LNCrawler

그림으로 그린 딜남충

힐러는 도구가 아니에요 — novelpia.com · All chapters

그림으로 그린 딜남충

로스트 오브 판타지에는 불편하면서도 독특한 요소들이 잔뜩 있었다.그중에서 하나가 던전에 들어가려면 플레이어가 직접 걸어가야 하는 것이었다.요즘 와서는 자동 매칭 같은 근사한 기능도 생겼지만 높은 난이도로 넘어가면 결국에는 던전 입구에서 사람들을 모아서 들어가야 했다.“아이고…”덕분에 ‘알파디스코 발굴지점’으로 들어가는 사람들을 구경할 수 있었다.그리고 결과는 좀 뻔했다.대부분의 파티는 딜러로 그득그득 차 있었다.내 경험상 RPG 게임의 인구수 90%는 딜러였기 때문에 이상한 일은 아니었다.하여튼, 전사와 사제가 들어가 있는 경우도 있었지만 그들의 장비를 보면 어떤 ‘전문화’를 골랐는지 알 수 있어서 딜러인지 힐러인지 구별하는 건 어려운 일이 아니었다.「알파디스코 가실분구합니다 @@@@@@@@@@」「4/5 알파디스코 한자리 구함!!!!! 방어전사,수도사제,예지사제,성기사+드루이드XXXX」「알파디스코 파밍 가실 분 최소 2클 이상 전투력 100 이상」그런데 진짜 집요하게도 탱커와 힐러는 안 좋다고 생각하네 이 인간들.그냥 한번 들어가 보면 알지 않나? 탱커랑 힐러를 안 데리고 던전에 들어가면 개고생한다는거?… 아니지 혹시 정하나의 세계에선 던전에 탱커나 힐러가 필요가 없나?[마라부먹쫀득쿠키]「알파디스코 파밍 가실 분!!!! 전투력 105++」[피싸면창자뜯음]「님. 저 전투력 106인데 가능?」일단 주변에 우르르 올라오는 구인 채팅 중에서 그나마 정상적으로 보이는 녀석을 하나 잡았다.물론 전투력을 좀 높게 잡았지만 내가 살던 세계에서도 전투력을 오버컷으로 잡는 건 흔한 초식이었다.[마라부먹쫀득쿠키]「ㅈㅅ」「성기사는 안 받음」[피싸면창자뜯음]「왜요?」[마라부먹쫀득쿠키]「걍 차단함 ㅅㄱ」

d3kza0VLSVdxajZ6L09aWC8xUnR2TjVFd3BxTUNoNDNKNkhISU5zTEt6aWRHVlBMbi9pUEhWNnJ5V082OXhSaw

“그림으로 그린듯한 딜남충이네.”왜 안 받아주냐고 물어봐도 차단을 한다고?묘하게 익숙한 냄새가 나는 행동이었지만, 내 생각과 다를 수 있어서 커뮤니티를 좀 살펴보았다.[마왕군 추천해준 새끼들 양심 있는 거 맞냐? 알파디스코 ㅈㄴ 어려운데?][아니 씨발 권장 전투력 85라고 되어 있는 거 아님? 걍 들어가니까 쳐 썰리는데?][와 ㅋㅋ 서버는 베누스 진영은 연합동맹 < 이게 낚시가 아니었네][이거 완전 개좆망겜 아니야 ㅋㅋ 내가 전투력이 105가 넘는데 알파디스코 보스한테 맞으면 피 삭제됨]“이런거였네.”알파디스코는 확실히 같은 레벨의 연합동맹에서 갈 수 있는 던전보다는 어렵다.그 사실을 부정할 생각은 없지만 이렇게 커뮤니티에서 난리가 날 정도로 어렵냐? 그건 아니다.딱히 어려운 패턴이 있는 것도 아니고 침착하게 하면 얼마든지 대응할 수 있는 패턴들이었다.이 인간들이 어렵다고 난리를 치는 이유는 딱 하나다.[★ 게임밸런스 이거 맞냐? 알파디스코 전투력 100 5인팟 해도 존나 빡센데?]씨발 권장 전투력 < 이거 좆스캠이니까 걍 전투력 존나 올리고 가라걍 K 알피지랑 똑같이 산에 등반하기 위해서 등반도구가 산 정상에 있음 ㅇㅇ여기서 주는 아이템들 좀 입어야 덜 아프던데 보스 새끼가 원투펀치 날리면 내 피도 강간당해서 삭제됨 ㅋㅋ 「전투력 100이면 높은 거 아니냐?」