도 보낸건가 싶었다. 뭐.. 착불이 아니라서 사실 그렇진 않겠지만. -이브 : 아직 그건 못뜯어봣음 지금 뜯어볼라고 -한도희 : ㄱㄱ혓 아주 단단하고 묵직한 뭔가가 들어있는 것 같은 상자. 핸드폰 상자 크기인데 이정도 무게라니, 안에 뭐가 들었을지 궁금하다. ㅡ투두둑…. 잘 밀봉된 테이프를 뜯어낸 뒤, 종이 상자를 열어보니.. “이,이게 뭐야..?” 괴다. 금속으로 만들어진 주괴. 그러니까.. 완전 쌩 금속 덩어리라는거다. 새하얀 색감을 가진 무거운 금속 주괴다. “왠지 무겁더라니….” -이브 : 이거 머임?? 망치 머리같은건가 -한도희 : ㅋㅋ -한도희 : 너 알루미늄으로 골렘 만들었다면서. 그거 한번 써봐 -한도희 : 친한 대장간에서 긴빠이 쳣다 -이브 : 헐 “아하!” 내가 알루미늄 캔으로 골렘을 만들었다고 하니까, 다른 금속을 준 것 같다. 솔직히 말해서 알루미늄이 그렇게까지 단단한 금속은 아니긴 하지? 호일 같은 걸로도 쓰고 말야. 잘은 모르겠지만, 이리저리 휘고 구부러지는 캔 재질 보다는 나을거다. -이브 : 진짜 고마워 ㅠ 이거 얼마임?? -한도희 : 알면 갚게? -이브 : 아니 머; 나중에 돈 벌면 갚을수도 있지ㅡㅡ -한도희 : 4억 ㅋ “에바.”
d3kza0VLSVdxajZ6L09aWC8xUnR2QUhJZC9YK29Sd2hsS1ltQXlmbThtS2EvU3BoK2Y5cHAvVU5YM214YzFXUQ
-이브 : 에바 -한도희 : 진짠데 -이브 : ㄱ- 4억이라니. 그럴리가. “이 주먹..보다 조금 많이 큰게 4억이라고..? 그럼, 내가 이걸 팔아버리면 싸이버거 몇억만개를 먹을 수 있다는거야..?” -한도희 : 까진 아니고 -한도희 : 800만원 정도 ㅋㅋ -이브 : 아진짜 -한도희 : 그정도만 해도 비싼거야 -한도희 : 각성했다고 돈이 물로 보이냐 “하,하긴….” 800만원이 남한테 선뜻 나오는 돈이 아니긴 하다. 한도희는 싸이버거 100개를 한번에 풀어버리는 걸로 봐선 돈이 엄청 많은 것 같긴 한데. 아니, 실제로 돈이 많지. 계좌 인증 했을 때 월 수입이 9자리 숫자였다. -이브 : 진짜 감사합니다ㅠ.. -한도희 : 내가 쉽게 갚는 방법 알려줄까 -이브 : 머임.. 장기는 안댐; -한도희 : 각막도 장기로 침? -이브 : 진짜 아니지;? 한도희는 섬뜩한 농담 이후에 본론을 말했다. -한도희 : 너도 사진 ㄱ -이브 : 흠맹밍.. -한도희 : 아니면 800 입금 -이브 : 사진 보내드릴게요 ㅠㅠ “하, 이럴 생각이었던거구나.” 게다가 칼도 받았지. 사실 얼굴도 모르는 사람한테 대뜸 1000만원 이상을 주는건 말도 안되는 일이다. 상대방이 돈을 아무리 잘 버는 헌터라곤 해도, 이정도로 받아먹었으면 나도 그 값을 해야하는게 아닐까…. “대,댕댕아. 이리 와볼래?” ㅡ삐빗! 댕댕이를 부르니 댕댕이 머리 위에 타고 있던 미늄이도 함께 나에게 왔다. “나 사진 한 장만 찍어줘.” ㅡ삐빗? “그.. 한도희 한테 보낼거야. 잠시만 기다려 봐?” 일단은 화장실로 들어가서 얼굴 상태를 확인했다. 여전히 귀엽게 생긴건 맞지만, 이게 나라는 실감은 아직 없는 것 같고. 그냥 남의 얼굴을 보는 것 같다. ‘음. 귀엽다.’ 살짝 나르시즘이 느껴지려고 해. 거울을 오랫동안 보면 안되겠네. ㅡ슥슥 머리카락을 대충 가다듬은 뒤, 지저분한 원룸방에서 그나마 깔끔한 벽면을 배경으로 삼아 바닥에 앉았다. 컴퓨터 책상은 더러워서 의자는 좀 그렇고, 침대 매트리스는 완전 아웃. 물건을 이리저리 치운 뒤, 그나마 말끔해보이는 장소로. “포즈는 어떻게 하지. 인증 종이 필요한가..?” 이런저런 고민을 했는데, 결국 결론은 이거다. “혹시 모르니까 얼굴은 살짝 가리고…. 자! 찍어봐 댕댕아!” ㅡ삐빗! 댕댕이의 힘찬 대답과 함께, 찰칵- 소리와 함께 라이트에서 터져나온 빛이 좁은 원룸방 내부로 퍼졌다. “일단 한 번 보자. 어떻게 나왔.. 뭐야?” ㅡ삐빗!! “아니, 벌써 보냈어..?! 내가 확인 하고 나서 보내야지?!” 댕댕이의 카메라 성능은 좋은데, 정작 얼굴에 달린 화면의 해상도는 낮아 잘 보이지 않는다. 혹시 이상한게 찍히진 않았나- 해서 컴퓨터로 달려가 봤는데.
“음….” 약간 어두운 방에, 라이트를 켜서 번쩍 빛나는 사진. 눈도 제대로 가리고 있고, 분명 안보여야 할 부분은 하나도 없는데. -한도희 : 오 ㅋㅋ -한도희 : 흠 -한도희 : 뭔가 이거 다른데 올리면 안댈듯.. ㅋ “하아.. 싫다….” 자괴감이 몰려오기 시작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