로스트 오브 판타지는 불편한 게임이 맞아
로스트 오브 판타지는 불편한 게임이 맞아
나는 두근두근 거리는 가슴을 조금 진정시켰다.상식적으로 생각해 보면 전 프로 게이머의 어처구니가 없는 올려치기이거나, 신작을 광고하는 상황이라서 사람들이 무지성으로 빨아주는 걸 수도 있잖아?그래서 이 세상의 민낯이라고 할 수 있는 커뮤니티에 들어가 상황을 살펴보기로 하였다.《로스트 오브 판타지 갤러리》[본인 최고 티어 실버 주포는 미드인데 직업 추천 좀][솔직히 할거 없으면 그냥 전사나 법사해라][혜지도 아니고 사제하는 흑우는 없제???][서버는 어디 골라야하는거냐? 진영은 또 뭐임?]이거 대충 제목만 봐도 살짝 오는 느낌이 있다.서버이야기는 그렇다고 해도 진영의 개념을 모르는 사람들이 있네.어디 그러면 10년 넘게 로스트 오브 판타지를 해본 경험자가 훈수 한번 두어볼까…[너튜브에서 호들갑 보고 함 해보려고 하는데 진영이 도대체 뭐냐?]진영이 도대체 뭐임?동맹연합마왕군이거 중에 뭘 골라야 하는 거임? 「걍 이쁜거 골라」「서버는 베누스 진영읃 동맹연합 모름?」역시나라면 역시나인가.진영에 대해서 제대로 추천해 주는 사람들이 아무도 없네?이거 꽤 중요한 요소인데.어쩌면 로스트 오브 판타지의 전부라고 할 수 있지.「RVR 처음이면 진영은 니가 하는 서버상황에 맞추어서 하면 편하게 할 수 있고 평판딸칠거면 인간 있는 연합동맹하고 성능 좋은 거 할 거면 마족 있는 마왕군 ㅇㅇ」『▶ 이거 진짜냐? 그럼 마왕군 한다?』『▶▶ ??? 이건 뭔 좆빠는 소리야 RVR은 또 머임? ㅋㅋ』『▶▶▶ 또 또 또 마왕군 첩자 새끼들이 이상한 용어 쓰면서 뉴비 처낚네 회색피부 페티시 있는 거 아니면 걍 연합동맹하라니까?』역시 RVR의 개념도 몰라? 진영대 진영이잖아?그런데 이걸 모를 수가 있어?로스트 오브 판타지가 아니어도 이 대한민국 게임 역사에는 뱀파이어와 사냥꾼이 싸우는 게임도 있었는데!아무튼 조금 더 살펴본 갤러리의 꼴은 레전드였다.[그래서 성능은 뭐가 가장 좋은 거임? 도적이 가장 좋다며?][이거 종족은 걍 좆침반 따라가도 되냐? 성능 비슷비슷한 거 맞지?][성기사 < 이거 보기만 해도 쓰레기 냄새 나면 개추 ㅋㅋ]내 입장에선 겜안분이라고 소리를 질러도 할 말 없는 이야기들이 쉬지 않고 올라오고 있었다.그리고 이 세계의 사람들은 이 잘못된 지식을 당연하다는 듯이 공유하고 있었고.종족특성도 중요하지 않다고 말하는 걸 보면 내가 전도사 처럼 모든 지식을 알려주는 쪽이 더 빨라 보였다.“뭐, 아무튼…”밥도 다 먹었고 정리도 다했으니 즐거운 마음으로 설치된 로스트 오브 판타지를 실행했다.10년 넘게 들어온 익숙한 OST는 그대로 들려왔고, 조금 더 세련된 느낌이 있을 뿐 크게 다르지 않은 로그인 화면이 날 환영했다.… 괜히 두근두근하네. 이 노래가 정말로 좋다니까.절대로, 다시는 안 하겠다고 다짐하고 접은 게임이지만 난 결국 로스트 오브 판타지를 좋아하는 남자였다.아니, 지금은 여자이지만.《서버를 선택해 주세요》[베누스 서버 : 매우 혼잡함][무르무르 서버 : 매우 혼잡함][헤도네 서버 : 매우 혼잡함][니케아 서버 : 매우 혼잡함][시트리 서버 : 매우 혼잡함]와…이건 또 그립다면 그리운 풍경이네.