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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래서 빙의자는 방법을 찾아냈습니다. (2)

흡혈귀가 약물로 태양을 극복함 — novelpia.com · All chapters

그래서 빙의자는 방법을 찾아냈습니다. (2)

최근 펜탁스 바이오 한국지부 연구소에는 작은 소문이 떠돌았다."야, 3실험실 김 책임님...진짜 괜찮으신 거 맞아?""왜, 어디 사고 치셨대?"소문의 중심은 제3특수실험실의 리처드 킴 책임연구원. "아니 너도 보이지 않아? 사람이 이상해졌잖아!"이유는 단순했다. 리처드 킴이 어느 날부터 갑자기 사람이 확 바뀐 듯 행동하기 시작한 것이다. 직원들이 아는 리처드 킴은 본래 말수가 적고, 위에서 시키는 일이나 묵묵히 처리하며 윗사람 눈치나 살피던 전형적인 소시민이었다. 원래 인간 연구원으로 반강제로 일하다 재수 없게 하급 흡혈귀에게 물려 잡종이 된 탓에, 사내에서도 늘 주눅 들어 구석에 박혀 있던 모습이 생생할 정도.그런데 지금은?“어제 복도 지나가던 중이었거든? 그 사람이 뭐 했는지 알아? 갑자기 내 손에 아이스크림을 쥐여주고 가는 거야!” “아이스크림?” “응! 아이스크림! 자기는 먹지도 못하는 거, 갑자기 ‘야근하느라 고생했다. 당분 필요하니까 힘내라’ 이러시는데...”"아이스크림? 우리는 갑자기 야식을 한아름 싸 들고 오더라. 먹고 힘내라면서. 혹시 힘든 거 있으면 말하래.""와..." 이야기하던 직원은 목소리를 낮췄다."김 책임연구원. 미친 게 아닐까?""뭐? 그게 뭔 소리야?""아니 생각해 봐. 전에는 사람 눈 제대로 한번 못 마주치던 양반이, 갑자기 눈에 생기가 팍 돌면서 그러잖아. 대체 이유가..." "있잖아, 박 책임님 돌아가신 보고 충격받으신 거 아닐까? 두 분 나름 친하게 지냈잖아.""어? 그러네. 하긴...사람이 너무 충격을 받으면 조증 증세가 생길수도 있다고 하잖아. 그런 거 아닐까?”"에휴, 안됐네..."휴게실 자판기 구석에서 인간 연구원들과 하급 뱀파이어들이 수군거렸다.실제로 킴은 이상할 정도로 유능해졌다. 누가 혈관을 열고 도파민과 아드레날린을 강제로 들이붓기라도 하는지 매일매일이 기괴할 정도로 활동적이었다. 어디 그뿐인가. 어깨는 칼처럼 펴졌고, 실실 웃으면서도 눈빛 한구석은 깊게 가라앉아 있었다. 그런 사람이, 전에는 거들떠도 안 보던 동료나 부하들의 책상에 캔커피나 샌드위치를 올려두고 다니질 않나 막히는 일이 있으면 대신해 주는 기행을 일삼았다.“쉿, 온다!”직원들은 입을 다물었다. 때마침 복도 저편, 하얀 연구원 코트를 걸친 리처드 킴이 걸어오고 있었다."좋은 아침! 여러분!"해맑게 웃으며 대뜸 손을 흔드는 리처드 킴. "다들 쉬엄쉬엄 하십쇼! 어려운 거 있으면 바로 저한테 찾아오시고요!"직원들은 어색하게 웃으며 고개를 끄덕였다.***소문이 도는 건 알고 있다.내가 갑자기 간식을 뿌리고 직원들 일을 도와주니까, 다들 내가 박 선배 죽는 꼴 보고 미쳐버린 줄 안다. 누군가는 우울증 말기 증세 아니냐고도 했다. 있잖은가? 자살자들이 죽기 전에 보이는 그런 주변 정리 증상 말이지.'이상해보일만한 이유는 충분해.'부작용이라 생각하자.그동안 나, 리처드 킴이 지나치게 아싸 생활을 한지라 이런 식으로라도 억지로 가까워져야 할 필요가 있었다. 