LNCrawler

운동에 진심인 편

히로인들이 집착하는 야겜 속 악덕 사장 — novelpia.com · All chapters

운동에 진심인 편

나는 애써 운동에 집중하려 했다.남의 일이다.직장 선후배끼리 운동을 알려줄 수도 있는 거고, 내가 괜히 끼어들 일은 아닐지도 모른다.'괜한 오지랖은 금물이야.'러닝머신 속도를 조금씩 올렸다.타닥타닥.일정한 리듬으로 발을 내디디며 시선을 정면으로 고정했다.그런데."...아니."몇 초 지나지 않아 다시 고개가 돌아갔다.아까와는 다른 이유로.나도 모르게 미간이 찌푸려졌다.'저걸 저렇게 알려준다고?'오기태가 최유리의 뒤에 서서 자세를 잡아주고 있었다."여기서는 좀 더 허리를 숙여야 해.""이, 이렇게요?""그렇지, 조금만 더."최유리가 그의 말대로 허리를 굽혔다."...뭐?"아니, 아니지.'저게 아닌데.'헛웃음이 나왔다.그동안 내가 운동을 얼마나 했는데.전문 트레이너는 아니지만, 적어도 기초적인 자세 정도는 이제 눈에 들어왔다.그리고, 저건 누가 봐도 틀렸다.'허리를 더 굽히라고?'저렇게 하다가는 허리가 다 나가버리고 말 거다.허리는 중립을 유지해야 한다.저렇게 등을 말아버리면 허리에 부담만 잔뜩 간다.게다가."좋아요, 좋아. 조금만 더 내려가 볼까요?""흐으… 과장님, 저 힘든데-.""어흐, 좋다."아무리 봐도 저 놈은 운동을 가르치는 것보다 최유리의 몸을 구경하는 데 더 관심이 있어 보였다.'이건 안 되겠는데.'아까까지만 해도 참으려고 했다.하지만, 잘못된 자세를 계속 따라 하다가는 정말 다칠 수도 있었다.'운동은 장난이 아니야.'자세 하나 잘못 잡으면 허리며 무릎이며 금방 망가진다.결국, 나는 러닝머신에서 내려왔다.그리고 천천히 두 사람에게 다가간 뒤 입을 열었다."그렇게 하는 거 아닙니다.""...예?"오기태가 어벙한 얼굴로 나를 돌아봤다."운동 그렇게 하는 거 아니라구요."*최유리는 원래 운동과는 거리가 먼 사람이었다.헬스장 등록만 세 번. 그조차도 등록해놓고 운동해야지- 하다가 안가서 돈만 날린 게 세 번이었다.퇴근하면 집에서 쉬는 게 좋았고, 땀 흘리는 일은 웬만하면 피해왔다.그런 그녀가 다시 헬스장을 찾게 된 이유는 단 하나.요즘 KJ그룹에 퍼지고 있는 기이한 유행 때문이었다.현재 KJ 그룹에는 운동 열풍이 불고 있었다.처음에는 사장인 강태성이 시작이었다.매일 아침저녁으로 헬스장에 내려온다더라.식단도 샐러드랑 닭가슴살만 먹는다더라.회사 분위기를 변화시킨 장본인인 강태성이 헬스에 열심이었기 때문일까.그 소문이 퍼진 뒤로 신기하게 사내에서 운동에 열을 올리는 사람들이 늘어났다."오늘 운동 갈 사람?"“으, 일하면서 식단까지 대체 어떻게 해?""나 어제 벤치 60 들었다."점심시간에도 운동 이야기.퇴근 후에도 운동 이야기.회사 사람들이 하나둘 헬스장을 다니기 시작했다.일도 열심히. 운동도 열심히.강태성의 영향을 받아 이른바 갓생을 사는 사람들이 점점 늘어나고 있었다.주변에서 하도 난리니 최유리도 어느 순간 거울을 보게 됐다."...살쪘나?"허리 라인이 조금 무너진 것 같기도 하고 뱃살도 예전보다 살짝 나온 것 같았다.기분 탓일 수도 있었지만, 여자에게 그런 건 중요했다."나도 관리 좀 해야겠다."그렇게 큰마음을 먹고 사내 헬스장에 등록했다.퇴근 후, 운동복으로 갈아입은 최유리는 헬스장 안으로 들어왔다.생각보다 사람이 많았다.러닝머신에서 뛰는 직원. 덤벨을 드는 직원. 요가 매트 위에서 스트레칭을 하는 직원.'뭐부터 하지...?'처음이라 아무것도 몰랐다.러닝머신부터 탈까, 아니면 기구 운동을 해볼까.기구는 사용법도 모르는데, 혼자 만졌다가 다치면 어떡하지?최유리가 두리번거리며 고민하고 있을 때였다."