님들 저렙던전은 원래 1번만 눌러도 깰 수 있어요
님들 저렙던전은 원래 1번만 눌러도 깰 수 있어요
알파디스코 발굴지점은 흔해빠진 저렙던전답게 우두머리가 겨우 2마리 밖에 없었다.그도 그럴게 이 던전은 일종의 튜토리얼이기 때문이다.플레이어들이 자연스럽게 오픈월드를 돌아다니고, 퀘스트를 클리어하다 보면 이 던전을 가야 하는 시간이 온다.자연스럽게 퀘스트를 클리어하고 싶은 플레이어들은 던전 입구에 모이고, 파티를 만들어서 던전을 클리어한다.그 과정에서 사람들은 자연스럽게 탱딜힐이 어떤 식으로 돌아가는지 배우고 아이템을 먹는 재미를 배운다.요즘은 아이들도 다 아는 개념이지만 그걸 자연스럽게 가르쳐주는 설계였다.[Zx지죤법사xZ]「이거 걍 패면 됨?」[우우무기커졌어]「ㄱㄱㄱㄱ」아무튼 엄청나게 수준 낮게 설계된 던전인 만큼 클리어는 미리 알아야 할 공략도 없었다.지금도 우리 파티의 딜러들이 우당탕탕 달려가서 쫄몹을 마구 두들겨 패도 문제없을 정도였고.[우우무기커졌어]「?」「와 딜 머임? 한 대 맞았는데 30퍼 날라감」… 문제가 아예 없는 건 아니구나.탱커가 ‘어그로’를 끌기도 전에 신나서 몹을 때린 딜러들은 기대를 배신하지 않고 HP가 뭉텅뭉텅 떨어졌다.내가 살던 세계에서도 흔하게 볼 수 있는 일이라서 화가 나지도 않았다.어차피 저렙던전이고.
d3kza0VLSVdxajZ6L09aWC8xUnR2SWNXMHFPMzNGTVlnd0lnV2xHMlFrdjIzbzZjcHJKVFZqVlMwaVgwQnZScA
아무튼 커뮤니티에서 어렵다고 패드립이 날아오는 악명과 다르게 알파디스코 발굴지점은 맵조차도 간단했다.땅굴로 들어가는 길에 쫄몹이 조금 있고, 큼직한 방에 첫 번째 우두머리가 있다.그다음 빙글빙글 도는 듯한 착각이 드는 일자형 길을 돌파해서 쓰레기가 가득 있는 방에서 두 번째 우두머리를 잡으면 된다.[피싸면창자뜯음]「님들 이거 캐세요」첫 번째 우두머리로 향하는 길에는 ‘달바라기’가 4개 정도 자라나고 있었는데, 이건 무조건 채집하는 게 좋았다.[Zx지죤법사xZ]「그냥 가죠?」「스겜ㄱㄱㄱㄱ」[쌍문동불방패]「이거 어디에 써요?」[응애01호기]「1치킨가능?」[피싸면창자뜯음]「장비 주는 퀘스트 깨면 그 NPC가 캐달라고 부탁해요」내 대답을 듣자마자 점프를 하며 항의하던 지죤법사는 바로 채집을 시작했다.이건 또 오리지날하고 달라서 하나의 채집물을 여러명이서 캘 수 있어서 편하네.옛날에는 이거 가지고 싸우기도 했는데 말이야.아무튼 달바라기도 캤으니 별 어려운 일도 없이 바로 첫 번째 우두머리가 있는 방으로 들어갔다.[우우무기커졌어]「이거 어렵다는데 우리 깰 수 있음?」방안에 서있는 첫 번째 우두머리는 고철로 만든 쌍방패를 들고 있는 인간 남캐였다.특별한 기믹이 없는 그저 그런 흔해 빠진 우두머리였다.[Zx지죤법사xZ]「본인 전투력 90 임」「떡을 칠 수 있다고 할 수 있음」[응애01호기]「갤에서 봤는데」「전투력 105도 힘들다던데」[피싸면창자뜯음]「방패전사님이 먼저 들어가서 패면 자면서도 깸」[우우무기커졌어]「ㄹㅇㅇㄱ???」