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숙청의 전야

히로인들이 집착하는 야겜 속 악덕 사장 — novelpia.com · All chapters

숙청의 전야

점심시간, 사내 식당 한구석.여직원 셋이 마주 앉아 식사를 하고 있었다."너네 그 얘기 들었어?"마케팅팀 이주희가 목소리를 낮추며 말했다.소문과 이야기를 좋아하는 이주희는 종종 회사 내부의 찌라시들을 물어오곤 했다."무슨 얘기요?"경영지원팀 최유리가 고개를 들며 되물었다."사장님 있잖아."순간 아무 말도 하지 않고 있던 박소영의 손이 저도 모르게 움찔했다.강태성.그 이름만 들어도 벌써부터 기분이 좋지 않았다.입사동기인 친구들은 아마 모를 것이다.강태성이 어떤 인간인지. 다행히도 강태성의 마수는 그녀들에게까지 뻗치진 않은 듯 했으니까.이 자리에서는 박소영 자신 뿐.그녀가 속내를 숨긴 채 애써 아무렇지 않은 척 물었다."또 무슨 일인데?""요즘 운동한대.""...뭐?""진짜라니까?"이주희가 재밌는 이야기를 들었다는 양 젓가락을 흔들었다."보안팀에서 봤대. 헬스장에서 맨날 운동한다고.""헬스장?""응.""저도 들었어요!"옆에 있던 최유리도 익숙한 이야기라는 듯 맞장구를 쳤다."하루도 빠짐없이 매일 내려오신다던데요?""뭐?""내려와서 러닝머신만 2시간씩, 땀으로 온몸이 젖을 때까지 운동하신대요."박소영은 미간을 찌푸렸다.믿기지 않았다.자신이 지켜본바 강태성은 엘리베이터 없이는 움직이지도 않는 인간이었다.그런 사람이 운동을 한다고? 그것도 매일?말도 안 되는 이야기였다."그리고 식단도 바뀌었대.""식단?""샐러드랑 닭가슴살.""..."박소영은 헛웃음이 나왔다."그 인간이?"예전에 회식 자리에서 혼자 고기 몇 인분을 먹어치우던 인간이 그럴 리 없다."무슨 병이라도 걸린 거 아냐?""그러게. 건강검진에서 경고받은 거 아닐까?""아니면 갑자기 심경의 변화가 생겼을지도….""심경의 변화라뇨?”"좋아하는 여자가 생겼다거나-.""꺅! 뭐에요, 그게!"최유리가 소름돋는다는 듯 어깨를 문지르고 이주희가 재밌다는 듯 낄낄거렸다.그 사이에서 박소영은 별말 없이 밥을 한 숟갈 떠먹었다.그럼에도 머릿속은 다른 생각으로 가득했다.'설마.'사람은 그렇게 쉽게 변하지 않는다.그녀는 누구보다 잘 알고 있었다.몇 달전, 그 인간이 자신에게 관심을 보인 적이 있었다.회의가 끝난 뒤, 복도를 지나가던 순간이었다.-박 대리.뒤에서 들려온 목소리에 몸이 굳었다.-아, 예. 사장님….박소영이 어색하게 인사를 했고.강태성은 의미를 알 수 없는 음흉한 미소를 지으며 등을 두어 번 툭툭 두드렸다.정확히는, 조금 더 아래였다.엉덩이 위쪽이라고 해야할까. 설마 그런 곳을 만져질 거라고는 생각지도 못해 당황하여 아무 말도 하지 못했다.강태성은 자연스럽게 소영을 추행해놓고 사라졌고.그날은, 집에 돌아가서도 찝찝함이 사라지지 않았다.‘으….’그때를 떠올린 소영의 온몸에 소름이 돋았다.다행히 그 뒤로 별일은 없었다.하지만, 그렇다고 해서 방심할 수는 없었다.회사에 떠도는 소문은 유명했기에.강태성은 임자가 있는 예쁜 여자를 좋아한다고.남편이 있거나 남자친구가 있거나.이유는 알 수 없지만 그런 여자들을 특히 노린다는 소문이었다.소영에게 모두 해당되는 사실이었다. 소영 역시 남자친구가 있고 사내에서 미인으로 유명했기에.그래서 한동안 불안했다.혹시 자신도 표적이 된 건 아닐까.