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미식 갤러리

흙수저 천재 요리사가 되었다 — novelpia.com · All chapters

미식 갤러리

서울 어딘가. “하 진짜. 요즘 중국집들은….” 한 여자가 보고 있던 스마트폰을 짜증스럽게 집어던졌다. “제대로 된 간짜장을 하는 집이 없어. 다 미리 볶아 놓은 짜장을 데워서 주기나 하고. 축축하고. 맛없어. 또 프랜차이즈 중국집은 왜 이렇게 많은지…” 그녀의 이름은 장미연. 미식 갤러리에서 ‘가짜장극혐’이라는 닉네임을 사용하는, 미식갤의 나름 네임드 유저. 닉네임에서 알 수 있듯이 장미연은 간짜장 매니아다.방금도 배달어플로 간짜장을 시켜 먹으려던 와중이었다. “나가기 귀찮은데….” 하지만 장미연은 간짜장을 배달시키려던 생각을 방금 포기했다.왜냐면, 근처 중국집 중에 간짜장을 제대로 하는 집이 없었기 때문이다. 간짜장은 물기가 적은 짜장을 말한다.바로 볶아서 양파가 살아 있는.윤기 좔좔 흐르는 뻑뻑한 짜장. 핵심은 ‘바로 볶은’이다.볶자마자 보내줘야 된다 이 말이다. 그렇지 않으면 양파에서 물이 나와 축축해지고, 짜장면이 맛이 없다. “진짜 짜증나네. 미리 해놓은 거 퍼서 줄 거면 간짜장이라고 적어 놓으면 안 되지!” 하지만 요즘 중국집은 간짜장을 제대로 하는 곳이 없다. 바로 볶은 간짜장을 파는 게 아니라.아침에 대량으로 볶아놓은 짜장을 데우기만 해서 보내는 것이다. 그런 것을 전문 용어로 ‘가짜장’이라고 부른다.간짜장인 척 하는 가짜 짜장이라는 뜻이다. 식당 입장이 이해 안 되는 건 아니다.주문 마다 짜장을 볶긴 귀찮을 테고, 그게 배달도 빠를 테니까.  “하지만 세상에는 시간이 걸리고 돈을 많이 내더라도, 맛있는 한 그릇의 간짜장을 먹고 싶어하는 사람이 있단 말이야!!” 장미연은 방구석에서 분노했다. 한국 간짜장계의 현실이 몹시 개탄스러웠다.  “그냥 전체적인 요리계가 잘못 돌아가고 있어….” 한국 요리계도 마찬가지다. 거리에는 음식이 아니라 인테리어에 더 신경쓰는 SNS 맛집들이 즐비하다.어딜 가나 평균은 하지만, 특색이라곤 어디에도 없는 공장형 식당이 거리를 가득 채운. 요리사들은 하라는 요리는 안 하고 방송에 출연이나 자꾸 한다. 간짜장 시켰더니 가짜장이 배달오고.맛있는 노포 중국집은 이제 찾기도 힘들다. “한국의 요리계는 망했다.” 장미연은 이 현실이 화가 났다. 간짜장 먹기도 힘든 이 개탄스러운 현실이. 장미연은 이빨 시리도록 통탄스러웠다 이 말이다.  “하… 어디 볼 만한 요리 채널 없나…” 장미연은 배달 어플을 끄고 요튜브를 뒤적거렸다. 옛날엔 요튜브에 패기 넘치는 신인 요리사들이 많았는데.이제는 양산형 예능 영상만 계속 올라오고. 어디 제대로 요리하는 하꼬 요리사 채널 어디 없나?발견한다면 열심히 댓글 달아줄 자신 있는데. “음…?” 그렇게 한참 요튜브를 뒤지던 중.장미연은 ‘간짜장’을 검색했다가 눈길을 끄는 영상 하나를 발견했다. 영상의 제목은 <집에서 간단하게 해먹는 진짜 간짜장>. 제목은 평범했다.하지만 이목을 끄는 건 썸네일이었다. “웬 여자애가 웍을 들고…” 키가 겨우 140cm 좀 넘을까 싶은 여자애가 웍을 돌리는 장면. 화질이나 구도 등은 조잡했다.하지만 저 웍질은 진짜처럼 보였다. 그런데 그게 말이 안 됐다.저 어린애가 웍질을 한다고? “한 번 봐볼까…” 장미연은 영상을 클릭했다.그러자 휴대폰으로 찍고 편집한 것 같은 영상이 재생되기 시작했다. 요즘은 기술이 좋아서 딱히 보는데 불편함은 없었다.