우수선수 해외유학 프로젝트.
우수선수 해외유학 프로젝트.
***시간은 빠르게 흘러 토요일 저녁.동생과 나는 TV 앞에 앉았다.드디어 가난으로부터 탈출한다는 사실에, 좀처럼 진정되지 않았다.그리고 첫 로또 번호가 나온 순간.“…야.”“으, 응?”“왜 당첨 번호랑 우리가 구매한 번호랑 다르냐?”“그, 그러게?”우리는 무언가 잘못되어가고 있음을 깨달았다.“박정아, 진실의 방으로.”그리고 내 방에서 심도 깊은 대화를 나눈 결과, 이 빡대가리가 횟차를 헷갈렸다는 것을 깨달을 수 있었다.“그, 그래도 언젠가는 당첨될걸?”“그래서, 그 언젠가가 도대체 언제인데.”“어….모르지…?”나는 박정아의 말에 침음을 삼켰다. 아버지에겐 죄송스럽지만, 이렇게 된 이상 어쩔 수 없었다.로또 1등에 당첨될 때까지, 같은 일을 반복할 수밖에.어차피 이미 한 번 더러워진 이미지였다.이왕 대국적인 희생을 해야 한다면 아버지가 하는 것이 옳았다.대(가족)를 위한 소(개인)의 희생.로또 당첨금을 받으면 아버지도 잘했다고 칭찬해 줄 것이 분명했다.***박영만은 최근 고민이 많았다. 회사 사람들이 듣는다면 사춘기도 없이 바르게(?) 잘 자라주는 아이들 덕분에 그에게 무슨 고민이 있냐고 할 수 있었겠지만.그에게는 최근 남에게는 말할 수 없는 고민이 생겼다.자신을 바라보는 동네 주민들의 시선이 싸늘해진 탓이다.“뭔가 요즘 동네 사람들 싸늘하지 않아?”“그래요? 저는 먹을 거나 그런 거 많이 챙겨 주던데.”이 문제에 대해 아내와 이야기를 나눠봤지만, 돌아오는 것은 애매한 대답이었다.“음…. 기분 탓인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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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무튼, 된장국 간은 어때요?”“정희가 해준 건 다 맛있지.”결혼 이후 오랜 세월이 흘렀지만, 그들은 여전히 뜨거웠다.그래서였을까? 영만은 어색한 표정으로 자리를 벗어나는 두 문제아의 모습을 보지 못했다.***나와 동생은 매주 같은 번호로 로또를 구매했다.그런 우리를 따라서 슈퍼마켓 ‘손놈’들이 로또를 같은 번호로 구매했지만, 5등 당첨도 한 번 되지 않자 하나, 둘 떨어져 나갔다.“야, 이놈의 새끼들아! 내 돈 돌려내!”그중에는 숫자를 도둑질한 주제에 로또 구매 비용 내놓으라는 인간 말종도 있다 보니, 인류애가 순식간에 박살 나버렸다.뭐. 주변에서 말린 덕분에, 큰일은 발생하지 않았지만 (그 개새끼가) 위험했다는 사실은 변함없었다.어쨌든, 매주 월요일 저녁, 동생과 함께 로또를 구매하는 것이 일상에 추가되었고. 아버지의 동네 평판은 하루가 다르게 추락했다.그렇게 아버지의 동네 평판이 더 이상 떨어질 것도 없을 정도로 추락할 무렵.나는 고등학교에 진학했고, 고등학교 축구부에서도 맹활약을 펼쳤다.고등학생 레벨 쯤오니까 조금 버겁긴 했지만, 어린 시절부터 올바르게 훈련한 덕분인지, 아직은 그럭저럭 주전 경쟁을 할 만했다.그러던 2003년 4월.