요튜브 떡상
요튜브 떡상
다음날 아침. “지각하면 안 돼…!” 나는 허둥지둥 지하철에서 내려 호텔으로 뛰어갔다. 오늘은 평소보다 늦게 출근해버리고 말았다.어제 밤에 영상에 달린 댓글들을 읽고, 대댓글 달아주느라 새벽 늦게 잠들어버렸다. 갑자기 떡상해버린 내 요튜브 영상.조회수는 어느덧 2만을 넘은 상황. 물론 대형 요튜버들이 보면 코웃음 칠 숫자다.하지만 나한테는 더할 나위 없이 감격스러웠다. 내 영상을 이만 명이나 봐주고, 댓글도 백 명 넘게 달아주시다니. 어서 집가서 다음 영상을 찍고 싶었다. “안녕하십니까. 안녕하십니까!” 일단은 일부터 해야지.다행히 아슬아슬하게 시간 맞춰 출근했다. 나는 후딱 옷을 갈아입고 설거지를 시작했다. “안녕하세요 천소 씨. 오늘은 평소보다 늦으셨네요. 항상 한참 일찍 오시더니.” “아, 조금 늦게 일어나서요. 그래도 지각은 안 했죠?” “네네. 오늘도 화이팅합시다.” 먼저 와 있던 다른 설거지 알바가 말했다. 알바를 시작한지 어느덧 한 달.설거지가 밀릴 때마다 도와줘서 그런지, 같이 하는 알바생과도 나름 친해졌다. 촤촤촤촤촤- 오늘도 나는 경쾌하게 설거지를 했다.요튜브 조회수가 올라서 그런지 설거지도 더 잘 되는 느낌이었다. 커다란 웍도 한 손으로 휙휙 돌려버리고.내 몸보다 큰 야채통도 가뿐히. 아직 런치 시작 전이라 여유도 있었다.나도 모르게 콧노래까지 나왔다. -아~ 나도 퇴근하고 요튜브나 할까. 한창 설거지를 하던 와중.반대쪽에서 연차가 낮은 요리사들이 대화하는 소리가 들렸다. 오픈 전이라 그런지 저쪽도 나름 한가했다.나는 설거지를 하며 요리사들의 대화에 귀를 기울여 보았다. “갑자기 무슨 요튜브?” “아니, 전에 볶음에 퇴사한 걔 있잖아. 퇴사하고 요튜브 시작해서 대박 났다던데? 구독자 수 10만 넘으니까 여기랑은 비교도 안 되게 많이 번다더라.” “허. 걔 야채도 제대로 못 볶아서 매일 파트장한테 욕먹던 애 아니냐?” “하… 백날 뺑이 쳐봐야 뭐하냐. 그런 애보다 못 버는데.” “나도 요튜브나 할까?” 무슨 얘기인가 했더니.특별할 것 없는 k-직장인의 푸념이었다. 그때 누군가 주방에 들어왔다. “야. 요튜브는 무슨 요튜브. 니들 실력에 구독자 100명이라도 모으겠냐?” 튀김 라인 셰프였다.내가 처음 왔을 때 기름 온도 못 맞춰서 수셰프한테 혼났던. “요튜브도 실력이랑 끼가 있어야 하는 거지. 니들은 주방에서 실력 좀 더 쌓아야 돼.” “그러고보니 선배님도 요튜브한다고 하시지 않으셨습니까?” “나도 뭐, 가끔 영상 올리지. 아직 부족하긴 한데, 원래 요리는 시간과 노력을 들여야 하는 일이다. 요튜브도 똑같아.” “역시 선배님이십니다.” “명심하겠습니다.” 자기보다 연차가 낮은 요리사들한테 훈수를 두는 튀김 셰프. 알고보니 저 튀김 셰프도 요튜브를 운영하는 모양이었다. “-천소 님은 왜 이 알바 시작하셨어요?” 한창 요리사들의 대화를 훔쳐 듣던 와중.옆에 있는 설거지 알바가 내게 물었다. 나는 요리사들의 대화에서 귀를 떼고 옆자리 알바와 대화를 시작했다. “저는 중식 요리사가 되고 싶어서요. 여기서 일하면 뭐라도 배울 수 있지 않을까 하고 왔어요.” “아 정말요?” 옆자리 알바가 놀란 표정으로 돌아보았다. 하지만 이내 그러려니 하고 고개를 끄덕였다. “하긴, 천소 님은 설거지도 열심히 하는 것처럼 보이긴 했어요. 