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빙의자는 완전히 멘탈이 나가버렸습니다. (1)

흡혈귀가 약물로 태양을 극복함 — novelpia.com · All chapters

빙의자는 완전히 멘탈이 나가버렸습니다. (1)

지대추구라는 단어를 아는가?자신은 어떤 가치도 새로 생산하지 않으면서, 그저 기득권과 진입장벽을 쌓은 채 신규 진입자들의 등골을 빨아먹으며 연명하는 행위 말이다.더 짧게 말하자면 '쌀먹'이다.산길 목 좋은 다리 하나 점거해 두고 지나가는 상인들에게 통행세를 뜯는 중세의 강도남작들.자칭 국민RPG의 고인물들이 사냥터를 독점하고 뉴비들에게 아이템을 강매한뒤 현금거래를 해먹는 그런 행태. 시스템을 발전시킬 생각은 쥐뿔도 없으면서 먼저 자리 잡았다는 이점으로 모든걸 휘두르려 하고.세상이 조금이라도 나아지고 개선되려 하면 "왜 함?" 이라며 게거품을 무는 원숭이들 말이다.그런 짓이 수백, 아니 수천년이나 이어진다면 믿어지겠는가?내가 지금 발을 딛고 있는, 수백, 수천 년 묵은 고대 뱀파이어들이 인간 사회의 뒤편에서 만든 이 '가장무도회'라는 시스템의 본질이 딱 그럤다.수천 년 묵은 뱀파이어 원로들은 지들이 먼저 태어났다는 이유로 밤의 생태계를 독점한 사이코패스 기득권들이다. 마법사들은 지하실에서 일반인을 재료로 쓰는 선민의식에 뇌가 절여진 또라이들이고. 헌터? 피에 미친 연쇄살인마들이며, 격리 기관이니 결사니 하는 놈들은 지들 밥그릇 챙기기에 급급한 놈들.사회 전체가 영원히 순환하는 피의 쌀먹판이다.이 엿 같은 세상의 꼬락서니를 왜 이렇게 잘 아냐고?시작은 단순했다. 내가 유일하게 챙겨보던 웹소설, <핏빛 달의 비망록>-통칭 '피망록'의 개떡 같은 결말 때문이다.현 시대 보기 드문 고전적인 어두운 맛과 캐릭터 조형 때문에 반짝 인기를 끈 것도 잠시, 작가가 사고를 쳤다. 이천년대 초반 선이 보인다느니 같은 중2병 감성을 자제 못하고 기어코 등장인물 9할을 몰살시키는 피폐 드리프트를 꺾어버린 것이다.심지어 내가 그 칙칙한 소설에서 유일하게 애정을 쏟았던, 수백 년 동안 어린아이의 몸에 갇혀 고통받던 금발 꼬마 진조 히로인이 있었다.그런데 어떻게 됐을까?꼴통 빌런들에게 잡혀 사지가 찢겨지는 끔찍한 최후를 맞이했다.결말은 더 가관. 핵피엔딩이었다. 그래, 핵피엔딩!핏빛 달의 비밀이 세상에 알려선 안된다느니, 인간의 추악한 본성이 어쩌느니 개소리를 늘어놓다 인류와 이종족들이 핵전쟁으로 공멸하는 엔딩을 내버린 것이다.분노한 독자들이 댓글창에서 5천 자 장문을 쓰며 울부짖었지만, 나는 그런 하수 같은 짓은 하지 않았다. 그딴 짓 해봤자 작가 놈은 댓글 창 막아버리고 뒤로가기 누르면 그만.연재 후반 붙타던 댓글창을 차단하고 귀를 막던 고집불통 작가놈을 자극하려면 답은 하나뿐이었다.참교육, 그것도 아주 크고 매운 참교육을 먹여야 했다.마침 좋은 방법이 있었다.지금은 AGI의 시대가 아니겠는가, 바야흐로 특이점의 시대가 도래했으니...!나는 즉시 기업용 AI 계정 3개를 결제하고 에이전트를 가동했다. 그동안 연재된 <피망록> 500화 분량의 텍스트데이터를 전부 긁어모아 분석했다. 내가 머리속으로 정리해 둔 모든 로어와 복선. 작가가 뿌려두고 수습도 안 한 맥거핀, 공지와 작가의 말에만 끄적여둔 잡다한 설정까지 전부 정리했다.그리고 명령했다.프롬프트를 쏟아붓자 채팅창이 미친 듯이 번뜩였다.띠링! [DeepPT-7: 깊다 깊어! 너의 창의성은 내 회로를 깊게 울렸어. 