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흔들리는 마음(08/07 일러스트 수정)

히로인들이 집착하는 야겜 속 악덕 사장 — novelpia.com · All chapters

흔들리는 마음(08/07 일러스트 수정)

김태양은 밤거리를 떠도는 것이 일상이었다.거창한 이유가 있는 것은 아니었다.낮에는 빈둥거리다 저녁이 되면 친구들과 술을 마시고, 술이 깨면 또 골목을 배회했다.그렇게 돌아다니다 마음에 드는 여자가 보이면 말을 걸고.운이 좋은 날엔 한껏 재미를 보고, 운이 나쁘면 다른 날을 기약하는 것이다.그게 끝이었다.김태양에게 있어서는 너무나도 당연한 일상이었다.범죄?그런 생각은 한 번도 해 본 적이 없었다.애초에 그렇게 배우며 살아왔으니까.힘 있는 놈이 원하는 것을 갖는다.싫다고 해도 조금 밀어붙이면 결국 넘어온다.그게 자신이 살아온 세상의 상식이었다.물론 최근에는 조금 아쉬운 실정이었다.물이 별로라고 해야하나. 밤거리를 돌아다녀도 영 마음에 드는 상대가 나타나지 않는 것이었다.'오늘도 허탕인가.'김태양이 하품을 하며 골목을 걷던 때였다."...오?"가로등 아래.한 여성이 천천히 걸어오고 있었다.터질듯한 흰 셔츠가 인상적인 여자였다.허리까지 내려오는 긴 생머리에 H라인 스커트.검은 스타킹 위로 또각또각 울리는 구두 소리.무엇보다 가로등 불빛을 받아 드러난 얼굴이 단번에 눈길을 사로잡았다."흐흐."김태양의 입꼬리가 슬며시 올라갔다.'오늘은 운이 좋네.'밤거리에서 우연히 마주치는 사람들 중에서도 단연 눈에 띄는 미인이었다.그는 자연스럽게 친구의 팔꿈치를 툭 쳤다."야, 봤냐?""엉덩이 지리는데?"금목걸이를 한 덩치가 히죽 웃었다.김태양이 음흉한 미소를 지으며 입술을 핥았다.벌써부터 즐거운 상상에 하반신에 힘이 들어갈 정도였다.두 사람은 자연스럽게 그녀가 향하는 골목 입구를 막아섰고."왜, 왜이러세요!"여자는 놀란 얼굴로 한 걸음 물러섰다.그 모습을 본 김태양이 능글맞게 웃으며 말했다."겁먹을 것 없어요.""잠깐 이야기나 하자는 건데, 응? 시간 좀 내줘요. 밤에 서로 외롭잖아."그렇게 김태양이 여자를 향해 손을 뻗던 와중이었다.덥석.김태양의 손목이 누군가에게 붙잡혔다."...?"무심코 뒤를 돌아본 그는 순간 표정을 굳혔다.커다란 덩치.험악한 인상.마치 곰을 연상시키는 거구의 사내가 자신의 손목을 붙잡고 있었다.KJ 그룹 사장, 강태성이었다."이게 뭐 하는 짓이지?"낮게 가라앉은 목소리.그에 아랑곳하지 않고 김태양이 피식 웃었다."뭐긴 뭐야. 형씨도 보면 알잖아."그는 턱짓으로 박소영을 가리켰다.강태성이 경멸스럽다는 눈빛으로 김태양을 바라보았다.“싫다고 하는 여자를 강제로 끌고가는 건 범죄다.”"에이, 처음에는 다 싫다고 그래. 조금만 지나면 좋다고 먼저 안긴다니까?"김태양이 그리 말하며 히죽 웃었다."생각 있으면 형씨도 같이-.""쯧."강태성이 짧게 혀를 찼다.그 눈빛에는 노골적인 불쾌감이 어려 있었다.김태양도 슬슬 짜증이 치밀기 시작했다.'좋게좋게 말해줬더니 돼지 새끼가….'협상의 여지는 없어보였다."싫으면 꺼져. 가던 길 가라고.”김태양이 손목을 거칠게 비틀며 뿌리치려 했다."..."그러나 꿈쩍도 하지 않았다."뭐야?"다시 한 번.온 힘을 주어 손을 빼내려 했다.하지만 그의 손은 거대한 바위틈에 손이 끼어 버린 것처럼 미동조차 없었다.김태양의 미소가 서서히 사라졌다.'...뭐지?'"크윽...!"김태양이 이를 악물었다.아무리 힘을 줘도 붙잡힌 손목은 꿈쩍도 하지 않았다."...이, 이 자식."옆에 있던 금목걸이 사내가 주먹을 휘두르려는 순간, 강태성이 슬쩍 시선을 돌리며 말했다."더 할 건가?"낮고 무거운 목소리.그 한마디에 두 사람은 움찔했다.