목표가 있으셨구나.” “네. 황찬 님은요?” “저는 그냥… 대학도 안 나왔고, 취업도 안 되고 써주는 것도 없고 하다보니. 이거라도 하는 거죠.” “아아….” 옆자리 알바가 힘없이 대답했다. 하긴, 대부분 이런 식이겠지.나같은 마음가짐으로 설거지 알바를 하는 사람은 잘 없을 것이다. “천소 님도 요튜브 관심 있어요?” 옆자리 알바가 화두를 돌렸다.요리사들이 하는 얘기를 들은 모양이다. “네. 사실 영상도 하나 올려봤어요.” “아 진짜요?” “네. 뭐 봐준 사람이 많진 않지만….” 나는 쑥쓰러워하며 대답했다. 물론 어제 떡상해서 꽤 많이 봐주셨다.하지만 별 거 없다는 듯 겸손하게 말했다. 아직 영상 한 개일 뿐이고, 조회수 2만이 자랑할 정도는 아닌 것 같으니까. “아직 별볼일 없긴 하지만, 앞으로도 계속 영상 올려보려고요. 댓글 달아준 분들이랑 소통하는 것도 재밌었어요.” “와, 댓글 달아준 분도 계세요?” “네. 헤헤….” 내 입으로 말하려니 부끄러웠다. 어제 갑자기 영상이 좀 떠서 들떠 있었던 걸까?괜히 자랑한 느낌이었다. “-뭐야. 너도 요튜브 하냐?” 그때, 등뒤에서 누군가 다가와서 말했다. 돌아보니 그곳엔 튀김 셰프가 비웃는 표정을 지으며 서 있었다. 우리 대화를 들은 모양이다. “참나, 무슨 영상 올렸는데? 뭐, 설거지 브이로그라도 올렸냐?” 튀김 셰프가 비꼬듯이 말했다.나한테 시비를 거는 듯한 느낌. 이런 적이 한두 번은 아니다.첫 날에 내가 이 사람한테 튀김 지적을 한 뒤로, 틈만 나면 나한테 시비를 걸더라. 귀찮을 뿐 딱히 신경쓰이진 않았다. “그건 아니고. 저도 요리 영상 하나 올려봤어요.” 나는 설거지를 멈추지 않고 대답했다.무시하면 더 귀찮게 하고, 말 못할 것도 아니니까. 대답하자 튀김 셰프가 과장스럽게 웃으며 말했다. “허? 요리 영상? 야, 얘들아. 얘가 요리 영상 올렸단다. 요즘은 설거지나 하는 애도 요리하고. 세상 많이 좋아졌네.” “….” 후배 요리사들에게까지 들으라는 듯 놀리듯이 말하는 튀김 셰프.오늘 따라 놀리는 정도가 과하다. 첫날 내가 기름 온도 컴플레인 해서 날 아니꼽게 보는 건 알겠지만.런치 준비 해야 되는 거 아닌가? 이러다 또 튀김 맛없게 나가겠네. 그리고 요리는 누구나 할 수 있는 거다.설거지 알바라고 요리하면 안 되나? 하는 불만이 들었다. 하지만 튀김 셰프는 아랑곳하지 않고 계속 말했다. “그리고 댓글 단 사람들이랑 소통한다고? 뭐, 댓글 몇 개나 달렸는데?” “그냥 몇 분이 달아주셨어요.” “풉. 보나마나 가족이나 친척이 달아줬겠지. 나 요튜브 시작했는데 봐줘~ 하면서.” “저 가족 없는데요. 고아라서.” “아.” 튀김 셰프의 탈룰라에 순식간에 싸해진 주방 분위기. 튀김 셰프는 거기서 더 가지 않고 입을 다물었다.그래도 최소한의 상식은 있는 모양이다. “크, 크흠. 아 그래. 미안하다. 아무튼, 설거지나 잘 하라고.” 멋쩍게 중얼거리며 자리로 돌아가는 튀김 셰프. 그렇게 해프닝은 종료되었다. 물론 이후로도 튀김 셰프는 틈만 나면 툭툭 시비를 걸었지만. ‘다음 영상은 뭘로 하지~’ 그러거나 말거나. 다음 영상을 뭘 찍을지 고민하느라 귀에 들어오지도 않았다. *** “그새 또 올랐네…!” 집으로 돌아가는 지하철 안. 