게다가 펜탁스 한국지부는 소장이 유신 시절 흡혈귀가 된 놈이라 그런지 그동안 너무 깐깐하게 굴러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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거기에 아르젠타리의 성과주의와 파트리시안의 엄격함이 더했으니, 밑의 하급자들 입장에선 어땠겠어?그야말로 좆소 중의 좆소! 그나마 공포 정치라는 채찍과 돈이라는 당근을 주니까 어떻게든 굴러가는 거지.그러니 이 좆소기업에서 나라도 윤활유 역할을 해야 한다. 외눈박이 나라에선 두눈박이가 괴물이고 혈숭이 나라에선 사람이 이상한 법. 미쳤단 소리는 감안해야지.박 선배가 재가 되어 바스러진 지 어느덧 한 달. 그동안 나는 말 그대로 발바닥에 땀이 나도록 뛰었다.가장 먼저 한 일은 내 몸값을 확실하게 증명하는 것.아르젠타리 본사 납품용 [대 웨어비스트 신경독] 개량 프로젝트를 복원하는 건 어렵지 않았다. 내 현역 시절 지식과 원작 로어의 일부 꼼수를 쥐어짜자 36시간 만에 제법 그럴듯한 결과가 나온 것이다. 결과는? 대호평.본사에서 아예 공문으로 '기대하지 않던 한국 지부에서 웬일로 제시간에 이런 명품을 뽑아냈냐'는 답장을 보냈고, 조태식 소장은 목숨을 건지다 못해 성과가 생긴 걸 보며 싱글벙글했다.“하하하! 김 책임! 자네 덕이야! 난 알고 있었다고! 자네가 처음부터 이렇게 할 수 있는 사람인 걸 말야! 하면 되잖아?”“하하... 이게 다 소장님의 도움이 없었으면 안 됐습니다. 다 소장님 덕분이죠!”응, 다 내 덕분이지. 그러니 늘 감사하십시요, 소장.덕분에 내 직함은 ‘임시' 라는 글자를 떼고 정식 ‘책임연구원’으로 굳어졌다. 박 선배가 쓰던 제3실험실은 온전히 내 구역이 되었다.반면 내 위에서 거들먹거리던 고진우 팀장 놈의 입지는 땅바닥으로 곤두박질쳤다.자연스럽게 고 팀장 놈의 히스테리는 극에 달했다. 그리고 이런 속 좁은 혈숭이는 스트레스가 쌓이면 반드시 나쁜 방식으로 해소하려 든다.보라, 저기 지금 지랄하고 있는 꼴을!짜악!“야! 이 병 새끼들아!”지하 3층 폐기물 처리장 복도. 고 팀장 놈이 날카로운 송곳니를 드러낸 채 아득바득 고함친다. 건너편에는 웬 연구원 하나가 얻어맞아 쓰러져 있고, 그것도 모자랐는지 갓 혈족이 된 지 1년 남짓 된 어린 뉴비 여자 연구원의 멱살을 틀어쥐고 마구 흔들어댄다. 바닥에는 깨진 시약병 파편이 널브러져 있었다.“똑바로 안 해! 정신머리가 썩어 빠져가지고! 피를 한 사발쯤 뽑아내야 정신을 차리겠어? 어?!”연구원은 창백한 안색으로 훌쩍거리며 떨고 있다. 멱살 잡힌 뉴비 흡혈귀 아가씨는...목덜미가 긁혀 피를 줄줄 흘리고 있다.평소 같았으면 아무도 못 말렸겠지.참교육 들어가자.나는 들고 있던 서류철 모서리로 고 팀장의 손목을 툭 쳐냈다.탁!“고 팀장님. 손 떼시죠. 직원들이 보잖습니까.”“아? 뭐야!”고 팀장은 시뻘개진 눈으로 나를 노려보았다. “야! 김 책임! 너 지금 어딜 끼어들어? 잡종 새끼가 책임 좀 달아주니까 눈에 뵈는 게 없지? 이거 하극상인 거 몰라? 응?”평소의 리처드 킴이었다면 기겁하며 허리를 꺾고 벌벌 떨었겠지. 나는 눈썹 하나 까딱하지 않았다. 짬 좀 더 처먹었을 뿐 어차피 윗선 입장에선 저놈이나 나나 잡종인데 뭘.“아이, 팀장님. 하극상이라니요? 저는 그저 팀장님에게 조언을 드리고자 온 겁니다.”“조언? 이 새끼가 지금 누굴 가르치려고...”“펜탁스 바이오 운영 내규 12조.”내가 꺼낸 말에 고 팀장이 멈칫했다.