우수선수 해외유학 프로젝트를 진행할 선수를 뽑기 위해 축구 협회의 높으신 분들이 경기가 치러지는 장소에 방문했다.뭐. 중학교에서 악명을 날린 내 이름이 유학 선수 후보로 올라가는 것은 어쩌면 당연한 일이었을 것이다.축구 협회가 진행하는 축구 유학생은 전국에서 선발되는 거지만, 난이도는 생각보다 어렵지 않았다. “모두 명심하도록, 나는 배신자를 용납할 생각이 없다. 그래도 해외 유학을 가고 싶다면 가라. 그리고 이왕이면 거기서 데뷔해라. 한국에선 더 이상 배신자들을 위한 자리는 없을 테니까. ”대부분의 감독들이 우리 감독처럼 경기가 시작되기 전, 선수들을 향해 강하게 경고했으니까. “협회에서 유학 이야기하면 어떻게 하라고?”“안 가겠다고 말하겠습니다!”사실, 감독도 어쩔 수 없었을 것이다.고등학교 감독의 역량은 전술이나 선수를 잘 키워내는 것보다 얼마나 많이 프로, 혹은 명문대로 진학시키냐에 달려 있었으니까.핵심 멤버가 중요한 순간에 유학으로 빠져나간다면, 감독 자리를 지키기 어려워질 것이 분명했다.이건 우리뿐만 아니라 대부분의 팀들이 마찬가지였던 터라, 대부분 경기를 대충 펼칠 것이 분명했다.“박찬혁, 알겠어?!”“예.”나를 제외하곤 말이다.***2002년부터 시작된 우수선수 해외유학 프로젝트.축구 협회 임직원들은 해외로 유학갈 선수를 선발하기 위해 바쁜 일상을 보내고 있었다.하지만 선수 선발 작업의 진척 속도는 생각보다 지지부진했다.고등학교 감독들의 반발과 미성년자를 해외로 내보낸다는 것에 거부감을 느낀 부모의 반대도 강했기 때문이다.그리고 언론에는 보도 되지 않았지만, 해외 유학 과정에서 생긴 인종차별문제가 학부모들에게 알려진 까닭도 컸다. 거기에, 작년과 다르게 이번에는 선수를 두 곳으로 나누어 보내야 했던 만큼, 협회 직원들이 처리해야 할 일은 두 배가 되었다.한 곳은 작년에 선수들을 보낸 적이 있는 프랑스 리그앙의 메스였다. 이곳의 선수 선발 과정은 쉬웠다. 협회에서 적당한 선수를 추천해주면 메스에서 고민 없이 받아줬으니까.하지만 문제는 독일 분데스리가의 중상위권 팀인 VfB 슈투트가르트였다.이 팀은 프랑스 리그앙 소속 FC 메스와는 달리, 절차가 생각보다 까다로웠다.슈투트가르트의 새로 U19 팀을 맡게 된 감독이 경기 비디오를 보고 직접 정하겠다고 밝힌 까닭이었다.유학을 가는 선수 부모와 적당히 짝짝꿍하여, ‘성의’를 받아 챙기던 협회 직원이 떨떠름해진 것은 어쩔 수 없었다.그렇다고, 협회 직원이 임의로 슈트트가르트의 제안을 거부할 수도 없었다.프랑스의 리그앙과 달리, 분데스리가는 차붐이 뛰었다는 상징성이 있는 리그였고.[한국 축구 유망주를 보기 위해, 분데스리가에서 스카우터가 온다?]협회장은 자기 업적을 홍보하기 위하여, 무슨 일이 있어도 프로젝트를 성사시키라고 매일 같이 다그쳤다.“동성고의 수비수 박찬혁이 상당히 뛰어납니다. 집중적으로 보시면 될 것 같습니다.”“예. 지금까지 봐 왔던 선수들과 달리, 피지컬이 상당히 좋군요.”***주심의 휘슬과 함께 경기가 시작되고. 관중석에서 외국인 몇몇이 보이자 아이들의 몸에 힘이 들어간 것이 보였다.