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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래서 빙의자는 방법을 찾아냈습니다 (4)

흡혈귀가 약물로 태양을 극복함 — novelpia.com · All chapters

그래서 빙의자는 방법을 찾아냈습니다 (4)

성운시의 밤공기는 상쾌했다."크으...!"차창을 조금 내리자 찬 바람이 들이쳤다. 가을쯤이라 그런가 공기는 차다만, 연구실에 틀어박혀 소독약 냄새만 맡다 바깥바람을 쐬니 감지덕지다. 우우웅!아케론 물류창고를 뒤로하고 구도심으로 차를 몰았다. 중간에 ATM도 여럿 들렀다. "어휴... 현금 한번 뽑는데도 한세월이네..."일을 처리할 거면 빨리 갔다 오는 게 좋다. 뒷배는 최 반장이 봐주기로 했지만, 최근 내게 이를 가는 팀장 놈이 뭔가 찌르려 들면 곤란하니까.차가 달리는 사이 헤드라이트 불빛 사이로 신축 상가들이 스쳐 지나갔다. '진짜 사람 사는 동네 같네.'이 번쩍이는 도심의 이면에는 상식으로는 이해할 수 없는 온갖 미친 신비들이 도사리고 있다.카발라의 생명의 나무, 솔로몬의 72악마, 북유럽 룬 문자, 동양의 음양오행과 도교 부적, 심지어 황금여명회의 의식 마술까지 온갖 종교와 신화가 뒤죽박죽 짬뽕된 아수라장.왜 이렇게 됐을까? 사실 마법의 본질은 하나다.물리 법칙 이면에 존재하는 어떤 거대한 제5의 에너지의 바다.문제는 그 바다를 이용하는 방식이 서로 호환이 안 된다. 마법사건 흡혈귀건 웨어비스트건, 다들 자기네 문화권 언어로 중구난방 해석해 둔 탓에 서로 호환이 1도 안 되는 바벨탑 꼬라지가 나 버린 것이다.뱀파이어의 기원도 마찬가지.'뭐, 혈숭이 꼴통들은 카인의 저주니 릴리스의 혈통이니 떠들지만...'그건 벼락 치면 제우스님이 진노하셨다고 겁먹는 바보들 수준의 해석이고.나는 이 세계의 치명적인 스포일러를 알고 있다. 붉은 달의 기원은 수천년 전 고대 메소포타미아의 어떤 멍청이가 저지른 실수에서 비롯되었다는 걸.기원전, 인류가 막 문명을 만들던 시기 우루크의 어떤 모지리 주술사가 생각했다.'아, 죽기 싫다! 내가 마법으로 이렇게저렇게 잘 하면 존나 오래 살 수 있겠지?'하필 재능은 충실했던 멍청이는 근처의 별별 동물을 죄다 갈아 넣고 최초의 불사 의식 시도를 했다. 그 결과는? 개판. 야성에 찌든 웨어비스트들과 피에 굶주린 혈숭이들이 탄생한 것이다. 이들은 전세계로 퍼졌고 우리가 아는 붉은 달의 세계를 만들어냈다.그래서 이 세계의 전설과 민담의 진상은 희안하기 짝이 없다.불로초 찾다 수은 퍼먹은 진시황은 사실 뱀파이어가 됐다 형가에게 수은 무기로 암살당한 걸 돌려 말한 거고, 은나라를 망친 달기는 여우계 셰이프시프터였다던가.그리고 헤카테는, 이 어지러운 세상 속 난잡한 고대 마법들을 현대적인 체계로 통합해 보겠다고 매지컬 깃허브를 만들어 삽질하던 젊은 분파의 일원이었다.***끼이익.성운시 구도심 외곽, 재개발이 멈춘 골목길에 차를 세웠다.간판 없는 붉은 벽돌 건물 지하 계단 앞에 녹슨 철제 명판이 박혀 있었다.[앤티크 이르칼라]수메르 신화에서 따온, 명계를 담당하는 여신의 이름이랬지.옷매무새를 가다듬고 계단을 내려갔다.딸랑!손잡이를 밀자 맑은 풍경 소리가 울렸다.곧바로 이어지는 것은.철컥!"...손님입니다. 살살 하시죠?"천장에서 난데없이 자동 산탄포 터렛 두 대가 튀어나와 붉은 레이저 조준점을 살벌하게 쏘아댄다. 