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고아원 졸업

흙수저 천재 요리사가 되었다 — novelpia.com · All chapters

고아원 졸업

“형아 진짜 가는 거야?” “히잉…” 성인이 되고 고아원을 떠나는 날.아이들이 고아원 앞까지 따라나와 나를 붙잡았다. “종종 연락할게. 언제든 전화할 수 있잖아?” 나는 어린 아이들을 달래듯이 말했다.같이 지내던 고아들 중에 어린 녀석들은 눈물까지 훔쳤다. 그렇게 내가 좋았던 걸까.하긴 애들이 나를 잘 따르긴 했지. “아니이… 전화 말고. 이제 형이 해준 짜장밥 못 먹는 거야?” “천수 오빠가 해준 밥이 제일 맛있었는데…” “천수 형이 없으면 이제 밥은 누가 해주나…” “이 녀석들이…” 알고보니 내가 아니라, 내가 해준 밥이 떠나는 게 슬펐던 거였다. 감동이 와장창 깨졌다.하지만 그것도 그것대로 좋았다. 내 꿈은 중식 요리사.내 음식을 맛있어 하는 사람이 있다는 게 행복했다. “종종 놀러와서 해줄게. 그러니까 원장님 말씀 잘 듣고.” “응! 일주일에 한 번은 와서 해줘야 돼.” “이, 일주일에 한 번은 좀… 최대한 와볼게.” “자자, 얘들아. 천수도 이제 가야된다. 언제든 연락할 수 있으니까. 다들 휴대폰 가지고 있지?” 대화가 길어지자 원장님이 박수를 치며 소란을 일갈했다. 지금까지 날 잘 돌봐주신 고아원 원장님.좋은 분이시다. 나는 마지막으로 원장님과도 인사를 나눴다. “천수, 사회 나가서도 잘 살아라. 꼭 중식 요리사가 되도록 하고.” “네. 그동안 감사했습니다 원장님.” “그래. 마지막으로 한 번 안아주마.” “예.” 원장님의 험악한 얼굴이 가까워진다.원장님은 나를 꽉 끌어안고, 두꺼운 손으로 내 등을 퍽퍽 두드렸다. 왕년에 조폭이시기라도 했는지 상당히 무서운 얼굴과 덩치의 원장님.몸에 칼자국도 있으셨던 것 같다. 하지만 무서운 외모와 다르게 좋은 분이시다.다른 고아원에 비해 밝은 우리 고아원 아이들의 얼굴만 봐도 알 수 있듯이. 원장님은 한참을 나를 끌어안아주시고는, 천천히 팔을 푸셨다.  “아 참. 이거 받아라.” 이제 진짜 가야겠다 했는데. 원장님이 내게 무언가를 건넸다. “이게 뭔데요?” “익명의 후원자님께서 네가 떠난다고 하니까 전해주라고 하시더라.” 익명의 후원자. 우리 고아원에는 후원자가 한 명밖에 없다.그분의 정체는 원장님밖에 모른다. 하지만 엄청 후원을 많이 해주시는 것만은 확실하다.고아원 시설도 엄청 신경써주시고, 고아들 개인 스마트폰도 사주셨다. 그분께서 내가 고아원을 떠난다고 하니 선물을 주신 것이다. “성인된 기념 선물 같은 거라고 하시더라. 열어봐라.” 나는 원장님에게 상자를 받았다. 작은 가방만한 크기의 직사각 형태의 상자.나무로 된 함 형태. 상자만 봐도 고급스러웠다. 나는 조심스럽게 선물을 열어봤다. “중식도…?” 그곳에 든 건 아주 고급스러운 중식도였다. 잘 모르는 내가 봐도 비싸보였다. “네가 중식 요리사가 꿈이라는 걸 듣고는 이걸 주셨다. 넌 분명히 중식 요리사로 성공할 거라고 전해달라시더라. 소중히 다뤄라.” “가, 감사합니다. 이렇게 좋아보이는 중식도를… 꼭 감사하다고 전해주세요.” “그래.” 응원의 말씀까지. 마음 같아선 직접 감사 인사를 드리고 싶지만.익명의 후원자님은 절대 직접 고아들을 만나지 않는다. 대신 원장님을 통해 거듭 감사 인사를 전달했다. 나는 조심스럽게 중식도가 든 함을 가방에 챙겼다.  “그럼 진짜 가보겠습니다. 얘들아 놀러올게! 연락할게!” “조심히 가!” “꼭 짜장밥 해주러 와야 돼!” “흐아아아앙-” 고아원과 마지막 인사.정이 든 아이들에게 마지막으로 손을 흔든다. 발걸음이 쉽게 떨어지진 않았다.우는 아이도 있고, 매일 밥을 챙겨준 애들이니까. 그래도 성인이 되면 고아원을 떠나야 한다.