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임하린과 조금 친해지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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임하린과 조금 친해지기

임하린에게 정하나는 어렵지는 않지만 그렇다고 쉬운 어른은 아니었다.공부를 그렇게 하기 싫으면 프로게이머라도 해라.자신을 혼내던 부모님에게 대들듯이 시작된 임하린의 게임인생은 생각보다 좋은 결과를 내고 있었지만, 반대로 정하나의 판단대로 진짜 프로게이머가 되기에는 2%가 부족했다.그런 관점에서 보자면 다른 어른들보다 정하나는 임하린이 호감을 묘하게 느낄 수밖에 없는 사람이었다.새하얀 머리카락과 붉은 눈은 너무 눈에 띄었지만.‘이 언니 한번 아프고 오더니 뭔가…’커플석에 나란히 앉아서 똑같이 ‘로스트 오브 판타지’를 하게 된 정하나.임하린은 이 모습이 싱숭생숭하면서도 갑자기 나이 많은 친구가 생긴 기분이었다.‘저번처럼 그냥 돈 주고 대충 입 맞추고 하던 때보다는 좋지 뭐.’생각을 하며 임하린은 익숙하게 게임을 즐기기 시작했다.학교에서도 즐기는 아이들이 많은 로스트 오브 판타지였기에, 그녀는 오늘도 빠르게 렙업을 할 생각이었다.정하나는 그런 임하린에게 관심도 주지 않고 복숭아맛 아이스티를 하나 시켜서 가슴 위에 올려두고 마시며 본인의 게임을 즐기는 중이었다.“어?”“… 왜?임하린은 정하나의 게임화면을 힐끗이다가 진심으로 놀라 신음을 약하게 내었다.“언니도 이거 해요?”“아까 한다고 했잖아.”정하나가 아이스티를 주문하기 전의 나눈 스몰토크였다.“그거 직업이 뭐예요?”“성기사.”“그거 구리다고 하던데.”“하이브리드가 원래 평판이 그래.”생소한 단어에 임하린은 고개를 갸웃였다.‘하이브리드? 하이브리드가 뭐지…?’임하린은 뉴스를 떠올리다가 생각하는 걸 그만두었다.‘이 언니도 이걸 하는구나. 하긴 요즘 안 하는 사람이 없지.’이제 막 오픈한 로스트 오브 판타지는 게임을 좀 한다는 사람들이 모두 즐길 만큼 인기가 많았다.그래서 정하나가 갑자기 게임을 즐기는 모습을 보여주어도, 그런 인기돌풍 속에서 일어나는 잔잔한 변화라고 느껴질 정도였다.‘일단… 오늘은 딱 30까지만 찍어야지. 10시까지 하면 30은 무조건 찍을 거야.’레벨업을 하면 새로운 스킬을 배운다.그런 새로운 스킬을 배우다 보면 또 다른 던전에 갈 수 있다.임하린은 이 단순한 사이클이 꽤 마음에 들었기에 열심히 퀘스틀 깨고 몬스터를 사냥하기 시작했다.“아, 짜증 나…”그렇게 사냥을 하던 임하린은 몬스터의 시체를 루팅 하다가 얼굴을 찡그렸다.“왜?”정하나의 질문에 임하린은 잠깐 놀랐다.“어… 인벤토리가 모자라서요.”임하린은 다른 RPG 게임도 해본 경험이 있기 때문에 인벤토리의 개념은 알고 있었다.정하나는 고개를 돌려서 임하린의 게임화면을 보고는 피식하고 웃었다.“당연히 모자라지. 너 가방을 기본 가방으로 쓰고 있잖아.”“… 가방이요?”“응, 가방. 16칸보다 더 늘릴 수 있는데.”“진짜요? 어떻게 늘리는데요 언니.”“너 퀘스트… 잠깐 인벤 좀 열어봐.”정하나는 몸을 돌려서 아이스티를 가슴에서 내려놓고, 임하린의 오른팔에 약간 몸을 붙이며 게임 화면을 봐주기 시작했다.“열었어요.”“어디 보자… 그렇네. 너 가방 주는 퀘스트를 안 깼네. 알파디스코 발굴지점 기억나? 거기 지역?”“아, 거기요? 당연히 기억하죠.”“거기 보면 달바라기라고 채집물 주워다 주면 6칸짜리 가방 주는 퀘스트가 있어. 그거라도 깨.”“6칸……”임하린은 입술을 삐죽였다.“그거 밖에 안 늘어나요?”“그런 가방을 최대 4개까지 더 낄 수 있거든? 게임하다 보면 더 늘어날 거야. 