아마 저게 AA-12니 뭐니 하던 거였던가? 바닥에서는 등에 기관단총을 얹은 사족보행 로봇 둘이 퇴로를 틀어막았다. 안에 장전된 건 틀림없는 은탄환들.지잉 소리를 내며 펼쳐진 은도금 와이어와 결계 부적들은 말할 것도 없고.'무슨 벙커를 파놨네.'설정상으로는 진조가 쳐들어와도 방어 가능하다던데, 확실히 튼튼하게 해놓긴 했다.그리고 카운터 뒤편, 벨벳 커튼 뒤에서 빽 하는 비명이 들려왔다."우, 움직이지 마요!"카운터 뒤편 벨벳 커튼이 젖혀지더니 부스스한 머리카락의 여자가 기어 나왔다. 여자는 전깃줄을 칭칭 감은 스턴건 지팡이를 쥐고 겨눴다."손님인데요? 손님한테 이러셔도 됩니까?""손님은 무슨! 배, 뱀파이어 맞죠? 이 시간에 왜 들어왔어요? 여, 여긴 중립, 중립구역이에요!""어, 뱀파이어는 맞는데...""거봐요! 멈춰!"빽 소리부터 지르는 거 보니 역시 겁이 많다. 싸움이랑은 연이 없는 내가 봐도 당장 달려들면 바로 제압 가능하겠지. 저 헐렁한 후드 위 폭력적인 굴곡과는 다르게 폭력과는 1도 연이 없어 보인다."그... 검은 사냥개 알아요?! 요즘 유명한 헌터! 버튼 하나만 누르면 걔가 5분 안에 튀어와서 당신 뼈도 못 추리게 분쇄육으로 만들어 버릴 테니까!"순간 뒤통수가 뻐근했다.'검은 사냥개...!'<피망록>의 주인공이자 암흑가 뱀파이어들을 도륙하고 다니는 인간병기. 헤카테와 선이 닿아 있다는 건 알았지만, 면전에서 이름을 들으니 목구멍이 바짝 말랐다. 만약 패닉에 빠져 조난 신호를 쏘는 순간 내 목은 날아간다.양손을 들고 차분하게 입을 열었다."거, 제 말 좀 들어주시겠어요? 진정하세요, 사장님. 예약하고 온 손님입니다.""...뭐라고요?""Guest_K, 접니다. 총구 좀 치워주시죠."헤카테의 눈이 휘둥그레졌다. 카운터 밑 모니터를 힐끔거리더니 삿대질을 했다."...설마, 다크웹에서 다짜고짜 코인 냅다 꽂고 사흘 내내 메일 보내던 사람?!""오해입니다. 순수한 선금이었을 뿐이고요.""첫 대화에 천만 원을 꽂는 미친놈이 어디 있어요! 당연히 함정 수사인 줄 알지!"마녀는 씩씩거리면서도 지팡이를 내렸다. 스위치를 딸깍 누르자 터렛과 로봇들이 벽 속으로 쑥 들어갔다.살았다. "그, 일단은 들어와서 대화하시죠."됐다. 첫 만남이 불편했지만 이런 건 차차 해결하면 되는 일이지.헤카테, 본명은 윤서하. 드디어 <피망록>의 주요 조연과 접촉에 성공했다.***가게 안쪽 작업실은 난장판이다. 바닥에는 빈 에너지 드링크 캔과 컵라면 용기가 굴러다녔고 선반마다 말린 약초와 고서가 빽빽했다. 방 한가운데 작업대 위에는 모니터 세 대와 다면체 수정구가 어지러운 결계선으로 얽혀 있었다."자, 여기 제 사원증입니다. 펜탁스 바이오, 리처드 김 책임연구원이라고 합니다."자기소개를 듣고 내 사원증을 살펴보고 나서야 이 여자는 공격적인 태도를 풀었다. "하아... 진짜 연구원 맞네. 사원증 보니까 잡종이긴 해도 직급은 높고...윤서하라고 해요. 헤르메티카에서는 헤카테란 아이디 쓰고 있고요."서하는 의자에 털썩 주저앉아 새 음료수 캔을 들이켰다."저, 천만 원이나 꽂고 찾아온 목적이 뭔지 말씀해 주시겠어요? 저 지금 엄청 바쁘거든요... 월세도 두 달 밀렸는데 의뢰받은 아티팩트가 계속 에러를 뿜어서...꺄악!"