“계약직 인간 직원은 엄연한 회사 기자재 및 연구 비품으로서, 문제 발생 시에는 지정된 절차에 따라 검토 및 정해진 징계 절차에 들어가야 합니다. 비품을 제멋대로 깨부수고 피를 빨아먹으면 업무상 배임 및 회사 자산 고의 훼손이고요. 또 피 빨려고 하셨죠? 본사에 고진우 팀장의 식탐으로 인한 인적 자원 손실이라고 사유서 올려드릴까요?”“너, 너 지금 무슨 소리를 하는 거야?! 내가 언제 피를 빨았다고...”“아, 그럼 유 선임연구원 목에 난 상처는 뭡니까?”“...이건, 그러니까 가볍게 선배로서 훈계를 하려고...”“저기 팀장님, 유 선임도 어엿하게 여기 등록된 하급 혈족인 건 아시죠? 목덜미 긁으셨네? 본사 감사팀에 동족 흡혈 미수로 보고할까요?”'동족 흡혈'이라는 네 글자가 나오자 고 팀장의 얼굴에서 핏기가 싹 가셨다.이 붉은 달의 사회에서 동족 흡혈의 무게는 인간 사회의 살인이나, 심지어 식인과도 격이 다른 대죄. 뱀파이어는 다른 뱀파이어를 흡혈해 자기 격을 높이고 힘을 강화할 수 있다. 이를 내버려둔다면 그대로 무정부 상태가 되겠지.따라서, 절차와 원칙에 따른 게 아니라면 마구잡이 흡혈은 금기 중의 금기. 만약 본사 귀에 들어가면? 상위 혈족과 처형부대가 내려와 그 자리에서 당사자의 사지를 찢어버리겠지.나는 비아냥거리듯 속삭였다.“그러고 보니, 코넬리우스 경이랑 감찰팀이 아직 성운시에 계시더라고요. 상담을 한번 부탁드려야...?”얼굴이 창백해진 고 팀장이 멱살을 잡고 있던 연구원을 내려놓더니 휑하니 돌아섰다. 스쳐 지나가며 녀석이 내 귓가에 짓씹듯 중얼거렸다.“...너, 너 두고 봐, 이 새끼야...”“네, 네. 저 친구들 문제는 제가 처리하겠습니다.”남겨진 두 연구원은 넋이 나간 채 바닥에 주저앉아 있었다. 저런 불쌍한 친구들. 기세에 눌렸는지 아직도 울고 있다.나는 구급상자를 가져와 뉴비 뱀파이어의 목에 밴드를 붙여줬다.“어휴, 수고 많으십니다. 많이 힘드시죠?”“네, 네? 저는, 그... 괜찮은데...”지금 보니 분위기가 아주 쥐 죽은 듯 조용하고 내 눈치만 본다. 평소에 윗선이 뭐만 하면 갈궈대고, 물어뜯고, 얼마 전에는 에드워드 혈숭이 놈이 깽판까지 쳐놨으니 오죽할까. 나라도 사람으로서 사람의 도리를 다해야겠지. 어디까지나 인사 관리 측면에서.나는 직원들에게 말했다.“여러분, 잘 들으세요.”“...?”“앞으로, 힘든 일 있으시면 저한테 다 이야기해 주세요. 아시겠죠? 제가 도와드릴 테니까.”나는 자세를 잡고 착 돌아섰다.‘크으... 대사 적절했나?’나름 입 안에서 고르고 고른 거긴 한데, 내가 생각해 봐도 존나 멋진 거 같다. 이 정도면 나름 이미지 좋아졌겠지?나는 팀장 놈에게 한 방 먹인 상쾌함을 음미하며 내 방으로 돌아갔다.***이후 벌어진 일을 보며 조금 후회했다. 대체 무슨 소문이 퍼진 걸까?제기랄, 괜히 나선 건가.“김 책임님...저, 그게, 장비 점검표 서식을 팀장님이 자꾸 반려하셔서...”“가져와요. 결재선 내가 우회해서 소장 직통으로 넘겨줄 테니까.”“감사합니다! 아, 그리고 이거...자주 드시길래 가져왔습니다!”탁, 하고 내 책상 위에 올라온 것은 초정탄산수 자몽 맛 세 병.내가 뱀파이어라 밥을 못 먹는다는 걸 알고, 박 선배랑 피 탄산수 자주 타 먹는 걸 아니까 딴에는 성의로 사 왔겠지.'나 어차피 미각 있는데...'밤에 몰래 냉동 돌려 먹고 음료수 먹는 게 들키진 않았나 보다.근데 이건 시작에 불과했다.“책임님! 