내가 살던 세계의 로스트 오브 판타지는 하던 놈들만 하는 게임이었다.서버는 쉬지 않고 통폐합되어서 사실상 하나의 서버를 제외하고는 아무런 의미가 없어서 이렇게 매우 혼잡이 가득한 풍경은 정말 추억 속의 모습이었다.하여튼 서버는 베누스아니면 무르무르를 골라야 한다.베누스 서버를 고르면 연합동맹을.무르무르 서버를 고르면 마왕군을 키워야 하고.“… 남자는 마왕군이지, 무조건 마족이지.”캐릭터를 생성하기 전에 마지막으로 한 번 더 갤러리에 검색을 해보았다.아주아주 옛날이면 모를까 요즘은 ‘인터넷방송’이 있으니까.어떤 서버에 어떤 종류의 인간들이 많이 모여드는지 정도는 검색 한 두 번이면 바로 알 수 있다.[그래서 지금 인방충들 서버가 베누스 맞지?][서버는 베누스 종족은 연합동맹 갤길은 붉은소금!!!!][아니 씨발 이 게임 다른 서버는 뭐 스캠이냐? 베누스 무르무르 말고는 안 함?][★ 인방언급하면 칼삭함 누구누구가 무슨섭 한데요 < 이딴 거 XXX]아무래도 스트리머들이 딱 하나의 서버를 골라서 거기로 모두가 들어가는 분위기는 아닌 것 같네.그래도 보통 베누스 아니면 무르무르를 선택하는 것 같고?이러면 내 기억과 경험을 더해보면…“무르무르로 해야겠다…”서버는 무르무르.진영은 마왕군.종족은 마족.직업은 성기사커스터마이징 부터 직업 선택까지.단 1초의 고민도 없이 항상 먹던 맛으로 골랐다.그 만큼 성기사는 내 마음속에서 언제나 사기인 직업이었다.* * * * *
20년 넘게 서비스한 로스트 오브 판타지는 정하나의 세계에선 신작인 만큼 그 모습이나 때깔이 내 기억과 많이 달랐다.일단 게임의 전체적인 분위기나 시스템은 ‘오리지널’이라고 불리던 시절과 비슷하면서도 아주 세세한 부분들은 또 최신식 느낌이었다.그래서 뭐라고 할까, 한때 유행했던 ‘클래식’버전을 누군가 마개조해서 나한테 시키는 느낌이었다.사실 ‘마왕군’ 진영에서 바로 성기사를 고를 수 있는 것 부터가 이 게임이 순수한 오리지날 버전이 아니라는 증거였다.- 와 ㅋㅋ 이새끼 다라이 실화임?- 생긴 거 진짜 살벌하네- 아니 마족 피부색 이게 최선임?- 이 겜 스킬은 어디서 찍음??? 스킬 어디서 찍음????하여튼, 모든 게 생소해서 채팅을 치기 바쁜 사람들과 다르게 나에게는 모든 게 익숙했다.그래픽이 2020년대에 맞추어서 깔쌈하고 빤짝빤짝하게 변하고 캐릭터들의 체형도 조금 더 어흐흐흐 하게 바뀌었을 뿐이지…… 아니, 솔직히 이 정도면 정하나의 세계에서 왜 이 게임이 유행하는지 알겠다.내가 살던 세계에서 로스트 오브 판타지는 그 놈의 투박한 그래픽 때문에 뉴비들에게 추천해도 ‘그딴 쓰레기 양키센스게임 안함ㅅㄱ’라는 말을 더 많이 들었는데 말이야…지금 내 눈앞에 펼쳐진 로스트 오브 판타지는 뭐라고 할까 조금 K게임 스럽다고 할까?여하튼 보기 좋았다.“퀘스트받고… 레벨업하고… 오리지날하고 거의 비슷해서 퀘스트 동선도 똑같이 하면 되겠는데…”로스트 오브 판타지는 불친절한 게임이었다.그 포인트가 오픈월드처럼 느껴지는 거대한 세계를 돌아다니게 만드는 힘이기도 했지만, 단순히 렙업을 한다는 관점으로 보자면 아주 별로였다.거기에 다른 알피지 게임처럼 메인스토리라는 개념도 아주 희미해서 다음 지역으로 보내주는 퀘스트가 있기는 했지만 걸어서 가야 한다는 찐빠가 있었다.