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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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하의 말 사이로 벼락이 치듯 전기 스파크가 튀었다. 놀란 서하가 의자에서 개구리마냥 펄쩍 뛰어올랐다. 작업대 중앙의 수정구가 새빨갛게 달아오르며 검은 연기를 뿜었다. "아, 또 왜 이래! 켈트 유물이랑 그리스 결계가 또 충돌했잖아...!"서하가 머리를 쥐어뜯었다. 파편화된 각국 술식을 통합하려다 과열을 일으킨 모양이다.그 꼴을 보자 <피망록>에서 본 구절이 하나 떠올랐다.뭐, 태양 유물의 불길은 대지의 상징물로 감싸 안아야 술식이 안정된다고 했던가? 듣자하니 원형 신화가 어쩌고 한 거 같은데."저기 서하 씨.""말 걸지 마요!""제가 전문가는 아닙니다만... 원형 신화에서 불길은 대지가 품어 안는 법이잖아요."카운터 구석, 먼지 쌓인 잡동사니 선반을 턱짓했다."대지의 기운을 머금은 유물로 불길을 달래보면 어떻습니까? 저 구석에 처박아둔 흙 원소 부적 같은 걸로요.""흙 원소...?"서하는 어리둥절해하더니 내가 시키는 대로 했다. 그 순간 맑고 투명한 종소리가 쨍하게 울려 퍼졌다."어...? 진짜 되네?!"수정구를 둘러싸고 붉게 뒤엉키던 복잡한 마법진과 룬 문자들의 빛이 잦아들었다. 이윽고 겉돌던 빛무리들이 은은한 푸른빛을 띠며 매끄럽게 맞물려 돌아갔다.작업실에 정적이 내려앉았다.서하는 입을 떡 벌린 채 푸른 마법진과 나를 번갈아 보았다."뭐야... 내가 했을 때는 안 되던 게 왜 어떻게 맞물려 돌아가는 건데?!""대지의 상징이 불길을 감싸 안았으니까요."서하는 의아하다는 눈길로 나를 쳐다보았다."당신, 정체가 뭐예요? 뱀파이어 연구원이라면서요! 그러고 보니 지난번 7단 하강 이야기도 그렇고... 이거, 어떻게 알아?!"그야 소설에서 보고 외운 정답인데 알게 뭐람. 속으로 낄낄대며 능청스럽게 어깨를 으쓱였다."종종 연구소에 주술 관련 자료도 들어오거든요. 정리하다 주워들었습니다.""말도 안 돼... 학회 꼰대들도 몇 년을 매달려 못 푼 난제를 이렇게 쉽게 풀었다고...?"서하의 눈에 경외와 의심이 뒤섞였다. 기세를 몰아 구석의 버들 바구니를 가리켰다. 마침 하나 챙길 물건이 있다. 흔히들 말하는 히든 피스 말이지."그럼 포상으로 저거 좀 주시겠어요? 상위 혈족의 구속을 끊어낼 유물이 필요하거든요.""하? 그런 게 내 가게에 왜 있어요? 있으면 진작 팔았지!""저기, 황동 팔찌 말하는 건데요."원작에서 헤카테가 헐값에 주워 왔다가 배신자 헌터에게 빼앗기고는 피눈물을 흘렸던 황동 팔찌를 턱짓했다."저건 벼룩시장에서 푼돈 주고 떼어온 쓰레기인데..."서하가 툴툴거리며 황동 팔찌를 만지작대다 눈을 크게 떴다. 마력이라도 흘려보내는 거겠지.때 묻은 금속 위로 고대 그리스의 맹약 파기 주문-설정상으로는 그렇단다-가 겹겹이 떠올랐다."...미친."서하의 입에서 거친 욕설이 샜다. 떨리는 손으로 팔찌를 움켜쥔 채 입술만 바들바들 떨었다."진짜잖아...? 이게 왜 내 바구니에 있어?! 당신 천리안이라도 달렸어요?!""제법 주워들은 게 많거든요."서류가방을 열자 선금으로 준비한 5만 원권 현금 뭉치가 안에서 모습을 드러냈다.서하가 숨을 들이켰다."이, 이건 또 뭐예요...?""선금입니다. 저 팔찌 값도 포함해서요."태블릿 PC를 켜서 펜탁스 바이오에서 복원해 둔 혈액 대사와 단백질 구조 데이터를 띄웠다."