그제야 그들은 상대가 누군지 제대로 알아차렸다.곰처럼 거대한 체구.잔뜩 찐 살 아래 숨겨진 압도적인 골격.무엇보다 조금 전 자신들의 힘을 아무렇지도 않게 받아낸 괴력."..."김태양은 침을 꿀꺽 삼켰다.'뭐야, 이 괴물은.'싸우면 이길 수 없다는 걸 본능적으로 깨달았다.손목을 겨우 빼낸 그는 뒤로 두 걸음 물러났다."크윽..."이를 바득바득 갈던 김태양이 손가락질했다."두고 보자!""시발, 밤길 조심해라 너!"금발 양아치와 금목걸이 사내는 삼류 악당 같은 대사를 남긴 채 골목 밖으로 줄행랑쳤다."..."강태성은 그 뒷모습을 잠시 바라보다가 안도의 한숨을 내쉬었다.'다행이다.'솔직히 말하면 그 역시도 싸움은 자신 없었다.원래 세계에서도 주먹을 휘둘러 본 적이 거의 없었고, 이 몸에 빙의한 뒤에도 운동만 했을 뿐 실제로 사람과 싸워 본 적은 단 한 번도 없었다.태성은 그보다 다른 것에 주목했다.【악인의 카리스마 Lv.1】가격 : 1000 NTR 포인트효과 : 상대에게 위압감을 준다. 기세가 약한 상대는 먼저 주눅 들기 쉽다. 상점에서 천 포인트를 주고 구입했던 스킬이었다.공짜 포인트도 생겼겠다, 시험삼아 구매해봤다.과연 스킬이 현실에 어떻게 반영되는지 궁금해서.‘이렇게도 쓸 수 있을 줄이야.’방금 전, 그는 손목을 붙잡은 것 말고는 아무것도 하지 않았다.그런데도 녀석들은 끝내 덤벼들지 못했다.써있는 효과대로 위압감을 조성했기 때문이겠지.이름만 보고는 그저 인상이 조금 험악해지는 정도일 줄 알았는데.막상 써 보니 효과가 생각보다 훨씬 강력했다.상대가 먼저 기세에 눌려 물러난 덕분에 싸움으로 번질 일을 막을 수 있었다.'생각보다 훨씬 좋은데?'상점 물건답게 성능 하나는 확실했다.태성이 그에 관해 은근히 감탄하고 있던 와중이었다."사... 사장님."‘아차.’정신을 차린 태성이 뒤를 돌아보았다.박소영 대리가 아직도 그 자리에 서 있었다.눈가에는 눈물이 그렁그렁 맺힌 채였다.긴장이 한꺼번에 풀린 모양이었다."감사합니다...""괜찮으세요?""...네."그녀는 대답했지만 목소리가 떨리고 있었다.태성이 속으로 혀를 찼다.'정말 위험한 세상이네.'새삼 실감했다.여긴 제정신이 아닌, 야겜 속 세계였다.낮에는 멀쩡해 보여도 밤만 되면 이런 일이 아무렇지도 않게 벌어진다.특히 여자들에게는 더더욱 가혹한 세상이라 할 수 있겠다.'이래 가지고 야근이라도 시키겠나, 원.'오늘 박소영은 태성의 제안으로 인해 야근을 했다.그러다 이런 일을 당할 뻔했다.이건 회사 입장에서도 그냥 넘길 일이 아니었다.'여직원들은 야근하면 택시비라도 지원해야 하나.'‘야겜 생각해보면 택시 기사도 영 찜찜한데… 흠.’머릿속으로 이런저런 생각을 정리하던 태성이 박소영을 바라봤다."근데 사장님은 어쩐 일로….""저도 퇴근해야죠."태성이 담담하게 말했다."갑시다.""...예?""데려다드릴게요."그러며 자연스럽게 손을 내밀었다.박소영이 그의 손을 바라보았다.커다랗고 단단해보이는 손.그녀가 천천히 손을 뻗는가 싶더니.흠칫.손끝이 허공에서 멈췄다."...?""호, 혼자 걸을 수 있어요.""...아."사정을 이해한 태성이 고개를 주억거렸다.'그렇겠지.'방금 그런 일을 겪었다.남자의 손을 잡는 것 자체가 무서울 수도 있었다."죄송합니다. 생각이 짧았네요."“...아니에요.”태성이 아무렇지도 않은 척 손을 거두었다.그러자.휘청."...!"곧바로 박소영의 몸이 앞으로 기울었다.태성이 반사적으로 그녀를 붙잡았다."괜찮아요?""...으, 으읏."박소영은 얼굴을 새빨갛게 물들였다.다리에 힘이 풀린 듯 제대로 서지 못하고 있었다."...죄송해요. 다리가 갑자기 힘이 안 들어가서..."그제야 긴장이 풀린 것이었다.태성이 천천히 고개를 끄덕였다."무리하지 마세요.""잠깐만..."박소영이 조심스레 태성의 팔을 붙잡았다."