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재회.

회귀한 검은 머리 감독은 미쳤다. — novelpia.com · All chapters

재회.

***‘내가 본 비디오는 하이라이트 장면만 편집한 건가?’연습 경기에서 박찬혁의 플레이를 지켜보던 토마스 투헬은 답답했다.비디오와 달리, 동료들을 적극 활용하는 모습이 전혀 보이지 않았던 탓이다.“Scheiße(씨발). 최악이군 넌 도대체 축구를 왜 하고 있냐?” 그는 박찬혁을 향해 강한 질책을 퍼부은 이후, 따스한 목소리로 조언을 건넸다."동료들을 적극적으로 활용하게. 자넨 전술 이해도가 뛰어나니 동료들의 위치를 잡아주란 말이야."그리고 이어지는 박찬혁의 대답에 토마스 투헬은 깨달았다.“예. 알겠습니다.”“오. 젠장. 자네 독일어 발음 존나 구리니, 그냥 영어로 말하게.”박찬혁이 수비수들에게 지시를 안 내린 게 아니라, 그저 발음 이슈였다는 것을.***토마스 투헬과의 첫 만남은 최악이었지만, 나와 토마스 투헬은 생각보다 빠르게 친해졌다.감독의 마음은 감독이 잘 아는 법.나는 감독의 처지에서 흡족할 행동들을 취하며 토마스 투헬을 상대로 호감작을 성공했다.뭐. 호감작이 아니었다고 해도 투헬과 친해지는 것에는 문제가 없었을 것이다.우리는 제법 많은 공통점을 지니고 있었으니까.가장 큰 공통점으로는 우리 두 사람 모두 축구에 미쳐 있다는 점이 바로 그러했다.어쨌든, 친분이 쌓이자 토마스 투헬은 자기 집으로 나를 초대했고, 나는 그의 집으로 가서 밥을 얻어 먹었다.솔직히, 얻어먹는 주제에 이런 말은 조금 그렇지만 식사는 맛없었다. “음. 사모님 요리 솜씨가 훌륭하네요.”“나 미혼이네만.”아직 투헬이 결혼하기 전이라 그런지 혼자 차려 먹더라고. ‘어쩐지….맛이 없더라.’아무튼, 우리는 그날저녁 밤늦게까지 전술에 대한 토론했다.그리고 밤이 늦어 집으로 돌아가려던 무렵. “찬혁.”토마스 투헬은 나에게 진지한 표정으로 조언을 건넸다.“아마, 자네가 1군에서 설 자리는 없을 걸세. 지금부터 축구 지도자를 준비하는 게 어떻겠나.”토마스 투헬의 표정을 보아 도발이 아닌 진심이라는 것을 알았지만, 아무래도 투헬의 사회성이 좆박은 건 맞는 것 같다.‘투헬투헬아, 만난 지 이제 일주일도 안 된 유망주한테 다이렉트로 이런 말 하는 게 맞냐?’평범한 유망주였다면 투헬의 말에 상처를 받고 난동을 피웠을 지도 모르지만, 나는 이미 지난 생에 내가 지닌 재능에 절망하며 중도 포기를 한 적이 있다.식음을 전폐하며 고민했던 처음에 비해 두 번째 포기는 조금 더 손 쉬웠다.뭐. 애초에, 나는 축구 선수로서 대성할 것이란 기대하지 않았었다.스카우터창이 그럼 지난번에 기대감을 드러낸 건 뭐냐며 깜빡이지만.그거야, 혹시나 싶었던 거지 진심으로 내가 대단한 재능이 있다고 여긴 것은 아니었다.아무튼. “그러죠. 저도 선수보단 감독이 제 길이라고 생각했어요.”나는 투헬의 제안에 얌전히 고개를 끄덕였다.회귀 이후 축구를 다시 시작했을 때부터 이미 예상했던 일이지만 그래도, 조금은 씁쓸했다.***토마스 투헬은 박찬혁과 긴 시간 이야기를 나누었다.그래서인지, 찬혁이 가진 재능에 대해 진심으로 아쉬움을 느꼈다.