서하 씨가 만드는 통합 마법 체계, 뱀파이어 관련 데이터가 부족하죠? 혈인비술 관련 정보, 안 필요하세요? 뱀파이어의 피랑 조직은요?"서하의 시선이 화면에 박제된 듯 멎었다. "저도 연구원입니다. 앞으로 필요한 소스는 펜탁스 쪽에서 은밀히 빼줄 테니, 서하 씨도 날 도와주세요. 서로 윈윈하자는 겁니다.""...의뢰 내용이 뭔데요?""뱀파이어의 자외선 취약성과 상위 혈족의 예속.""...원초적 저주잖아요?""맞습니다. 그걸 푸는 게 제 목적이고요."서하의 표정이 갑자기 이상하게 변했다. 지구가 사실 평평하다 못해 공룡 모양이고 달에는 토끼 히틀러가 산다는 주장이라도 들은 것마냥 구는 모습이다."제가 마법은 잘 모르지만...지금 이야기한 원형 술식의 안정화 기전과, 저 맹약 파기 주술. 이 두 가지 기법을, 연금술과 결합할 수 있겠습니까?""연금술이요? 설마, 당신..."역시 썩어도 마법사라 바로 알아듣는군."네, 경구 투여나 혈관 주사가 가능한 약물로 만들 생각이거든요."서하는 태블릿과 팔찌, 현금을 번갈아 쳐다보았다. 큰돈에는 욕심이 나는지 자꾸 흘낏거리지만 손은 옷자락을 자꾸 쥐었다 폈다를 반복한다. 불안한 거겠지.잠시 후 윤서하는 조심스럽게 답했다."...불가능한 거 같진 않은데요. 일단 저도 그쪽 아는 친구들한테도 좀 물어볼 필요가 있어요. 그리고 주술과 연금술, 현대 약학과 생화학을 융합한다는 거 자체도 유례가 없는 일이고요...""글쎄요, 헤르메티카 보니까 해외 쪽 애들은 나름 시도는 많던데요? 동유럽이나, 저기 남미 쪽은..."원작 후반부, 태양광 극복 약물 제조에 참가한 마법사들의 국적을 기억나는 대로 읊어주었다. 구체적 설정은 안 나왔다만 그 마법사들도 서하와 같은 커뮤니티 이용자였댔지. 접촉 가능하지 않을까."그리고 재료들도 좀 구해주세요. 서하 씨 업계에서 굴러다니는 주술적인 성분의 시약이나 약재가 필요합니다."헤카테와 만난 이유 중 사실 이게 핵심이다.지식과 더불어 내가 못 구하는 것들을 구하는 루트 말이지. "...일단 한번 해볼게요. 기초 술식을 구성해 볼 테니, 그건 그때 가서 IRC로 이야기하죠.""좋습니다. 거래 성립이군요."가방을 밀어주고 돌아섰다. 맞다, 추가로 몇 마디 더 해줘야겠지. 성운시 상태가 지금 심상치 않으니.문을 열기 전 나직하게 덧붙였다."아, 그리고 경고 하나 하죠.""네?""지금 성운시에 파트리시안 감찰관, 에드워드 코넬리우스가 머물고 있습니다."서하의 안색이 하얗게 질렸다."코넬리우스...?! 그 도살자가요?!""아시는군요? 보통 미친놈이 아니니까 결계 단속 단단히 하세요. 당신 가게가 중립 구역이라지만...그놈 성깔상 수틀리면 그냥 무시할 테니까. 검은 사냥개 부를 일 안 생기게 조심하시고요.""으으...! 네! 알려주셔서 감사합니다!""조만간 IRC에서 뵙겠습니다."딸랑!가게를 나섰다. 온 지 얼마나 됐다고 동쪽 하늘이 파랗게 빛나며 새벽을 알렸다.***연구소 복귀는 순조로웠다. 최 반장이 열어둔 비상 게이트로 차를 몰아넣고, 감시 카메라 사각지대를 거쳐 제3실험실로 숨어들었다.그날부터 밤낮으로 작업을 이어갔다.낮에는 소장과 고 팀장 눈치를 살피며 평소처럼 굴었다. 밤이 오면 연구실 문을 걸어 잠그고 노트북을 켰다.[hekate_0x: 진짜였어요! 당신이 말한 남미 국적 친구 찾았는데. 약학 쪽에 되게 빠삭하더라고요! 일단 걔랑 의논해서 짠 술식 보냈어요. 