님들 그래서 힐러 키워보기는 함?
님들 그래서 힐러 키워보기는 함?
결국 브래지어는 냄새도 못 맡아보고 집으로 돌아온 나는 더 이상 게임을 할 기력이 남아 있지 않아서 샤워를 하고 침대에 누웠다.뭐, 생각해보면 내가 브래지어를 어떻게 살 수 있나 싶기도 해.애당초 사이즈를 모르잖아? 컵이랑 숫자? 아무튼 그걸 모르는데 어떻게 사겠어.대뜸 직원한테 몸에 맞는 거 아무거나 달라고 손을 내밀 수도 없잖아.“아니지… 집에 입던 게 있으니까 그걸 들고 가면… 아니, 들고 갈 필요는 없나…”
혼잣말을 중얼거리면서 반쯤 졸면서 ‘로스트 오브 판타지 갤러리’에 들어가는 나였다.[던전 씨발 왜.이.렇.게.어.렵.냐.고!][그래서 원딜러 뭐가 좋은 거임? 법사냐? 흑마냐? 결론 안남?][전문직업 < 이 새끼 안 해도 되는 거냐? 벌써 하는 애들 있던데.][그래서 티어표 언제나옴? 딜러 1황이 누구임? 그때까지 숨 참는다]어느새 자리를 잡은 내 하루의 끝은 이런 느낌이었다.개념글을 포함해서 일반글까지.우르르 올라오는 수많은 글 중에서 질문들을 찾아내서 적당히 대답을 해준다.아예 각을 잡고 정보글을 쓰는 건 시간이 너무 오래 걸려서 선택한 방법이었다.[이 게임해보려고 하는데 서포터 직업? 힐러 < 이거 뭐 하는 게 좋은 거임?]레전드 오브 리그에서도 서포터 해가지고여기서도 딜러는 좀 그렇고 무난하게 서포터 하고 싶음내 성향이 딜러나 탱커는 좀 어려워서 그런데 서포터는 뭐 없음? 「그냥 딜러 키우지? 레전드 오브 리그처럼 니가 못한다고 죽고 그렇지는 않음」『▶ 던전 가면 딜러 개잘해야함;;;』「힐러는 그냥 사제하면 되는 거 아님?」「얘는 이 갤에다가 서포터를 물어보네 ㅋㅋ 여기 죄다 딜러들 밖에 없음」딱 봐도 간절함이 느껴지는 질문글에 제대로 된 댓글은 하나도 없네.오늘은 여기에 진지하게 하나 댓글 달아주고 자면 딱 되겠는데.「힐러가 처음이면 수도사제가 가장 쉽고 예지사제는 패턴을 알아야 함 회복드루는 추천X 복원주술사는 공격대에서 좋음, 신성기사는 무조건 한자리 있음」뉴비에게 큰 도움이 되기를.분명히 그런 생각으로 작성한 댓글이었다.* * * * *자고 일어났더니 박제를 당했다.… 아니, 조금 더 정확하게 말하면 내가 잠자기 전에 올린 댓글 때문에 갤러리가 시끄러웠다.“뭐야, 아니… 도대체 무슨 개소리들을 한 거야. 이게 떡밥이 어디서 시작된 건데…”자고 일어나니 념글만 5페이지가 넘게 갱신되어 있었고?내가 어제 댓글을 달아준 뉴비의 글은 관심이 부담스러웠는지 이미 폭파된 이후였다.아무튼… 개념글을 쭉 넘기다 보면 대충 이야기의 흐름은 알 수 있었다.[★ 뉴비 질문글 답해주려고 하닥 본 건데 이 새끼 뭐냐?](대충 내가 남긴 댓글을 박제한 스샷)얘는 뭐 미래에서 옴?게임 출시한 지 일주일도 안되었는데 공격대가 어쩌고저쩌고뭐 혼자서 상상의 나래를 펼치면서 전문화 평가질을 하고 있냐?걍 겜안분이면 갤에서 좀 꺼지면 안 됨? 「지금 만렙 찍은 애 없지 않냐? 애당초 공격대가 머임?」「존나 웃기네 저 새끼 ㅋㅋ 분명히 힐러는 하나도 안 키우는 딜남충일듯ㅋㅋ」「AI로 댓글 달아준 거 아니냐? 딱 봐도 AI 환각인 듯」「신성기사 좋다고 하는 거 보니까 기사 키우는 병신이네」「걍 씨발 사제는 무지성으로 수도사제를 키우면 되는데 뭔」대충 이런 느낌이구나.철저하게 ‘만렙’의 기준으로 내가 뉴비에게 추천을 해준 댓글이 이 정보가 지금 사람들에게는 ‘개씹소리’로 보인다는 거네.그런데 뭐, 어쩔 수 없다.로스트 오브 판타지는 그 유명한 ‘일단 만렙을 찍는 게임’이었으니까.만렙을 찍은 뒤에 도는 던전들! 그리고 마지막에는 공격대를 클리어하기!이게 로스트 오브 판타지의 알파이자 오메가인데 이걸 기준으로 직업을 추천해주지 않으면 어떻게 하겠어?