어?"누군가 그녀를 발견하곤 말을 걸어왔다."최유리 씨 아니에요?"고개를 돌리자 익숙한 얼굴이 보였다.오기태 과장, 다른 부서 사람이었지만 이름은 유명했다. 주로 안좋은 의미로.마흔 둘이라는 적지 않은 나이임에도 젊은 여직원들에게 지나치게 적극적이라는 점.그 때문에 여직원들 사이에서는 기피 대상으로 꼽혔다.'아....'최유리의 표정이 아주 잠깐 굳었다."운동하러 왔어요?""아... 네.""혹시 처음이야?""네."오기태가 활짝 웃었다."그럼 잘됐다. 내가 알려줄게.""...괜찮아요!"최유리는 황급히 손사래를 쳤다."러닝머신부터 천천히 해보려고요.""에이."오기태가 웃으며 손을 내저었다."처음 운동하면 혼자 하면 안 돼. 내가 하나하나 알려줄 테니까 따라오기만 해.""...."최유리는 잠시 망설였다.솔직히 혼자 하고 싶었다.아무도 신경 쓰지 않는 곳에서 이어폰이나 끼고 조용히 운동하고 싶었다.하지만, 상대는 과장이었다.그에 비해 자신은 아직 신입사원.부서가 달라도 회사에서 계속 마주칠 상급자다.'괜히 분위기 이상하게 만들기도 그렇고...'"네...."결국 거절하지 못했다....그리고, 3분도 지나지 않아.'아이씨....'최유리는 속으로 후회했다.'잘못 걸렸네.'오기태는 운동을 알려준다면서도 쉴 새 없이 말을 걸었다."유리 씨, 평소에도 인기 많죠?""...아니요.""에이, 이 정도면 남자들이 가만 안 놔뒀을 텐데."최유리는 억지웃음만 지었다."하하...."운동 이야기는 얼마 하지도 않았다.대부분 사적인 이야기였다.외모 이야기, 남자친구 이야기, 자기 인생 이야기.최유리가 하나도 관심없는 것들 뿐이었다.그 뿐만이 아니었다."허리를 조금 더 숙여봐요.""네.""아니, 더."거친 숨소리가 바로 뒤에서 들려왔다."조금만 더.""과장님, 조금만 떨어져-.""좋아요, 자세 좋다!"최유리는 불편함을 느꼈다.거리가 지나치게 가까웠다.설명이라며 얼굴이 거의 닿을 정도로 다가왔고, 손도 계속 움직였다."여기 힘을 줘야지."슬쩍.손끝이 허리 쪽으로 향했다.최유리가 화들짝 놀라 한 발 뒤로 물러났다."아... 제가 혼자 해볼게요.""에이."오기태가 능글맞게 웃었다."내가 자세 잡아줘야 빨리 늘지.""..."'그냥 혼자 한다고 할걸.'최유리가 입술을 깨물던 순간이었다."그렇게 하는 거 아닌데."낮고 묵직한 목소리가 두 사람 사이를 갈랐다.그녀가 화들짝 놀라 뒤를 돌아봤다."...사장님?"강태성이었다.운동복 차림의 그가 수건을 목에 건 채 이쪽을 바라보고 있었다.'계셨구나...'헬스장에 있는 건 알고 있었다.아까 인포 직원이 인사하는 소리를 들었으니까.하지만 직접 끼어들 줄은 몰랐다."허리 그렇게 말면 허리 나갑니다."강태성이 담담하게 말했다."등은 세우고 엉덩이를 뒤로 빼야 해요."오기태의 표정이 굳었다.운동을 알려주고 있는 오기태를 두고 직접 훈수를 둔다? 이건 누가 봐도 그를 무시하는 처사였다. "사, 사장님."오기태가 순간 당황한 기색을 보였지만 이내 억지웃음을 지었다."운동이라는 게 사람마다 방식이 조금씩 달라서요. 제가 알려드리는 것도 틀린 건 아닙니다.""그래요?"오기태 과장은 물러서지 않았다.과장 대 사장, 직급의 차이가 있음에도 이 영역에서만큼은 질 수 없다는 듯한 태도였다.혹은, 최유리의 앞이라 체면을 구기고 싶지 않았던 것일지도.그러나 그건 잘못된 판단이었다.이전의 강태성이었다면 모를까, 지금의 강태성에게 그런 말은 통하지 않았으니까.강태성이 한 걸음 다가왔다.

d3kza0VLSVdxajZ6L09aWC8xUnR2T2NTN2VyL0t0VEI5R2E1WWxGeks1QnNaZnFNcUIyVk9uVGRYd3Q5TWlCSg