나는 아이들과 원장님에게 웃어보이며 손을 흔들었다. 뒷걸음질로 천천히 고아원에서 멀어졌다. 아이들은 내가 시야에서 사라지기 직전까지도 계속 손을 흔들고 있었다.   *   동네를 떠나기 전. 나는 마지막으로 고아원 근처에 있는 한 중국집에 들렸다. “안녕하세요 사장님.” “어어~ 천수 왔어?” 반쯤 벗겨진 머리와 인상 좋은 푸짐한 얼굴.평소와 똑같은 모습으로 반겨주시는 사장님. “저 오늘로 고아원 떠나서, 마지막으로 인사드리려고 왔어요.” “그래? 어디로 가기로 했어?” “그냥 관악구 쪽에… 방 하나 구했어요.” “그래? 가기 전에 짜장면 한 그릇 먹고 가.” “아니, 오늘은 먹으러 온 게 아니라…” “됐어. 앉아서 기다리기나 해.” 사장님은 억지로 나를 자리에 앉히셨다.그리고는 아저씨 특유의 콧노래를 부르며 면을 삶기 시작하셨다. 오늘은 안 먹고 그냥 가려고 했는데.마지막이니 먹고 갈까. 오히려 잘 됐다. “하아…” 나는 자리에 앉아 가게 내부를 둘러보았다. 아주 어릴 때부터 수백번은 앉은 이 자리.처음 여기서 짜장면을 먹은 건 초등학생 때였다. 아마 처음으로 학교에 내가 고아라는 사실이 알려지고, 애들한테 괴롭힘을 당했던 날이었던 것 같다. 그날 나는 혼자 울면서 고아원으로 돌아가고 있었다.우는 나를 본 중국집 사장님이 나를 가게로 데리고 오셨고, 그때 짜장면 한 그릇을 만들어 주셨다. 그때 처음 먹은 짜장면은 정말 맛있었지.사장님은 이후에도 언제든 짜장면 먹으러 오라고 하셨다. 어린 나는 염치도 없었다.매일 와서 짜장면을 공짜로 얻어먹었다. 중고등학생이 되고 머리가 큰 후에는 죄송해서 안 오려고 했는데, 사장님이 지나가는 나를 볼 때마다 끌고 들어와서 짜장면을 먹이셨다. 돈을 드리려고 했지만 단 한 번도 받지 않으셨다.원장님과 익명의 후원자님에 더불어 가장 감사한 분이다.  “자. 먹어.” 과거를 회상하고 있으니 사장님이 짜장면 한 그릇을 주셨다. 간짜장과 유니 짜장 사이의 물기 적은 꾸덕한 짜장이다.내가 중식 요리사의 꿈을 꾸게 만든 짜장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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평소처럼 먹기 전에 사진을 하나 찍고.고춧가루를 조금 뿌리고 짜장면을 슥슥 비볐다. 골고루 비벼진 짜장을 식감이 약간 남아 있는 양파와 함께 한 젓가락 크게 뜬다.  후루룩- 후루룩-  짜장면은 여전히 맛있었다. 이게 그냥 하는 말이 아니라, 다른 여러 중국집에 비해 여기 짜장은 차원이 다를 정도로 맛있다. 동네 중국집 사장님이 어떻게 이렇게 요리를 잘하시는지.전에 보니까 매년 블루 리본도 받으시는 것 같던데. 블루 리본을 받고도 가게 앞에 안 붙여놓으신다.사람이 많이 오는 게 싫다고 하셨던가. 물론 블루 리본 가이드북을 보고 오는 사람이 종종 있긴 하지만.사장님이 워낙 유명해지는 걸 꺼리시기에 가게가 북적이는 일은 잘 없다.  “후아… 맛있었다.” 나는 순식간에 짜장면 한 그릇을 비웠다.양념까지 모두 긁어 먹었다. 역시 이렇게 맛있는 짜장은 찾기 힘들다. 중식 요리사가 되기로 결정한 후.고아원에서 받는 소량의 생활비나 알바비는 대부분 여러 중식당을 돌아다니는 데에 사용했다. 아무리 내가 흙수저 고아라도, 꿈을 위한 투자라고 생각했기 때문이다. 물론 예산이 예산인지라 유명 호텔 중식당 같은 곳은 못 가봤다. 하지만 지금까지 먹어본 중국집 중.아직도 여기가 제일 맛있다.  “으음…” 식사를 마친 나는 휴대폰을 꺼내 이것저것 메모했다. 습관이었다.맛있는 음식을 먹으면 기록하는 것. 공부의 일환이랄까.매번 먹은 짜장면이지만, 그때그때 조금씩 디테일이 다르다.  “저, 사장님.” 메모까지 마친 나는 구석에서 티비를 보시는 사장님을 불렀다. 사장님은 화면에서 눈을 떼지 않고 대답했다. “돈은 안 받아.” 