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독일로 향하는 박찬혁.

회귀한 검은 머리 감독은 미쳤다. — novelpia.com · All chapters

독일로 향하는 박찬혁.

***슈투트가르트에서 독일 유학을 받아들인다는 소식이 전해지고.제법 많은 일들이 있었다.“아들, 안 가면 안 되겠니?”나는 가장 먼저 독일로 축구 유학을 가는 것에 대해 부모님을 설득해야만 했다.외국에 미성년자인 자식을 홀로 보내는 것이 걱정되셨던 탓이다.“협회에서 보호자도 붙여 줘서 너무 걱정 안 하셔도 괜찮아요. 그리고 저 영어도 잘해요.”뭐, 그렇다고 해서 설득이 어렵거나 힘들지는 않았다.“그래, 남자가 뜻을 정했으면 가거라. 힘들면 언제든 돌아와도 좋다.”“…아빠, 저 비자 때문에 1년 뒤에 다시 돌아와야 하는데요?”“아들아, 팩트는 감동보다 중요하지 않단다.”부모님 두 분다 자식인 내 의견을 존중해주셨으니까.‘MBTI가 F신가.’어쨌든, 부모님에게 허락받은 이후, 나는 독일 유학을 본격적으로 준비하기 시작했다.나는 가장 먼저 여권을 만들고, 독일어 공부를 시작했다.영어로는 제법 소통이 가능하지만 독일어는 아예 못 했기 때문이다. 유학 가는 곳의 언어를 배우는 것은 중요했다.미래의 월드클래스 손홍민이 그러지 않았던가. 언어를 배우는 것은 그 나라에 대한 존중이라고.개인적으로 맞는 말이라고 생각한다.우리도 한국말을 잘하는 외국인을 보면 호감을 느끼지 않던가.거기에, 수비 포지션은 다른 선수들과의 소통이 필수적이었던 만큼, 언어가 능숙해야 했다.뭐. 그게 아니더라도 해외에서 감독직을 할 거면, 여러 언어를 알아야만 했다.‘영어, 독일어, 스페인어랑 포르투갈어까지는 해야겠지?’누가 봐도 외국인인 내가 자국어로 이야기를 나누면 해당 선수가 빠르게 친밀감을 가질 수 있겠지.아마, 아시아인이 감독을 하는 것에 있어서 몇 없는 장점 중 하나일 것이다.다른 하나는 하부 리그에 걸맞지 않는 훌륭한 메인 스폰서를 얻을 수 있다는 점?훗날, 내가 감독직을 맡으면 한국 기업들이 여럿 붙긴 할 것 같다.‘확실히, 한국에서 재능있는 선수들 싸게 영입해서 비싸게 파는 중계 무역만 해도 짭짤….’그 순간, 나는 재빨리 고개를 가로저었다.‘아니지, 내가 지금 무슨 생각을.’아무래도, 21세기 노예 상인 박정아한테 옮은 모양이다.‘공부는 여기까지 할까?’공부를 마친 뒤, 나는 근처 공원에서 혼자 훈련을 시작했다.내가 유학생으로 선정된 이후, 감독이 개지랄한 덕분에 축구부에 가지 못한 탓이다.뭐. 애초에, 갈 생각도 없었다.똥이 더러워서 피하지, 무서워서 피하겠는가.폭력 행위에 대해 감독에게 ‘인생은 실전이다 좆만아’를 시전하고 싶지만.경찰에 신고한다고 해도, 실제로 조사가 이루어질 확률은 낮다.유감스럽지만, 이 시기가 그런 시기다.미래에는 낮은 교권이 문제라면 지금은 낮은 학생 인권이 문제였다.그냥 나중에 선수 빠르게 은퇴할 때, 감독을 핑곗거리로 사용하면 될 것 같다.‘감독한테 맞은 곳의 부상이 악화하여 은퇴한다고 하면 감독이 좋아 죽지 않을까?’언젠가가 될지 모르겠지만, 그날이 기다려졌다.***내가 본격적으로 독일 유학을 준비하는 사이.“로또 1등 당첨 번호는 6, 30, 38, 39, 40, 43입니다.”우리 가족은 드디어, 로또에 당첨됐다.우리가 수령하게 될 당첨 금액은 무려 140억이었다.로또 당첨금이 이월이 된 덕분이다. 아직, 로또가 개정이 되기 전이라 한 게임 당 가격이 2,000원이기도 했고.여러 게임을 사면 좋았겠지만, 하필 용돈이 떨어져서 한 게임 밖에 살 수 없었다.한 게임에 2,000원인데, 이 2,000원의 가치가 생각보다 컸다최저 시급이 2,275원이던 시절이다.사실상, 로또 한 게임을 사기 위해선 한 시간을 일해야 했다.이제 가난은 어느 정도 벗어났지만, 여전히 여유롭지 않은 집안 환경상 언제 당첨될지 모르는 로또에 매주 10,000원을 쏟아 붓기엔 힘들었다.