매일 출근을 하며 불안감에 시달렸지만 자재팀에 다니는 남자친구에게도 말하지 못했다.친구들에게도 말하지 못했다. 괜히 일이 커질 것 같았으니까.그렇게 몇 달이 지났고, 다행히 아무 일도 일어나지 않았다.그럼에도 여전히 안심할 수는 없었다.'사람이 바뀌었다고?'말도 안 된다.자신처럼 그 소름끼치는 미소를 마주했다면 전혀 믿을 수 없는 헛소문이었다.박소영은 속으로 고개를 저었다."왜 그래?"이주희가 물었다."아무것도 아니야.""표정 안 좋은데?""그냥."박소영은 대충 둘러댔다."사람은 쉽게 안 변해.""...""..."최유리와 이주희가 동시에 그녀를 바라보았다.박소영은 잠시 젓가락을 내려놓았다.그리고 조용히 말했다."특히 저 사람은 더."그 말에는 묘한 무게가 담겨 있었다.두 사람은 그 이유를 알지 못했다.박소영도 굳이 설명할 생각은 없었다.적어도 아직은.그녀는 강태성의 변화를 믿지 않았다.아니, 믿고 싶지 않았다.왜냐하면 정말로 사람이 바뀐 게 아니라면.자신이 다시 표적이 되는 날이 올지도 모르니까.*집으로 돌아온 나는 침대에 몸을 던졌다.그리고 눈앞에 떠오른 반투명한 창을 바라보았다.[NTR 포인트 시스템이 개방됩니다.][NTR 상점이 개방됩니다.][NTR 포인트 : 0]"..."원작에 이런 기능이 있었나?모른다.애초에 게임을 그렇게 깊게 파본 건 아니었으니까.프롤로그 영상만 대충 보고. 캐릭터 소개 몇 줄 읽고 플레이에 몰두했으니까.한 20시간 정도 했나? 그랬을 거다.그래서 원작에 이런 시스템이 있었는지는 알 수 없었다.그래도 한 가지는 확신할 수 있었다."이런 건 없었어."직감이었다.상태창.포인트.상점.이런 게 있었다면 분명 커뮤니티에서 말이 나왔을 터였다.그러나 그런 이야기를 본 적은 없었다.그렇다면 이건 아마."빙의 특전인가."그 순간, 나도 모르게 입꼬리가 올라갔다.씨익.강태성 특유의 음험한 미소가 얼굴 위로 드리워졌다."...아."정신을 차린 나는 즉시 표정을 거두었다.요즘 가장 열심히 고치고 있는 부분이었다.사람이 웃는데 왜 범죄를 계획하는 것처럼 보이는 걸까.나는 욕실로 향했다.거울 앞에 도착하고."웃어."씨익."...아니. 아니. 좀 더 부드럽게 가자."다시.조금 더 스윗하게.몇 번이나 반복한 끝에 겨우 만족스러운 표정이 나왔다.입꼬리는 올리고, 눈은 최대한 부드럽게. 최대한 친절해보이도록.어색하고 딱딱했지만 적어도 이전보다는 훨씬 나았다."좋아."혼자 고개를 끄덕이고 방으로 돌아왔다.이제 진짜 중요한 일을 할 차례였다.상점에 대해 탐구할 시간이었다."상점."띠링.[NTR 상점]보유 포인트 : 0잠시 후 상품 목록이 펼쳐졌다.=====[악인의 카리스마]가격 : 1,000 NTR 포인트효과 : 상대에게 압박감을 부여합니다.=====[협박술]가격 : 1,500 NTR 포인트효과 : 언변 능력이 상승합니다.=====[뱀의 혀]가격 : 2,000 NTR 포인트효과 : 설득 및 기만 능력이 상승합니다.=====[거짓말 탐지]가격 : 2,000 NTR 포인트효과 : 상대의 거짓말을 간파할 확률이 증가합니다.====="...."나는 잠시 입을 다물었다.스킬 자체는 솔직히 좋아 보였다.거짓말 탐지?회사를 운영할 때 꽤 유용할 것 같다.협박술은 이름은 수상하지만 협상 능력 비슷한 효과라면 쓸모가 있을지도 모른다. 언변 능력이라는 뱀의 혀도 그렇고.문제는."그래서 이걸 어떻게 사는데?"포인트가 없다.당연히 없겠지. 방금 개방됐으니까.그런데 문제는 그 다음이었다.NTR 포인트.이 포인트를 얻는 방법이 과연 뭘까?