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02년
2002년
***박정아.그녀는 지난 생에 유명 아이돌 출신이었다.데뷔조에 들고, 고작 1년 만에 정산금을 받자 모든 것이 행복했다.하지만 너무 어린 나이의 성공은 그녀의 가정을 불행으로 이끌었다.성실하게 일을 하시던 아버지는 언제부터인가 도박에 빠지셨고, 어머니는 자신이 벌어온 돈으로 바람을 피우셨다.온 가족이 일하지 않은 채, 그녀만을 바라봤다.가족을 부양하기 위해 방송에서 몸을 아끼지 않고 열심히 일을 하자, 그 모습을 보기 싫었던 시청자들로부터 악플이 달리기 시작했다.그녀는 주변 지인들의 무관심 속에서 천천히 병들어갔다.그러던 도중 즐겨 읽던 소설이 갑자기 연중을 했고.부정적인 감정이 한 번에 쏟아졌다.정신을 차렸을 때, 그녀는 죽어 가고 있었다.‘만약 다음 생이 있다면, 화목한 가정에서 사랑 받으며 자라고 싶다.’그것이 그녀의 마지막 기억이었다.그리고 그녀가 다시 눈을 떴을 때.지난 생에는 자신이 가지지 못했던 가난하지만 화목해 보이는 가정이 보였다.다만, 유일한 흠이라면 오빠였다.- 박정아 넌 나를 존중해야 한다. 난 너보다 무려 7년을 일찍 태어났고. 너의 기저귀도 내가 갈아주며 사실상 내가 키운 것과 다름없다.아무래도, 그녀의 오빠라는 놈은 미친 새끼가 분명했다.***박정아는 처음에 이 오빠라는 새끼도 미래에서 과거로 온 것이 아닐까 생각했다.- 하일 히틀러, 우리 시대의 평화, make again great america, 넌 나를 존중해야 한다. siuuuuuu─!그도 그럴 것이 신생아의 귓가에 Make again great america와 하일 히틀러를 외쳤으니까.‘뭐지? 오빠도 회귀나 전생자인가?’하지만 그런 의심은 빠르게 사그라졌다.오빠가 미래에서 과거로 돌아왔다면, 우리 집이 지금처럼 가난할 리가 없을 테니까.‘내가 이 집안을 일으켜 세워야 해.’가난에서 벗어나기 위해선 회귀자인 자신이 해내야 했다.갑작스럽게 돈이 벌리면, 현재 부모님이 전생의 부모처럼 변하는 것은 아닐까 약간의 두려움은 있었지만.“똑바로 서라. 박정아. 공 잘못 맞으면 아프다.”“시러!! 나 하기 시러!!”4살 동생을 프리킥 벽으로 사용하는 이 개새끼만큼은 변하지 않을 것이라는 확신이 있었다. 아니, 오히려 변했으면 좋겠다는 생각이 들었다.‘까먹기 전에 주요 사건을 적어둬야겠다.’그렇게, 정아가 주요 사건들을 정리하는 사이. 시각은 빠르게 흘러 갔다.***호동생의 포효에서 잠시 움찔했던 것을 제외하고, 동생은 평범하게 자랐다. 유일하게 Siuuuu에서 반응한 것이 신기한데, 아무래도 떡잎부터 호동생인 모양이다.“박정아 가서 물 한 잔 따라와라.”어쨌든. 박정아는 조기 교육의 효과인지 말도 참 잘 들었다.‘역시 시간 날 때마다 귓가에 오빠를 존중하라고 말한 보람이 있구나.’덤벙거리는 성격 탓에 실수로 몇 번 내 얼굴에 물을 엎지르긴 했지만. “아빠!!!!!”“이런 유감스럽지만, 아빠는 저녁에 오신단다.”“아프다고!! 그만하라고! 으아아앙!”야만의 90년 대임을 고려하면 아주 가벼운 훈육으로 넘어갔다.아무튼, 지난 7년 동안 많은 일들이 있었다.우리 집은 내가 중학교에 입학할 무렵 단칸방에서 벗어났다.사생활이 보호된다는 사실에 눈물이 났다.“나 괴롭히지 말고 축구부에 들어가라고 바보야!”나는 초등학교 시절 축구부에는 다니지 않았다.이상한 감독을 만나 무릎만 박살 날 것이 뻔했으니까.기본 훈련 메커니즘 만큼은 알고 있었던 만큼, 나 홀로 진행했다. 