이 요소는 확장팩이 나오면 나올수록 친절하게 변해서 나중에는 굳이 ‘최적화 렙업 코스’,’초보자 렙업 추천 코스’ 따위를 검색을 해서 알아볼 필요가 없었다.하여튼? 문제는 지금은 알아야 한다는 거지! 나는 그걸 알고!"님들! 님들! 이 게임 스킬 어떻게 찍어요???"렙업도 다 했고, 퀘스트도 다 긁어 먹어서 이대로 다음 지역으로 갈 생각이었는데…제자리에서 점프까지 하며 소리치는 불쌍한 사람이 내 눈에 들어왔다.진짜 다른 게임에서는 무슨 이런 저능아 같은 소리를 하나 싶겠지만, 로스트 오브 판타지는 이런 게임이었다.《쌍문동불방패》조금 어질어질한 아이디를 가진 전사는 제자리에서 점프를 방방 하며 소리치기 바빴다.아니, 근데 아이디는 구수한데 커마는 왜 이렇게 이쁘게 해 놨어? 괴리감 심하게.- 스킬은 직업상급자한테 가면 찍을 수 있음- 직업상급자가 어디 있어요???아, 모르는 건가? 아니 모르니까 여기서 점프하고 있었겠지.- 따라오세요채팅한번 쳐주고 바로 기이하게 생긴 우주선 처럼 보이는 건물 안으로 안내해 주었다.- 얘가 전사 직업상급자에요. 얘한테 돈 주고 스킬 배우면 됨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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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헐쌍문동불방패는 그대로 NPC에게 달려갔다.- ???- 와! 진짜로 스킬 배울 수 있네???- 대박 ㅋㅋㅋ확장팩이 조금 나온 뒤에는 이런 지랄을 안 해도 되었는데…옛날에는 플레이어가 레벨업을 한다고 스킬이 바로 배워지는 구조가 아니었다.심지어 몇 가지 스킬은 퀘스트를 깨거나, 특성을 찍어야 배울 수 있어서 지식의 격차가 어마어마한 차이를 만들었다.- 님 근데 이거 어떻게 알았어요?그야 이 게임을 10년 넘게 해 봤으니까요.라고 대답하면 안 되겠지.- 아까 지나가다가 봤어요- 나는 왜 못 봤지 ㅋㅋ- 님님 저 이거 알려주셔서 고마워서 그런데요 친구추가 하실래요?제자리에서 점프를 하면서 친추 이야기를 하는 모습을 보니 괜히 웃기네.- ㄴㄴ- 귀찮음마음은 알겠지만 귀찮았다.나는 로스트 오브 판타지에서 더 이상 사람에게 고통받고 싶지 않다.이 게임이 어떻게 흘러갈지 잘 아는 사람인 만큼 가장 맛있는 부분만 먹고 도망치고 싶다.그래, 레이드가 출시되어도 어디에 모셔가지고 싶지 공격대원을 관리하겠다고 머리카락을 부여잡고 괴로워지고 싶지 않다.돌아오지 않는 공대장.보이지 않는 곳에서 벌어지는 힐러들의 기싸움.오늘 갑자기 허리가 쑤셔서 쉬고 싶다고 말하는 메인탱커…그걸니가왜쳐먹냐고지랄하는마법사저새끼왜분배제한안거냐고생리질하는도적판금은뽀개지말고자기한테달라는쌀먹충포션먹으라고했더니절대로안먹겠다고지랄하는놈…싫다. 절대로 싫다.“절대로 안 하지. 절대로 안 해.”여기서 괜히 친추를 받았다가 어디에 끌려갈 줄 알고?그런 생각으로 거부한 나였지만 의미 없는 선택이었다.‘쌍문동불방패’는 시청자수 4천 명이 넘는 유명한 스트리머였으니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