실패?
실패?
무려 6kg에 800만원. 그냥 순수한 주괴 상태에서 이정도 값어치라니, 굉장히 엄청나게 마구마구 비싼 것 같은데. “레어메탈이라고..?” 무려 게이트 내부에서만 나온다는 희귀 금속인 레어메탈. 레어메탈도 저마다의 능력치가 각각 다르긴 한데, 그냥 뭉뚱그려서 레어메탈이라고 부른다. “우와.. 그렇구나….” 한도희의 말에 따르면, 굉장히 고품질의 물건이라는 듯. 그렇겠지, 이렇게 비싼 물건인데 제 값은 해야할거 아냐. -한도희 : 그거 해보삼 -한도희 : 골렘 만들고 영상 ㄱ -이브 : 오케오케 한도희도 내 능력이 어느정도 궁금하긴 한 모양이다. 솔직히 말하자면.. 나도 완전 두근두근해. “어,어떤 골렘이 나올까..?” 설마, 엄청나게 멋있는 갑옷 기사가 등장해서.. 갑자기 S급 헌터가 되어버리고 그런건 아니겠지..? 부피를 생각하자면 그렇진 않을 것 같은데, 또 가치를 생각하면 댕댕이의 20배 정도 하니까. 혹시 모른다. “제발, 부탁드립니다…. 왕국의 국민들이여, 내게 힘을..! 골렘 제작!” ㅡ사아아…. 내 손 끝에 닿은 주괴가, 순식간에 허공으로 떠오르며 푸른 빛에 휩싸이기 시작했다. 내가 제물로 바친 물건이 골렘이 되는걸 직접 목격한 것은 이번이 처음일지도. 이전의 상황과는 다르게 마치 액체처럼 흘러내려 동그랗게 뭉친 레어메탈 주괴는, 얼마 지나지 않아 특정한 형태를 지닌 채 내 손바닥 위로 천천히 내려왔다. “이,이건….” [골렘 제작 EX 스킬의 레벨이 증가했습니다. Lv.1 -> Lv.2] [ 무너진 왕국의 파편을 제작 했습니다. {합성 가능 개체 : 2개 / 완성도 : 26%} ] “으응..?”
골렘이 아니다. 무슨.. 마름모 모양의 크리스탈 처럼 생겼는데, 일단은 금속으로 이루어져 있고. 전혀 움직이거나 하는 느낌은 없다. 무게는 더 가벼워 진 것 같은데..? 게다가, 상태창에서 뭔가 알림이 떴다. 일단 하나는 골렘 제작 스킬의 레벨이 증가 했다는건데. “무너진 왕국의 파편..? 무슨 소리야 이게? 합체 가능한게 2개 있다고?” 주변을 둘러보니 확실히. 합체 가능한 골렘이 2개 있긴 하다. 미늄이랑 댕댕이가…. “댕댕이를 합체..? 뭔가 좀 그런데….” 고작 하룻밤이긴 하지만, 엄청나게 큰 돈을 벌어다 준 고마운 댕댕이다. 내 애완동물이라고. 갑자기 합체를 해서 없애버리는건 조금 그렇단 말이지. 절대 돈을 잘 벌어와서 그런건 아니다. 진짜. -이브 : 망햇음 -한도희 : 뭔데 -한도희 : 실패라도 함? -이브 : 그렁건 아닌거같은데; 골렘이 아니라 그냥 모양만 바낌 -한도희 : 그게 실패지 -한도희 : EX급이 실패도 하는구만 -이브 : 아니 근데 무슨 무너진 왕국의 파편? 이라면서 상태창에 머 뜸;; -한도희 : 상태창에서 알림이 떴다고? -한도희 : 야 그건 꼭 잡아야해 -한도희 : 전화 받아봐 ㅃㄹ ㅡ띠리링! 띠리링! 이후 울려퍼지는 한도희의 전화. 뭐가 그렇게 다급한건지는 모르겠지만, 일단 전화는 받았다. “이브! 진짜야!? 상태창에서 뭐가 떴는데!?” “까,깜짝아..” 나는 다급한 목소리의 한도희에게 대충 상황을 설명했고, 상태창에 떠오른 알림을 그대로 읽어줬다. 