그리고 훈련 진행 중 부족한 부분은 박정아를 세워두고 연습했다. 확실히 동생이라는 존재는 다용도로 쓸모가 많았다.경기를 뛰지 못해 경기 감각 문제가 있긴 하지만….‘그건 원래 없었으니 좋았쓰!’“시러. 나 하기 시러!”아무튼, 박정아는 도구 주제에 건방지게 자아가 깃들어 가끔 반항을 하긴 했지만.“꼬우면 일찍 태어났어야지.”무적의 논리로 빠르게 잠재웠다. 뭔가 나에게 하고 싶은 말이 많아 보였지만, 굳이 신경 쓰지 않았다.뭐. 그것도 이제는 끝이었다.“이곳도 오랜만이구나.”중학교에 입학하고 축구부에 들어갈 생각이었으니까.초등학교에서 축구를 하지 않았다는 사소한 문제가 있긴 하지만 그것도 이미 충분히 고려해 둔 사항이다.“안녕하십니까! 축구부에 입부하고 싶어서 찾아왔습니다!”“으응? 그래, 이름이 뭐니?”“박찬혁이라고 합니다!”“음. 처음 들어 보는 이름인데, 어느 초등학교에서 축구 했나?”“안 해봤습니다! 하지만 잘할 자신 있습니다!”“음….”나는 박철웅 감독님에게서 떨떠름한 목소리가 들리자마자 무릎 꿇고 눈물을 뚝뚝 흘렸다.“선생님…. 축구가, 축구가 하고 싶습니다. 이 두 발로 가난한 집을 일으켜 세우고 싶습니다.”그리고 이 순간 내 축구부 입단은 사실상 확정된 것과 다름없었다. 슬램덩크의 팬이셨던 박철웅 감독님께서는 빠르게 안 선생님에 빙의하여 흔쾌히 나를 받아주셨다.그렇게, 나는 축구부에 소속되어 축구를 시작했다.“피지컬이 훌륭하니까 센터백 포지션에서 뛰어보렴.”입부생의 실력 테스트라는 명목하에, 연습 경기가 시작되고.나는 조금 오만한 표정으로 그라운드를 바라봤다.중학생 꼬꼬마들과의 대결이다.내 축구 경력은 이런 꼬꼬마들과 비교해선 안 될 정도였다.진심을 다 할 필요도 없었다.그냥 가벼운 마음으로 상대만 해도 충분….뻐엉.출렁─.‘흠. 저 녀석 미래에 크게 될 녀석인가?’스카우터를 통해 상대방 능력치를 굳이 확인하지는 않았다. 왠지 가슴 아플 것 같았으니까.***방심으로 인해 중학생 꼬꼬마에게 실점한 이후, 나는 피지컬과 가벼운 손장난을 활용하여 상대 팀 공격수를 완벽하게 틀어 막을 수 있었다. 스카우터를 통해 파악한 약점을 집중적으로 후벼 판 것이다.“에이스라는 놈이 이제 막 축구 시작한 애를 상대로 한 골만 넣는 게 말이 되냐?”“아니, 선배 저 새끼 축구 진짜 드럽게 한다니까요?”뭐. 그로 인해, 에이스라 불리는 2학년 공격수가 욱한 것 같지만.“앗. 우리 팀의 에이스셨습니까? 과연, 드리블부터가 차원이 다르다고 생각했습니다.”“흠흠. 너도 축구 처음 하는 것치고는 잘하더라.”칭찬 한번 해주자 어린 나이 답게 빠르게 풀렸다.누군가는 이런 내 모습을 보고 중학생을 상대로 진심을 다하는 게 추하지 않냐고 할 수 있지만, 난 떳떳했다. 원래 사자는 약자를 상대할 때도 전력을 다하는 법이니까.“찬혁아 너가 우리 팀의 강백호가 되어 주렴.”“저는 서태웅이 되고 싶은데요.”그리고 이 연습 경기를 지켜보던 박철웅 감독님은 내 활약이 인상적이었는지. 다음 경기에서 주전으로 출전 시키셨다.원래 대부분의 1학년은 벤치에서 주전자 나르는 포지션이지만, 센터백이라는 포지션이 출전을 가능하게 만들었다. 재능이 있는 아이들은 대부분 공격수-미드필더- 수비수 순으로 걸러지다 보니 아무래도 센터백의 경쟁률이 낮을 수밖에 없었으니까.“주심! 이 녀석이 계속 꼬집는다고요!”“제가요? 언제요? 모함하지 마시죠.”나는 경기에 출전할 때마다, 상대방을 꽁꽁 틀어 막았고.어느덧, ‘악마의 오른팔’이라는 이름으로 불렸으며, 청소년 대표팀 후보로 거론되기 시작했다.‘…뭐지? 나 축구에 재능 있나?’