오히려 초보 요튜버의 풋풋함이 느껴져서 좋았다. “어린 애가 시작했나보네. 그래. 너는 이 세상에 물들지 말고 잘 자라렴….” 초등학생 애기가 올린 영상이라고 생각했다.요즘은 아이들도 많이 영상을 올리니까. 초딩의 소꿉장난 같은 영상일 거라 생각했다. 화면 속 여초딩이 중식도를 들기 전까지는.  -생강이랑 마늘은 한 방에 으스러뜨려 주세요. -탕! 탕!  “뭐, 뭐야?!” 장미연은 여초딩의 퍼포먼스에 깜짝 놀랐다.여초딩이 마늘과 생강을 한 방에 가루로 만들어버렸다. 중식도로 할 수 있는 다지기 기술이다.하지만 저건 저런 여초딩이 할 수 있는 기술이 아니다. 손목의 스냅도 중요하고, 무엇보다 묵직한 중식도를 강하게 내리치려면 힘이 있어야 된다. 그런데 여초딩은 한 방에 마늘과 생강을 가루로 만들었다. 소리도 무슨 총소리가 났다.성인 남자도 저 정도 파워는 안 나올 텐데. 그때부터 장미연은 영상에 홀린 듯 집중하기 시작했다.  -여기부터 중요해요. 이제 불을 강하게 올려주세요. 화력이 좋죠? 헤헤. 요리 하려고 업소용 화구를 큰맘 먹고 샀거든요.  “??! 업소용 화구를 샀다고?” 여초딩이 업소용 화구에 불을 올렸다.거대한 불이 화르륵 피어오른다. 얘기하는 걸 들어보니 중식 요리 할려고 직접 샀다는 것이다. 원룸에 저렇게 큰 업소용 화구를 들였다고?상식이 흔들리기 시작했다. “20살이라고?” 심지어 여초딩이 아니라 20살이었다. 저 외모와 키로 20살?동안의 수준을 넘어섰다.  -이제 웍질을… -휙휙! 덜그럭! 덜그럭!  그 사이에 화면에서는 여자 아이가 본격적인 웍질을 시작했다. 자기 몸보다 큰 무쇠 웍을 한 손으로 가볍게 돌렸다. “??!” 흉내만 내는 것도 아니었다.유려한 팔 움직임과 파워로 완벽하게 재료들을 볶았다. 절대 저 작은 체구에서 나올 수 없는 수준의 웍질에 장미연은 침대에서 떨어질 뻔 했다. “이, 이게 뭐야…!” 상식 파괴의 현장이었다. 키 140에, 웍을 제대로 들지도 못 할 것 같은 가녀린 여자 아이가. 중식을 하려고 원룸에 업소용 화구를 사고. 한 방에 마늘과 생강을 가루로 만들고. 한 손으로 웍질을 한다고?  -짠! 간짜장은 이렇게 바로 볶아서 물기 없이 뻑뻑해야 되는데, 요즘은 다 미리 만들어 놓은 걸 다시 데워서 주고 그러거든요… 어렵지 않으니까 직접 맛있는 간짜장 만들어 드셔보세요!  “그래 간짜장은 그거지! 완벽해! 퍼팩트! 브라보!” 거기에 간짜장에 대한 마인드까지 완벽.어느새 장미연은 화면 속 여초딩에게 환호하고 있었다. 대체 이게 뭐지?장미연이 찾고 있는 요튜버가 여기 있었다. 여자 아이는 그렇게 말하고 자기가 만든 간짜장을 흡입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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먹는 모습도 복스러웠다.먹방에도 재능이 있었다.  “내, 내가 방금 뭘 본 거지.” 순식간에 끝난 영상.장미연은 멍하니 검은 화면을 응시했다. 이게 말이 되는 광경인가?망한 한국 요리계를 살리기 위해 천국에서 보낸 아이가 아닐까? “이, 이럴 때가 아니야.” 이런 요튜버를 발견했다면 할 일은 정해져 있었다. 장미연은 미식 갤러리에 접속했다.  <미식 갤러리>  미식 갤러리는 평소처럼 도태된 제목의 글들 뿐이었다.망해가는 한국 요리계를 개탄스러워하는 글들. 장미연은 그런 미식갤에 폭탄을 던졌다.  [제목: 웬 여초딩이 간짜장 볶는 영상 발견했는데 이거 뭐냐;]작성자: 가짜장극혐 (요튜브 영상 링크) 요튜브 뒤지다가 여초딩이 웍질하는 영상 발견함; 요리 선정부터 마인드까지 완벽한데 솔직히 이런 애가 떡상해야 되지 않냐? 안 그렇냐? 내 말이 틀렸냐고!!  “이건 뜬다.” 장미연은 글을 올리고 숨을 몰아쉬었다. 미식 갤러리 유저들이라면 분명 이 영상을 흥분할 것이다.미식갤 유저들은 다 장미연 같은 사람들이다. 그리고 그 예상대로.게시글에 댓글이 폭발하기 시작했다.  [댓글]ㄴ?????!!!!ㄴ미슐랭안믿음) 이거 뭐임? 주작 아니냐?ㄴAI영상 아님?ㄴ웍질할 때 개놀랐음ㅋㅋㅋㅋㅋㅋㅋㅋㄴ비밀맛집) 내가 제대로 본 거 맞습니까?ㄴ중식꼰대) 애치고 괜찮네 ㄴ복천동사시미) 아니 저 몸으로 웍질을 어떻게 하는 거요?ㄴ타코매니아) 영상은 누가 봐도 CG같은 거 안 들어갔는데;ㄴ타코매니아) 와중에 편집 허접한 거 개열받네;ㄴ안고독한미식가) 근데 간짜장 마인드는 제대로 돼있네ㅋㅋㅋ ㄴ보고도 안 믿겨서 계속 보는 중ㅋㅋㄴ복천동사시미) 그런데 요리 진짜 잘하긴 하는구료,,ㄴ비밀맛집) 재료 손질부터 수준급입니다. 이정도면 호텔 중식당에서 불판 맡아도 될 정도군요. ㄴ안고독한미식가) 요리도 요린데 먹는 거 개쳐귀엽네ㅋㅋㄴ안고독한미식가) 입 작아서 다 묻히고 먹는 거 보소 닦아주고 싶게ㄴ어어 야 그거 범죄다ㄴ얘 스무살이라는데?ㄴ??? 스무살????? ㄴ일단 영상에 개추 눌렀다ㅋㅋㄴ간만에 제대로 된 요리 영상 보네ㄴ영상에서 야한 냄새 난다… 학학 뉴비 발견 ㄴ요튜브 판에서 이렇게 요리 진심인 하꼬 얼마만에 발견이냐ㅠㄴㄹㅇ 맨날 대기업 등에 업고 공장식으로 찍어낸 영상만 봤지ㄴ다 죽어가는 요튜브 판에 웍질하는 여초딩 등장이라…ㄴ이 문장 ㅈㄴ파멸적이네십ㅋㅋㅋㅋ ㄴ안고독한미식가) 나 결심했음. 얘 띄울 거임ㄴ비밀맛집) 저도 이 분 잘됐으면 좋겠습니다.ㄴ복천동사시미) 이런 아이가 떠야하오ㄴ복천동사시미) 요리에 진심인 것이 보이지 않소ㄴ가짜장극혐) 가야지ㅋㅋ ㄴ안고독한미식가) 모르겠고 일단 개쳐귀여움ㄴ타코매니아) 보니까 촬영부터 편집까지 다 혼자 한 것 같은데ㄴ장비도 ㅈㄴ부족해보임ㄴ배경 보면 집도 다 무너져가는 것 같음; ㄴ복천동사시미) 아니 그런데 다시 보니까 집은 다 무너져가는데 칼은 엄청 좋은 칼 쓰는구료;ㄴ진짜 요리에 진심인듯ㅋㅋㄴ???: 집은 무너져도 중식도는 좋은 거 써야 된다구요! ㄴ거기에 중식하겠다고 업소용 화구 산 게ㄹㅇ임ㅋㅋㅋㅋㅋㄴㅅㅂㅋㅋㅋㅋㅋㅋㄴ원룸에 업소용 화구ㅅㅂㅋㅋㅋㄴ이런 뉴비를 원했어…! 이런 요리사를 찾고 있었다고!!!!!ㄴ이게 진짜 요리사지 싯팔!!!! ㄴ근데 이러다 얘 돈 없어서 폐사하는 거 아님?ㄴ저 허름한 집에 사는 것만 봐도…ㄴ가만히 놔두면 조리기구에 돈 다 써서 월세 못 낼 것 같은데;ㄴ안고독한미식가) 안 돼 야! 전부 얘 살려!ㄴ안고독한미식가) 빨리 가서 조회수 올리고 좋아요 누르고 공유하라고! ㄴ댓글에 나데나데 좀 해줬음ㄴ‘채널 명: 천소의 중식 세상’ 이거 실화냐ㅋㅋㄴ천소야 죽으면 안 된다ㄴ오늘부터 내가 천소 아빠다ㄴ오늘부터 미식갤은 천소에 대한 전폭적인 지지를……...  “그래. 이거지!” 장미연은 달리는 댓글들을 보며 환호했다. 미식갤 유저들은 모두 장미연과 마찬가지다.요리에 진심인 하꼬 요리사를 그리워하는 사람들. 이렇게 열악한 환경에서도 간짜장에 진심을 보여준 하꼬 요튜버?어떻게든 나데나데해주고 싶어하는 사람들 뿐이다. “제발 다음 영상도 올려줘 천소야…!” 물론 미식갤은 유저 수가 적어서 절대적인 화력은 부족하다. 하지만 어떻게든 천소의 영상을 알고리즘에 올린다.