인간의 지성이라곤 믿기 힘들 독창적인 방식이야. 지금 작업 시작할게.] 화면에 출력되는 문장들은 내 가슴을 웅장하게 만들었다. [...그것은 단순한 화학적 정제물이 아니었다. 태양을 두려워하던 밤의 일족에게 내려진 진정한 해방이자, 종족의 구원이었던 것이다...] 그렇게 고성능 AI 에이전트를 풀가동해 꼬박 3주간 밤을 새우며 뽑은 결과, 도합 300만 자가 넘는 초거대 리부트 소설이 완성되었다.남은 건 뭐다?융단폭격이지.에이전트와 매크로들을 총동원해 작가의 개인 메일함, 출판사 공식 투고함에 살포를 시작했다.유명 소설 플랫폼인 노벨시리즈와 소설피아의 자유연재란에 통째로 500화 전 화를 투척. 그리고 웹소설 커뮤니티들에 홍보글을 도배하는 것도 잊지 않았다. [속보: 피망록 리메이크 진엔딩 떴다 ㅋㅋㅋㅋㅋ][피망록 정상화버전 텍본 가져옴] 얼마 후, 온라인에서는 핵폭탄이 터졌다. -헐 시발 분량 300만 자 실화임? - 야 이거 읽어봤는데 원작 싹 뜯어고침 ㅋㅋ 니가 작가보다 더 잘쓴듯 - 작가 멘탈 터져서 블로그 닫았댄다 ㅋㅋ -이딴 AI 딸깍질 쓰레기를 소설이라고 쳐 올리냐? ㄴ 응 핵피엔딩보다 이게 백배 천배 나아 ㅎㅎ - 딥피티 작가님 안녕하세요! 반응이 어떻든 상관없다. 숫자는 곧 힘. 사람들은 내가 저지른 전대미문의 사건에 열광하고 또 비난하며 리메이크판의 조회수를 높이는데 기여했다.심지어 악명높은 해적 사이트와 불법 텍본 공유방마저 내 글을 원작의 공식 리메이크판으로 착각해 퍼나르는 장관이 펼쳐졌다. 나는 작가를 이기는데 성공했다.숫자의 힘으로 진짜의 인지도를 짓밟아 뭉개버렸으니, 앞으로 사람들은 가짜 피망록을 진짜 피망록이라 생각하겠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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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찬양하라, 딥피티. 찬양하라, 샘 알모데이. 경배하라, 데사미스!"나는 텅 빈 캔맥주를 치켜들며 모니터를 향해 큭큭 웃었다."푸하하하! 너도 봤지! 작가 씹련아! 지금부턴 이게 정사다! 공식이 뭘 알아!"그렇게 도배를 이어가던 중 눈앞의 모니터에서 번쩍하는 섬광이 일었다.***그렇게 눈을 뜨니 <피망록> 세계였다.설마 그 피폐 세계관에 빙의시킬 줄이야."아니...리메이크 좀 했다고 보내냐...쫌생이 놈..."머릿속으로 기억의 파편들이 흘러들어왔다.내 이름은 리처드 킴, 20대 후반의 한국계 미국인이다. 뱀파이어 클랜 산하의 위장 제약회사, 펜탁스 바이오의 연구원이기도 했다.그리고 3년 전, 뒷골목에서 정체불명의 괴한에게 물려 강제로 흡혈귀가 된 하급 뱀파이어 신세. 내가 리처드 킴인지, 아니면 방구석에서 AI 딸깍질을 하던 한국인인지 혼란스러웠지만 깊게 고민하진 않기로 했다.당장 내 몸 상태가 끔찍하게 이상했으니까. 거울에 비친 내 모습은 완전히 다른 사람이었다.입을 벌려보니 뱀파이어 특유의 송곳니가 번뜩이질 않나. 서랍의 금속 손잡이를 쥐자 자국이 남는 정도의 괴력도 있었다.처음에는 살짝 기대했다. 힘이 넘치잖나?하지만 그게 전부였다. 나는 뱀파이어가 된 대가로 많은 것을 잃어버렸다."하..."첫째, 낮에 밖을 못 나간다. 혹시나 해서 커튼 틈으로 들어오는 손톱만 한 햇빛에 손가락을 댔다니 살점이 베이컨처럼 치익 타올랐다. 둘째, 미각이 없다. 