박찬혁의 운동신경이 조금만 더 좋았다면, 훌륭한 선수가 됐을지도 모른다.하지만 안타깝게도 신은 박찬혁에게 운동신경 능력을 부여하지 않았다. 특히, 연습 경기에서 공이 지나가고 한참 뒤에야 태클을 하는 모습은 충격 그 자체였다.이런 말하긴 그렇지만, U19팀의 백업 공격수가 찬혁을 상대할 때는 호나우두에 빙의라도 된 줄 알았다.박찬혁이 연습 경기에서 펼치는 호러쇼에 토마스 투헬은 박찬혁이 그동안 어떻게 축구 선수 생활을 했는지 의아했고, 도저히 궁금증을 참지 못해 대놓고 물어봤다.그러자 들려온 답변은 너무나 충격적이었다.“그니까, 자네는 지금까지 공격수를 보고 반응한 것이 아니라 전부 예측 수비를 했다는 거지?”“예….”“미친놈인가?”세계적으로 유명한 수비수들도 가끔 예측해서 공을 차단하기도 하지만 그렇다고 해서 모든 수비를 그런 식으로 할 수는 없는 법이다. 아무래도, 실패할 경우의 리스크가 너무 컸으니까.‘수비 안정감이 너무 떨어져 1군에서 성공하지는 못 하겠군.’3부 리그에선 주전으로, 2부 리그에선 벤치까진 뛸 수 있겠지만.그 이상은 어려울 것이 분명했다.안타까운 마음이 드는 것과 동시에, 투헬은 이 아시아 꼬맹이가 더욱 마음에 들기 시작했다.찬혁이 선택한 것은 축구에 미친놈만이 할 수 있는 방법이었으니까.그래서, 투헬은 찬혁을 향해 정말 진심으로 조언했다.“지금부터 축구 지도자를 준비하는 게 어떻겠나.”그리고 정말 다행스럽게도 찬혁은 다행스럽게도 자기 뜻을 오해하지 않고 받아줬다.***지도자 자격증을 준비하기로 마음먹었지만, 일단 명목상 선수로 축구 유학을 온 것이기 때문에 나는 축구 선수로서 최선을 다해야만 했다.시즌이 시작되고 나는 슈투트가르트 U19 감독인 토마스 투헬의 지휘 아래에서 핵심 선수로 활약했다.투헬이 정리해 놓은 상대 팀 분석 자료들 덕분에 연습 경기처럼 대참사는 벌어지지 않았다.뭐. 그렇다고, 압도적인 활약을 펼친 것도 아니다.한국 고삐리와의 경기에선 그래도 피지컬로 찍어 누를 수 있었기에 문제가 되지 않았지만.독일 애새끼들은 떡대가 남달랐다.뭐. 피지컬에 밀렸다고 해서, 실점했다는 뜻은 아니다.축구는 팀 스포츠니까.내 피지컬로 상대를 막지 못하면, 동료를 활용하면 되는 일이었다.동료들의 도움으로 무사히 틀어막는데 성공했고, 승리를 거두며 꾸준히 승점을 쌓아 올린 덕분에 우리는 유소년 리그에서 1위를 달성했다.평소라면, 지역지에서 대대적으로 우리의 활약을 홍보했겠지만.유감스럽게도 타이밍이 조금 좋지 못 했다. 같은 시기에 슈투트가르트가 ‘퍼거슨’의 맨체스터 유나이티드를 꺾고 조 2위로 챔피언스 리그 16강 진출에 성공했기 때문이다.참고로, 이 시기의 맨유를 지칭할 때는 앞에 퍼거슨을 꼭 붙여 줘야 한다. 퍼거슨의 맨유와 그 이후의 맨유는 전혀 다른 팀이니까.[슈투트가르트 U19 팀, 압도적인 성적으로 리그 1위 수성.]뭐. 그래도 지역지 모퉁이에 우리의 활약에 대해 자그맣게 올라오긴 했다.이 정도의 관심은 프로의 세계에선 별거 아닌 일이지만, 유소년들에게는 사람들의 관심이 크게 다가온 만큼 실시간으로 사기가 오르는 것이 느껴졌다.“어? 너는….”“하하, 아이 참 맞습니다. 제가 지난번 U19 경기에서 득점을 터트린 박찬혁입니다.”실제로 길거리를 걷다 보면 나를 알아본 지역 주민이 반갑게 인사를 건넸다. 