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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래서 빙의자는 방법을 찾아냈습니다. (3)

흡혈귀가 약물로 태양을 극복함 — novelpia.com · All chapters

그래서 빙의자는 방법을 찾아냈습니다. (3)

다크웹이라는 게 있다.인터넷 빙산의 일각 밈을 본 적이 있다면 어떤 비주얼인지는 잘 알 것이다. 수면 위의 착한 인터넷 꿈나무 동산 아래에는 보이지 않는 거대한 심연이 있다고 하지. 무기 밀매, 마약 거래, 아동포르노나 스너프 필름 같은 온갖 쓰레기들이 둥둥 떠다닌다는 온라인 상의 쓰레기장들.지금부터 내가 기어들어 갈 곳이 바로 그런 곳이다.물론 여기까지 오는 것도 지독한 개고생이다. 아르젠타리 놈들은 황금방패급 검열을 깔아두고 사내 전산망의 외부 인터넷 접속을 제한하고 일일이 감시했으니까. 당장 개인 스마트폰에도 전용 어플을 깔아놓았다.빌어먹을, 전기 혈숭이들은 전기 중국몽을 꾸는구나!정작 중국 본토는 당의 감시랑 현지 웨어비스트들, 다른 신비 쪽 세력들 견제 때문에 북경 쪽일수록 세력이 좀 약해 강남 지역 위주로 클랜들이 활동한다던데, 이런 검열 시스템만 기가 막히게 베껴왔다.하긴, 놈들 입장에서 보자면 이런 통제는 합당했다.하버드 출신 렙틸리언과 유대인들이 만든 그놈의 SNS가 가장무도회를 백배는 더 까다롭게 만들고 있다는 건 <피망록>에서도 줄기차게 언급되던 문제였으니까. 바야흐로 길거리에서 송곳니 한 번 잘못 드러내도 1초 만에 숏폼과 릴스로 전 세계 80억 인간들에게 생중계되는 시대다. 뱀파이어 6대 파벌의 주술사들과 거대 로비스트들, 그리고 실리콘밸리 IT 기업마다 잠입시킨 하수인들이 24시간 피눈물을 흘리며 정보 유출을 틀어막고 있다지만...누군가 그러지 않았던가. 네트는 광대하다고.한 주임과 전산실의 도움으로 비인가 외부망 회선을 확보한 뒤, 아무도 신경쓰지 않던 박 선배의 노트북을 꺼냈다. 토르 브라우저를 깔고 암호화된 가상 브리지 노드를 서너 개 경유한 뒤, 고양이가 키보드 위에서 탭댄스라도 춘 것 같은 기괴한 난수 주소를 주소창에 때려 넣었다. 와, 덕분에 어니언이 뭔지도 배웠다.“더럽게 불편하네, 진짜...”로딩 창의 모래시계가 삐걱거리며 돌아간다.원작 지식이 있어도 이 모양인데 일반인이 맨땅에 헤딩했으면 접속조차 못 했겠지.여기서부터는 진짜로 조심해야 했다.세 번 보면 죽는 그림 같은 인터넷 도시전설이 이 붉은 달의 세계관에서는 실존하니까.여기 세계 용어로는 바실리스크 트랩. 좀 더 쉬운 표현으로는 인식재해라고 부르는 흉물. 붉은 달의 다크웹 이용자들은 격리 기관과 바티칸, 헌터들의 추적을 피하기 위해 진짜로 보면 죽는 주술들을 개발해냈다. 특정한 기하학적 주술 패턴과 부적술, 시각적 영체 저주를 조합해서 망막에 노출되는 순간 뇌혈관을 터뜨려버리는 디지털 저주 매개체라지.그 위력은 알몸의 할머니 사진보다 겨우 10002배 정도...아앗 너무 위험하다!!마침내, 시커먼 바탕화면과 함께 핏빛 룬 문자로 적힌 포럼의 대문이 떴다. <Hermetica.onion-Open Forum for Modern Thaumaturgy & Occultism> 드디어 찾았다, 마법사들의 깃허브!한데 문제가 생겼다.접속 버튼을 누르자마자, 화면 한가운데에 새빨간 팝업창이 연달아 튀어나왔다. [경고: 침입자 감지 프로토콜 가동] [본 사이트는 승인된 마도사의 접속만을 허용합니다.] [제한 시간 내 질의에 응답하지 않거나 오답 누적 시, 바실리스크 7호 인장이 자동 영사됩니다.] 오답? 질의응답? 잠깐만, 소설에는 이런 거 안 나왔었는데? 나는 경악했다.“미친, 캡챠 꼬라지가 뭐 이래?!”화면에 카운트다운 타이머가 뜨더니, 난데없이 문제가 나타났다.