탄산수 라임 맛 1+1 하길래 사 왔습니다!”“김 책임님, 혹시 이 탄산수 드셔 보셨습니까? 프랑스산이거든요! 한 번 주문해 봤는데...”“저기...저, 부모님 보고 싶어요...으흐흑! 죄송해요! 여기 아니면 말할 데가 없어서...”제3실험실은 어느새 펜탁스 바이오 한국지부의 대나무숲 겸 고민 상담소가 되어버렸다.인간 직원들은 뭔가 막히는 일이 있으면 결재 서류랑 간식을 들고 쪼르르 달려왔고, 뉴비 잡종 흡혈귀들은 갈증 조절이 안 된다느니 선배들이 텃세를 부린다느니 하며 눈물을 찔끔거렸다.책상 구석에는 온갖 브랜드의 탄산수 캔들이 피라미드처럼 쌓여갔고.‘아니, 내가 언제 느그들 상담원이 된 거냐고...’내심 나쁘진 않았다. 단순히 날 시다바리마냥 취급하는 건 아니었으니까. 언제부턴가 내가 인사를 해주니 받아주는 게 보였다. 휴게실에 있으면 아예 피를 미리 꺼내서 건네주는 녀석들도 있었다. 이전보다는 조금씩, 조금씩 가까워지고 있다. 이 기묘한 평판은 다른 부서에도 전해진 듯했다. “요즘 사내에 소문이 자자하더구먼. 김 책임이 아랫사람들 바람막이 자처하고 다닌다고.”새벽 2시의 지하 비상계단.경비부서를 맡은 최 반장이 담배 연기를 길게 뿜어냈다. 몇 달 전 박 선배와 일가족의 유골을 제 손으로 치운 충격에서 아직도 헤어나오지 못해 말 걸기 어색했는데, 가까워지긴 쉬웠다.“바람막이라니요? 그냥 연구소 돌아가는 꼴이 개판이니까 정리 좀 한 거죠.”나는 피식 웃으며, 혈액 탄산수를 쓱 내밀었다.“자, 한잔하시죠. 요즘 직원들이 하도 갖다 바쳐서 탄산수가 아주 썩어 넘칩니다.”최 반장이 텀블러를 받아 한 모금 넘기더니 한숨을 쉬며 천장을 응시했다.“...크, 톡 쏘네. 박 책임이 가르쳐 준 거였지? 그 양반도 참 쓸데없이 정이 많아서 남 챙기기 좋아했었지.”“그렇죠. 참 좋은 분이셨는데.”잠시 흐른 침묵.최 반장이 텀블러를 만지작거리며 슬그머니 내 눈치를 살폈다.“...3구역 센서 감도는 왜 물어본 건가?”“아, 거기가 사각지대인데 센서가 너무 예민해서요. 제가 3실험실 단말기에서 그 구역 감도 20%만 슬쩍 낮춰 둘까 합니다. 순찰 도실 때 비상계단에서 담배 한 대 피우셔도 알람 안 울리게요.”최 반장이 픽 웃음을 터뜨렸다. 그가 내 어깨를 툭 쳤다.“센스 하나는 기가 막히는구먼...고마워, 김 책임.” 그가 담배꽁초를 바닥에 비벼 끄며 나직하게 덧붙였다.“나도 눈치는 있어. 자네가 요즘 직원들 챙기면서 뭔가 조용히 준비하는 거 대충 짐작은 가. 굳이 묻진 않겠네.”“...하하하, 무슨 말씀을 하시는 건지.”“...밤에 문 열 일 있거나, 비상 게이트로 조용히 나갈 일 있으면 미리 말해줘. 근무일지랑 CCTV 기록은 내가 알아서 처리할 테니까.”좋아, 여기는 뚫렸다.다음은 전산 쪽.매일 밤 수작업 백업에 시달려 퀭한 한 주임에게 다가갔다. 액셀 함수보다 흡혈귀의 수작업이 더 정확하다고 믿는 소장놈의 사고방식은 전산실에도 영향을 끼쳤다.“어? 김 책임연구원님. 여긴 웬일이십니까?”“요새 피곤해 보이시더라고요? 이거 한번 써보시는 건 어떻습니까?”주임은 내용물을 확인하더니 눈을 동그랗게 떴다. 안에 든 건 파이썬으로 짠 20줄짜리 자동화 매크로.“김, 김 책임님...! 코드도 짜실 줄 아십니까?”“하하, 조금 배웠죠.”신기하게도 나, 할 줄 알더라. 여기에 연구실 로컬 LLM까지 써서 손을 보니 해볼 만했다.나, 리처드 킴은 만능인 것이다! “요즘 다른 연구원들 도와주신다는 얘기는 들었는데, 저까지 챙겨주실 줄은...”