태생이 관심종자인 나는 사람들의 관심을 즐겁게 받아들였다.“그때, 나한테 엿 날린 싸가지?”“아. 그때 그 왕재수구나.”그 과정에서 사소한 오해가 있었지만.어쨌든.나는 성공적으로 슈투트가르트에 적응했다.***내가 슈투트가르트에 어느 정도 적응하기 시작할 무렵.나는 최근 도입된 C-라이센스(DFB C-Lizenz)를 따기 위한 준비를 시작했다.한국과는 달리 독일에선 (만)16세 이상이면, 시험에 응시 자격이 주어졌다. 참고로 DFB C-Lizenz는 그전까지 지역 별로 부르는 명칭과 교육 과정이 상이했는데 최근에 하나로 통합된 것이다.아직, 과도기인 탓에 사소한 찐빠가 있긴 했지만, 그러려니 하고 넘어갈 수밖에.구단은 이런 내 행동에 크게 질책하지 않았다.오히려, 축구에 진심으로 접근하는 모습을 좋게 본 것 같았다.훈련에 힘을 쓰고 남는 시간에 따로 지도자 자격증을 준비하는 것이었으니까.아무튼 본격적으로 라이센스를 따기 위해 공부를 시작하자.“찬혁, 오늘 하루 어때.”“좋아. 너는?”“나도. 그럼, 지금부터 축구 이야기를 시작할까?”“그래.”토마스 투헬은 직접 과외를 해 줄 정도로 내 자격증 취득을 적극적으로 도와줬다.“축구는 흔히 전쟁에 비유하잖아. 이제 축구에서 개인이 펼칠 수 있는 활약은 제약될 걸?”뭐. 말이 과외지 실상은 서로 전술에 대해 끊임없이 토론한 것에 가까웠다.나는 미래에서 보고 온 축구 지식을 이야기했고, 투헬은 내 말에 자기의 생각을 얹어 계속해서 토론했다.매일 같이 이어지는 토마스 투헬과의 토론으로 인해 투헬의 축구 철학을 완벽하게 이해할 무렵.- 오빠, 우리 이번 주 토요일에 독일 간다.드디어, 모든 절차를 마무리 지은 가족이 독일에 온다는 소식이 전해졌다.그리고 구단의 배려로 인해 나도 가족에게 마중갈 수 있었다.“찬혁, 정말 실망이네.”가족을 보러 잠시 슈투트가르트를 떠난다는 소식에, 토마스 투헬이 ‘중대장은 실망했다’라는 표정을 지었지만.“야이 축구에 미친 새끼야, 가족이 한국에서 왔는데 당연히 만나러 가야지.”나는 토마스 투헬에게 쌍욕을 퍼붓는 것으로 인사를 대신했다.그동안 상당히 친해진 덕분에, 이 정도의 욕설은 퍼부어도 됐다.아무튼.나는 프랑크푸르트에 위치한 국제공항으로 향했다. 베를린이 아니라 프랑크푸르트에 온 것은 한국과 독일의 직항 노선이 여기 밖에 없었기 때문이다.우리는 프랑크푸르트에서 만나 같이 베를린으로 넘어가기로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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스마트폰도 없었기에, 나는 멍하니 땅을 바라보며 가족을 기다렸다.“안녕.”“오. 안녕, 반가워. 독일어 쫌 하네? 어디서 왔어?”“한국.”“그렇구나, 우리 이제 영어로 대화할까?”“아니, 나 독일어 연습해야 해.”“제발…. 그냥 영어 써 줘.”지루함을 견디지 못하고 옆에 앉아 있던 이름 모를 독일인과 대화를 나누기 시작할 무렵.“오빠!”나를 발견한 동생이 전력으로 달려왔다.뭐랄까.오랜만에 본 가족의 첫 느낌은….“…아들아, 세상 사람들이 내가 돈이 많다는 사실을 모른다는 것은 정말 큰 행복이란다.”음.그동안, 엄청 고생했나보다.