「와 이게 그렇게나 어려움? 파티 뭐였는데?」『▶ 무기전사, 원소법사 둘,사격거너,수렵거너 』『▶▶ 원소법사면 0 티어 아닌가 이걸로 비튼다고?』「그러니까 전투력 높은 애들로 가도 존나 타임어택 개빡빡하더라」「개어려움 씨발 베타한 새끼들이 쉽다고 했는데 허언이었나 봄」“…… 그러면 그렇지.”「??? 이걸 왜 딜러만 데려감 탱힐을 데려가면 그냥 놀면서 깨는데」일단 이 정도로 설명을 해주면 어지간한 딜남충이 아닌 이상 보통 이해하겠지.『▶ 뭔 ㅋㅋ 』『▶▶ 그게 뭔데 병신아 ㅋㅋ 씨발 또 또 게임 안 하는 분탕충새끼들 기어들어왔네 』에휴.몬스터를 때리면 죽는다.딜이 강하면 빨리 잡는다.그 이상의 생각을 하지 못하는 놀라운 '딜남충'들은 내가 살던 세계에서도 꽤 있었다.지금 커뮤니티의 여론을 꽉 잡은 인간들은 이런 그림으로 그린듯한 딜러들인거고.이 인간들의 세계에서 힐러와 탱커는 모두 도구이며, 자신들의 '캐뤼~~~~'를 시녀질 해주는 닦개들이었다.그러니까, 로스트 오브 판타지가 오픈한지 얼마 안된 지금 시점에서 힐러와 탱커의 중요성을 모르니 딜이 안나오면 다 좆밥쓰레기로 보이겠지.애당초 이 인간들은 시너지의 개념도 이해를 못하는 놀라운 사람들이었다.내가 살던 세계에서도 '탱커'를 강제로 매칭해주는 다크워치2에서 조차도 이런 인간들이 많았다.탱커는 어차피 버스를 탄다. 하는 일이 없다. 잘 하지 못한다.그런 인간들이 흘러넘치는게 게이머의 세상이기 때문에 괜히 '모아이 정신'같은게 유행한게 아니라니까?레전드 오브 리그에서도 탱커가 무엇을 하는지 모르고 자기를 안 지켜주었다고 트롤이냐고 욕 박는 애들은 흔했고.『▶▶▶ 게임에 전문화 선택할 때 방어전담, 치유전담이라고 뜨는 애들 있잖음. 걔들 데려가면 졸면서도 깸 』하여튼 전문화를 활성화해야지 제대로 직업의 역할을 수행할 수 있었다.비유하자면 그냥 전사는 초보자.전문화를 선택해야 비로소 전직을 했다고 할 수 있다.그리고 인정하기 싫지만, 이런 전문화를 선택하면서 배정받는 포지션의 '역할'을 제대로 이해하는 사람들은 게임 유저들의 3할도 안되었다.정말로 나도 인정하기 싫지만 이게 현실.애당초 레이드게임이라고 불리우는 로스트 오브 판타지 조차도 전체 인구수 기준 2할 정도만 레이드를 다닐 정도였으니까.지금 이 딜남충들의 꼬라지를 보고 코웃음을 칠 수 있는 사람이라면 상위 20%에 해당하는 실력자란 소리이니….『▶▶▶▶ 이새끼 걍 겜안분이네 ㅋㅋㅋ 병신아 걍 발 닦고 자러 가라』『▶▶▶▶▶ 병신새끼야 딜이 모자라다니까? 전투력 높아도 딜이 모자른데 탱힐 < 영어 쓰면서 꺼드럭거리는 건 왜 하는 거임?』『▶▶▶▶▶▶ 또 또 이 병신 혜지년들이 은근슬쩍 버스 타려고 남자들의 게임에 잠입한 거보소 ㅋㅋ 걍 꺼져라』『▶▶▶▶▶▶▶ 전투력 105 도 힘들다 < 이거 보면 모름? 딜 능력 없는 방패전사랑 사제는 니나 데려가라 ㅋㅋ』진짜로 그냥 딜이 모자라니까 더 강한 딜러 5명을 넣어야 한다고 생각하는게 참 딜남충 다웠다.아니, 저렙 던전은 그렇게 무식하게 깰 수 있을지는 몰라도 30 레벨만 지나도 탱힐이 없으면 아무것도 못할 텐데?물론 로스트 오브 판타지는 레벨업의 호흡이 느려서 만렙을 찍는 과정이 길기는 하지만……아무튼, 본인들이 딜러 5인팟으로 고생길을 걷고 싶다면 말릴 생각은 없다.