화합물 구조에 맞물리게 파동을 다듬었는데, 맞는지 확인해 봐요.]그럴 만도 하다. 보통 마법사도 아니고, 왕년에 카르텔 밑에서 기분이 좋아지는 사탕 제작에도 참여한 약학 쪽 종사자니까. 용캐 잘 접촉했다.[Guest_K: 거부 반응이 좀 뜹니다. 그리고 여기 적힌 동종 주술 개념은 뭔지 설명 좀 해주시고요. 그 약학 쪽 친구한테는 아미노산 결합 파동을 살짝만 낮춰달라고 전해 주세요.][hekate_0x: 동종 주술도 몰라요? 나 참... 일단 약 쪽은 기다려요, 금방 수정할게요!]서하가 데이터를 던지면 감마밴드에 밀어 넣어 반응을 검증했다. 밤에는 이런저런 핑계를 대고 나가 앤티크 이르칼라에서 공수해 온 재료와 부적, 약물을 몰래 들여왔다.머리를 쥐어짜 낸 끝에 마침내 첫 약물이 탄생했다.이제 남은 건 실전 검증. 감마밴드는 어디까지나 분자 구조나 단백질 효소의 작용 과정만을 계산한다. 주술 같은건 검증 불가. 그렇다고 내 몸에 무턱대고 찔러 넣을 수는 없는 노릇.다행히 펜탁스는 국제적인 규모를 자랑하는 제약 기업이다. 이런데 쓰라고 둔 실험체들은 차고 넘쳤다.물론 사람 같은걸 쓰진 않았고."찍!"연구실에 굴러다니던 실험용 뱀파이어 래트들을 몰래 빼돌렸다. 한 손으로 샬레의 피를 핥아먹던 쥐를 들어올렸다. 기분이 나빴는지 앞니를 드러내고 바둥거리는 녀석.녀석에게 완성된 약물을 주사했다."가라, 쥐돌아!"약물을 주입한 다음 긴 집게로 집어 환기창 틈새의 햇빛 아래로 던져 두었다.화르륵!쥐돌이 1호기는 햇빛에 닿자마자 재가 되어 바스러졌다."아, 제기랄..."실패다. 미안하다 1호기, 인류의 진보를 위해 희생한 너를 기억하마.그 뒤로도 배합비를 조금씩 비틀었다. 실패는 꼬리를 물었다. 2호기, 3호기, 4호기.쥐들이 차례로 재가 되어 날아갔다.헤카테가 남미 쪽 마법사와 손잡고 넘겨준 술식을 뜯어고치고, 다양한 재료를 가져오고, 감마밴드로 화합물의 결합력을 보완하며 약물을 끈질기게 다시 빚었다.그렇게 열 번째 쥐돌이의 차례가 왔다.목덜미에 주사를 놓고 조심스레 창가 햇빛 한가운데에 쥐를 내려놓았다."제발...!"기적이 일어났다."찍?"녀석은 햇빛을 정면으로 받으면서도 멀쩡했다. 앞발로 몸을 긁적이던 녀석은, 아무일 없다는 듯 붉은 눈을 깜빡거리며 바닥을 뽈뽈 기어다녔다.태양을 버티는데 성공하다니. 보라, 여기 궁극의 래트가 탄생한 것이다!"됐어!"환호도 잠시.푸쉬익!열 번째 쥐돌이는 1분 후 찍소리를 내뱉으며 불타버렸다.영웅 쥐돌이는 재가 되어 사라졌다."안돼에에..."나는 절규했다. 불쌍한 쥐돌이...하지만 녀석의 희생 덕에 돌파구가 생겼다. 아주 잠깐이지만, 태양을 버텨낸 것이다!"...해냈다."수천 년 넘게 붉은 달의 신민을 옥죄어 온 족쇄를 정상화할 약이 머지않았다.바로 그 찰나.삐이익!연구실 벽면의 비상 직통 인터폰이 울렸다. 수화기를 낚아채 귀에 대니 들리는 다급한 목소리."여보세요?!""김, 김 책임...! 큰일 났네...!"수화기 너머로 경비실 최 반장이 숨을 헐떡이며 다급하게 속삭였다."에드워드가! 에드워드가 떴어!""뭐라고요?"그 미친 혈숭이 새끼가 왜 또 온 거지? 그동안 잠잠하다 했더니."방금 지하 주차장으로 들어왔어! 본사 친위대 놈들까지 쫙 깔렸네. 불시 감찰이야...!"급작스럽게 2차 감찰이 찾아왔다.EP 2. 그래서 빙의자는 방법을 찾아냈습니다. 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