신호등이나 횡단보도 같은 착한 판별 기능은 없다. [Q1. 세피로트의 나무에서 5번째 세피라이자, 자비의 정반대에 위치한 엄벌의 좌는?] [남은 시간: 15초] 아니 미친 십덕들아? 이걸 내가 어떻게 알아?급히 뱀파이어의 육체적 역량을 빌린다. 듀얼 모니터에 AI랑 검색 엔진을 띄우고 손을 놀린다.“게부라! 게부라!”자판을 부술 듯이 두드렸다. [정답!] [Q2. 눈이 붉으며, 올빼미나 부엉이의 외견에 은색 발톱을 가졌고, 점성술과 원예학에 능한 악마는?] “스톨라스!” [정답!][Q3. 4원소 중 공기와 상응하는 체액은?] “황담즙? 아니, 혈액! 다혈질이니까 혈액!” [Q4. 엘더 푸사르크 룬에서 태양과 승리를 상징하는 16번째 글자는?] “소일루!” [Q5. 황금여명회 비전 체계에서 화성의 행성 지능체에 대응하는 히브리어 천사명은?] 마지막 문제에 얼탄 것도 잠시, 나의 생존 본능이 급히 키보드를 두드렸다. [남은 시간: 5초, 4초, 3초-] “그라피엘! 아주 수능을 쳐보게 만드네!”몇 초 안 남은 시점에서 엔터 키를 눌렀다.화면이 깜빡이더니, 마침내 칙칙한 녹색 텍스트로 가득 찬 구닥다리 IRC 채팅방 목록이 떠올랐다.살았다. 여기 세계의 AI검색엔진도 현실과 비슷한 성능인 것에 감사해야겠지.그보다 비주얼이 심상치않다.“하...이 2020년대에, 디스코드도 텔레그램도 아니고 IRC?”틀딱 늙크크 혈숭이들이 지배하는 세상이라 그런가 마법사들의 감성도 상당히 구렸다. 이놈들의 커뮤니티는 아직도 90년대 PC통신 모습으로 굴러간다.그래도 일단 들어왔으니 할 건 해야지. 투덜거리며 마우스를 움직였다.목록을 훑어내리던 중, 마침내 익숙한 초록색 접속 불이 들어온 닉네임 하나가 박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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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User: hekate_0x (Status: Online / Channel: #occult_dev)] 찾았다, 헤카테. 주인공 헌터의 조력자.<피망록>에서는 늙다리 마법사들에 맞서 현대 마법 오픈소스 운동을 주도하다 배척당하고, 혈숭이 놈들에게 살해당한 바로 그 비운의 마녀.나는 떨리는 손으로 1:1 다이렉트 메시지 창을 열었다. [Guest_K: 오프라인 상담 예약 잡고 싶습니다.] 채팅창에는 곧 보았다는 표시가 떴다. 그렇게 1분, 10분, 1시간...“왜 대답이 없어?”여기서 자꾸 대답해 달라 하면 하수나 하는 짓. 나는 헤카테가 바로 끌릴 만한 미끼를 던졌다. [Guest_K: 하나 조언 드릴게요.][Guest_K: 런던의 꼰대들은 틀렸습니다. 태양의 불꽃과 명계의 어둠을 묶을 때 솔로몬의 인장 대신 수메르 7대 관문의 하강 의식을 참고하세요. 금의 왕관을 먼저 벗겨내야 제단의 흑요석이 반응할 겁니다.] <피망록>에서는 과거 학회에서 스승에게 비난받던 결정적 계기이자, 지금 이 순간 골방에서 매달리고 있을 비밀 연구의 핵심 맹점이리라.'뭔 소린진 나도 모르지만.'소설 후반부에선 저 말에 깨달음이라도 얻은 듯 민감하게 반응했으니, 곧 신호가 오겠지?1분 후, 거친 반응이 날아왔다. [hekate_0x: ??? 너 누구야? 어디서 냄새 맡고 온 거야? 헌터? 아니면 모기나 털복숭이들?][hekate_0x: IP역추적해서 저주 먹이기 전에 꺼져!!] 편집증에 찌든 히키코모리 마녀다운 반응이다.의심을 걷어주려면 충분한 성원을 보내줘야겠지?나는 헤카테가 다른 곳에 열어둔 후원 계좌를 찾았다. 그 다음, 1,000만 원 정도의 모네로 코인을 꽂았다. 딱히 쓸 일이 없어 쌓인 돈이라 이런 데 쓸 줄은 몰랐지만. [Guest_K: 님 계좌 보세요][hekate_0x: ????? 