그리고 돌아온 한도희의 답변은. “그거.. 아무리 봐도 히든 피스 같은데..?” “히든 피스?” 단어 정도만 알고 있다. 뭔가 숨겨진.. 그런거잖아. 나 멍청이 아니다. “바보야, 히든 피스는 헌터에게 무엇보다 중요하다고. 상태창에서 알림을 굳이 띄워줬다는 것은, 네가 지금 한 행동이 히든 피스에 다가가는 행동이라는 뜻이라니까?” “그럼.. 어떡하지..? 완성도는 26퍼센트라고 나와있는데….” “그럼.. 100퍼센트에 도달하면, 진짜 엄청난게 나올지도 몰라. 정황상.. EX급 스킬의 히든피스잖아? 진짜 국가권력급 헌터가 될 수도 있다니까?” 국가권력급 헌터라니, 듣기만 해도 온몸이 짜릿해지고 머리카락이 삐쭉 서는 이야기다. 정말로 내 댕댕이하고 미늄이를 희생해서, 이 마름모 조각에 제물로 바친다면.. 히든 피스라는걸 얻을 수 있다는건가..? “하지만.. 댕댕이는….” ㅡ삐빗? [통장 잔고 : 542,324원] “그,그새 돈이 늘었어..!” “응? 무슨 소리야?” 내 혼잣말이 통화중이던 한도희에게 흘러들어가자, 궁금해진 한도희가 내게 질문했다. “그게 말이지.. 내 핸드폰으로 댕댕이라는 골렘을 만들었거든..?” “아- 그래, 들었었지. 그게 왜?” “얘가 내 핸드폰이랑 비슷한 기능을 하는데.. 내 통장 잔고를 가지고 주식을 했단 말야?” “골렘이 주식을? 네 돈을 가지고? 네가 시킨거야?” “아,아냐! 안시켰어! 그냥.. 그냥..? 자기 멋대로?” “음.. 그래서, 방금 또 돈이 늘어났다는거야?” “응, 맞아….” 한도희는 잠시 침묵하더니, 이내 조심스러운 어조로 말을 이어붙였다. “내가 잘은 모르는데, 헌터가 능력을 사용해서 주식을 하면 안된다는 법이 있거든..?” “저,정말?! 어째서?!” “어디였었지? 인도였던가.. 아무튼 그래. 미래시 비슷한 걸 보는 헌터가 있었단 말야. 그 사람이 주식을 통해서 돈을 엄청 벌어들이니까.. 미국에서 만들어낸 법률이야.” “아,아아….” 망했다. 나는 그럼 지금 지구 주딱이나 다름 없는 미국이 재정한 범지구적 법률을 어기고야 만것이다. CIA, FBI, SWAT팀. 기타등등에서 수사가 들어와서.. 나는 곧장 지하감옥에 수감, 순식간에 범죄자로 전락. 빌런 지정, 재산 몰수, 전기 고문…. “사,살려줘! 나 어떡해?!” “이,일단 진정해 봐. 너.. 미래시 같은 걸 보는 능력은 없잖아?” “그렇지..? 그런 걸 볼 수 있었으면 바로 주식을.. 아, 안된다고 했지.” “네 댕댕이..? 그 휴대폰 골렘이 그냥, 주식을 정말 잘 해서 돈을 불린거라면 괜찮을거야. 그래도 혹시 모르니까, 막 수억원을 단번에 벌어버리면 안될 것 같아.” 그렇게 된다면 지구 주딱 출신 아저씨들이 나를 이놈 하러 올지도 모른다. 100만원을 21만원으로 만들어버렸던 내 기가막힌 선구안을 가지고, 갑자기 돈을 수억원이나 벌어버린다면. 그건 완전히 이상하니까. “아,알았어. 조심해야겠다….” “그래도, 수천만원 정도면 아마 큰 문제는 없을거야. 일단 미래시가 아니라는 점이랑.. 금액이 적다는게 감안 요소고, 네 골렘이 그냥 주식 천재일 수도 있으니까.” 그래도 나중을 위해서 큰 금액의 돈은 벌지 않기로 했다. 