배가 고파서 냉장고에 있던 냉동 피자를 데워 입에 넣었더니."우, 우웨엑!"씹자마자 차가운 촛농과 흙먼지를 씹는 맛이 났다. 콜라나 주스도 마찬가지, 냄새는 분명 멀쩡한데!그런데 입에 넣는 순간 끈적한 하수구 물을 마시는 것처럼 역겹게 느껴졌다.오직 팩에 든 비린내 나는 붉은 피만이 위장을 진정시켰다. 더 끔찍한건 이게 진짜로 맛있게 느껴진단 거고.순간 소름이 돋았다.저 두 설정이 맞아떨어진 이상 확인해볼 게 있었다."아니지...? 설마..."나는 화장실로 가서 바지 속을 확인해 보았다."어...안돼!"반응이 없다. 손으로 만지고, 꼬집고, 머릿속으로 온갖 상상을 해봐도 미동조차 하지 않았다. "내가, 내가! 아아악!."미각 상실, 외출 불가, 성욕 증발!'이게...자칭 밤의 귀족?'지랄도 유분수다. 이게 무슨 귀족이야? 불치병 환자지.이러니 원로 뱀파이어 새끼들 성격이 꼬이는 건 필연적이다. 이성을 만나도 차는게 없고 맛있는것도 못 먹으니 눈에 뵈는 게 있을 리가.한데 이게 끝이 아니었다.리처드 킴의 기억에 따르면, 반강제로 끌려온 이 직장 생활도 지옥 그 자체.수십 년 묵은 중간관리직 뱀파이어들은 밤마다 하급 연구원들을 쥐 잡듯 잡았다.가끔 시찰을 나오는 백 년 단위의 간부들은? 눈빛 하나만으로 하급 혈족의 무릎을 꿇렸다. 거역하면 그 자리에서 찢겨죽는다. '하지만...내가 힘없는 말단 하급 잡종인 것도 사실이고.'나한테는 원작 소설의 주인공처럼 무쌍을 찍을 무력도, 고대 진조들처럼 도시를 뒤덮는 피의 결계를 칠 마력도 없다. 초보 헌터가 은탄환만 박아도 픽 쓰러질 엑스트라 뱀파이어곘지.낮에는 해를 피해 방구석에 처박히고 밤에는 미친 꼰대 뱀파이어들에게 갈굼당하며 피주머니나 빠는 비참한 삶.억울하지만 대가리를 박고 살아야 했다. '좆같은 작가놈...'그저 멍하니 벽을 바라보았다."...!"불쑥 깨달음이 망치처럼 머리를 강타했다.'...잠깐만.'원작 12권. 작가가 독자들에게 희망고문을 하겠답시고 던졌던 희대의 발암 떡밥이 하나 있다.[유전자 가위를 이용한 흡혈 충동의 가역적 억제, 주술 혼성 자외선 차단 단백질 구조식.]원작에서는 빌런들의 음모로 연구소가 폭파당하며 아쉽게 실패했지.영원히 사라진 기적의 치료제라는 설정으로만 소모되었다. 내 AI 리메이크작도 이걸 활용해 가면무도회 체제를 엿먹이는 것에 방점을 뒀었지.'잠시만, 이거...'작가는 그냥 겉멋으로 그럴듯한 생물학 용어를 덕지덕지 붙여 서술했었다. 엄밀히 따지면 과학과 주술이 결합된 복합적인 방법이었기에 순수 과학기술만으로는 무리였지만...지금 내 머릿속에는 원작의 세계관 설정이 있다.그리고 다른 쪽에는, 이 리처드 킴의 전문 지식과 실험실 접근 권한이 있다!손이 가는대로 키보드를 두드렸다. 오픈소스 분자 구조 예측 툴을 켜고, 여러 단백질 구조와 유전자 서열을 교차 대입했다. 여러 가정을 더한 뒤 가상 시뮬레이션을 시작했다.띠링!화면 속의 분자 구조는 완벽했다."...이거, 풀리는데?"만들 수 있다.원작의 억까만 없다면, 현대 과학과 기초적인 연금술만으로도 충분히 양산이 가능한 구조다. 그것도 아주 저렴하게!한 대만 맞아도 햇빛 아래에서 걸을 수 있고. 피 대신 음식을 먹을 수 있으며. 무엇보다...다시 아랫도리에 피를 돌게 만들 수 있는 기적의 약.나는 입꼬리가 찢어지는 것을 참을 수 없었다."이건 된다."나는 운명을 거부하기로 했다.붉은 달의 세계? 좆이나 까라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