나는 휴대폰으로 요튜브 앱을 열었다.일하고 있는 사이 또 영상의 조회수가 올랐다. 조회수 29,881 댓글 491개 좋아요 551개 3만이 되기 직전인 내 영상 조회수.거기에 댓글과 좋아요 수도 많이 늘어났다. “댓글 엄청 많이 달아주신당.” 특히 댓글이 조회수 대비 많은 편이었다.보통은 조회수 2만대면 댓글이 100개도 안 될 때도 있는데 나는 이제 곧 500개. 조회수 대비 댓글 비율이 높다는 뜻이다.어디서 봤는데 이 비율이 높을 수록 떡상할 가능성이 높은 채널이라고 했다. “달았던 분들이 계속 와주시는 거구나.” 나는 댓글을 자세히 살펴보았다. 매일 찾아와서 댓글을 달아주시는 몇몇 구독자분들이 있었다. 예를 들자면 이 ‘가짜장극혐’이라는 구독자 분. ㄴ가짜장극혐) 매일 찾아와서 보고 있어요ㅎㅎ 진짜 요리 잘 하세요ㄴ가짜장극혐) 먹는 것도 복스럽게 잘 먹으시네요^^ 앞으로 영상에도 먹는 장면 계속 같이 넣어도 괜찮겠어요ㄴ가짜장극혐) 채널명이 ‘천소의 중식 세상’인 이유가 본명이 천소라서 그러신가요?ㄴ가짜장극혐) 천소 너무 귀여워ㅠㅠ 언니가 천소라고 불러도 될까?ㄴ가짜장극혐) 천소는 천사 소녀라서 이름이 천손가? 막이래ㅋㅎㅎ... 매일매일 찾아와서 댓글을 달아주시는 ‘가짜장극혐’ 구독자님. 처음에는 평범하게 다는가 싶더니.날이 갈수록 주접을 섞고 계셨다. “감사해…!” 너무 감사한 마음이 들었다. 직접 뵌 적은 없는 분이지만.매일 찾아와서 봐주시면서, 심지어 친근하게 천소라고 불러주시기까지. 가짜장극혐님 뿐만이 아니었다.이 분 외에도 몇몇 분이 거의 매일 댓글을 달아주셨다. ㄴ비밀맛집) 영상 잘 보고 갑니다.ㄴ비밀맛집) 간짜장 맛있어 보이네요.ㄴ비밀맛집) 요리 실력이 좋으십니다. ㄴ타코매니아) 영상 찍을 때 좀 더 수평이 맞으면 좋을 것 같아요ㄴ타코매니아) 삼각대 중에 수평계 기능 있는 거 사보세요ㄴ타코매니아) 귀찮겠지만 자막도 다시면 더 좋은 영상 될 것 같아요ㄴ타코매니아) 중간중간 뜨는 부분은 컷편집 하면 더 좋은 영상 될 것 같아요 ㄴ복천동사시미) 칼질 실력이 아주 좋구료,,,ㄴ복천동사시미) 중식도로 마늘 같은 걸 내려쳐 으깰 때는 좀 더 어깨에 힘을 빼시오. 어린 나이에 관절이 상할까 걱정되오ㄴ복천동사시미) 항상 손목을 조심하시오. 칼질은 힘이 아니라 선으로 하는 것이오 ㄴ중식꼰대) 영상 잘 봤음ㄴ중식꼰대) 근데 애호박 익힘 정도가 좀 아쉬워 보이는데ㄴ중식꼰대) 채소 넣는 타이밍 좀 더 세세하게 조절하면 좋을 듯 ㄴ안고독한미식가) 천소 귀여워ㅠㅠㄴ안고독한미식가) 진짜 20살 맞아요?ㄴ안고독한미식가) 볼따구 말랑말랑하고 싶다 ㅎ가학ㄱ학ㄴ미슐랭안믿음) 님 그거 범죄임;ㄴ미슐랭안믿음) 간짜장 제대로네요👍ㄴ미슐랭안믿음) 구독 좋아요 누르고 갑니다 매일 찾아와주시는 몇몇 구독자 분들.닉네임도 기억하기 쉬울 정도로 특징적이다. 이미 자기들끼리 대댓글도 달면서 댓글창을 활성화시키고 계셨다. “으으….” 괜히 눈물이 났다.무슨 기분인지 모르겠다. 그냥, 여러 사람에게 이런 응원을 받는다는 게 기분이 이상했다. 그리고 내 영상이 뭐라고.매일 찾아와 댓글까지 남겨주신 분들이 있다는 게. 댓글 받으면 이렇게 기분이 좋다니.나도 앞으로 열심히 달아야겠다… 생각까지 하며. “대댓글 달아야지. 집가서 다음 올릴 영상도 찍고!” 