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주인집 아주머니의 손녀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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주인집 아주머니의 손녀딸...?

현관문을 마구 두드리며 나타난 사람의 정체는 주인집 아주머니였다.나는 짐작 조차도 못하고 있었지만…주인집 아주머니는 정하나가 살고 있는 이 5층 짜리 빌라의 1층에 살고 계시는 모양이었다.“아… 죄송해요. 제가 요 며칠 감기에 걸려서요 그냥 침대에 누워 있었거든요.”“아이구, 그래? 이야기를 하지! 우리 하나 양이 낯을 가리는 건 아는데 혼자 사는 사람이 아프고 그러면 원래 도움 받고 그러는거여.”거의 나흘 넘게 집에서 다 큰 여자애가 나오지를 않고 있으니 걱정을 하신 걸까?일단 정하나의 평판이 좋다는 건 나에게는 좋은 일이었다.내 기억에도 없는 인간관계의 트러블 때문에 죄송하다고 말을 해야 하거나 미움을 받으면 그것 만큼도 귀찮은 일은 없었을 텐데.“그런데… 몸은 좀 괜찮구?”“아, 네네. 지금은 괜찮아요. 걱정하지 않으셔도 괜찮아요.”“그려? 아이구… 그래도 우리 하나 양이 혼자서 아팠으면, 뭐야. 우리 손녀 봐달라는 말은 못 하겠구먼.”주인집 아주머니는 고개를 한번 도리도리 흔들더니 등을 두드렸다.“네? 손녀요?”“으이?”“아, 그게… 죄송해요. 아주머니. 제가 뭘 도와드리기로 했었나요?”하나도 모르겠다.톡에는 특별히 나눈 이야기가 없다.이걸 그렇다고 대충 아는 척을 할 수는 없으니까…아팠던 걸 핑계 대서 대놓고 물어봐야지.“제가 아팠어가지고… 기억이 오락가락해서요.”“아이구… 약은 사먹었나?”“약을 사 먹고 그러는 건 좀 아깝다는 생각이 들어서요.”“흐메! 아프면 약을 먹어야지. 젊다고 그, 어떻게든 될 거라고 생각하면 안 되는 거야.”주인집 아주머니는 고개를 도리도리 흔들더니 등을 한 번더 두드렸다.“그, 머야. 정말로 기억이 안나는감?”“네… 죄송해요.”“그이, 머여. 우리 손녀딸이 말이여. 후로게이머인가? 먼가? 그걸 하겠다고 해가지고… 우리 하나양이 봐주기로 했던 거 기억이 정말로 안나는겨?”“프로 게이머요?”주인집 아주머니의 입에서 튀어나온 말은 진짜 상상도 못 할 이야기였다.* * *아주머니와 정하나가 맺은 약속은 대충 이랬다.주인집 아주머니에게는 눈에 넣어도 아프지 않은 다 큰 손녀딸이 있다.… 아니, 근데 이 아주머니 왜 이렇게 젊어? 나는 할머니일 거라고 생각은 못했는데?하여튼! 그 손녀딸의 이름은 ‘임하린’.놀랍게도 얘는 프로게이머를 하고 싶다고 말을 한 모양이고, 주인집 아주머니는 정하나가 게임을 잘한다는 이야기에 부탁 아닌 부탁을 한 모양이었다.그리고 이건 주인집 아주머니의 귀찮은 부탁이 아니었다.정하나는 임하린을 봐주고 김치 같은 반찬을 받거나 가끔은 집에 초대받아서 저녁을 먹는 식으로 식비를 아낀 모양이었다. c27c8baff137c281a38f5e44e2f39124.jpg “언니 뒤진 줄 알았는데 살아있네요.”아무튼 그 ‘임하린’의 첫 인상은 좋은 쪽은 아니었다.집 근처의 편의점 앞에서 만나게 된 임하린은 교복은 단정하게 입고 있었지만 풍기는 분위기가 영 성실하지 못했다.일진까지는 아니지만 성실히 공부하는 인상은 아니었다.“몸이 좀 아파가지고.”“그래요. 그럼 계속 아프지.”… 애가 좀 싸가지가 없는데?아니 됐다. 사실 얘가 싸가지가 있든 말던 예의가 100점 만점이든 말든 그게 중요한 게 아니다.도대체 어떤 게임의 프로게이머를 한다는 건지 나는 이야기를 듣지는 못했다.