파티는 어차피 내가 모아서 가면 되니까.원래 이런 딜싸개들은 어디에나 있었다.“…… 이런거 많이 봤지.”심지어 이 로스트 오브 판타지에서도 레이드를 주로하는 게임이 된 이후에도 '힐러나 탱커가 아이템 예약하는게 좆같다', '힐러새끼들 버스타는 주제에 말이 많다' 라고 커뮤니티에서 여론조작을 시도하는 인간들이 꽤 있었다.로오판만 그랬나 레전드 오브 리그에서 시작된 흐름을 RPG 게임에서도 그대로 가져와서 힐러를 '물싸개', '힐싸개', '도구련'이라고 부르는 인간들은 이제 소수가 아니라 절대 다수였다.밀레시안모바일에서는 힐러가 아군의 공격력을 50퍼를 넘게 올려주어도, 힐러 자체가 딜이 안나온다고 레이드에 데려가지 말자고 커뮤니티에서 선동을 했다가 박제당한 인간들도 있었다.용사와 지하성에서도 파티원의 공격력을 1000% 이상 올릴 수 있는 직업을 제발 삭제해달라고, 그냥 파티 잘 가는게 싫다고 없으면 레이드를 못가는게 싫다고 소리치다가 31일 차단을 당하는 머저리들이 산더미 만큼 있었다.「알파디스코 가실 분 아무나 방어전담 한자리/피해전담 3자리 남음」로스트 오브 판타지 인생 10년.딜남충을 피해서 파티구인하기는 진짜 아무것도 아닌 일이었다. 6bd6a13fb63f872bffbfb44892a14731.jpg * * *「디스코엘리시움님이 1,000원을 후원하였습니다」[민서야 민서야 씨발 생각을 해봐라 너 같으면 방패전사를 던전에 데려가겠냐?]「미카매미님이 1,000원을 후원하였습니다」[방패전사 특 < 안 아프게 맞음 이거 말고는 아무것도 없는데 누가 데려감 ㅋㅋ]“씨이…”쉬지 않고 쏟아지는 천원펀치 앞에서 강민서는 두 손으로 머리를 부여잡고 괴로워하고 있었다.그녀는 절대로 시청자들의 도움을 받지 않겠다고 선언한 뒤 파티를 구해서 던전을 클리어할 생각이었다.하지만 그 어떤 파티도 ‘방패전사’를 받아주지 않아서 한 시간 동안 던전 앞에서 무시와 차단을 반복으로 경험하는 중이었다.《디스코! 디스코! 디스코!》[알파디스코 발굴지점을 완료하세요.]「보상 : 마력 서린 완벽한 구리방패」강민서는 퀘스트의 보상으로 주는 방패가 먹고 싶었다.이유는 그게 전부였다.초록색 테두리를 가진 ‘고급’ 아이템은 지금까지 하얀 아이템만 보아온 강민서에게는 그림의 떡이었다.“아, 이거… 자자! 자! 광물단! 잘 들으세요! 지금부터~ 저랑 시참을 할 수 있는 기회를 드릴게요!”- ㅋㅋㅋㅋㅋㅋ 아까 시참 안 한다며?- 저희 업계에서도 방패전사는 좀 ㅋㅋㅋ- 이 새끼 직업이 방ㅋㅋㅋ패ㅋㅋ전ㅋㅋㅋ사 ㅋㅋㅋ- 진짜 지 같은 쓰레기만 골라서 하네- 걍 빨리 캐삭하고 수렵거너가 좋다는데 거너나 키우죠?- 24시간 기부했다고 생각하고 캐삭하자강민서는 평소와 다르게 아무 말도 못 하고 천원펀치에 무참하게 살해당하고 있었다.‘하씨… 방패전사 진짜 안돼? 왜? 이거 좋아 보이는데? 왜 안 되는 건데?’그녀의 머릿속에는 나름 그럴싸한 계획이 있었다.“아, 아니… 님들. 몹이 강하잖아요. 아프게 때린다면서요? 그걸 제가 맞아주면서 원딜들이 때려주면 그림 이쁘잖아요.”「ㅇㅇ님이 1,000원을 후원하였습니다」[우리는 그걸 버스를 탄다고 해요 그런 사회적입 합의를 했어요 ㅋㅋㅋ]「우우우쌀쌀쌀님이 1,000원을 후원하였습니다」[에휴 그러니까 뒤에서 전투력 105 넘는 원딜들이 극딜 하는 동안 님은 방패로 애무만 하겠다고요?]