나는 턱을 괴고 곰곰이 생각했다."...설마."짐작 가는 부분이 없지는 않았다.NTR 포인트.이름부터 NTR 포인트다.굳이 저런 이름이 붙은 이유가 있을 것이다.설마 원작처럼 남의 연인을 빼앗거나, 관계를 망가뜨리거나.그런 악당스러운 짓을 해야 포인트를 얻는 건가?"에반데."아무리 생각해도 그럴 가능성이 높았다.그렇지 않다면 굳이 NTR 포인트라는 흉악한 이름이 붙을 이유가 없지 않은가.빙의 특전인가 싶어 기뻐하던 것도 잠시, 약간 흥이 식었다."쓰기 힘들겠네."나는 한숨을 내쉬었다.내가 지금 왜 이 고생을 하고 있나?살아남기 위해서다.살도 빼고. 건강도 챙기고.회사를 정상화하려는 이유도 전부 그것 때문이었다.그런데 여기서 원작처럼 악행을 저지른다?남의 가정을 망치고.직원들을 협박하고.사람들의 원한을 사서?그러다 결국 파멸하는 게 원작 강태성이었다.그 길을 따라갈 생각은 추호도 없었다."포기해야 하나."아쉽기는 했다.스킬들은 꽤 괜찮아 보였으니까.특히 거짓말 탐지는 탐이 났다.회사를 운영하다 보면 나오곤 하는 사기꾼이나 횡령범을 잡는 데 큰 도움이 될 것 같았기에.근데 방법이 없다.포인트를 벌 수 없다면 상점이고 뭐고 아무런 의미가 없었다."다른 방법은 없나?"상품 목록을 이리저리 뒤져봤다.설명창도 눌러 보고, 포인트 항목도 건드려보고, 시스템 창도 만져 봤다.하지만.[해당 기능은 지원하지 않습니다.][해당 기능은 지원하지 않습니다.][해당 기능은 지원하지 않습니다.]"불친절하네."사용 설명서라도 하나 달아주면 어디 덧나나? 어떤 식으로 행동하면 포인트를 얻을 수 있다고 말이야.나는 혀를 찼다.결국 얻은 정보는 거의 없었다.상점이 존재한다.거기서 파는 스킬이 존재한다.스킬을 사려면 포인트가 필요하다.이 세 줄 정도로 요약이 가능했다."뭐."결국 시스템은 시스템일 뿐이었다.지금 당장 중요한 건 아니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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회사가 먼저다.원작 기억을 떠올려 보면 지금의 KJ그룹은 겉으로만 멀쩡할 뿐 내부는 이미 썩어 들어가고 있었다.횡령.낙하산 인사 문제.실적 조작 등.문제가 없는 곳이 없었다.나는 침대에서 몸을 일으켰다.생각해 보니 지금까지 회사를 너무 방치했다.건강도 어느 정도 궤도에 올랐으니까, 이제는 움직여야 할 때였다.휴대전화를 집어 들었다.수신자는 총괄비서 김서연.잠시 후, 전화가 연결되었다.-네, 사장님."김 비서."-말씀하십시오."내일 오전."나는 창밖의 야경을 바라보며 말했다."실장급 이상 전원 참석하는 회의 잡아."-...예?당황한 목소리가 들려왔다.그럴 만도 했다.원래 강태성은 회의를 싫어했으니까.귀찮은 건 전부 부하들에게 떠넘기는 인간이었다.이곳에 온 뒤로 단 한 번도 제대로 된 회의를 하지 않았는데 이렇게 정식으로 회의 일정을 잡으니까 놀랐겠지."다시 말한다, 전 부서 집합시켜."-알겠습니다."그리고."나는 잠시 생각하다가 덧붙였다."최근 3년간 재무 자료도 전부 준비해."전화기 너머로 숨이 멈추는 소리가 들렸다.-...예, 사장님.통화가 끝났다.천천히 휴대전화를 내려놓았다.이제 시작이다.살아남기 위해서.그리고 회사를 살리기 위해서.내일, 처음으로 KJ그룹을 뜯어볼 생각이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