솔직히 초반에 그냥 뭐가 좋냐고 물어보면 거너가 좋고, 수도사제가 좋다는 건 모를 수가 없는 이야기고.[념글 근데 진짜 근거가 없는 겜안분 발언임?][본인 힐러 2개 키우는데 저 이야기 대충 맞는 것 같기도 한데][그래서 갤 시끄러운 이유가 머임? 이 갤에서 힐러 키우는 애들이 있었다고?][씨발 맨날 딜러 이야기 가지고 갈드컵 존나 열던 애들이 지금은 뭐 열지도 못하는 거 실화냐?][존나 웃긴 점 ㅋㅋ 어제는 흑마랑 마법사 가지고 12시간 동아 키배 떴는데 지금은 아무도 힐러 성능을 모름]그리고 대충 갤러리를 보아하니 진심으로 나를 ‘겜안분’이라고 생각해서 욕하는 사람은 거의 없어 보였다.아니, 아예 판단 자체를 사람들이 못하는 느낌?처음에는 나를 박제하는 념글이 올라와서 신이 나서 욕을 하는 사람들이 있었지만 내 발언이 팩트냐 아니냐로 논점이 넘어간 뒤에는 흐지브지된 모양이었다.“아니 근데 내 잘못인가 이게? 나중에 보면 겜알못 레전드 발언이 될텐데 다들 알아서 자폭해주네.”한 1년 정도 지나면 오픈초기의 알못발언 모음집 같은거에 올라갈 것 같기도하네.그런데 내가 옛날에 로스트 오브 판타지를 할 때도 힐러랑 탱커를 키우는 사람은 10명 중에 2명도 안되었는데……지금은 그것보다 더 심하면 심했지 힐러가 더 많을 것 같지는 않았다.이래서 내가 뉴비의 글에 성실하게 댓글을 달아준 건데 말이야.힐러나 탱커 이야기는 사람들이 잘 모른다니까?딜러만 키우는 사람들이 대부분인 이런 커뮤니티에서의 힐러의 인상이 어떻냐면……* * *「ㅇㅇ님이 1,000원을 후원하였습니다」[민서님~ 민서님~ 커뮤니티에 올라온 글 보셨어여~??]“아, 그거요? 던전에서 만난 힐러들 평가 뭐 그거요?”필드에서 열심히 닥사를 하던 강민서는 아까부터 날아온 도네에 결국 반응하고 말았다.- 개웃기던데 그거- 회드 < 이 새끼 본 적 없음 그거 말하는 건가- 근데 힐러들 확실히 사제 말고는 없더라- 민서야 민서야 너도 하자정하나가 쓴 댓글 때문에 시작된 ‘힐러 평가’는 커뮤니티에서 반쯤 밈으로 유행하는 중이었다.갑자기 투하된 힐러의 성능 이야기.모두가 어떻게든 떡밥을 물고 떠들고 싶지만 정작 힐러를 키운 사람은 적어도 너무 적다.결국에는 딜러들이 던전이나 필드에서 만나본 힐러의 ‘썰’을 풀거나 만나본 ‘경험’을 이야기하는 게 유행처럼 변해서 커뮤니티에 퍼져나가는 중이었다.“아, 근데 이거 힐러 키우시는 분들이 긁히시면 안 되는데…”강민서는 장난을 치듯이 어깨를 한번 으쓱였다.“그래도 광물단들이 해달라고 하시는 분들이 너무 많아서 어쩔 수 없이 한번 해볼까요? 한 번 해봐요? 제가 또~! 탱커라서 힐을 가장 많이 받잖아요!”- 고고혓!- 이건 또 딜러 시점이 아니라 탱커 시점이네- 탱커시점 좋네 ㅋㅋㅋ- 솔직히 딜러는 누가 힐을 주던 똑같지 않나 ㅋㅋ- ㄹㅇㄹㅇ 던전에서 다 처맞는 건 탱커인 거 같더만강민서는 채팅창의 분위기가 좋은 걸 확인하자마자 콧노래를 불렀다.“아, 그러면… 바로바로 생각나는 전문화부터 말할게요!”입을 연 강민서는 바로 정하나의 전문화, ‘신성성기사’를 떠올렸지만 말을 꿀꺽 삼켰다.보통의 사람들이 가장 먼저 ‘힐러’에 대해서 이야기를 하면 떠올릴 직업은 정해져 있었다.“사제 이야기부터 해볼까요? 사제는 3개의 전문화 중에서 힐러가 2개인 거 아시죠?”- ㄹㅇㅇㄱ???- 사제 < 이 년은 그냥 힐을 하기 위해서 태어났단 거임- 진짜임?- 뭔 씨발 직업을 얼마나 만들기 귀찮았으면 힐러가 2개임- 으 그래서 암흑사제가 딜러인 거임?“수도사제랑 예지사제가 있는 거 아시죠? 근데 제가 둘 다 만나봤는데 이게 확실히 맛이 다르더라구요!”「ㅇㅇ님이 1,000원을 후원하였습니다」[민서야 민서야 맛이 다르다는 도대체 뭔 개소리니]“아니~ 님들! 이게 진짜 다르다니까요오? 수도사제는요 그냥 힐러에요. 