뭐야 너][Guest_K: 입금했습니다. 장난칠 생각 없습니다. 오프라인 예약 잡아주시죠.] 헤카테는 늘 돈이 궁했다. 주인공 헌터와 이런저런 거래를 하며 사정이 트였다고 했지. 이 정도면 넙죽 대화를 받아주겠지?내 자본주의적 사고가 틀렸다는 것이 곧 증명되었다. [hekate_0x: 미친 새$@끼!@%#! 야!! 너 CIA지?! 아르&젠타리??!? 교황청? 새벽회?] [Guest_K: 오해입니다 일단 대화를 좀 하죠. 그건 제 성의입니다.][hekate_0x: 꺼져!! IRC로 말걸자마자 천만 원을 꽂아?! 이거 함정이지? 위치 추적할 거지?! ][알림: hekate_0x 님이 당신을 차단했습니다.] “...어?”화면에 뜬 차단 알림. 나는 멍하니 모니터를 바라보았다.“아... 너무 과했나?!”이 세계의 사회적 자본 수준이 상상 이상으로 빈곤하다는 걸 깨달았다. 생각해보니 처음 본 놈이 제 비사를 주절대더니 대뜸 거액의 돈을 꽂았다. 누가 봐도 어디 수상한 조직이 접근한 것처럼 보이는게 당연할 것이다.나는 이 쫄보 마녀의 차단을 풀기 위해, 사흘 내내 다크웹 쪽에 PGP 이메일로 구구절절 해명문을 써서 보내야 했다. [저 어디 지령받고 이러는거 아닙니다...][진짜 순수하게 학술적인 주술 자문이 필요해서 보낸 겁니다. 그건 의뢰를 위한 선금이구요. 맨몸으로 가겠습니다. 제발 대화 좀!] 그렇게 얼마나 기다렸을까.우우웅!사흘째 되던 날 밤. 블록체인 지갑을 수십 번 세탁해 보고 나서야 수상한 놈이 아니라는 걸 겨우 납득한 건지, 차단이 풀리더니 답장이 날아왔다. [hekate_0x: 목요일 자정. 성운시 구도심, 앤티크 이르칼라. 비무장으로, 혼자 와. 조금이라도 속이려 들면 각오해.] “드디어 약속 잡았네.”남은 건 연구소 밖으로 나갈 명분.다음 날 오후, 결재 서류철을 정중하게 조태식 소장의 책상 위에 올려놓았다.“소장님, 긴히 결재받을 건이 있습니다.”조태식 소장은 본사 건 덕분인지 날 볼 때마다 아주 입이 귀에 걸려 있다.“어, 우리 김 책임! 그래, 이번엔 또 무슨 좋은 소식인가?”“다름이 아니라, 이 근처 협력업체 있죠? 아케론 로지스틱스. 거기 냉장 창고를 제가 직접 실사 다녀와야 할 것 같습니다.”아케론 로지스틱스는 펜탁스 바이오에 특수 원료를 납품하는 뱀파이어계 위장 물류업체다.조태식 소장이 고개를 갸웃했다.“아케론? 거긴 왜 굳이 자네가 직접 가나? 밑에 배송 기사들 시켜서 물건만 떼어오면 될 텐데.”“하청 놈들이 규정 온도를 자꾸 1~2도씩 빼먹는다는 보고가 있었습니다. 원료 온도가 어긋나면 수율이 불안정해집니다. 모처럼 본사 감사팀이 눈에 불을 켜고 성운시부터 서울까지 들쑤시고 다닌다던데, 하청업체의 실수로 일을 그르칠 수는 없지 않겠습니까?”본사 감사팀이라는 단어가 나오자마자 소장 놈의 눈빛이 번뜩였다.“그렇지! 암, 그렇고말고! 역시 김 책임이야. 주인의식이 있어! 좋아, 출장 승인하지!”소장은 서류를 건성으로 훑고는 도장을 쾅 찍어주었다.[야간 외출 및 현장 실사 허가서-펜탁스 바이오 한국지부장 조태식 (인)]“감사합니다, 소장님! 자정 전에 얼른 다녀오겠습니다.”나는 허리를 110도 각도로 꾸벅 숙였다.“그래, 피곤할 텐데...아! 경비실 가서 여기 법인 차 열쇠 받아가고!”“예, 소장님도 들어가십시오!”됐다. 나갈 수 있다. 시간 문제는 경비반장이랑 이야기를 해서 좀 늦게 들어와도 안 걸리게 뒷처리를 해놓자.자정이 조금 넘은 시각, 드디어 연구소를 자유롭게 벗어났다.아케론 물류창고에 먼저 차를 몰고 가 10분 만에 서류 서명만 대충 갈겼다.곧바로 운전대를 꺾었다. 목적지는 성운시 구도심의 낡은 상가 골목.히키코모리 마녀의 아지트, 앤티크 이르칼라.태양을 극복하는 단서를 찾으러 간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