역시 다들 못 믿는 눈치였다.하긴 내가 대충 받은 3명 모두 전투력이 85 아니면 90이었다.다른 파티에서는 모두 전투력 100 이상을 받아가니까, 일단 가고 싶단 마을에 기울어진 달구지라도 타보겠다는 생각으로 내 파티에 들어온 게 분명했다.[쌍문동불방패]「ㅇㅋ」쌍문동불방패는 그대로 돌진… 아니, 돌진은 아직 안 배웠구나.아무튼 투벅투벅 걸어가서 첫 번째 우두머리를 때리기 시작했다.전투는 사실 뻔했다.저렙던전에 있어봐야 뭐가 있겠어?쌍문동불방패를 클릭하고 느긋하게 힐을 한 두 번 눌러주면 내 할 일은 그게 끝이었다."더러운 벌레 놈들! 곤죽을 내주지!"물론 첫 번째 우두머리가 아무것도 안 하는 건 아니었다.놈의 마력이 100이 되면 손에 들고 있는 방패로 우리 탱커의 머리통을 강렬하게 내려쳤다.그리고 기대를 배신하지 않고 우리 탱커는 제대로 된 방어기술을 쓰지 못하고 그걸 그대로 다 맞아주었다.[쌍문동불방패]《체력: 35%》하지만 죽지는 않았다.죽지 않으면 얼마든지 살릴 수 있다.작은 힐을 연타하기만 해도 우리 탱커가 죽는 일은 없었…“아이고, 뭐 하는데?”우리 탱커는 나를 믿지를 못했는지 다급하게 가방에서 붕대를 꺼내서 두르기 시작했다.그래, 아프면 붕대를 둘러야지. 근데 그거 공격당하면 취소당하는 건 아니?"어어억! 크윽…!!! 더러운 놈들……"마지막에 사소한 찐빠가 있었지만… 1분도 안되어서 첫 번째 우두머리는 죽었다.그 누구도 죽지 않았고, 아프다고 비명 지르는 딜러도 없었다.[Zx지죤법사xZ]「???」「이거 죽은 거임?」[응애01호기]「아프다던데」「맞는 일이 없음 ㅋㅋㅋ」[우우무기커졌어]「걍 호들갑이었네」「좆밥인디????」[쌍문동불방패]「와 대박」우리 탱커는 내가 살려줬다는 걸 알기는 알까.기뻐하는 사람들 앞에서 나는 첫번째 우두머리의 시체를 만져서 아이템을 먹었다.《전리품을 분배하세요》『반짝이는 구리 한손검』「등급 : 고급」「전투력 : 5」「힘 10」[응애01호기]「이거 나는 왜 못 먹음???」그건 님이 거너라서 그래요상점에서 파는 걸 낄 수 있냐 없냐라고 물어보면 낄 수는 있지만…‘거너’는 기본적으로 활, 총 같은 원거리 무기를 착용하는 직업이었다.[Zx지죤법사xZ]「본인도 안됨」님은 마법사라서 안 되는 거고![쌍문동불방패]「저는 굴릴 수 있는데」「이거 걍 주사위 버튼 누르면 되는 거죠?」[우우무기커졌어]「우우 나도 굴릴래」「어 97 나옴」로스트 오브 판타지에서 아이템은 특별하게 설정을 하지 않는 이상, 이런 식으로 주사위를 굴려서 먹는 사람을 정할 수 있었다.기본적으로는 당장 착용할 수 있는 사람에게 우선권이 있었다.당장 착용할 수 있는 사람이 없으면 모두에게 주사위를 굴릴 수 있는 기회를 준다.《쌍문동불방패님이 주사위를 굴려서 99가 나왔습니다!》[우우무기커졌어]「???」[쌍문동불방패]「퍄 ㅋㅋㅋㅋㅋㅋㅋㅋ」와, 이걸 99로 먹는다고?