계속 봐주고 공유하면 언젠가는 뜰 것이다.  그리고 얼마 뒤, 미식갤 유저들의 끈질긴 노력으로 인해. 조회수가 100도 안 되던 천소의 영상이 점점 알고리즘을 타기 시작했다.   ***   “흐아… 피곤하다.” 알바 끝나고 집으로 귀가하는 길.나는 집에 오자마자 바닥에 드러누웠다. 바뀐 몸 때문에 육체적 피로는 적었다.하지만 정신적 피로는 그대로 쌓였다. “그래도 내일은 월급날.” 하지만 금방 기분이 좋아졌다.내일 월급이 들어오니까. 월급이 들어오면 또 재료를 사서 이런저런 요리를 할 수 있다. 지난 달에 주방에 월급 다 쓰고 돈 아끼느라 새로운 요리도 못 하고 있었지.요튜브에 영상도 못 올리고 있다. “그러고보니 최근엔 조회수 확인도 안 했네.” 처음 영상 올리고 며칠은 매일 조회수 확인 했는데.최근에는 열어보지도 않았다. 왜냐면 조회수가 오르지 않았으니까.야심차게 올린 첫 영상인데 딱히 사람들이 봐주지 않았다. 뭐, 물론 첫 영상부터 빵 뜨길 기대할 수는 없겠지만….  “오랜만에 들어가볼까.” 마지막으로 봤을 때 조회수가 71이었나. 나는 요튜브 앱을 열었다.그런데 들어가보니 알림센터에 빨간 불이 와 있었다. “누가 댓글이라도 달았나?” 언제 알림이 왔지?어떤 착한 분이 댓글이라도 하나 달아주셨나. 옛날에 유행하던 무플 방지 위원회 그런 건가?시덥잖은 생각을 하면서 알림 센터에 들어가 봤는데. “…어?” 내 눈이 튀어나올 듯 커졌다.알림이 가득 쌓여 있었던 것이다.  [‘가짜장극혐’님이 회원님이 올린 영상에 댓글을 달았습니다!][‘안고독한미식가’님이 회원님이 올린 영상에 댓글을 달았습니다!][‘ankm009’님이 회원님이 올린 영상에 댓글을 달았습니다!][‘fredrick’님이 회원님이 올린 영상에……].....  “에, 에엑?” 수십 개가 달려 있는 댓글. 거기에 방금도 하나 달렸다.이러다 곧 100개가 넘을 것 같았다. 나는 댓글들을 하나하나 읽어보았다. “진짜 간짜장 이거지… 이거 보고 만들어 먹었습니다 맛있네요… 다음엔 다른 요리도 올려주세요….” 하나하나 정성이 담긴 댓글들.댓글을 읽고 있자니 눈물이 날 것 같았다. 물론 가장 많은 비율을 차지하는 댓글은 ‘얘가 어떻게 웍질을 함? AI아님?’ 같은 부류의 댓글이었지만…. 아무튼 내 영상을 봐주고 직접 해먹은 사람이 있다는 게 감동이었다. 그것 뿐만이 아니었다.원래는 조회수가 71밖에 안 됐었는데. 조회수 1,001 댓글 67개 좋아요 91개 어느덧 1000을 넘어 있는 조회수.요튜브 스튜디오를 살펴보니 한두 시간 전부터 영상이 막 뜨고 있었다. 처음에 댓글이 달린 건 며칠 전인데.그 분들이 계속 봐줘서 다른 사람들에게도 노출된 것 같다. “이, 이게 알고리즘의 선택?” 나 선택 받은 건가? 심지어 지금 실시간으로 조회수가 오르는 것 같은데…!  나는 확인 삼아 새로 고침을 한 번 했다. 조회수 1,221 “다, 단숨에 200이?” 그 사이에 200이나 오른 조회수. 점점 떨리기 시작하는 손. 너무 당황해 허둥지둥하다, 수십 분 뒤 또 새로고침을 눌러보았다. 조회수 2,208 “히엑!” 계속 오르는 내 영상 조회수. 조금 더 기다렸다가 또 새로 고침을 눌렀다. 조회수 3,391 또 올라간 조회수.심지어 더 많이 올랐다. 나는 휴대폰을 쉽게 놓을 수 없었고.손을 바들바들 떨면서 계속 새로 고침을 반복하다보니……. 조회수 8,341 “히에엑…!” 내 영상이 떡상하기 시작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