"...."안그래도 커다란 덩치, 거기에 헬스로 인해 근육이 꽉꽉 들어차서 그런 걸까. "오기태 과장.""예?""회사에서도, 운동도."그가 한 걸음 다가오는 것만으로도 묘한 압박감이 느껴졌다."아는 척은 적당히 하는 게 좋습니다."강태성의 싸늘한 시선이 오기태를 향했다.[악인의 카리스마 Lv.1이 발동합니다][대상에게 위압감을 줍니다]"...!"오기태의 등이 흠칫 굳었다.심장이 철렁 내려앉는 기분.강태성은 그 뒤로 아무 말도 하지 않았는데 그게 오히려 더 큰 압박으로 다가왔다.마치 눈앞에 거대한 맹수가 서 있는 것 같만 같은 기분."...죄, 죄송합니다."식은땀이 등을 타고 비오듯 흘렀다."즈, 즐겁게 운동하세요! 그럼 저는...."오기태는 더 버티지 못했다.다리가 풀려서 우스꽝스러운 모습으로 허둥지둥 자리를 빠져나갔다."...."최유리는 멍하니 그 뒷모습을 바라봤다.'대단하다...'아무리 사장이라지만, 나이로만 따져도 오기태가 강태성보다 대여섯살은 연상이었다.그런 사람을 그냥 말 몇 마디로 그대로 눌러버렸다.얼마 전 보았던 동물 다큐멘터리 속 장면이 겹쳐 보였다.조금 전 장면은, 힘센 수컷이 자신의 영역에서 경쟁자를 쫓아내는 모습과 닮아 있었다.그 뒤에 남아있는 암컷을 차지하는 것까지도."...."헬스장에 에어컨이 돌아가고 있는데도, 괜히 공기가 덥게 느껴졌다.가슴이 묘하게 두근거리는 기분.강태성이 최유리를 바라봤다."난처해 보이던데.""...네?""그래서 끼어들었습니다. 혹시 내가 착각한 거라면 미안해요."딱딱하고 담담한 말투.생색내는 기색은 전혀 없었다."아, 아뇨. 제대로 보셨어요. 엄청 불편했거든요… 사장님 덕분이에요! 감사합니다!""그렇다면 다행이네요."문득, 지난 점심시간에 박소영이 했던 말이 떠올랐다.-그렇게 나쁜 사람은 아니더라.'...정말 그럴지도.'그러나 여기서 끝이 아니었다.강태성은 떠나지 않고 무언가 고민하는 듯 싶더니, 이내 최유리를 바라보며 말을 이었다."앉아보세요.""네?""자세 봐드릴게요."최유리는 얼떨결에 기구에 앉았다.그리고 곧바로 깨달았다.'...다르다.'오기태와는 완전히 달랐다.정말 필요한 부분만 딱딱 짚어줬다.불순한 시선은 전혀 느껴지지 않았다.태도 자체가 지극히 사무적이었고, 최소한의 신체 접촉만 허용했다. 그는 오히려 오기태와는 다른 쪽으로 최유리를 괴롭혔다."하나 더 합시다.""...네? 분명 방금이 마지막이라고….""세 개만 더.""하, 하지만....""됩니다. 무조건 돼요.""...!" 9e7289fd4403e328ac4b23239c8d48b4.jpg '으으으....!'결국 최유리는 거의 울상인 얼굴로 운동을 끝냈다.팔은 후들거리고 허벅지는 불이 나는 것 같았다.운동하는 사람들은 이런 고통을 매번 겪는단 말인가. 이러고도 재밌다면서 운동을 다니는 거라고?최유리는 불가해한 진실을 마주한 선지자처럼 몸을 떨었다."오늘은 여기까지.""수고하셨습니다…!""들어가서 푹 쉬어요. 근육 풀어주는 거 잊지 말고."강태성은 수건으로 땀만 닦은 채 다시 자신의 운동을 하러 걸어갔다.끝이었다.정말 운동만 알려주고 갔다."...."최유리는 멍하니 그 뒷모습을 바라봤다.'뭐지.'오기태 과장을 떼어주려고 온 줄 알았는데, PT를 해주고 갔다.그것도 사람 하나 잡을 기세로.'그냥 운동 방법이 마음에 안드셨던 건가?'훈수를 참을 수 없어서 끼어들었던 걸까?알쏭달쏭했다.온몸을 혹사시켜놔서 그런지 더 알딸딸한 기분.피곤해 죽겠는데 이상하게 기분은 나쁘지 않았다.'...좋은 사람인가?'집으로 돌아가며 최유리는 한참동안 고민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