내가 이 스킬들을 가지고 정말 높은 등급의 헌터가 됐는데, 주식골렘을 통해서 돈을 불렸다는 얘기가 나오면 좀 그렇잖아. “어쨌든, 본론으로 돌아가서! 그 히든피스는 반드시 잡아야 해.” “그럼 어떡하지..? 지금 당장에 퍼센트를 올릴 수단이 없단 말야.” “뭐어.. 제한시간이라던가. 그런게 있는건 아니지?” “응, 없는거 같애.” “그럼 천천히 해도 괜찮겠지. 가끔 머릿속의 깨달음 같은 걸 얻는 방법으로 히든 피스가 발생하기도 하는데, 그런건 또 아니잖아?” “그렇구나….” 일단 서두르지 않아도 괜찮다고 하니까 마음이 어느정도 놓이는 것 같아. 하지만 조금 아쉬운 감도 없지 않아 있다. “하아.. 그럼 난 언제 강해지지….” “어쩔 수 없지. 부모님한테 용돈이라도 받아. 각성 했으면 지원 해주실거 아냐? 집안 살리는 지름길인데?” “부,부모님..?” 이걸 어떻게 얘기해야 할까. 나는 부모님이 없다. 근데 지금 한도희는 나를 10살 짜리 어린이라고 인식하고 있으니, 혼자 살고 있다는 가정은 전혀 하지 않은거겠지. 매일매일 인터넷에 죽치고 앉아서, 새벽에 글도 잔뜩 썼으니까. 보육원도 아닐거라고 생각했겠지. “뭐야, 반응 왜이래?” “아니, 그게 말이지….” “..너 설마. 없어..?” “..없으면 어떡할래.” 한동안의 정적. 길고 긴 어색한 침묵이 지나고, 3분 정도 흘렀을까. “미,미안하다.. 아니, 근데 어떻게..? 10살이잖아 너? 잠깐, 생각해보면 이상했지. 미성년자가 주식을 할 수 있나?” 주식 쪽은 어떻게 했다고 쳐도, 이런저런 말도 안되는 부분이 많았다. 많은 정보들을 종합해본 결과, 한도희가 알고있는 나 ‘이브’는 10살짜리 고아 자취생이라는 어이 없는 결론이 나와버리는 것. “도대체 어떻게 된거야? 빨리 설명해 봐.” “미,미안.. 나도 설명 할 수 없는 부분이 너무 많아….” 정말이다. 27살 고졸무직백수남성이 갑자기 드라이기합선욕조에 빠져서 10살 백발 벽안 미소녀 망국의 공주님이 되어버린 사실에 대해서 설명하라니? 지금 손에 쥐고있는 만화책 제목이라고 해도 믿을만한 줄거리다. “그,그냥! 묻지 말아줘! 이러쿵 저러쿵 할 말이 너무 많아..!” 가장 편하고 확실한 방법은 진실대로 얘기하는거다. 드라이기 풍덩, 나도 풍덩. 그리고 갑자기 짜잔. 거짓도 없고, 설명도 쉽다. 믿는 건 한도희의 몫이겠지만, 진실이 그런걸 어떡해. 하지만 그걸 진짜로 믿는다면? 다음 이야기는 또 한도희의 반응이다. ‘날 여자애라고 착각하고 자기 사진까지 줬는데….’ 이후 이어질 혐오와 매도는 말 안해도 느껴진다. 벌써 가슴이 아파서 눈물이 막 나려고 해. “일단.. 알았어. 도대체 그럼 돈은 어디서 나오고 있는건데? 보육원도 아니잖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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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알바 비슷한거.. 최근에 못나가게 됐지만….” “그럼 지금 돈 벌 수단은?” “없지..? 댕댕이가 주식 하는거 말고는….” “레전드네 진짜.” “잉잉.” 