나중에 던전 돌다 보면 드랍되기도 해.”“그건 몇 칸인데요?”“공격대에서 나오는 건 먼 미래의 일이니까 빼고… 퀘스트 좀 깨다 보면 10칸 짜리도 주고 그래. 만렙 찍으면 자연스럽게 좀 늘어나는 게 있을 거야.”정하나는 자연스럽게 손을 뻗어서 게임화면을 가리켰다.그 행동을 하면서 묵직한 가슴이 임하린의 오른팔에 꾹 하고 눌러지긴 했지만, 임하린은 크게 반응하지 않고 모니터를 바라보았다.“여기에 보이는 칸에 네가 가방을 장착하는 거거든? 지금은 게임 초기라서 전문직업을 찍은 사람들이 얼마 없어서 제작가방 같은 건 사지 말고…”“전문직업이요? 그게 뭔데요?”“나중에 네가 해야 하는 거 있어. 지금은 몰라도 돼.”정하나는 손으로 근처에 있는 채집물들을 가리켰다.“너 당장 가방이 너무 불편해서 죽을 것 같으면 여기 보이는 풀들 있지.”“마력억세풀 말하는 거예요?”“응, 그거 너… 아니다. 그냥 대충 캐서 나중에 대도시에 가면 경매장 있지? 거기 가서 올려서 팔아. 팔면 돈 좀 생길 텐데 그걸로 가방 사면 돼.”임하린은 눈을 깜빡이며 정하나를 빤히 보았다.“언니.”“왜?”“그걸 어떻게 알아요? 저 언니가 말해주는 거 처음 들어봐요.”임하린은 타닥타닥 소리를 타자를 쳐서 너튜브에 들어갔다.“저, 수업시간에는 게임 못하잖아요.”“하면 큰일 나지.”“그래서 너튜브나 커뮤니티 같은 거 돌아다니면서 팁이나 가이드 같은 거 다 찾아보거든요.”정하나는 턱을 괸 채로 임하린을 바라보았다.“그런데, 내가 오늘 말해준 건 아무도 말 안 해줬어?”“네, 가방… 아, 가방은 누가 영상 올린 게 있었는데 제가 까먹은 거고요.”채집물과 전문직업의 이야기는 임하린에게 정말로 생소한 이야기였다.“전문직업? 이건 처음 들어봐요. 뭐 흑마법사가 좋다 마법사랑 뭐가 다르다 이런 건 많이 들어봤지만요.”“나중에 게임하다 보면 알 거야. 나는 그냥 좀 빨리 안 것뿐이고.”“그게 끝이에요?”“응, 그리고 네가 본 너튜버들이 그런 거 안 알려주는 이유가 있어.”임하린은 눈을 동그랗게 뜨며 바라보았다.“전문직업은 돈이 되거든.”“아~”돈이 된다.진짜 어처구니가 없는 말이지만 그것보다 더 간단하고 명쾌한 대답도 없었다.“진짜 꿀은 자기들이 빤 다음에 알려주려고 꽁꽁 숨긴 거구나.”임하린은 게임머리가 좋은 만큼 ‘마력억세풀’을 몇 개 채집하고는 바로 어깨를 으쓱였다.“풀이 채집을 하면 사라지네요? 경쟁자가 많이 생기니까 안 알려준 거네요.”“그거 10분 정도 지나면 리젠되기는 하는데, 경쟁자가 있으면 안 좋긴 해.”정하나는 다시 아이스티를 자기 가슴 위에 올려두려다가 포기하고 손에 들고 마셨다.‘이 언니 이런 성격이었구나…’임하린은 속으로 감탄하며 다시 게임을 하기 시작했다.‘내가 도와달라고 말 안 하면 기다려주는 스타일이었네. 저번에도 대충 한 게 아니구나 그럼?’철저한 오해였지만, 임하린은 정하나에게 호감을 느끼기 시작했다.엄마 아빠와 다르게 자신을 내다 버리는 느낌도 아니었고.자존심을 건드리지 않고 능숙하게 게임의 팁을 알려주는 모습.임하린 정도 되는 게이머라면 정하나를 싫어하기는커녕 좋아할 수밖에 없었다.“아, 맞다. 너 조금 있으면 28 레벨이지?”“네, 언니.”“나 어차피 여기 던전 가야 하거든? 너 게임 잘하니까 같이 좀 가자.”어차피 본인에게도 이득인 이야기를 자연스럽게 권유하는 정하나의 모습에 임하린은 괜히 웃음이 나왔다.“좋아요! 제가 캐리 해드릴게요 언니.”* * *“하아~! 진짜 잘 놀았다.”10시.아직 청소년인 임하린은 이 마법의 시간에서 자유로울 수가 없었다.살짝 아슬아슬한 게 아닌가 싶었지만? 큰 문제없이 던전을 클리어하고 딱뎀으로 끄고 나올 수 있었다.“프로게이머 한다고 난리를 친 애가 PC방 나오면서 잘 놀았다고 해도 돼?”