쌍문동불방패는 아이템을 먹은 게 그렇게나 기쁜지 방방 점프를 하더니 바로 착용했다.[Zx지죤법사xZ]「하 개빡치네」「막보는 그래도 스태프 나올 거임」「스겜 ㄱㄱㄱㄱㄱ」처음 들어올 때는 어려우면 어쩌나 하고 꿍얼거리더니!아무튼 내 기억과 다를 것 없이 쉽다는 사실을 알아서 괜히 안도했다.진짜 이름만 로스트 오브 판타지고 딜러 5명으로 깨는 전투력 원툴 망겜이면 실망할 뻔했다고.* * *본인은 전혀 모르고 있었지만 정하나가 한 행동은 작은 파문을 일으켰다.잔잔한 호수에 돌을 던진 것처럼 그 시작은 파티 하나를 파서 즐긴 것뿐이었지만 커뮤니티의 흐름을 바꾸기에 충분했다.아니, 커뮤니티 정도가 아니었다.로스트 오브 판타지를 즐기고 있는 대부분의 유저들이 다른 생각을 하게 만들었다.“와, 이거 민서 님 말이 맞네?”“마스터는 다르다니까 형.”“라이스님이 저번에 했던 말이 뭔지 이해가 안 되었는데 이걸 말하시는 거였네요~!”- 아니 민서가 칭찬을?- 맨날 버스 타다가 E만 쓰지 말라고 꼽먹던 민서가 맞냐?- 님들 드디어 퀸민서의 시대가 온 것 같지 않음?- 와 근데 ㅋㅋ 이거 몰랐으면 바위치기 존나 하다가 겜 접었겠는데?15 레벨에서 20 레벨.20 레벨에서 25 레벨.쭉쭉 레벨업을 하며 다양한 던전에 들어가게 된 강민서는 이제 시참이 아니라 다른 스트리머들과 즐겁게 파티를 돌게 되었다.평소에도 친분이 있던 그들은 모두 딜러였기에 탱커와 힐러가 필요했고 마침 스트리머 중에서 ‘유일’하게 탱커를 키우는 강민서가 그들과 함께하는 건 당연한 일이었다.“후후후, 님들! 이게 맞죠? 제가 라이스님 영상도 봤는데! 이 레벨부터는~! 이렇게 탱딜힐을 다 맞춰야 던전을 깰 수 있데요!”“와… 잘 되었네. 그러면 우리 계속 이렇게 파티할까요?”“민서 님이 탱커? 그거 계속하면 되겠다. 힐러는 그냥 시참 받아도 되고.”오랜만에 듣는 칭찬에 강민서는 웃음이 절로 나왔다.“민서님이 진짜 탱커를 잘하시던데. 아까 던전도 민서님이 아픈거 다 맞고 버텼잖아요?”“야. 민서님이 어디 그냥 탱커야? 민서님이 탱딜힐 맞춰서 던전 돈 것 때문에 패러다임이 바뀌었잖냐. 패러다임이.”“어우 그냥… 호들갑은, 저번에는 뭐 민서님 데려가면 딜 모자란 거 아니냐고 그러더니”“야! 야! 야!”‘아무튼… 채팅창도 그렇고~ 처음에는 나보고 방패전사 왜 했냐고 꼽주더니~!’생각한 대로 인정을 받았다.서포터랑 다르게 괜히 뭔가 더 대단한 일을 하는 것 같고 멋져 보이는 탱커를 해서 기쁘다.“좋아요! 그러면 이렇게 같이 파티하고 쭉 다닐까요?”“좋죠. 좋죠. 만렙 찍으면 나중에 공격대? 그것도 갈 수 있다고 하던데.”“우리 그러면 깐부하죠? 형도 로스트 오브 판타지 앞으로 쭉 할 거라면서요.”종종 대회에서 팀을 맺기도 하던 스트리머들과 더 친분이 깊어졌다.- 와 근데 민서가 탱커를 이렇게 잘하냐 ㅋㅋ- 나중에 탑 콜로서스해도 잘할 듯?