진짜 기억나는게 아무것도 없어서 주인집 아주머니를 살살 떠보았지만, ‘할머니’인 만큼 게임의 이름은 전혀 모르시는 눈치였다.약간 ‘아이구! 애가 프로게이머인지 뭔지 하고 싶다는데 그냥 하게 두어!’ 같은 느낌이라고 할까…“… 또 따라오실 거잖아요. 할머니가 부탁한 것 좀 그냥 작작 하시면 안 돼요?”“내가 옆에 있으니까, 너희 부모님도 뭐라고 안 하는 거 아니야?”아주머니랑 이야기를 하다 보니 안 사실인데…임하린의 부모님은 맞벌이 부부고, 내일 모레면 성인이 되는 얘한테 더 이상 관심이 없는 모양이었다.“… 하.”임하린은 혀를 차더니 뒷머리를 긁고 지갑에서 5만원을 꺼냈다.“이거 드릴 테니까. 그냥 저번처럼 할머니한테 거짓말해주세요.”오호라.이거 보니까 진짜로 프로게이머를 할 생각은 없는 것 같은데?그런데 무슨 일이 있었는지는 모르니까 한번 떠볼까?“저번처럼?”“다 알면서 그래요?”“아니 5만원 가지고 되나 싶어서.”“아, 미친…”임하린은 나를 노골적으로 노려보았다.“왜? 내 입장이란 것도 있어. 너 어차피 이 근처에 살잖아.”이건 아주머니가 해준 이야기였다.편의점에서 10분 넘게 기다려도 안 오면 임하린이 여기 사니까 데리고 나오라고 아파트 주소까지 알려줬거든.“나한테 5만원 주고 너 뭐 하려고? 그건 알아야 나도 안심할 거 아냐? 아주머니나 너네 부모님이 너 노는 거 발견하면 나 여기 쫓겨날지도 모르는데?”“아니…”“맞잖아. 나 여기 말고 딴 데 가면 굶어 죽어.”임하린은 상당히 아니꼽다는 표정을 지으며 날 흘겨보았다.“언니… 아프더니 사람이 좀 변한 것 같아요.”“으응, 돈 아까워서 약 안 먹고 앓았거든.”“… 어? 진짜요?”임하린은 갑자기 나를 걱정하는 표정을 지었다가 다시 날 흘겨보았다.“아무튼… 저번에는 5만원 주니까 알겠다고 그냥 갔잖아요.”“그때 걸릴 뻔 해서 그래.”“어차피 PC방 가니까 안 걸려요.”“PC방? 너 진짜로 프로게이머 할 생각 있는 거야?”임하린은 아리송한 표정을 지으며 고개를 끄덕이지도 흔들지도 않았다.“아무튼… 됐죠? 저 PC방 갈 거니까 문제 없죠?”“아니 문제가 없기는 뭐가 없어. 같이 가자. 할머니가 너랑 뭐 했냐고 물어보면 풀 썰이라도 있어야 할거아냐.”임하린은 입술을 잔뜩 삐죽이면서도 날 밀어내지는 않고 몸을 돌려 PC방 간판이 달려있는 빌딩으로 걷기 시작했다.아, 그런데 이거 문제 없나.아까 아주머니가 문 두드렸을 때 그대로 나와서 브래지어 안 했는데…?* * *“아, 자리가 왜 이딴 거밖에 없어…”투덜거리는 임하린은 가방을 바닥에 대충 밀어 넣더니 커플석의 왼쪽 끝자락에 앉았다.솔직히 나도 다른 자리에 앉고 싶었는데, 마땅히 앉을 만한 자리가 없었다.“너, 그래서 무슨 프로 하는 건데.”“… 뭐라고요?”“약 안 먹고 한 3일은 누워 있었더니 기억이 가물가물해서.”임하린은 나를 어이가 없다는 듯이 흘겨보았다.“프로가 무슨 프로가 있어요. 레전드 오브 리그 밖에 없죠.”아, 역시 그쪽인가.… 근데 나는 그쪽이라면 프로게이머는 무리인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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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내가 평소에 너 뭐 봐준 거 있어?”“언니, 기억 하나도 안 나요?”내가 그냥 쿨하게 고개를 끄덕이자 임하린은 손에 들고 있는 스마트폰을 무선충전기에 올려놓았다.“그럼 안 말해줄래요.”“게임 못하게 키보드 뽑아버린다?”“…… 언니 성격이 원래 이랬어요?”임하린은 엄청 놀라는 눈치였지만 턱을 괴었다.“아니다… 원래 좀 욱했나…”“말 돌리지 말고. 