그냥 주문을 시전하고 끝나면 힐이 슝하고 들어와요! 그래서 되게 클래식한 맛이 있어요.”- 클래식 ㅇㅈㄹ- ㅋㅋㅋㅋㅋㅋㅋ- 근데 딱 힐러이긴 함“예지사제는 힐은 거의 못주시는 것 같더라고요? 대신 방어막을 주시는데… 오, 이 방어막 꽤 좋아요. 빨리 사라져서 아쉽지.”강민서는 그래도 레전드 오브 리그의 티어가 좀 높은 편이었기 때문에 게임에 대한 이해도와 센스는 꽤 있는 편이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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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청계천다이버강민서님이 1,000원을 후원하였습니다」[그래서 둘 중 누가 더 좋다는 거임?]“에이, 그런 게 어디 있어요. 레전드 오브 리그에서 OP 인증 박힐 정도로 압도적으로 좋다는 느낌은 없었어요. 일장일단이 있다는 느낌.”- 하긴 그런 거 없으면 다 방어막 키울 듯- 근데 둘이 차이가 그게 끝임?- 아 뭐야 가끔 나 방어막 생기던 게 힐러가 주는 거였음?“그다음에 회복드루이드가 생각나는데요. 진짜 죄송한데 이 동물친구는 제가 본 적이 없어요.”강민서는 스무 판 넘게 던전을 돌면서 다양한 힐러를 만나보았지만 ‘회복드루이드’ 만큼은 단 한 번도 만나본 적이 없었다.“그리고 솔직히 제 주변에도… 아, 님들 그거 알아요? 스트리머 중에 드루이드 키우는 사람 없어요. 진짜 개구린가봐요.”- 드루이드 진짜 좆구리다던데- 그 적으로 나오는 드루이드가 더 많음“그리고 회복 주술사는요. 와, 저는 이분들이 힐을 어떻게 주시는 건지는 모르겠는데. 뭔가 맛이 없어요.”강민서는 잠깐 생각을 하더니 피식하고 웃었다.“저번에 저 죽을 뻔한 거 기억하시죠 님들? 그때 저 힐을 해주시던 분이 복원 주술사였는데… 뭐, 그땐 제가 템이 구렸으니까요?”말은 이렇게 하는 강민서였지만 마음속에선 이미 복원 주술사는 굳이 함께 파티를 가고 싶지 않은 힐러였다.“아무튼… 굳이 여기서 티어를 매기자면 이렇게 되겠네요. 회복드루이드는 평가불가! 복원주술사는 3등! 예지사제는 2등 수도사제가 1등이 되겠습니다!”짝짝짝 강민서는 박수를 치며 웃었다.- 뭐 하나 빠진 거 아님?- 민서 님 민서님 왜 성기사는 없나요?- 얘 성기사는 왜 평가 안 함?- 와 근데 회복드루이드는 다들 환상종 취급하네 ㅋㅋㅋㅋ- 복술을 음해하지 마라!!!「Q평W평E평씁박년아R평님이 1,000원을 후원하였습니다」[민서님~ 민서님~ 근데 왜 신성 성기사는 평가 안 하세요? 평가 안 할 만큼 좆구려서 그런가요?]“아니~ 다들 무슨 소리를 하세요.”굳이 평가를 하지 않았던 강민서는 도네를 기다렸다는 듯이 가슴까지 펴 보이며 웃었다.“여러분들 모르세요? 신성 성기사가 제가 지금까지 만나본 힐러 중에서 가장 좋았어요! 진짜! 제 체력이 아예 떨어지지 않는 경험은 그때가 유일했다니까요???”- ??- 아니 커뮤에선 다 좆 구리다고 하던데- 이 년 이거 눈 돌아갔네- 민서님 민서님 제발 정신을 차리세요- 이런 쓰발 ㅋㅋㅋㅋㅋ“아, 진짜 님들이 잘 몰라서 다들 그렇게 말씀을 하시는 것 같은데…”「ㅇㅇ님이 1,000원을 후원하였습니다」[민서님~ 민서님~ 그건 님이 그냥 처음에 던전 데려가준 사람이 성기사라서 그런 거 아니에요?]“아니거든요! 그분이 가장 잘한 거뿐이에요! 진짜!! 그리고 더 다른 성기사들이랑도 많이 가봤거든요? 다들 잘했어요! 피가 얼마나 잘 차는데요!!!”스트리머 강민서.그녀는 정하나의 만남 때문에 정신을 차려보니 신성성기사맘이 되어가고 있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