- 얘 사실 혜지가 아니라 탑신병자였던거 아니냐- 캬 ㅋㅋ 역시 마스터 클라스가 다르지요시청자들의 민심도 딱 강민서가 바라는 모습으로 바뀌었다.“그런데 우리 딱 4명이잖아요. 형. 힐러 하시는 분 중에 아는 사람 없어요?”스트리머의 한 마디에 강민서는 바로 정하나를 떠올렸다.하지만 추천할 수는 없었다.정하나는 인터넷방송을 하는 사람이 아니라 일반인이니까.‘창자님이 진짜 잘하던데… 뭔가, 아이템 먹는 법도 다 알고 있고.’정하나가 지나가듯이 먹으려고 알려준 ‘달바라기’ 덕분에 강민서는 똑같은 던전을 2번 깨는 귀찮은 짓을 하지 않아도 되었다.심지어 그 장면이 커뮤니티에서 캡처짤로 나돌더니 나중에는 너튜브 쇼츠에서 ‘로오판 꿀팁.txt’ 따위의 제목으로 퍼지기도 하였다.“아 당연히 있지. 너 소니아 님이라고 알지?”“소니아 님? 혜지 아냐? 다크워치2에서도 보르…”“야, 야! 야! 야!”들려오는 시끄러운 목소리에도 강민서는 크게 반응하지 않고 턱을 괴고 정하나를 떠올리고 있었다.“아… 다른 힐러들은 힐을 잘 못 주던데……”실제로는 다른 사람이 문제가 아니라 강민서 본인이 방어기술을 제대로 사용하지 않았음을 알기까지는 꽤 많은 시간이 걸렸다.* * *
“… 근질거려.”레벨 29.커뮤니티에서도 약간 거들먹거릴 수 있는 레벨을 찍고 다음 지역으로 넘어가기 전에 자리에서 일어났다.“아, 미치겠네. 이거… 어떻게 안돼?”정하나가 된 이후로 벌써 5일 즈음.여자가 되어서 불편한 건 솔직히 없었다.정하나가 되자마자 한 일이 침대에서 일어나서 자아찾기여행을 떠나고, 스마트폰을 멀쩡히 쓸 수 있단 사실을 알자마자 치킨을 시켜 먹고 컴퓨터 게임을 시작했으니까.화장실 가는 거? 어려운 일도 아니고, 샤워나 머리감기도 그냥 못 할 일이 아무것도 없었다.“… 하.”아무튼, 지금까지는 그냥 간지럽고 근질거려도 무시했는데.안되겠다. 계속 이렇게 브래지어를 안 차고 살다가는 게임하다가 가슴을 긁겠어.정하나 본인은 안 차고 살아도 된다고 생각한 모양이지만 남자로 평생 살아온 나는 이 큰 가슴이 너무 방해돼서 뭐라도 입어야겠다.“일단 나가자. 나가.”주변에 보이는 대로 바람막이를 아무거나 잡아서 입고 혀를 쭉 폈다.생각해 보면 좀 과소비를 한 것도 같다.통장에 있는 돈은 정해져 있는데 수입도 없는 상황에서 계속 배달음식을 먹는 건 너무 비효율적이지?장이라도 볼까? 이 근처에 무슨무슨 마트라도 있으면 좀 편할 것 같은…─ 띵동! 쾅쾅쾅!“어, 엄마야…!”현관문을 열고 막 나가려는 찰나에 갑자기 문을 두드리는 소리가 크게 들렸다.“하나양? 하나? 아이구! 하나! 살아있는 거 맞지? 아이구, 얘가 왜 나오지를 않을까. 하나야?”조금 정겹다고 할까 구수함까지 느껴지는 아주머니의 목소리였지만 안심할 수는 없었다.“저기… 누구세요?”이 늦은 저녁에 찾아온 아주머니의 정체는 뻔하다면 뻔했다.나를 찾아온 목적은 생각도 못한 쪽이었지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