“에이, 다 한 식구인데요. 돕고 살아야죠. 그보다...”나는 간단하게 부탁을 건넸다. 한 주임은 주위를 두리번거리더니 조용히 귓속으로 말을 전했다.“아? 그 정도면 어렵지 않죠. 연구 로그 쪽은 그럼 나중에 한번 제가 봐드리겠습니다. 그리고...”한 주임이 고개를 들었다.“그, 그... 박진석 연구원님 일은 저도 안된 일이라 생각합니다. 그분 때문에 그러시는 거죠?”“네?”이 인간 갑자기 봉창 4분의 3박자 치는 소리야.“그, 솔직히... 박 책임연구원님이 하던 연구 지워버리는 데 일조한 거 죄송스럽게 생각합니다. 뭐가 그리 나쁜지도 모르겠는데, 그걸 무조건 그렇게 다 지워버리라니...”한 주임은 쭈뼛대면서도 말을 이었다.“부족하지만, 나중에 필요할때 말씀해주시면 어떻게든 도와드리겠습니다!”“저야 좋죠!”이 사람, 소문을 곧이곧대로 믿나 보다. 내가 박 선배 죽음 때문에 돌아버렸다고?뭐, 반은 사실이긴 하지. 현실에 눈을 뜬 거지만.아무튼, 연구소의 실무 라인이 점차 나와 가까워졌다.몇 가지 난관을 빼면.‘에드워드 이 혈숭이 새끼는 왜 아직 한국에 남아 있는 거야?’미친 자칭 순혈(아님) 귀족 놈은 아직 한국을 떠나지 않았다. 놈은 제 친위대랑 감찰팀과 함께 두 달이 넘게 성운시 센트럴파크 앞 호텔 펜트하우스에 처박힌 상태. 갑자기 한국 아이돌 피라도 빨아먹고 싶어진 걸까? 크으, 자랑스러운 K-블러드! 영국산 흡혈귀도 환장하는 대한의 자랑!  통상 감찰은 사흘이면 끝나고 본사로 복귀하는 게 규칙이다. 그런데 왜 안 가는 거지?‘듣자 하니 파트리시안 쪽 지부들을 죄다 들쑤시고 다니는 거 같긴 한데...’온 김에 기강 좀 다지겠다 이건가. 하지만 놈이 여기 머물러 있는 이상 불안하기 짝이 없다. 갑자기 연구소에 찾아와 나한테 피의 지배를 걸고 아는 걸 다 토해내라고 하면 나는 얄짤없이 당할지도 모른다.더 큰 난관도 있었다.“하하하! 김 책임연구원님! 저한테 그런 전문지식을 물어보면 어떡하십니까?”연구소의 유일한 혈인비술 담당자이자 잡종 뱀파이어인 강 선임을 찾아갔더니 나온 반응이다.“제가 인간 시절에 무당이었으면 모를까. 마법? 아, 한무당도 무당은 맞으려나요?”자기가 말하면서도 웃긴지 껄껄 웃는 강 선임.“물렸는데 스티그마 발현하니까 여기 던져놓지 뭡니까? 주술 찌꺼기 거르고 혈액순환 돕는 침술 같은거나 할 줄 알죠...태양의 저주? 그건 잘 몰라요. 가르쳐 주지도 않더라고요.”도움이 되지 못한 게 아쉬운지 씁쓸하게 웃는 강 선임연구원. '돌겠네.'펜탁스 내 유일한 주술 전문가는 야매 돌팔이다.여기서 내 연구가 막혔다.감마밴드로 단백질 구조식을 아무리 완벽하게 짜면 뭐하나? 영혼에 박힌 태양의 저주를 기만하지 못하면 무용하다. 뱀파이어 치료는 반드시 칵테일 요법으로 진행되어야 했다. 술을 한데 섞어 흔들어 퍼붓듯, 모든 증상과 원인을 동시에 공략해야 한다 이 말씀.내부에는 이 저주를 과학과 이어줄 마법사가 없다.'어떡하지?'나는 머릿속의 설정집―수첩은 에드워드 놈이 또 올까 봐 없애버렸다―을 뒤적거렸다. 어디 보자. 내가 바로 접촉 가능한 한국의 마법사는...아, 있구나. 그것도 아주 가까운 곳에!'헤카테.'주인공 헌터의 조력자이자, 소설 후반부 태양광 극복 연구에 동참했다가 폭격에 휘말린 마녀.그리고, 녀석이 운영하는 매장은 현재 성운시에 있다.아무래도 밖에 나가봐야겠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