내가 돈을 내려 한다고 생각하셨던 모양이다.항상 이렇게 돈 받기를 거부하신다. 감사하긴 한데, 지금의 용건은 그게 아니었다. “그게 아니라, 오늘은 면을 좀 오래 삶으셨네요. 10초 정도 오버쿡 된 것 같은데.” “…” 음식 실력이 훌륭하신 건 두 말하면 입아프지만.사장님은 설렁설렁 가게를 운영하시는 편. 가끔 휴대폰 보면서 면 삶고 하시면 이런 경우가 종종 있다. 물론 면 삶는 시간을 모르시는 건 아닐 것이다.알면서도 ‘아 좀 더 삶았네 그냥 내지 뭐’하고 주시는 거겠지. 그런데 평소엔 길어봤자 5초 정도 오버쿡인데, 오늘은 좀 더 많이 삶으셔서 말해봤다. “…다먹었으면 가.” “물 한 잔만 마실게요.” “그래.” 사장님은 티비를 끄고 주방 안으로 들어가셨다. 내가 다 먹으면 항상 저러신다.계산을 안 받으려고 자리를 피하시는 것이다. 하지만 이번엔 그냥 갈 생각이 없었다.나는 지갑을 열었다. “….” 오기 전에 현금 인출기에서 뽑아온 10만원.지갑에서 10만원을 꺼내려다가 잠시 멈칫했다. 계좌 잔고가 떠오른 것이다.고아원을 떠나면 지원금을 받지만, 금액은 크지 않다. 월세집 구하고 이것저것 하다보니 수중에 남은 건 약 25만원.여기서 10만원을 내면 15만원밖에 안 남는다. 새로 구한 알바 월급은 다음 달에 들어올 것이다. 요즘 물가에 15만원으로 한 달 지내기는 쉽지 않다. ‘…그래도.’ 하지만 나는 지갑에서 10만원을 꺼냈다.그리고 반으로 접어 안 보이게 짜장면 접시 아래에 깔아두었다. 평생 얻어먹은 짜장면 값 치곤 싼 편이다. ‘언젠간 진짜로 다 갚을게요.’ 나는 짐을 챙겨서 자리에서 일어났다. “사장님 저 갈게요!” “어~” 주방에서 들려오는 사장님의 목소리를 뒤로 하며. 나는 정든 동네를 떠났다.   ***   “으아… 진짜 높네.” 새로운 집에 도착한 나는 바닥에 엎어졌다. 달동네라고 불려도 좋을 언덕 꼭대기에 위치한 옥탑방.3월인데도 오면서 땀이 흐를 정도였다. 샤샤샥- 그때, 귓가에 벌레가 기어가는 소리가 들렸다. 나는 황급히 불을 켜고 신발로 벌레를 내리쳤다. “잡았다.” 이런 동네인 만큼 방에 벌레가 나올 건 예상했다. 그래도 가격 치고 마음에 드는 공간이다. 조금 낡고, 비오면 비도 샐 것 같긴 하지만.같은 가격대 비해 주방이 꽤 크게 있었기 때문이다. 주방 설비는 낡았다.하지만 잘 고쳐 쓰면 요리 연습하는데 충분할 것 같았다. “아… 그런데 나 지금 돈 없지.” 하지만 요리 연습도 돈이 있어야 한다.조리기구나 재료도 사야 되니까. 지금은 아무것도 없다. 지금 가진 거라곤 이불, 소량의 옷이 든 가방 하나, 계좌에 든 15만원이 끝. 아, 익명의 후원자님께 받은 중식도까지.그래도 다행히 바로 일자리를 구했다. 호텔 중식당 설거지 알바다.집에선 꽤 먼 곳에 있는 호텔이다. 무리해서 여기에 지원했다.설거지 알바라도, 호텔 중식당에서 일하면 뭐라도 배울 수 있을 것 같았으니까. 다행히 알바는 바로 합격했고 내일부터 출근이다.  “잘해보자.” 나는 스스로에게 다짐하듯 말했다. 달동네 옥탑방에서 내려다본 서울의 풍경은 찬란했다. 언젠가는 저 도시에 내 가게를 낼 수 있을까? 일단은 내일 설거지 알바부터 걱정이었다. “…자자.” 내일 일찍 출근해야 된다.호텔 중식당인 만큼 이른 아침부터 주방의 하루가 시작되는 것 같다. 거기에 나는 이동 시간도 오래 걸리니까. 나는 바닥에 이불 하나만 편 채 잠에 들었다.내일 첫 출근을 무사히 해내길 기도하며.  하지만 다음날.나는 첫 날부터 사고를 쳐버리고 말았다. 첫 출근부터 설거지 알바 주제에 해서는 안 되는 말을 해버린 것이다.  “저, 지금 튀김 기름 온도가 안 맞는 것 같은데요…!” “…뭐? 너 설거지 알바 아니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