“뭐… 어때요. 언니가 거짓말 잘해줄 거잖아요.”“어이가 없네.”싱글싱글 웃는 임하린은 겨우 게임 한 판 같이 했다고 나에게 친밀감을 느끼는 모양이었다.아니, 근데. 오늘 꽤 이것저것 많이 하기는 했다.내가 전문직업 이야기를 한 거에 느낌이 있었는지 눈에 보이는 대로 채집물을 같이 먹었고?던전도 두 판이나 돌았고, 정예 몹을 잡아야 하는 귀찮은 퀘스트도 임하린이 있었던 덕분에 2분 만에 날먹으로 깨버렸다.사실 ‘힐러’는 솔플이 놀라우리 만큼 느린 만큼, 옆에서 같이 돌아주는 딜러가 있으면 편할 수밖에 없었다.아무튼 이러면 오늘 하루 좀 날려먹는 시간이 있을 거라고 생각한 게 오히려 좀 줄어든 부분이 있긴 하네.“언니. 우리 매일매일 이렇게 같이 할래요?”“그건 힘들걸?”“아, 왜요?”“너는 학생이라서 집에 가면 잠도 자고 수업시간에는 게임 못하는데 나는 할 수 있으니까.”임하린은 끝을 알 수 없는 부러움이 가득한 눈으로 나를 빤히 바라보았다.“아마 내일쯤이면 내가 너 보다 2,3 레벨 정도 더 높아질 텐데. 그러면 지역도 달라지고 던전도 달라져서 당장은 같이할 수 있는 게 없을 거야.”“하… 알겠어요. 아쉽지만 어쩔 수 없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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의외로 손해 보면서 자기랑 놀아달라고는 안 하네?그런데, 생각해보니까 이건 여자가 되어서 좋긴하네.여고생이랑 어떤 거리낌도 없이 게임 이야기하고, 커플석에 앉아서 떠들고?이거 내가 남자였으면 꽤 힘든 일이었겠지? 애당초 주인집 아주머니가 얘 좀 봐달라고 말을 안했을 거고?좋아, 이러면 아예 조금 더 친해져 버릴까?“대신에 게임하다가 중간에 어려운 거 있거나 안되는 거 있으면 물어봐.”“어떻게 물어봐요?”“… 아, 맞다. 너랑 연락처 교환을 안 했지. 번호 알려줘. 추가할게.”“언니 저번에는 안 알려준다고 하더니…”그랬나 보네.정하나는 도대체 어떤 인간이었던거지.“그때는 그때고, 지금 보니까 취미도 같으니까.”임하린은 별로 고민하지 않고 내가 내민 스마트폰을 잡더니 번호를 찍어주었다.“그런데 언니.”계단을 다 타고 내려와서 조금 쌀쌀한 바람을 맞을 즈음에 임하린이 내 얼굴을… 아니, 가슴을? 빤히 보면서 말했다.“할머니가 언니보고 빨리 가라고 그랬어요?”“어…? 왜? 갑자기? 딱히 그런 건 아니고, 내가 시간 가는 줄도 모르고 그냥 잠만 잤거든.”“그렇구나. 아뇨. 그냥.”임하린은 진짜 지나가는 듯한 목소리로 중얼거렸다.“브래지어 안 했길래요.”“…… 응?”“나갈 생각도 없던 사람 급하게 데려와서 저한테 붙인 건가 했죠.”“아, 아니… 네가 그걸 어떻게 알아? 내가 브래지어를 했는지 안 했는지?”여자들은 알 수 있나?그냥 보면 아나? 알 수 있나? 내가 까서 보여준 것도 아닌데?“어떻게 알기는요. 언니 가슴이 닿았으니까 알죠?”“아, 아니 착각이야. 착각. 했어. 제대로 했으니까!!”내가 뒤로 한걸음 물러나자 임하린은 피식하고 웃었다.“언니, 왜 그래요? 뭘 그렇게 부끄러워해요.”아니, 그러면 당연히 부끄럽지! 브래지어 안 하고 있는 게 걸렸으니까!“저도 가끔 편의점 갈 때는 안 하는데.”“아냐, 별로 알고 싶지 않았어.” f033d48f6e4c7d7a64c4115b88ac5db5.jpg 나는 두 손으로 가슴을 가리고 자리에 쭈그려 앉았다.“너! 여고생이! 그런 말 하지 마! 큰일 나!!!”“여자끼리 무슨 상관이라고…”상관있어!!!아무튼, 아무튼 주인집 아주머니의 손녀딸이랑 친해졌으니까 손해는 아니지… 이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