***하지만 좋은 시절은 그리 길지 않았다.한참, 청소년 대표팀 소집으로 시끄럽던 무렵.“찬혁아, 미안하다. 미안 해.”술에 취한 박철웅 감독님께서 우리 집에 찾아와 대뜸 사과하고 떠나셨다.‘실력이 아니라 다른 부분에서 밀렸구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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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 순간, 나는 상황을 빠르게 이해했다.박철웅 감독님도 전생의 나와 마찬가지로 메인스트림이 아니었으니까. 최근 축구 협회장이 협회 내 파벌 문제를 없애기 위해 의도적으로 연대를 밀어 주고 있긴 하지만 아직까진 고대의 영향력이 강했다.‘학연, 지연, 혈연, 지긋지긋하구나!’아. 물론 그렇다고 해서 연대가 깨끗하다는 뜻은 아니다.이 시기 밀어 주고 있던 연대 라인들은 훗날 비리로 모두 나가리 됐다. 협회 놈들은 그놈이 그놈이라고 생각하면 된다.‘내가 국가대표랑 인연이 없나.’어쨌든, 아쉬움을 뒤로한 채 나는 현생에 집중했다.일개 청소년 대표팀 선발 문제에 대해 억울하다고 하소연해도 들어 줄 언론은 없었으니까.시간은 빠르게 흘러, 나는 중3이 되었고, 여동생은 이제 9살이 되었다.2002년 월드컵이 성공리에 종료되고, 월드컵을 유치하는데 결정적인 역할을 한 축구 협회장이 강력한 대선 후보로 떠오를 무렵.“오빠. 나 할 말이 있어.”여동생이 내 방에 들어왔다.***16대 대통령 선거로 시끄럽던 2002년 12월. 2002년 12월 2일에 최초로 시행된 로또가 열풍을 일으키며 미친 듯이 팔리고 있었다.하지만 나와는 상관없는 이야기였다. 로또만 당첨된다면 축구 유학 자금이야 마련할 수 있었겠지만, 유감스럽게도 나는 로또 번호 같은 건 알지 못했다. 회귀를 대비해서 로또 번호를 외우고 있으면 그게 사람 새끼냐? 정신병자지.나는 정상인인 만큼 회귀를 대비한다며 로또 번호를 외우고 있지 않았다.‘웹소설에 나오는 모든 회귀자는 정신병자인가.’마음속으로, 웹소설에서 범람하던 회귀물들의 주인공을 욕하고 있을 무렵.똑똑─.“오빠. 나 할 말이 있어.”여동생이 노크 이후 방문을 열고 들어왔다.나는 여동생의 얼굴을 빤히 바라봤다.조금 신기한 기분이다.‘진짜 부모님이 다리 밑에서 주워 왔나?’약간의 패륜을 조금 섞자면, 우리 부모님의 얼굴에서 이 얼굴이 나오다니 믿기 힘들 지경이다. ‘병원에서 아이가 바꼈나?라는 못 된 생각하면 안 되겠지…?'최근 길거리에서 아역 배우인가 모델인가 그런 캐스팅이 들어왔다고 하는데 동생이 거절했다고 한다.초창기에는 묘하게 가족한테 벽을 치는 듯한 느낌이었지만, 최근 들어 가족한테 마음의 빗장을 완전히 연듯한 느낌이다.이제 슬슬 머리가 굵어져서인지, 얼굴을 마주치면 불같이 화를 내던 여동생인데.어째선지, 오늘은 자기가 먼저 내 방을 열고 들어왔다.“오빠.”“왜. 자꾸 불러.”“…지금부터 내가 하는 말 이상하게 생각하지 마.”여동생은 내 방에 들어오고 한참을 쭈뼛거렸다“나 전생자야. 나 전생에 되게 유명한 연예인이었어.”그녀는 다급하게 말을 덧붙였다.“그리고 나 다음 로또 번호 외우고 있어!”동생의 말에 나는 덤덤하게 고개를 끄덕였다. 나도 회귀자인데 동생이 전생자일 수 있지.“정신병자가 여기 있었구나.”하지만 이상하게도 내 말이 끝나자, 동생의 안색이 하얗게 질려갔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