빨리 안 말해?”“그냥, 내가 게임한 거 보고… 언니가 잘했다 못했다. 가끔 엄마나 아빠가 물어보고 할머니가 물어보면 같이 거짓말해 주고 그랬어요.”거짓말을 해줬다라…그래서 이렇게 술술 불듯이 알려주는 거구나? 앞으로도 계속 거짓말을 해야 하니까.“너, 그러면 진짜로 프로를 할 생각은 없고?”“… 몰라요.”“왜 몰라?”“그냥…”딸깍 딸깍, 마우스를 괜히 만지작 거리던 임하린은 한숨을 푹 내쉬었다.“재미 없어요.”“레전드 오브 리그가? 너 티어가 어딘데?”“…… 지금은 게임 안 해서 다이아인데요.”다이아도 잘한다면 잘하는 거긴 한데.얘 나이를 생각해 보면 프로를 할 수 있는 레벨은 아니네.“그래? 어디 가는데? 미드?”임하린은 아르바이트생이 가져다주는 커피를 받으며 고개를 끄덕였다.“그러면 왜 재미없어? 부모님한테는 프로 한다고 한 거 아니야?”“… 왜 이렇게 꼬치꼬치 캐물어요? 언니 아프더니 좀 이상해졌네요.”“거짓말도 한두 번 해야 안 걸리니까 그렇지.”“그냥…”임하린은 중얼거리더니 갑자기 바탕화면에 있는 다크워치2에 들어갔다.“… 공부보다 게임하는 게 더 재미있어서요.”대충보이는 임하린의 계정의 레벨은 꽤 높았다.심지어 프로필 아이콘도 엄청 반짝거렸다.“너, 이거 티어는 뭐야?”“… 왜요?”“꽤 높은 거 같아서?”“마스터요.”레전드 오브 리그랑 다크워치2는 랭킹티어가 묘하게 다를 텐데…그래도 마스터면 꽤 상위권 아닌가?“알겠다. 너 프로는 할 생각은 없고 그냥 공부하는 거 보다 게임이 재미있는거네.”임하린은 대답하지 않았다.다만 내가 한 말이 꽤 신경이 쓰였는지 다크워치 2도 꺼버렸다.“그래서… 왜요? 뭐요? 뭐 어쩌라고요? 엄마랑 아빠처럼 뭐 훈수질 하려고요?”“내가 왜? 그냥 너 하고 싶은 게임 해. 나도 옆에서 너 봐줬다고 거짓말은 해야 하니까 있을 거고.”“… 어, 진짜요?”임하린은 눈을 깜빡거렸다.“저 레전드 오브 리그나 다크워치2 안 해도 돼요? 블랙서바이벌도 안 해도 되고요?”“응, 니 하고 싶은 거 해. 그냥 너랑 나랑 말 맞추어서 거짓말하면 되는 거지.”프로가 얼마나 하기 힘든데.레전드 오브 리그만 해도 프로를 하려면 최소한 챌린저를 찍어야 한다.휴면강등을 당하기 전에 얘가 어떤 티어였는지는 몰라도 얘가 그 급이라는 느낌은 없다.“진짜죠…?”“왜, 내가 랭크게임 없는 게임 하면 너네 부모님한테 이를까 봐 그래?”“…… 네. 언니도 아시잖아요. 우리 엄마랑 아빠가 한 말이요. 공부 안 하고 게임할 거면 프로게이머라도 하라고 한 거요.”“프로게이머가 그렇게 뭐 대신에 할 만큼 쉬운 건 아니지.”냉혹하게 말하면 어차피 임하린의 인생이다.나는 얘를 프로게이머로 만들어줄 실력이 없다.본인도 딱히 프로게이머를 안 하면 죽겠다는 모습을 보여주지도 않는다.프로를 해봤냐고 물어보면 해본 내 입장에서 얘한테 그래도 프로게이머를 도전해 보는 게 좋지 않겠냐는 그럴싸한 위선 가득한 말은 못 하겠고.“그러면 저 오늘 이거 할래요. 요즘 인방에서 다 이거하거든요. 우리 반에서도 게임 좋아하는 애들은 다해요.”“무슨 게임인…”콧노래를 흥얼거리는 임하린은 내 옆에서 ‘로스트 오브 판타지’에 접속했다.《파이어프로그》【무르무르 서버】【임모탈 — 흑마법사】【LV.27】“너, 이것도 해?”“네, 언니. 이거 진짜 재미있어요. 솔직히 저는 레전드 오브 리그 보다 이게 더 재미있는 것 같아요.”“그래… 나도 마침 하는데.”“…… 진짜요? 같이 할래요 언니?”화들짝 놀라면서도 같이 하자고 조르는 임하린은 첫인상과 다르게 결국 귀여운 여고생이었다.그리고 최고의 원딜러였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