...잠깐만 신세 좀 질게요.""괜찮습니다."잠시 침묵이 흘렀다.태성이 그녀의 보폭에 맞춰 천천히 걸음을 옮겼다."...집은 어디십니까?"박소영의 어깨가 살짝 움찔했다.무언가를 깨달은 태성이 곧바로 덧붙였다."오해하지 마세요. 다른 뜻은 없습니다.""..."“오늘은, 집에 들어가시는 걸 봐야 제가 마음이 놓을 것 같아서요. 저를 한 번만 믿어주시겠어요?”박소영은 한동안 말이 없었다.이내 작게 고개를 숙인 채.거의 들릴 듯 말 듯 한 목소리로 집 주소를 말했다."...걸어서 10분 정도에요.""생각보다 멀지 않네요."태성이 자연스럽게 고개를 끄덕였다."집 앞까지만 같이갑시다."박소영은 말없이 팔을 붙잡은 손에 살짝 힘을 주었다.그녀의 얼굴은 아직도 붉게 달아올라 있었다. * "..."박소영은 말없이 강태성의 팔을 붙잡은 채 천천히 걸었다.아직도 다리에 힘이 제대로 들어오지 않았다.방금 전의 공포가 몸에서 완전히 가시지 않은 탓이었다.'...'그런데 이상했다.강태성의 팔을 붙잡고 있으니 조금씩 마음이 진정되는 것이 느껴졌다.박소영은 조심스레 시선을 내렸다.자신이 붙잡고 있는 굵은 팔뚝.손끝으로 단단한 감촉이 전해졌다.'딱딱해...'무심코 그런 생각이 들었다.남자의 몸과 여자의 몸은, 본질적으로 다르다는 사실을.박소영은 지금 이 순간 누구보다도 생생하게 그 사실을 체감하고 있었다.'그러고 보니...'요즘 회사에서도 소문이 자자했다.강태성 사장이 아침저녁으로 운동을 한다고.출근 전 헬스장을 다닌다느니.퇴근 후에도 몇 시간씩 운동을 한다느니.처음에는 믿지 않았다.하지만 이 팔을 직접 붙잡고 있으니, 그 소문이 거짓은 아니라는 생각이 들었다.문득 그런 생각이 들었다.'팔이 준호 오빠보다 훨씬...'순간, 박소영의 눈이 크게 흔들렸다.'내가 방금 무슨 생각을 -.’화들짝 놀란 그녀는 고개를 세차게 흔들었다.도리도리."...?"옆에서 걷던 강태성이 의아한 눈으로 그녀를 바라봤다."왜 그러세요?"박소영은 깜짝 놀라 손사래를 쳤다."아, 아무것도 아니에요!"얼굴이 순식간에 붉게 달아올랐다.'미쳤어. 내가 지금 무슨 생각을 한 거야.'자신의 옆에 있는 사람은… 강태성이다.그 음흉한 강태성이었다.게으르고 뚱뚱하며, 여직원들에게 성희롱이나 일삼던 사람이다.회사에서 가장 평판이 좋지 않았던 남자다.그런 사람을, 자신의 남자친구인 이준호보다 든든하다고 생각하다니.'아니야, 이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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박소영은 속으로 필사적으로 변명했다.'그냥 구해줘서, 고마워서 그런 거야.'그래, 그것뿐이다.위험한 순간 자신을 구해줬다.겁탈당할 뻔 했는데 구해줬으니, 그러니 지금만큼은 의지하게 되는 것뿐.절대로 남자로 느낀 것이 아니었다.'...이런다고 넘어갈 줄 알고?'그녀가 속으로 작게 콧방귀를 뀌었다.'내, 내가 그렇게 쉬운 여자인 줄 알아? 웃겨.'그런데."..."자신도 모르게.강태성의 팔을 붙잡은 손에 조금 더 힘이 들어갔다.꽈악. 0056e7058f91abd38402fa1576646ec3.jpg "...?"강태성이 힐끗 그녀를 바라봤지만 그는 아무 말도 하지 않았다.박소영은 애써 모른 척했다.'...이상하네.'팔뚝만 붙잡고 있을 뿐인데.조금 전까지 떨리던 몸이 신기할 정도로 안정되고 있었다.포근한 이불 속에 편안히 안겨있는 기분.'조금만… 조금만 더.'집에 도착할 때까지만.딱 그때까지만 이렇게 있자.박소영은 그렇게 스스로를 타일렀지만.빠르게 뛰는 심장만큼은 좀처럼 진정될 기미를 보이지 않았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