“이 개념이 이해가 안 가세요? 님들? 레전드 오브 리그에서도 이니시 열어주는…”- 아니 그거랑 이거랑 같나 ㅋㅋㅋ- 탑은 라인전이라도 하죠?- 그게 어캐 같음 그래서 님이 스턴 걸면 전투가 끝남?- 좆병신인가 ㅋㅋ 걍 단단하기만 하면 원딜이 니 무시하지 무슨 억제력이있음?강민서는 대화를 포기하고 혀를 찼다.정하나의 세계에서 조차도 탱커가 반드시 필요한 게임에서 탱커가 차별을 받고 쓰레기라고 정치질을 당하는 일이 흔했다.자리를 잡아주고, 전선을 유지하고, 한타를 열고….그런 개념이 흔한 세계에서도 탱커는 언제나 인기가 없었다.탱딜힐.이 포지션이 아직 익숙하지 않은 시청자들의 입장에서 강민서는 딜도 더럽게 안나오는 이상한 캐릭터를 하는 바보 병신으로 보이는 중이었다.‘아, 근데… 뭐 아예 틀린 말은 아니긴 한데…’방패전사의 답답함을 강민서가 모르는 건 아니었다.전문화를 활성하고 난 뒤로 묘하게 ‘딜’이 부족해서 사냥의 속도가 느려졌다는 걸 체감하는 그녀였으니까.‘아씨, 근데… 내가 잘못 골랐다고 인정하기 싫어. 내가 틀릴 리가 없잖아. 그래도 마스터인데…’강민서는 볼을 부풀리고 괜히 마우스를 딸깍거렸다.한 시간.이 이상 던전 입구에서 사람들의 비난을 받으며 구인구직을 할 수는 없었다.“아… 그러면…”인정하기 싫다.방패전사로 자기가 생각한 방식으로 던전을 클리어하고 싶다.입술이 삐죽 튀어나온 강민서는 한숨을 쉬며 그냥 다음 지역으로 갈까, 정말로 캐릭터를 다시 키울까 고민에 빠졌다.[피싸면창자뜯음]「알파디스코 가실 분 아무나 방어전담 한자리/피해전담 3자리 남음」“…… 어?”괜히 가방을 열고 닫으면서 마우스를 딸깍 거리던 강민서는 마른침을 삼켰다.‘이 사람… 어제 나 도와주었던 사람이잖아?’닉네임이 머리에 박힌 강민서는 다급하게 귓속말을 보냈다.[쌍문동불방패]「님님 저랑 같이 가요! 저 방패전사임!!」급하게 귓속말을 보내자마자 강민서는 엔터를 치고 키보드에 손을 올렸다.‘진짜 가고 싶은데…’자신이 스트리머라는 사실이라도 어필해보자, 그런 생각까지 하며 강민서는 심호흡을 하였다.《 ‘피싸면창자뜯음’님이 파티에 초대하였습니다! 》“어? 어? 어! 어! 니, 님들! 보세요! 님들!!! 저 초대받았어요!”- 아니 근데 저 사람 성기사아님?- 시바 쓰레기 둘이서 파티원을 어떻게 채워요- ㅋㅋㅋ 이거 깰 수는 있냐?- 딜 존나 모자른 수준이 아니라 마사지해야 할 거 같은데?- ㅋㅋㅋㅋㅋ 이거 뭐 쓰레기 짬통파티네 ㅋㅋㅋㅋ- 으악! 성기사다!!!강민서는 나쁜 채팅이 올라오든 말든 관심도 주지 않았다.그녀는 지금 한없이 기쁠 뿐이었다.[피싸면창자뜯음]「알파디스코 가실 분 아무나 피해전담 3자리 남음 전투력 컷 없음」“보세요~! 님들하고 다르게 이 분! 친절하고! 게임도 잘 아는 분 답게 저 받아주셨죠? 봤죠? 다들 못 간다고 했는데 저 가게 생겼죠? 방패 먹죠~?”「ㅇㅇ님이 1,000원을 후원하였습니다」[근데 이 파티에 딜러들이 오겠음? 걍 파티 꼬라지만 봐도 꾸릉내가 나는데.]“엄… 그건 뭐! 파티장님이 어떻게든 하시겠죠!”강민서의 걱정과 다르게 전투력 컷이 없다는 정하나의 광고에 남은 3자리는 순식간에 채워졌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