유학을 떠나는 것과 별개로, 분데스리가에서 스카우터가 왔다는 사실 하나만으로 선수들이 감정적으로 흔들리기엔 충분했다.뭐. 그 덕분에, 수비하기는 여러모로 편했다.몸에 힘이 들어가면, 자연스럽게 동작이 커지는 법이니까.나는 상대 팀 공격수의 드리블을 손쉽게 차단했다.“뛰어!”왼쪽 윙 포워드와 시선이 마주쳤고, 소리치는 것과 동시에 전방으로 깊숙하게 패스를 찔러넣었다.“야이 개새끼야! 내가 공 잡으면 무조건 혁수한테 주라고 했지!”터치 라인에 있던 감독으로부터 곧바로 쌍욕이 날아왔지만, 나는 크게 신경 쓰지 않았다.‘어쩌라고.’어차피, 우수선수 해외유학 프로젝트에만 합격만 하면 더 이상 안 볼 사이였으니까.아. 참고로 혁수라는 미드필더 포지션의 친구인데. 감독이 애지중지하는 친구였다. 집안에 돈이 많아서, 축구 협회에 아는 사람이 많기 때문이다.뭐, 그랬던 만큼 저 친구가 해외 유학을 원한다면 저 친구로 확정되겠지만.그럴 일은 없었다.해외 구단에서 성공한 선수가 적은 시기다.거기에, 있는 집 자식 처지에선 안정적인 선발 출전이 제공되는 국내와는 달리, 해외는 진짜 생야생이었던 만큼 해외에서 유학할 동기가 전혀 없다고 해도 과언이 아니었다.아무튼, 내 완벽했던 롱패스는 골키퍼의 선방에 가로 막혔다.공격 포인트로 이어지지 않아 아쉬웠지만, 상관없었다.“괜찮아! 잘했어! 다음에 집어넣으면 돼!”지금 내게 중요한 것은 동료를 격려하는 모습이었으니까.어쨌든.나는 유난히 컨디션이 좋았던 탓인지, 공격과 수비에서 만점짜리 활약을 펼치는데 성공했고."박찬혁, 넌 내 말이 우습냐?"경기가 종료된 직후, 감독으로부터 체벌이라는 이름의 구타를 당해야 했다.'시발. 좆 같은 새끼. 언젠가 복수한다.'***그로부터, 며칠 뒤.독일 슈투트가르트.최근, U19 감독직에 부임한 토마스 투헬은 동양에서 날아온 비디오를 통해 선발했다.일반적인 감독이라면 다른 사람에게 맡겼겠지만, 토마스 투헬은 그러지 않았다.그는 심각한 일 중독자였으니까.그리고 무엇보다 그가 직접 경기를 봐야 유학생을 거절할 명분이 있었다.아시아 시장 마케팅을 위해 선수 몇 명을 뽑으라는 구단의 요청과는 달리, 토마스 투헬은 마음에 드는 선수가 없다면 마케팅용으로 선수를 뽑을 생각이 전혀 없었으니까.“아시아인 답지 않게 피지컬이 좋군.”“동료들 위치를 조정하는 걸 보니, 머리도 제법 쓸 줄 알고.”하지만 경기를 관람하던 중 그의 눈에도 제법 마음에 드는 녀석이 등장했다."이 녀석으로 해야겠군."그렇게, 토마스 투헬의 손에서 마지막 유학생 명단이 작성되었다.***[고교 유망주, 축구 유학을 떠나다.]한국축구협회와 한국유소년축구재단은 2002년부터 유망주 발굴을 위하여 ‘우수 선수 해외 유학 프로젝트’의 일환으로 2003년 7월 29일 2기 유망주 4명은 프랑스의 리그앙(3명)과 독일 분데스리가 슈트트가르트(1명)에 약 1년간 축구유학을 보낸다. 특히, 박찬혁 군(한국 나이 17세)은 슈투트가르트U19 감독에게 직접 지목을 받았다는 점에서 가장 큰 주목받고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