뭐. 로또 1등에 당첨된 직후 5게임 전부 살 걸이라며 후회가 들긴 했지만.어쨌든, 140억이라는 거금이 손에 들어오지 않았던가.‘140억…!’천문학적인 당첨 금액에 내가 동생을 껴안고 기뻐하는 것과 달리.동생의 안색은 어두웠다. 마치 무언가를 두려워하는 것처럼.‘우리 가족이 변할까 봐 무서운 건가.’동생의 전생에 대해 이야기를 나눴던 만큼 나는 조용히 안아줬다.“아! 숨 막힌다고!”동생은 간질간질한 분위기가 민망했는지, 괜히 신경질을 냈고.“항! 복!”나는 암바로 대응했다.***“부모님한테 뭐라 설명하지? 동생아 좋은 의견 있냐?”“…돌아가신 할아버지가 알려 줬다고 하면 안 되나?”“아직, 안 돌아가셨어. 이 년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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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너 지금 나 맥인 거지?”“헤헤, 들켰네.”우리는 부모님이 오시기 전, 로또 1등이 당첨된 것을 어떻게 설명해드려야 할지 고민했다.“애, 애들아. 어, 어떡하지?”하지만 우리의 고민은 생각보다 쉽게 풀렸다.어머니가 손을 덜덜 떨면서 집으로 돌아오신 것.어머니께선 내가 할아버지를 거론하며 말한 것이 찝찝하셨는지, 그동안 우리가 적어 준 번호로 매일 같이 로또를 구매해 오셨다.아. 참고로, 어머니도 나중에는 돈이 아까웠는지, 우리와 마찬가지로 한 게임만 사셨다고 한다.‘오, 오빠?’‘그동안, 우리 뭐한 거냐?’나는 동생과 재빨리 시선을 교환했다.그러고는 주머니에서 어색한 표정으로 로또 당첨 용지를 건넸다. 설명은 굳이 필요 없었다.“아빠와 의논해야겠지만, 이건 너희가 쓰렴.”어머니는 어색하게 웃으며, 우리에게 로또 용지를 돌려주셨다.“그런데, 로또는 어떻게 구매했니? 미성년자라 구매 못 할 텐데?”“…이따가 저녁에 설명해드릴게요.”그리고 그날 저녁.“정말….”“죄송합니다!”나와 동생은 회사에서 야근하고 돌아오신 아버지에게 무릎 꿇고 잘못을 빌었다.“…그래서 동네 사람들이 나를 그런 시선으로 바라본 거구나. 그럤구나.”약간의 변명을 해보자면, 아버지의 평판이 이 정도로 추락할지는 몰랐다.야만과 지성이 공존하던 2000년대 초반이다.교사가 기분이 안 좋으면 학생에게 손찌검을 하며 두들겨 패던 시대였고, 마찬가지로, 부모가 술 먹고 자식을 패는 것 정도는 학대가 아닌 훈육으로 여겨지는 낭만의 시대였다.실제로, 간간이 이웃집에서 비명 소리와 함께 애들 우는 소리가 들려오지 않았던가.솔직히, 이 정도까지 아버지의 이미지가 추락할 일은 아니었다.다만, 나와 동생이 고려하지 못한 것은 우리 부모님의 평판이었다.우리 부모님은 동네에 잉꼬부부로 소문나 있었고. 사람들은 잘 살던 부부의 불행을 생각보다 더욱 좋아했다.“…그래, 이미 지나간 거 어쩔 수 없지.”아무튼, 이야기를 전해 들은 아버지는 그래도 자식이라고 우리의 잘못을 흔쾌히 용서해주셨다.그리고 이튿날. 아버지는 나무 상자 하나를 들고 오셨다.‘올 게 왔구나.’나는 그 상자가 본능적으로 ‘뒤주’라는 것을 깨달았고.“…오빠, 뭐 해?”그 상자에 동생을 집어넣었다. 내가 들어가기엔 크기가 작았으니, 이건 동생 용이라고 생각했기 때문이다.“…아들아, 뭐 하니?”당황한 아버지의 목소리에, 나는 의아한 표정으로 질문했다.“뒤주에 잘못한 자식을 가두는 게 상식아닌가요?”“이거 뒤주 아닌데.”나는 조용히 상자에 집어넣은 동생을 다시 꺼냈다.“….”그리고 동생의 싸늘한 시선을 필사적으로 외면했다.***우리 가족은 대책 회의에 들어갔다.갑작스럽게 큰돈이 들어오면, 나락으로 굴러떨어지는 경우가 있으니까.회의에서 나온 주요 안 건은 두 가지였다.우선, 우리가 사서 당첨된 로또의 배분 문제인데. 이건 우리 가족이 만장일치로 통과되었다.