나는 감사한 마음을 가득 담아 구독자분들에게 대댓글을 하나하나 달았다. 지하철에 내려서 집에 걸어가는 와중에도 계속. 집에 도착해서는 바로 주방에 불을 켰다.시간이 늦어서 피곤했지만, 영상을 올리고 싶다는 생각이 더 컸다. “이번 영상에서는 짬뽕을 만들어 볼게요!” 텐션을 끌어올려서 요리하고, 영상을 찍고.편집도 밤새 더 많이 공부하면서. 이번에는 저번보다 훨씬 빨리 제작된 영상을 요튜브에 업로드했다. *** <미식 갤러리> [제목: 천소 두 번째 영상 떴냐!!!!]작성자: 안고독한미식가 (영상 링크) 천소 두 번째 영상 떴다아아아아아악 시작부터 첫 영상 봐주신 분들 감사하다고 인사하는 거 개ㅐㅐㅐ쳐귀엽네 진짜 저 말랑말랑한 볼따구 좀 보라고와캬파ㅑ햐ㅏ하ㅏ 천소야 삼촌만 믿어 아저씨들이 백만 요튜버 만들어 줄 테니까!!!! [댓글]ㄴ고맙다고 인사하는 거 왜 이렇게 귀엽냐ㅋㅋㄴ왠지 천소는 초심 안 잃을 것 같다ㄴ천소야 너는 그냥 영상만 계속 올려ㄴ요리만 하고 나머지는 우리한테 맡기라고 ㄴ비밀맛집) 이번 영상은 짬뽕이군요.ㄴ비밀맛집) 레시피에도 천소 양만의 특별한 재료가 들어갔습니다.ㄴ비밀맛집) 계속 응원하고 싶은 친구군요. ㄴ복천동사시미) 칼질이 더 좋아졌구료,,,ㄴ타코매니아) 편집도 전보다 훨씬 좋아졌다ㄴ타코매니아) 피드백 칼반영하는 거 호감이네 ㄴ성장형 천소 미쳤다ㄴ갈수록 마음에 듬ㅋㅋㄴ어떻게 인성까지 되어 있냐 이거임ㄴ진짜 건실한 초딩ㄴ중식꼰대) ㅇㅈㄴ중식꼰대) 아직 요리는 좀 더 갈고 닦아야 하지만 ㄴ가짜장극혐) 하… 천소 왤케 좋지 이제 영상 2개 봤을 뿐인데ㄴ저걸 어떻게 안 좋아할 수가 있냐고ㅋㅋㄴ미식갤 유저 제외해도 구독자 많이 붙었음ㅇㅇㄴ떡상가자아아아아아잇 [제목: 천소가 대댓글 달아줬다]작성자: 미슐랭안믿음 (천소 대댓글 캡쳐 짤) 요튜버 댓글 받고 이런 거 관심 없었는데 비싼 돈 쓰면서 아이돌이랑 채팅하는 씹덕들 이해 못 했는데 이거… 왜 기분 좋냐 그냥 천소가 대댓글 달아줬을 뿐인데 뭔가… 뭔가 가슴이 이상해 [댓글]ㄴ이게… 사랑일까…?ㄴ그걸 일각에서는 덕통사고라고 부르더군요ㄴ복천동사시미) 어찌 저 모습을 응원하지 않을 수 있겠소ㄴ안고독한미식가) 야이ㅅㅂ 천소 볼따구는 내가 제일 먼저 만진다ㄴ미친 새끼들아 그거는 범죄라고 ㄴ어떻게 이 아이를 사랑하지 않을 수 있나요ㄴ원룸에 업소용 화구 들인 것부터 그냥 씹호감임ㅋㅋㄴ타코매니아) 나는 천소 저 태도가 진짜 마음에 든다 이말임 ㄴ가짜장극혐) 내 댓글에도 대댓글 달아줌 하 천소야 언니 운다ㄴ나도ㅋㅋ 그냥 다 달아주는듯ㄴ하씨 오늘부터 천소에대한지지를철회어쩌구저쩌구 ㄴ와 근데 천소 채널 성장 속도 점점 빨라지는데?ㄴ이제 겨우 두 번째 영상인데ㄴ성장 속도 빠르긴 하네; ㄴ안고독한미식가) 아 천소 채널 성장하길 바란 건 맞지만, 그래도 나만의 천소로 남아… 아, 아니 채널 성장해, 아니, 나 만의 천소로…ㄴ자아 분열ㅋㅋㄴ나작천으로 남아줘어ㅓㅓ
d3kza0VLSVdxajZ6L09aWC8xUnR2TjVOVkFRSzB4RnJhby9xVGV0c2RvZ2hDZDlwNDMycno3MncrNEU3anFLVQ
ㄴ나만의 작은 천소가 커져간드아아아아ㄴ근데 진짜 이러다 이번 주 안에 구독자 1만 찍겠는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