아직 헌터로 활동 할 수 있을 만큼의 무력도 없다. 기대했던 레어메탈 주괴가 왕국의 파편?이 되어버리는 바람에, 강력한 골렘은 아직 없음. 레어메탈 800만원어치가 고작 26퍼센트의 완성도를 보였다. 댕댕이랑 미늄이를 더해서 1퍼센트는 추가 할 수 있을까? 주변에 뭔가 완성도를 더할 수 있는 물건이 없나, 찾아보던 중 눈에 들어온 것은. “아, 이거….” 한도희가 준 검. 자세한 성분은 다르지만, 일단은 레어메탈로 만든 검이라고 한다. 가격도 꽤 나갈테고, 마정석이라는 값비싼 물건도 박혀있어. 애초에 지금의 나는 무기를 휘두를 수도 없고, 대신 휘둘러 줄 골렘도 없다. 내가 가지고 있는 스킬들을 보아하니, 나 자체로 전투직이 되는건 거의 불가능에 가까워 보였으니까. “저기.. 이 검 말야.” “응? 검 왜?” “혹시.. 골렘으로 만들어도 괜찮을까..?” “하, 참.” 한도희가 한숨을 푸욱- 내쉬며 말했다. “뭐 그런거 까지 허락을 받아? 맘대로 해. 어차피 너 준거니까.” “지,진짜?! 나 어차피 검도 못휘두르거든! 진짜 고마워!” “뭐.. 그래. 불우이웃 돕기 한 셈 칠게.” 언제는 공주님이었다가, 쓰레기통도 뒤졌다가. 지금은 불우이웃이 됐다. 놀랍게도 실제로 공주님 취급을 받은 기억은 없고, 그냥 허울뿐인 직업이지. “알겠어! 한 번 해볼게!” “아, 근데 이번엔 영상 통화 가능해? 나도 그게 어떻게 되는건지 한 번 보고 싶은데.” “영상통화? 안될건 없지..?” 주변에 배를 까고 뒤집어져 누워있는 댕댕이를 데려와 내 앞에 앉혔다. 어차피 통화는 목소리만 나가면 되니까. 자그마한 모니터에 못봐주겠는 집안 꼬라지가 담기고 있는데, 아무래도 각도 조절을 좀 해야 할 것 같다. “자, 이렇게. 됐다! 영상통화로 바꿔 걸어줘!” ㅡ삐빗!! “어때? 잘 보여?” “응. 보이네. 저게 레어메탈 800만원어치야?” “응. 저렇게 됐어.” “신기하긴 하네. 엄청 단단해서 어지간하면 이도 잘 안나가는 녀석인데. 저런 모양으로 가공 됐다는 것 자체도 대단한거야.” “그런가.. 헤헤, 그럼 시작할게?” “오케이. 준비 됐어.” 한도희의 오케이 사인과 함께, 바닥에 놓인 검을 손가락 끝으로 꾹- 누르며 말했다. “고,골렘 제작!” ㅡ파앗! 아주 밝고 강렬한, 옅은 푸른 빛에 휩싸이며 형태가 뒤바뀌는 검. 날이 좌우로 갈라지고 손잡이가 우그러지며, 마정석이 박힌 중앙을 향해 원형으로 모여들기 시작했다. “오오.. 화려하네.” 댕댕이의 스피커에서 들려오는 한도희의 감탄. 나도 솔직히 조금 놀랐다. 이거 원래 이렇게 빛이 밝았던가? 카메라에 다 잡히지 않을 정도로 밝은데…. “으,으읏?! 왜 이렇게 밝아?!” 진짜 밝다. 아니, 레어메탈 주괴보다 3배는 더 밝아! 뭔가 문제라도 발생하는건가 싶었는데, 다행히 문제는 발생하지 않았다. ㅡ번쩍! “으앗!” 엄청나게 밝은 빛으로 번쩍- 하고는, 달그락- 소리와 함께 바닥으로 떨어지는 검 골렘. “이,이번에도..?” 또다. 골렘이 되지 못하고, 그저 금속 덩어리로 변해버린 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