로또 1등 당첨 금액을 수령한 이후, 나와 동생에게 주기로 결정하신 것.동생의 나이가 지나치게 어린 탓에, 부모님이 관리하겠단 의견도 있었지만. 동생의 의견에 따라, 내가 잘 관리하기로 결정됐다. 뭐, 말로는 내가 관리한다고 했지만, 실상은 동생이 투자할 것이다. 나보다 더 미래를 잘 알고 있더라고.그리고 다른 하나는 우리 가족의 거취 문제였다.이건 의견이 두 가지로 갈렸다.“그래도, 친구랑 직장이 여기 있는데 해외로 가기에는 조금 그렇지 않니?”한국에 직장과 지인이 있었던 만큼, 부모님은 한국에서 거주하기를 원하셨다.“아마, 한국에서 직장 생활하시기 힘드실 걸요.”하지만 로또 1등 당첨자가 언론과 주변인으로부터 심각하게 시달리는 것을 알고 있던 동생과 나는 해외로 떠나기를 원했다. 아니면, 적어도 최소한 주변이 조용해지고 그제야 한국으로 돌아오던가.‘로또 당첨 소식을 언제까지 숨길 수 있으려나.’2000년대 초반.개인정보는 당연하게도 보호되지 않았다.로또 1등 당첨금을 수령할 수 있는 은행 앞에서 잠복하다가 1등 당첨자로 추정되는 사람이 보이면, 달려들어 인터뷰를 기사화하기도 했다.우리가 아무리 철저하게 신상을 숨긴다고 해도, 전국에 우리 가족 신상이 퍼지는 데는 5일을 넘기지 못할 것이다.실제로, 기자들이 로또 당첨자의 집까지 찾아가는 일이 종종 발생하지 않았던가. 그것뿐만 아니라 주변 지인과 직장 동료들에게 전화를 걸어 인터뷰를 따기도 했다.그리고 며칠 뒤.  동생과 내가 예언했던 것처럼 우리 가족이 로또 1등을 수령하자마자, 온갖 인간 군상들이 집 앞으로 찾아왔다.‘자기도 그 이전까지 우리랑 같은 번호 구매했다고, 복권 당첨금을 나눠달라는 건 도대체 무슨 심보지?’차라리, 돈을 맡겨 놓은 것처럼 기부하라는 기부 단체나 기부금 안 내면 지옥에 떨어질 것이라고 외치는 종교 단체가 선녀로 보일 지경이었다.어쨌든, 그날 저녁 부모님도 더 이상 한국에서 살기 어렵다는 것을 깨달았고.“독일로 같이 가시죠.”우리 가족의 독일 행이 확정되었다.***아버지도 회사를 그만두시고 본격적으로 이민을 준비했다.정확히는 기자들이 몰려든 탓에, 회사에 출근할 수 있는 상황이 아니었다. 사장이 자기 회사에 투자하라고 제안까지 했다는데, 사람 좋기로 유명한 아버지시지만 그 정도로 호구는 아니셨고. 제안을 듣자마자 곧장 사표를 제출하셨다고 한다.[회사에선 천사, 가정에선 폭군?]신문 기사에는 우리 가족을 향한 온갖, ‘카더라 통신’이 매일 같이 쏟아졌다.언론과 주변 지인들은 로또 1등 당첨이 죽을죄라도 된 것처럼 미친 듯이 물어 뜯었다.[로또 1등 당첨자의 아들 박모군, 굳이 세금으로 축구 유학 가야 하나?]그리고 언론의 먹잇감으로 확정된 것은 다름 아닌 나였다.[고등학교 감독 김모씨, 박찬혁에 대한 충격적인 평가 “애새끼가 싸가지 없어….”]나름 주목받는 고교 유망주였던 만큼, 완전히 민간인을 기사에 내보내는 것보다 부담이 덜 했기 때문이다.[축구 협회, 박찬혁 선발에 대해…. “ 로또 당첨되기 전 공정하게 선발한 것.”]내 축구 유학 문제로 한국이 시끄러운 사이. 시간은 빠르게 흘러.독일로 출국해야 하는 날이 다가왔다.독일에서 동생의 학교를 알아보는 등 이민을 위해선 준비해야 할 것이 생각보다 많아서, 부모님과 동생은 내년에 오기로 결정했다.슈투트가르트에 정착하는 거면, 구단에 도움을 요청할 수 있었겠지만.유감스럽게도, 부모님의 선택은 베를린이었다. 사람은 무슨 일이 있어도 서울(수도)로 가야 한다나?동생과 나는 아버지에게 지은 죄가 있었던 만큼, 이번에는 얌전히 부모님의 뜻을 따르기로 결정했다.어쨌든.“오빠. 조심히 다녀와.”“아들, 밥 잘 챙겨 먹고.”나는 울먹이는 어머니를 뒤로한 채, 여동생에게 다가가 말을 건넸다.“동생아, 이제부터 니가 가장이다.”“응. 오빠 걱정하지 마. 엄마, 아빠 내가 잘 모실게.”“…애들아, 가장 여기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